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무인이라는 놈이 뭔 혓바닥이 왜 이리 길어?
‘창란학원이라…’
눈앞에 걸려있는 시체를 보자 엽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청성에 있을 때도 각 세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잔인한 수단을 마다하지 않았다. 창목학원 같은 큰 세력 간의 경쟁은 그보다 훨씬 잔인한 것이었다.
이때, 육소연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둥근 원 모양의 단상을 가리켰다.
“저 것이 무슨 물건인지 알아보겠소?”
엽현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사십 여장 넓이의 둥근 단상 위에 목검을 쥐고 있는 아홉 개의 나무 인형이 있었다. 나무 인형들은 자로 잰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저 것들은 무엇입니까?”
“저 것은 구궁진(九宮陣)이요. 창목학원의 조사(祖師)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소. 청주의 백여 개 나라 중 창목학원이 있는 곳이라면 모두 구궁진을 볼 수 있소. 구궁진은 일종의 시험이라 볼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이가 20세 이전에 구궁진을 파훼할 수 있다면 그 자는 창목학원 원장의 직전 제자가 되는 특권을 얻을 수 있소.”
육소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나 근 오십년 간, 구궁진을 뚫은 사람은 나오지 않고 있다오.”
‘구궁진이라…’
엽현이 아홉 개의 나무 인형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성주님이 보시기에도 대단한 진입니까?”
육소연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오. 이전에 능공경의 무인이 호기롭게 구궁진에 들어간 적이 있었소. 그러나 겨우 열 호흡이 지나기도 전에 참살 당하고 말았지. 생각해 보시오.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능공경에 이를 만큼 대단한 무인이 단 열 호흡도 견디지 못한 진은 얼마나 대단하겠소?”
육소연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창목학원에서 구궁진을 시험하기 위해 안 국사를 초청한 적이 있다곤 하는데 그녀가 진짜 구궁진에 도전 했는지는 아무도 아는 이가 없소.”
바로 이때, 창목학원의 장로의 외침 소리가 상공에 울려 퍼졌다.
“첫 번째 관문을 시작하겠소!”
이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한 무리가 되어 산길을 뛰어 올라갔다.
엽현이 동생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은 후 육소연을 향해 말했다.
“육 성주님, 동생을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시오!”
“오빠, 힘내!”
엽현이 한 번 웃어 보인 후 이내 무리 속에 몸을 숨겼다.
엽현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엽령이 갑자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마치 얼음장처럼 전신이 차가워졌다.
이에 육소연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어,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아저씨, 저, 전 괜찮아요…. 오빠가 시험에 합격하는 걸 꼭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아요….”
엽령의 완강한 태도에 육소연이 한숨을 내쉬며 육명에게 말했다.
“명아, 가서 엽령에게 덮어줄 털옷을 두어 벌 갖고 오너라.”
육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집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엽현은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오늘 이 시험에 합격해서 창목학원에 입학하게 되면 동생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산허리를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해보자! 령이를 위해, 나를 위해!”
엽현이 힘차게 외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작과 동시에 쏜살같이 맹렬히 돌진하던 무인들은 십리 쯤 달리자 대부분 속력이 현저히 느려졌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그들 앞에 무형의 기운이 생성되어 몸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발을 걸을 때마다 그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가장 앞선 자들이 막 이십 여리의 거리를 올랐을 때, 뒤편에는 이미 낙오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두에 있는 자들의 속도는 여전히 처음과 같이 빨랐다! 이들은 모두 남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엽현은 서두르지도 뒤처지지도 않은 채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무형의 기운 앞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었다.
현재 그의 근골과 육신은 능공경 강자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금신경!
그가 단련한 숨겨진 경지인 금신경이 그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 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을 오르는 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한 시진이 지났을 때는 겨우 백 명 남짓한 무인들이 살아남았을 뿐이었다. 산을 오르는 자 대부분은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선두에 있는 몇 명은 여전히 지치지 않고 있었다. 그 중, 비단 옷을 입은 한 청년은 시작부터 줄곧 가장 앞에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바로 뒤에 있는 자 보다 십장을 앞서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은 그가 중간에 느려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처음과 같은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화려한 장포를 입은 무인과 도를 허리에 찬 남자가 쫓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보다는 속도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 뒤에 쳐진 백 명의 무인들은 대부분 이미 녹초가 되어 있어 힘겨운 모습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엽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무형의 기운이 주는 압박이 점점 거세졌지만 엽현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가 빠르게 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이번 관문은 산을 오르는 것이 전부이니 빠르든 느리든 목적지에만 도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완주를 하면 될 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반 시진 후. 아직 산을 오르고 있는 자들이 겨우 사십 명 남짓 되었을 때 가장 선두에 있던 비단옷을 입은 자가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 다음으로 화려한 장포를 입은 자와 도를 든 자가 도착했다.
엽현은 결승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눈에 나무 말뚝에 묶여 있는 한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약 이십 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의 시체는 손과 발이 모두 잘려 나가 있었고 심지어 두 눈알까지 사라져 있었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실로 비참한 모습이었다.
창란학원의 학생이라는 것을 엽현을 알 수 있었다. 시체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엽현이 고개를 흔들며 한 숨을 뱉었다.
‘창목학원과 창란학원 사이에 얼마나 깊은 원한이 있는 것일까?’
그는 다시 자리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고 이내 결승점을 통과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자들은 모두 마흔 두 명이었다. 이때 그들의 머리 위로 선학 한 마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선학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창중의 시선이 엽현에게서 멈췄다. 순간 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상대의 적의를 느낀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엽현을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데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까?
“거기, 나와 보거라!”
선학 위에서 창중이 엽현을 가리키며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명령했다.
엽현이 창중을 한 번 보고는 앞으로 나섰다.
“우리 창목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십팔 세 이전에 최소한 어기경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너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구나!”
그의 말에 장중의 무인들이 놀란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열여덟이 되기 전에 어기경에 이른 자들만 창목학원에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알고 있었다. 어기경이 아닌 엽현이 오늘 지원한 것은 상대를 기만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엽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 장로, 비록 제가 어기경은 아니지만, 이미 첫 번째 관문을 통과 했습니다. 그러니…….”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선학 위의 창중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창목학원의 규정상, 십팔 세 이전의 어기경 무인만이 시험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너는 비록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긴 했으나 경지를 속인 부정이 발각되었다. 학칙에 의거하여 곤장 백대와 하산을 명령한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두 명의 능공경 강자가 엽현에게로 다가왔다.
이때, 엽현이 창중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창 장로, 나는 그대와 만난 적도 없는데 그대는 나를 딱 잘라서 지목했소. 뭔가 이상하지 않소?”
엽현은 창중이 처음부터 자신을 겨냥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창중이 비꼬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흥! 그러게 왜 애초에 남을 속이려 했느냐!”
‘창중!’
엽현의 눈이 번쩍해졌다.그의 머릿속에 어제 밤 연회의 일이 떠올랐다. 엽현은 연회에서 한 명의 남자를 혼쭐 내 주었는데 그 자의 이름이 창기였다. 창 장로의 가슴에 달려 있는 휘장은 창기에게 달려 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저런 휘장은 하나의 세가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사용하곤 했다. 창중은 분명 창기와 한 집안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바로 이때,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와 엽현에게 소리쳤다.
“엽현, 너는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어딘가 본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순간, 엽현은 그 자가 전날 밤 연회에서 막수청을 대변하던 이봉이란 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봉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놈이 안 국사의 배경만 믿고 남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모양인데 어디 우리의 힘을 한 번 느껴 보거라!”
이봉이 공중의 창중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창 장로, 저 자는 어기경이 아닌데도 경지를 속이고 시험에 참가하였습니다. 이는 분명 창목학원을 업신여긴 것이 분명합니다.창목학원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저 자를 엄벌에 처해 주시길 간청 드립니다!”
이때, 주변에 있던 무인들 일고여덟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엄벌에 처해 주시길 바랍니다!”
창중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노부도 그리할 요량이었다. 여봐라, 저 자를 끌어내 죽을 때 까지 치거라!”
바로 이때, 엽현이 품에서 하나의 옥패를 꺼내 보였다.
“이것은 안 국사의 옥패요. 그녀가 날 창목학원에 천거 했소!”
안 국사의 옥패!
그녀의 옥패가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안란수의 옥패의 등장으로 장내가 혼란스러워졌다.첫 관문을 가장 먼저 통과한 비단 옷의 무인 또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엽현을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안 국사! 그녀는 강국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우러러 보는 우상 이었다!
창중 역시 안 국사의 옥패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신분으로서는 안 국사의 옥패를 가진 자를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창중이 침묵하는 것을 본 이봉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무모하게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건방진 놈! 고작 기변경 밖에 되지 않은 자가 어찌 안 국사의 천거를 받는단 말이냐! 그 옥패는 가짜임이 틀림없…….”
바로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이봉의 앞에 나타났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엽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무인이라는 놈이 뭔 혓바닥이 왜 이리 길어!?”
쩌억-!
엽현에게 따귀를 맞은 이봉의 신형이 공중으로 날라갔다. 무인들은 넋이 나간 채로 날라가는 이봉을 바라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