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듣기 싫으니까, 그냥 덤벼!
‘안 도와준다고?’
엽현의 말을 들은 여인은 순간 기가 차서 얼굴이 파래졌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반면 엽현은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자기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저런 여자는 초장에 버릇을 고쳐 놔야 해!’
엽현은 살면서 그녀와 같은 여인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었다. 이런 자들은 대개 집에서 오냐오냐 커온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문제는 자기 자신만 위할 줄 알았지, 남의 감정이나 어려움 따위는 개나 줘버린다는 것이었다. 세상을 자기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
그로부터 한참 후, 엽현의 뒤편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더니 누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다름 아닌 방금 전의 그 여인이었다.
여인은 온몸에 가득 상처를 입은 채로 엽현을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왜 길을 막고 있어, 저리 비켜.”
“내가 당하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쳤어!”
“하, 그게 뭐 어때서? 참… 내가 너를 왜 구해야 하지? 네가 날 공격하려 했던 건 새까맣게 잊은 거야?”
“남자가 쪼잔하게 뭘 그런 걸 다 기억해!? 너 남자 맞아?”
“쪼잔?”
엽현이 기가 찬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봐, 나는 그냥 네가 싫은 거야. 그리고 경고하는데, 너랑 나는 아무것도 얽힌 게 없으니 그냥 날 내버려 둬. 지금까지 충분히 힘들게 살아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또 피곤해지기 싫어, 알았어?”
엽현이 여인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다시 말했다.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둬. 제발.”
청성을 떠나온 이래로 엽현의 인생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니 이곳에서만큼은 조용히 지내고 싶은 게 그의 유일한 바람이라 할 수 있었다.
더이상 싸움이라면 진절머리가 난 것이다.
하지만 그의 희망과는 달리 여인은 다시 그의 신경을 자극했다.
“조용히 사는 거 좋아하네. 가만히 안 두면 어쩔 건데? 네까짓 게…….”
퍽-!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여인이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녀가 멈춰서 막 반격하려는 순간,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이마를 겨눴다.
그러자 여인이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눈을 크게 뜨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리도 실력 차가 날 줄은 여인은 예상하지 못했다.
엽현이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한 번만 더 건드리면 그땐… 죽는다.”
조용히 검을 회수한 엽현이 그녀를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홀로 남겨진 여인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반 시진 후, 드디어 숲을 빠져나온 엽현의 앞에 이번에는 거대한 협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곡 양쪽으로는 커다란 봉우리들이 구름 속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렇게 협곡을 가로질러 가던 중, 엽현이 갑자기 뒤로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그가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쿵-!
협곡 전체가 그 충격으로 거칠게 흔들렸다.
엽현이 고개를 치켜들자 오른쪽 봉우리에 서 있는 요수 하나가 보였다. 요수는 마치 사람처럼 손과 다리가 두 개씩 있었다. 머리는 소의 형상이었는데 전신에는 긴 털이 나 있었다.
요수가 무심히 엽현을 노려보더니, 순식간에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작은 산 하나가 달려오는 듯한 압박감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등 뒤에 있던 검갑에서 한 자루의 비검이 튀어 나갔다.
쾅-!
산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요수가 백장 밖 지면으로 고꾸라졌다.
요수가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때, 그의 눈앞엔 한 자루 검이 그를 향해 있었다.
요수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팍엔 언제 생겼는지 모를 기다란 검상이 나 있었다.
이를 본 요수가 괴성을 지르며 엽현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요수가 지나치는 공간은 모두 파문이 일 정도였다.
이때, 엽현의 손가락이 빈 허공을 가리켰다.
쉭-!
한 줄기 검광이 그의 손끝에서 쏘아지듯 날아갔다.
요수가 주먹을 말아 쥐고 그대로 검광을 힘으로 부숴버렸다. 하지만 이때 또 다른 검 한 자루가 요수의 주먹을 강타했다.
쾅-!
요수가 수십 장을 밀려나 멈춘 순간, 다시 검 한 자루가 날아와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요수가 양팔을 교차해 자신의 머리를 보호했다.
쾅-!
요수의 다리가 반쯤 땅속에 묻혔지만, 이내 다시 지면으로 솟구쳤다. 그러나 요수는 두 번 다시 엽현에게 덤빌 생각을 못 하고 꼬랑지를 내렸다. 요수의 눈에는 이미 엽현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상태였다.
엽현이 아무 말 없이 요수를 지나쳐 걸어갔다.
요수가 엽현의 등을 바라보며 천천히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이 걸음을 멈췄다.
“또 덤비면 이번에는 죽는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요수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인간! 오만하다!”
순간, 요수의 양팔이 비정상적으로 부품과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강대한 역량이 치솟았다.
그러나 이때, 요수의 눈앞에 돌연 한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순공일검(瞬空一劍)!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에, 요수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쾅-!
엽현의 일격은 요수를 십여 보 물러나게 하긴 했지만, 그의 단단한 머리를 부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요수가 엽현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발아래 대지가 갈라짐과 동시에 엽현을 향해 무형의 기운이 날아갔다.
이를 본 엽현이 다소 어두워진 표정으로 손을 펼쳤다. 그러자 대지의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에 한 자루의 검을 생성했다.
대지지검(大地之劍)!
엽현이 곧장 대지지검을 쥐고 전방을 향해 맹렬히 휘둘렀다.
쾅-!
그야말로 하늘을 찢고 땅을 부술만한 위력이었다.
대지지력의 힘은 요수의 공격을 그대로 삼킨 후, 요수마저 백여 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엽현을 노려보며 요수는 힘겹게 겨우 서 있었다. 순간, 갈기갈기 찢어진 그의 육체에서 피와 내장이 쏟아지며 요수 역시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어느새 엽현은 요수 앞에 나타났다. 그가 요수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으려 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울렸다.
“시체는 놔둬.”
엽현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무명옷의 남자가 서 있었다.
엽현이 씩 웃으며 물었다.
“왜 그래야 하지?”
“왜냐하면, 내가 갖고 싶으니까!”
“하하하! 좀 더 그럴싸한 이유는 없는 건가?”
엽현의 대답에 무명옷의 남자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싫다면, 죽는 수밖에!”
그 말에 순간, 엽현이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자를 향한 엽현의 검에는 대지지력뿐만 아니라, 선악검의마저 깃들어 있었다.
검의 위력을 느낀 남자가 다급히 한 발을 뒤로 빼며 오른손 주먹을 내질렀다.
쾅-!
남자의 주먹과 엽현의 검이 거세게 충돌함과 동시에 남자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무려 백여 장을 밀려나서야 멈춰선 남자의 앞에 또다시 엽현의 검이 날아왔다.
쿵-!
남자가 다시 한번 수십 장 뒤로 뒷걸음질 쳤다.
울컥.
남자가 선혈을 토해내는 순간, 엽현의 검은 이미 남자의 미간을 겨누고 있었다.
“이거 참……. 내가 다들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가?”
여전히 수십 장 떨어져 있는 엽현이 뒷짐을 진 채 천천히 남자를 향해 걸어왔다.
“놈!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엽현이 남자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상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전혀 겁먹지 않았군.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있다는 건가?”
남자가 엽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죽이려면 바로 죽일 것이지, 무슨 말이 그리 많은 것이냐!”
엽현이 씩 웃으며 검 자루를 쥐었다.
바로 이때였다.
“멈춰라!”
엽현이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노인이 공간을 열고 황급히 걸어 나왔다.
파공경 강자였다.
노인이 엽현을 죽일 듯 노려보며 소리쳤다.
“놓아 주거라!”
엽현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놓아 주란다고 놔 주면 내 체면이 뭐가 되오?”
순간 노인의 눈이 가늘어짐과 동시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너는 노부가 누구인 줄 아느냐?”
“하하! 내가 그걸 어찌 알겠소?”
노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기회를 주마. 그를 놓아주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도일학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을 것이다!”
“아하, 이제 알겠군. 그대는 도일학원과 관련된 자로군!”
“어서 검을 치워라!”
“검을 치우기 전에 먼저 이 자의 잘못부터…….”
“노부는 네 놈의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어서 아이를 풀어 주거라!”
말과 동시에 노인이 엽현을 향해 한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강대한 기운이 엽현을 향해 휘몰아쳤다.
바로 이때, 검 자루를 쥔 엽현의 손이 앞으로 전진했다.
푹-!
검이 그대로 남자의 미간을 꿰뚫고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이 눈을 부릅떴다.
검에 머리가 뚫린 남자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비쳤다. 이내 그 눈빛은 후회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원래 그는 노인을 믿고 배짱을 부린 것이었다. 헌데, 설마하니 엽현이 노인 앞에서 살수를 쓰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노인이 허겁지겁 달려와 남자의 시신을 부둥켜안았다. 하지만 이미 그는 절명한 상태였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시체를 바라보며 노인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할애비가 곧장 입학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괜히 시험을 치루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그러게 왜 말을 듣지 않았던 게냐……. 왜…….”
순간, 노인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눈빛은 이미 반쯤 실성한 상태였다.
“죽이겠다……. 산채로 찢어 죽일 것이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노인이 마치 야수와 같은 기세로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엽현 역시 노인을 향해 달려들며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쾅-!
천둥 소리가 협곡을 가득 메움과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 수십 장씩 밀려났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노인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너… 어떻게…….”
생각보다 강한 엽현의 일격에 노인은 다분히 놀란 모습이었다.
반면 엽현은 태연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일학원의 무인이 시험을 보러 온 학생들에게 이렇게 마구잡이로 공격해도 되는 것인가?”
“너, 너는 도일학원의 영역에서 함부로 살인을 범했다. 도일학원의 스승으로서 당연히 너를 처단할 권리를…….”
이때, 엽현이 노인의 말을 끊었다.
“아까는 내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더니, 이제와서 나와 대화를 하려는 건가? 시끄럽고, 더이상 듣고 싶지 않으니 덤벼라!”
순간, 엽현이 노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이 달려드는 것을 본 노인의 눈초리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에서 붉은 살의가 흘러나왔다. 노인이 오른손을 뻗자, 그의 앞 공간이 갈라지면서 기이하고 어두운 힘이 그의 손아귀로 흘러들어왔다. 노인이 엽현을 향해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이었다.
“멈추시오!”
하늘이 쩌렁쩌렁하게 울림과 동시에 갑자기 노인 하나가 장내에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봉 사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