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그럴만한 가치가 있소?
엽현과 노인이 순간 동작을 멈췄다. 하지만 엽현의 검에서는 여전히 검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노인의 검은 기운 역시 흩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봉 사부가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목창(穆昌) 형! 이게 뭐 하는 짓이오!”
목창이라 불린 노인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왜 나를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그런 질문은 응당 저 녀석을 향해야 하는 것이 아니오!?”
그 말을 들은 봉 사부가 뭐라 대꾸하려는 순간, 그의 눈에 무명옷 남자의 시체가 들어왔다. 순간 안색이 변한 봉 사부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가 그런 것이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살수를 쓴 것이냐?”
봉 사부의 차가운 물음에 엽현이 담담히 대답했다.
“제가 이곳에서 요수를 한 마리 잡았는데, 갑자기 이 자가 나타나서 자신에게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죽인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봉 사부가 고개를 돌려 요수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이 번뜩였다.
“네가 죽인 것이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을 바라보는 봉 사부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요수는 진 어법경이었다. 동일한 경지라면 인간은 요수를 상대로 이기기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엽현은 진 어법경의 요수를 제압한 것도 모자라 목창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봉 사부는 엽현이 처음부터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봉경(穆昌), 놈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오?”
목창의 물음에 봉경이 그에게 되물었다.
“목 형은 어떻게 했으면 하오?”
“흥! 당연 이 자리에서 제거해야 하오!”
“그러나 목 형, 그대의 손자가 먼저 손을 쓰지 않았소?”
목창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봉경, 지금 살인자를 비호하려 드는 것이오?”
봉경이 고개를 저었다.
“그를 감싸는 것이 아니라, 규칙대로 하자는 것이오. 시험과정에서 생사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지게 되어 있소. 하물며 그대의 손자는 남의 물건을 빼앗으려다 오히려 화를 입은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 있겠소?”
순간, 봉경을 바라보는 목창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어떻게 그대가 나에게 이럴 수가… 어디 두고 봅시다! 그리고 너!”
목창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조만간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말을 마친 목창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봉경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 번거로울 일이 생기겠구나.”
“괜찮습니다. 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닙니다.”
천진하게 웃어 보이는 엽현을 향해 봉경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이야, 매사 행동을 할 때는 심사숙고한 뒤 결정해야 한단다. 감정대로 일을 처리하려다가는 너와 네 주변을 번거롭게 할 뿐이다. 명심하거라.”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꼭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너를 보았을 때부터 성격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만약 도일학원에 들어가게 되면 부디 성격을 조금 바꿔보도록 하거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다.”
“헤헤, 그러나 제가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항상 절 건드는데 어떻게 합니까?”
“모욕을 참을 줄 아는 것도 무인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자, 나를 따라오너라.”
봉경은 그대로 뒤로 돌아 어디론가로 향했다.
엽현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뒤, 요수의 시체를 챙겨서 봉경의 뒤를 쫓았다.
봉경은 엽현을 데리고 점점 산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점점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반 시진 후, 그들은 어느 한 거대한 성에 도착했다. 산맥을 빗대어 만든 성은, 후방과 양옆이 막혀 있었고 정면만이 뚫려 있었다. 성의 상공에는 거대한 인(印) 하나가 희미하게 떠 있었다.
“여기가 도일학원입니까?”
엽현의 말에 봉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도일학원의 외원(外院)이다.”
“외원?”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내원도 있습니까?”
“물론! 그러나 일반 학생은 내원에 들어갈 수 없다.”
“어, 어째서 안 된다는 것입니까?”
“우리 도일학원은 매년 성역 곳곳에서 최고의 기재들만 받아들인다. 그중에서도 특출 난 한두 명의 학생들만 내원으로 갈 수 있다.”
내원(內院)!
엽현이 고개를 들어 앞쪽의 성을 바라보았다.
안란수와 엽령은 과연 내원에 있을까, 아니면 외원에 있을까?
봉경은 엽현을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왔다.
성안은 기이하리라 만치 고요했다. 게다가 한참을 걷는 동안 엽현은 단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못했다.
엽현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는 그의 생각한 학원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이상해할 것 없다. 밤이 되면 매우 시끌벅적해질 테니. 너는 아직 학생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다. 다만, 삼 일 후에도 살아 있다면 그때부터 너는 도일학원의 학생이 될 것이다!”
달랑 이 한 마디를 끝으로 봉경의 신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엽현은 멍한 표정으로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여기서 삼 일을 버티라고? 도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엽현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안은 여전히 고요하기만 했다.
엽현이 이내 체념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괴물이라도 나올 테면 나오라지! 어차피 검으로 쓱싹 해 버리면 끝나는 것을!”
엽현은 이내 계옥탑 안으로 들어왔다. 소령은 오늘도 신나게 뛰어놀았는지, 벌써 잠들어 있었다. 이 층 존재는 뭘 하는지 매일같이 탑 이 층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엽현은 탑의 삼 층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삼층을 둘러보던 엽현은 불현듯 현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곧 혼돈지기가 그의 몸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본 엽현은 그의 상태가 예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가 달라진 것인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이번에 그는 혼돈지기를 느껴보았다.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혼돈지기였다. 엽현이 문득 손을 펼치자, 그의 손바닥 안에 한 줄기의 혼돈지기가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사방의 영기(靈氣)들이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비단 그의 주위뿐 아니라,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영기들에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었다.
이를 느낀 엽현이 깜짝 놀라 혼돈지기를 거둬들였다.
‘혼돈지기가 천지의 영기를 끌어당기는 것인가?’
“흠… 앞으로 더 시간을 들여 혼돈지기를 연구해 봐야겠군.”
혼돈지기 외에 그가 살펴봐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세 번째 도칙이었다.
세 번째 도칙을 손에 넣은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건만 그는 아직 그게 무슨 작용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꿈과 관련된 점만 빼고 말이다.
그 대단한 천유종을 홀로 멸망시킨 세 번째 도칙이었다.
과연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단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 세 번째 도칙이 엽현을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엽현은 이미 몇 차례 도칙을 불러보려 했지만, 도칙은 그를 무시하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억지로 도칙을 끄집어내는 짓은 엽현으로서도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세 번째 도칙을 찍어 누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놈으로 검을 만든다면 순공일검보다 훨씬 더 강력할 텐데!’
엽현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엽현은 그가 들어왔던 성 입구를 향했다. 그가 성벽에 올랐을 때, 그에게서 수십 장 떨어진 성벽 양쪽에 각각 한 사람씩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두 남자는 모두 이십 대로 보였다. 똑같이 매우 비장한 표정을 하고서 성 밖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때, 엽현이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대지가 떨리면서 검은 생명체 하나가 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요수!
엽현이 다소 긴장하며 주먹을 쥐었다. 이곳은 청창계가 아닌 만큼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이때, 한 마리였던 요수는 어느새 십여 마리로 불어나 있었다.
순간 엽현은 성문이 열려 있던 것을 기억해냈다.
아니나 다를까. 무혈입성한 요수들 중 한 마리가 엽현을 발견하고는 성벽 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엽현은 제자리에서 한발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그의 등 뒤의 검갑에서 한 자루 비검이 쏘아지듯 날아갔다.
쾅-!
그를 향해 달려들던 요수가 그대로 튕겨지듯 날아갔다.
다시 몸을 일으킨 요수가 다소 경계의 눈빛으로 엽현을 바라보더니 다시 성벽 위로 달려들었다. 번개처럼 솟구친 요수의 몸은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엽현은 작은 산 하나가 달려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한 엽현은 양손으로 검을 쥐고 요수를 향해 맹렬히 내리쳤다.
쾅-!
성벽 전체가 요동치는 동시에 요수가 백여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 요수가 엽현은 한 번 노려보더니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본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렇게 도망간다고?’
“그대는 검수인가?”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엽현의 왼편에서 들려왔다.
엽현이 몸을 돌리자,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 양쪽에는 두 개의 단도가 꽂혀있었다.
여인의 용모는 매우 아름다웠다. 마치 훌륭한 조각가가 정성스레 깎아 만든 듯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만나서 반갑소. 나는 하연선이오.”
“엽현이라 하오.”
엽현에게서 시선을 뗀 하연선이 성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이십여 마리의 요수가 십여 명의 무인을 포위하고 있었다.
“저 요수들은 영악하기 그지없어,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상대에겐 결코 달려들지 않소.”
“우리처럼 말이오?”
하연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오기 전, 성에는 서른두 명의 무인이 있었소. 그것이 지금은 십여 명으로 줄어든 상태고, 날이 밝으면 또 얼마나 줄어들지 알 수 없소.”
“이렇게 목숨까지 걸 정도로 도일학원이 가치가 있는 것이오?”
“물론! 도일학원의 학생이 되는 것만으로도 미앙성역 전체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소. 게다가 어마어마한 수련자원도 무시할 수 없소.”
“그렇지만…….”
퍽-!
엽현이 막 말하려던 찰나, 한 남자가 요수에게 맞아 쓰러졌다. 엽현이 재빨리 몸을 날리려 하자, 하연선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엽현이 의아한 눈초리로 하연선을 바라보았다.
“이는 그들이 선택한 길이오. 저들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이 성을 떠날 수 있소.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목숨을 걸고 버티는 것이오. 그런데, 그대가 어쭙잖게 도움을 주고자 나선다면 오히려 그의 심경을 깨뜨려버릴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