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거만한 자들은 쳐내야 한다
엽현은 이내 북한종을 떠났다.
그는 북한종을 떠나면서 그들의 재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엽현과 창검종의 무인이 다음으로 찾은 곳은 호계산이었다.
이때의 호계맹은 이미 모든 고수들이 전멸한 후라 아무도 없이 텅텅 빈 상태였다.
엽현은 한참 동안 서서 호계맹을 바라보았다.
“남아 있는 재물을 챙겨서 떠나자!”
빈 시진 후, 엽현 일행은 호계맹의 모든 보물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창검종으로 돌아가는 대신 그 근처에 있던 한 세력을 찾았다.
그렇게 중토신주의 세력들은 하나씩 창검종의 복수의 칼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호계맹에 붙어 엽현을 죽이려했었다. 엽현의 복수는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중토신주의 진 어법경 강자들이 모두 천녀에게 죽어버린 바람에, 창검종의 복수를 막을만한 자는 남아있지 않았다.
중토신주 내의 대부분의 세력을 멸망시킨 엽현은 마지막으로 한 세력을 찾았다.
창란학원!
창란학원의 산문 앞, 한 노인이 엽현을 막고 서 있다.
이는 다름 아닌 기 원장의 스승이었다.
노인이 엽현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네 스승의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 넘어가 줄 순 없는가?”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창검종의 대표로 온 것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엽현이 창란학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돌격!”
그의 음성과 동시에 창검종의 무인들이 창란학원으로 돌진했다.
순간 노인이 그들을 막아서려 움직였으나, 그의 이마엔 이미 차가운 검 끝이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발만 더 움직이시면, 그땐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엽현을 노려볼 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약 반 시진의 시간이 흐른 후, 창검종 무인들이 모두 사라지고 장내에는 노인 혼자만 남게 되었다.
창란학원에 높이 싸여있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노인은 비통한 심정에 잠겼다. 당시 창란학원이 호계맹을 지원하고자 할 때, 노인은 한사코 반대했다. 하지만 원장인 구원은 결국 고집을 꺾지 않았던 것이다.
한 번의 잘못된 결정. 그 결정에 천 년을 이어오던 창란학원의 전승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깊은 한숨을 토해낸 노인이 이내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창검종.
복수를 마친 엽현은 무인들을 데리고 창검종으로 돌아왔다. 창검종을 상징하던 여섯 개의 봉우리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고, 주변은 온통 난장판이라 할 수 있었다.
폐허가 된 창검종을 바라보며 엽현 뒤에 도열해 있던 창검종 무인들의 표정이 암담하게 변해갔다.
“우선 인원수를 보고하고, 죽은 이들의 시신을 안장하도록 하거라.”
그 말에 창검종 제자들이 예를 갖춘 뒤 물러갔다.
엽현은 홀로 운검봉이었던 장소를 찾았다. 돌과 바위 그리고 부스러진 건물의 잔해들이 그를 반겼다.
엽협은 잔해더미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이내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던가…….
진북한, 검현, 연필현, 전철, 그리고 월기 사부까지…….
‘월기 사부?’
월기를 떠올린 엽현이 다급히 계옥탑 안으로 들어갔다.
월기의 혼백은 탑 안에 얌전히 부유해 있었다. 한 줄기 검광이 그녀를 안전하게 감싸고 있었다.
‘월기 사부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해!’
월기가 원래 모습을 찾기 위해선 육신을 새로 얻는 것뿐 아니라, 혼백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 여정이 결코 쉽진 않겠지만, 실낱같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엽현에겐 고무적이었다.
도일학원.
엽현은 계옥탑을 나섰다.
도일학원으로 가기 위해선 먼저 청창계의 일을 완전히 정리해 놓아야만 했다.
그는 우선 창검종을 재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돈이었다. 그리고 돈이라면 엽현에겐 차고 남을 정도로 많았다.
호계맹 편에 선 세력들에게서 얻은 재물들은 보통 액수가 아니었다. 알다시피, 그들은 모두 청창계에서 한 가닥씩 하던 세력이 아니었던가!
엽현은 그 과정에서 재물들을 알차게 챙겨놓았다.
각종 보물이며 영석은 이미 일일이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엽현은 창검종의 영역에서 몇 개의 봉우리를 선정했고, 곧 대전을 올리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엽현은 청주로 돌아왔다.
청주로 돌아오자마자 그가 한 일은 창란학원의 학생들을 소집하는 것이었다. 그가 소집령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뿔뿔이 흩어져 있던 창란학원 학생들이 하나둘 창란학원으로 돌아왔다.
창란전.
대전 안에는 엽현 외에 스무 명가량의 무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창란학원 학생이었다.
엽현이 그들과 회포를 풀고 있을 때, 갑자기 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엽현이 대전 밖으로 나가 산 밑을 바라보니, 아래쪽에서 백 기에 달하는 기병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창란도병이었다.
순식간에 창란학원에 당도한 창란도병들이 엽현을 보자마자 말에서 내려 한쪽 무릎을 꿇었다.
“원장을 뵙습니다!”
산 전체를 울릴 듯한 그들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감동이 담겨 있었다.
이날을 오기만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모두 일어나거라.”
엽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창란도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편으로 물러났다.
바로 이때, 한쪽 하늘에서 무언가 번쩍하더니, 순식간에 여인 하나가 엽현 앞에 나타났다.
강구!
엽현의 바로 앞에 선 강구가 그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를 기억하실까?”
“강구…….”
엽현이 강구를 와락 껴안았다.
이에 강구의 손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다가 결국 엽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하… 영영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어…….”
“그럴 리가…….”
잠시 후, 강구를 품 안에서 떼어 낸 엽현의 눈에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열 명의 무인이 들어왔다. 그들은 당시 엽현과 강구가 고르고 고른 십 인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의 실력은 이미 어법경이었다.
엽현은 그들의 성장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벌써 어법경에 도달했다니.
“조금 믿기 어렵지?”
강구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강구의 표정이 다소 차갑게 변했다.
“원장을 봤는데도 예를 갖추지 않는 게냐?”
그녀의 말에도 십 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구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바로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상당히 거만해진 모양이야. 어법경이라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네.”
그 순간, 엽현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퍼퍼퍼퍽-!
눈 깜짝할 사이, 십여 명의 무인이 모두 백 장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바닥에 엎어진 그들은 괴로운 듯 꿈틀거리다가 한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광경을 본 창란학원의 학생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엽현의 공격을 받은 십 인의 무인들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창계 최강자의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어법경 강자를 그것도 열 명을 동시에 때려눕히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강구 역시 엽현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에 속으로 매우 놀라고 있었다.
이때, 강구가 문득 십 인의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도 원장에게 예를 올리지 않는 것이냐!”
그 말에 십 인의 무인들이 주춤주춤 예를 차리려는 찰나, 갑자기 강대한 검의가 불어와 그들의 몸을 내리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열 사람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릎을 꿇게 되었다.
이때, 엽현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만약 내가 약했더라면 나를 인정하지도 않았겠군?”
십 인의 무인들이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강하게 지면을 내리밟았다.
쾅-!
그러자 열 명의 무인이 땅바닥에 다시 쓰러졌다.
신음소리를 흘리는 그들을 향해 엽현이 말했다.
“너희의 오늘날의 성취는 모두 어디서 온 것이냐?”
“원장의 은혜로 온 것입니다…….”
“그런데?”
“원장… 우리의 잘못을 알겠으니, 부디 한 번만 용서를…….”
엽현이 고개를 흔들며 강구를 바라보았다.
“실력은 그럭저럭 이지만 인품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들에게 주었던 것을 모두 반납하게 하고 쫓아 보내도록 하자.”
엽현이 다시 열 명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희 같은 부하는 필요 없다. 당장 나가라. 너희는 이제 자유다.”
그 말에 표정이 변한 열 사람이 황급히 애원해 보았지만, 엽현은 이미 멀리 사라진 후였다.
잠시 후, 그들을 향해 강구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어법경에 이른 이후 스스로가 강해졌다고 생각했겠지. 원장이 너희들에게 의지해야 할 거라고 착각했을 거야. 그 결과 너희는 원장에 대한 존경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미 너희 정도는 먼지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강구가 한숨을 들이킨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이후로 너희는 창란학원에서 제명이다. 더 이상의 수련자원은 제공되지 않을 것이며, 그 외의 어떤 도움도 없을 것이다.”
강구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러자 장내에 남은 십 인의 무인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수련자원을 끊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목숨 줄을 끊겠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그들이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창란학원에서 아무 걱정 없이 수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어 준 덕 아닌가.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학생들과 창란도병들 역시 그대로 등을 보이며 자리를 떠나갔다.
그들에게 있어 엽현은 지고무상(至高無上)의 존재였다. 그들의 존경심은 비단 그의 강함에서 뿐만이 아니라, 엽현이 그들에게 베풀어 준 것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창란전.
엽현은 창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를 향해 강구가 천천히 다가왔다.
“아직 화났어?”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런 거만한 자들은 한시라도 빨리 내쳐야 해. 만약 남겨두었다간,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네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려 할 거야.”
‘없을 때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또다시 청주를 떠난다는 거야?”
“청주가 아니라, 청창계를 떠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오늘 여기 온 것은 너희를 데리고 중토신주로 가기 위함이야. 그곳이라면 내가 없더라도 모두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청주는…….”
“내가 나고 자란 곳인데 물론 완전히 버릴 수는 없지. 몇몇 사람을 이 곳에 남겨두고 계속해서 학생을 모집하게 할 생각이야.”
강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엽현은 아쉬워하는 강구와 함께 대전을 나서 영령전으로 향했다. 기 원장의 영정 앞에 선 엽현이 다소 먹먹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기 원장, 약속대로 창란학원은 이제 곧 청창계 최고의 학원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엽현이 황급히 전음석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전음석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던 엽현이 고개를 돌려 강구를 바라보았다.
“고무족에 일이 생겼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