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진짜 안 도와줄 거야?
“거짓말이야! 이게 가능할 리가 없어!”
엽현의 주먹에 멀리 날아갔던 여인이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여인이 엽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바로 이때, 장내에 누군가의 노기 띤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 노옴-!”
순간, 여인의 주변으로 강대한 풍압이 불어 닥쳤다. 그러자 여인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때, 단상 위로 어느새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풍성한 수염을 가슴께까지 늘어뜨린 노인이 여인을 향해 호되게 꾸짖었다.
“어찌 신성한 측시주 앞에서 소란을 피운단 말이냐!”
그러자 여인이 다소 두려워하는 눈빛을 보이더니 노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봉 사부를 뵙습니다.”
노인이 더이상 여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음… 검수인가?”
“그렇습니다.”
“검황?”
엽현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검선이라는 것을 밝히기보다 한 수 숨겨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검황!
그 말에 사람들이 감탄의 시선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사실 도일성 안에서 검황은 최정상 급까지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우수한 것이었다.
게다가 검수의 전투력은 다른 무인들에 비해 상당히 뛰어났다.
노인 역시 엽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린 나이에 검황과 진 어법의 경지를 이루었으니, 얼추 자격은 된다 하겠구나. 나를 따라오너라!”
노인이 엽현을 데리고 떠나가려 할 때, 노인에게 꾸지람을 들은 여인이 소리쳤다.
“봉(封) 사부! 저도 측시주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음?”
봉 사부라 불린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어디 한번 해 보거라!”
그러자 여인이 재빨리 측시주 앞에 섰다. 그녀가 양손을 복부까지 끌어당기자 한 줄기 무형의 기운이 그녀의 체내에서 소용돌이치며 흘러나왔다. 순간, 짧은 기합과 함께 그녀의 일 장이 측시주에게 강하게 부딪쳤다.
쾅-!
측시주가 가볍게 흔들림과 동시에 ‘인’부분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그다음은 ‘현’ 부분에 불이 켜지고, 곧이어 ‘지’ 부분까지 도달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마침내 ‘천’ 부분에 불빛이 희미하게 들어왔지만, 아쉽게도 이내 꺼져버리고 말았다.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여인이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봉 사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음… 꽤나 하는구나. 너도 나를 따라오너라!”
그 말을 들은 여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바로 그 순간, 또 다른 한 남자가 단상 위에 올라섰다. 이십 세 가량으로 보이는 남자는 평범한 무명옷을 입고 있었다. 특이하게 쇠로 만든 신발을 착용하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자가 아무 말 없이 측시주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쾅-!
순간, 측시주 가장 상단에 불이 들어왔다.
천!
이 모습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심지어 봉 사부마저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외공(外功)을 익혔느냐?”
봉 사부의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외공 수련만으로 이 정도 경지에 이르다니, 훌륭하도다! 너희 모두 날 따라오너라!”
그렇게 엽현 등 세 사람은 봉 사부를 따라 나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깊은 숲속이었다.
봉 사부가 발걸음을 멈추고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 산맥을 넘어서면 바로 도일학원이 나온다. 만약 무사히 도일학원에 도착한다면 그때부터는 도일학원의 학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반에 들어가게 될지는 지금부터 너희가 보여주는 성과에 달렸다.”
“산맥을 넘는데 금지사항이라도 있습니까? 무조건 걸어서 넘어야 한다든지 어떤 조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엽현이 물었다.
“어떤 것도 금지된 것은 없다. 하지만 노부가 충고 한마디 하자면, 가능한 서로 협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희 같은 천재들은 보통 스스로에 대한 자만이 가득해 협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너희 스스로 그런 마음가짐을 깨부수지 못한다면, 장담컨대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봉 사부가 산맥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무명옷을 입은 남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숲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반드시 너보다 빨리 도착할거야!”
엽현의 곁에 있던 여인 역시 빠른 걸음으로 숲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엽현은 제자리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졌다.
이때 엽현이 뭔가 고민하더니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검신에 올라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이때, 강력한 위압이 그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더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위압이 더욱 강해지는 바람에 엽현은 결국 지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순간 그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엽현은 이내 비검으로 산맥을 넘는 것을 포기하고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숲 안은 마치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숲이 조용하다는 것은 무언가 있다는 뜻이었다.
엽현이 걸음을 빨리하려는 순간, 지면에서 갑자기 진동이 느껴졌다. 그가 정면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소의 모양을 한 검은 요수 한 마리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만약 엽현이 일반인이었더라면, 기둥처럼 단단해 보이는 네 다리로 달려드는 요수의 등장에 곧장 혼절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엽현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한 줄기 검의가 방출됐다. 이때였다. 그 기운을 느낀 요수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왔던 방향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이에 당황한 것은 엽현이었다.
‘뭐야? 그냥 이렇게 도망친다고?’
‘혹시 이 몸의 강함을 보고 곧바로 도망친 건가?’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로 이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정면에 소리소문없이 한 중년인이 나타났다.
파공경!
엽현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도일학원의 무인들일까?
“네가 바로 그 엽현이로구나!”
순간 엽현의 미간에 패인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도일학원 사람이 아니군.”
“엽현… 우리가 널 만나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아느냐?”
중년인이 엽현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우리? 그대가 말하는 우리가 누군가?”
“훗, 그건 네가 알 바 아니다. 네가 알아야 하는 것은 계옥탑을 내놓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뿐이다!”
‘계옥탑이라고?’
엽현은 가슴이 철렁해졌다.
“과연 계옥탑을 노리는 자였군…….”
중년인이 계속 엽현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그런 보물을 지니고 있는 한 네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탑을 내놓거라. 그래야 네게도 이로울 것이다.”
“탑을 내놓는다면 나를 놓아줄 것인가?”
중년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내가 원하는 것은 탑이지 너의 목숨이 아니다.”
“흠… 그나저나 도일학원에 영역에 들어와서 강도짓을 하려 하다니, 대담하기 짝이 없군.”
“하하하! 이런 외지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그들이 신경 쓰겠느냐? 그리고 주위를 한 번 둘러봐라.”
엽현이 심안으로 주위를 살피자, 과연 그와 중년인 주위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막혀 있는 것이 보였다.
중년인이 엽현을 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래도 반항할 텐가?”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생각은 없다.”
“잘 생각했다! 그럼 어서 내놓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뭔가 말하려 할 때, 중년인이 순식간에 엽현을 향해 일 장을 날렸다.
엽현이 빠르게 반응하여 재빨리 몇 장 뒤로 후퇴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중년인의 손은 여전히 엽현의 바로 앞에 붙어 있었다.
이에 엽현이 어쩔 수 없이 도망치는 대신 체내의 검의를 일으켰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엽현의 신형이 십여 장 밖으로 날아갔다.
“호오, 나쁘지 않은 실력이로구나!”
중년인이 곧장 자신의 앞 공간을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공간이 뜯겨 나가는 동시에 그의 손아귀 안으로 어두운 힘이 빨려 들어갔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중년인이 엽현을 향해 폭발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때, 그의 주먹이 지나치는 공간은 예외 없이 찢겨져 나갔다!
이를 바라보던 엽현이 아무런 표정 없이 마음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한 자루의 반투명한 검이 나타났다.
공간지검!
엽현이 검자루를 낚아채는 동시에 정면을 향해 세차게 검을 찔러 들어갔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쾅-!
중년인의 신형이 곧장 삼십여 장 뒤로 튕겨져 나갔다. 중년인이 왼손을 뒤로 보내 공간지력을 방출하자, 그제야 제자리에 멈춰 설 수 있었다.
허나, 그의 오른손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중년인이 자신의 손과 엽현을 번갈아 보더니 냉랭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널 얕보지 않아 천만다행이구나! 그렇지 않았더라면 방금 전 일 검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엽현이 검을 쥐고 천천히 중년인을 향해 다가갔다.
“정체를 밝혀라.”
중년인이 대답하려는 순간 엽현이 원래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중년인이 깜짝 놀라 앞으로 일 장을 뻗어냈다. 순간 공간이 길게 찢어지며 그의 손바닥으로 다시 공간의 힘이 모여들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손바닥에 모인 공간지력이 정면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쾅-!
중년인이 방출해 낸 기운은 엽현의 검 앞에 힘없이 사그라들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의 왼손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중년인이 이를 악물고 후퇴하려는 순간, 이미 차가운 검끝이 그의 미간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중년인이 한껏 분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검선… 검선이었다니…….”
푹-!
검이 중년인의 미간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검을 회수한 엽현이 천유계를 들이밀자, 중년인의 육신이 천천히 투명해졌다.
“엽현… 오늘 날 죽인다 해도, 결국 그들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네 목숨은…….”
“아 참, 말 많네. 그냥 죽어라.”
엽현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중년인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그는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중년인이 완전히 천유계 안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주위를 감싸고 있던 투명한 결계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중년인이 남긴 납계에는 천계 영기 두 점과 자원정 삼만 개가 들어 있었다.
‘이 정도면 쏠쏠하군!’
엽현은 마치 국밥 한 그릇 먹은 것처럼 든든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 시진 가량 전진하던 엽현의 귀에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서 가보니 그에게 까칠하게 굴던 여인이 세 마리의 요수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 있었다.
여인은 완전히 수세에 몰린 상황이었다. 심지어 상처까지 입은 듯했다. 만약 엽현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때, 여인이 엽현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꽥 질렀다.
“뭘 멍청히 서 있어! 안 도와줄 거야!?”
그러자 엽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응, 안 도와줘. 고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