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복수? 하루면 충분하다
엽현은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에 뒤덮여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그의 전신에서 방출된 검광이 분출되어 신비한 힘에 대항할 수 있었다. 덕분에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두 발이 지면에 닿은 것을 느낀 엽현은 곧장 대지지력을 응집해 대지지검을 만들어냈다.
쾅-!
엽현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그를 감싸고 있던 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엽현은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가 서 있는 절벽 밑바닥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매우 어두웠다. 하지만 절벽 표면에 간혹 빛을 내는 돌이 박혀 있었기에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물체는 분간이 가능했다.
순간, 엽현이 대지지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엽현이 검의 검을 단단히 쥐자, 그의 발밑을 통해 대지지력이 밀물처럼 딸려 들어왔다.
바로 이때였다. 발밑이 흔들리더니, 강대한 압력이 정면에서 불어 닥쳤다.
압력을 느낀 엽현은 정면으로 파고들며 양손으로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엽현의 일검정생사는 이전에 비해 한 단계 강력해진 상태였다.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균열을 일으키며 떨어져 나갔다.
정체 모를 생명체 하나가 빠르게 달려와 검에 부딪쳤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달려들었던 생명체가 괴성을 지르며 허공으로 날아갔다.
희미한 빛에 비쳐본 생명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대한 진 어법경의 요수였다. 엽현의 검에 가격당한 요수는 그대로 머리가 부서져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날 죽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덤벼 봐라!”
엽현이 주변에 소리침과 동시에 자신의 검을 냅다 지면에 꽂아 넣었다.
쾅-!
강력한 검기가 사방으로 튀어 나가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요수들이 황급히 뒷걸음질쳤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무형의 기운이 마치 해일처럼 엽현을 향해 압박해 들어왔다.
호흡을 곤란하게 만들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엽현은 재빨리 악념검의를 소환해 자신의 몸을 감쌌다. 그러자 어느 정도 상대의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발소리가 멈추고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한 여인이었다.
여인은 스무 살 정도로 앳된 얼굴이었다. 검고 긴 치마를 착용한 상태였다. 엽현 바로 앞에 멈춰선 여인은 턱 끝을 올리고 엽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간, 천방지축으로 잘도 날뛰더구나.”
“흥! 이렇게 큰 함정을 파 놓은 걸 보니, 그자가 돈을 많이 풀긴 푼 모양이로군! 그러나 도일학원 학생인 내게 이런 짓을 했다간 너희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네가 여기서 죽으면 사고라고 여기겠지 누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겠느냐?”
“하나 묻자. 얼마를 받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자원정 삼만 개.”
‘자원정 삼만 개? 내 목숨값이 그거 밖에 안 한다고?’
“그, 그렇게 싸게 해 줬어? 너희 무슨 봉사활동 하니?”
그 말을 들은 순간, 여인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장 엽현에게로 달려들었다. 이에 엽현이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쾅-!
검광이 흩어지고 엽현의 신형이 삼십여 장이나 밀려났다. 더 놀라운 것은 엽현이 들고 있던 천계 검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무식할 정도로 강하잖아!’
이 여인은 지금은 엽현이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여인이 다시 출수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엽현이 다급히 소리쳤다.
“자, 잠깐!”
멈칫한 여인을 향해 엽현이 구차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니 오해는 말아. 내 생각엔 그저 너희 같은 강자에게 자원정 삼만 개는 너무 적은 것 같아서 그랬던 거야.”
“그럼 얼마가 적당해 보이나?”
“음… 나 정도의 강자를 처리하는데 오만 개는 받아 내야지!”
여인이 엽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꿍꿍이지?”
그러자 엽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몸에서 갑자기 강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검선?!’
여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보아하니 이 여인은 엽현이 검선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듯했다.
그러나 여인은 이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검선이라… 내가 겁먹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엽현이 고개를 흔들더니, 말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납계 하나가 여인 앞으로 날아갔다.
납계를 확인한 여인의 눈가가 가볍게 흔들렸다. 납계에는 자원정 오만 개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여인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이지?”
“하하! 별거 아니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을 사귀고 돕는 걸 좋아한다. 고작 삼만 개를 받고서 출수하려 한다는 것은 너희들 사정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것 아닌가. 다른 속셈은 없으니 부디 받아 두거라. 참, 나는 엽현이라 한다!”
여인이 한참을 엽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마침내 납계를 받아들였다.
“정무(靖武).”
“…정무?”
“왜… 이상한가?”
“좋은 이름이다.”
이때, 여인이 다소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흠, 너 돈도 많은 거 같은데, 자원정 십만 개만 빌려줘.”
그 말을 들은 엽현이 묻지도 않고 납계 하나를 건넸다. 순간 여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납계 안엔 자원정 십오만 개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요구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빌려주다니.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빌려준 거다. 나중에 갚아라.”
“물론이지. 근데, 이름이 뭔가?”
‘음?’
순간 엽현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분명 방금 알려주지 않았던가?’
“엽현…….”
“엽현? 기억하겠다. 나는 정무라 한다.”
“…….”
통성명을 마친 후, 엽현은 검을 타고 다시 절벽 위로 올라갔다.
이때, 정무의 뒤로 요수 하나가 다가오더니, 떠나가는 엽현을 올려다보았다.
“전하, 이미 목창과 함께하기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틀린 정보를 준 그의 잘못이다. 그는 검황이라고 했지, 검선이라고 한 적이 없지않느냐? 검황이 죽는다면 어찌어찌 넘어갈 것이지만, 검선이 죽는다면 도일학원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 뻔하다. 그런 위험을 우리가 굳이 자초해야만 할까?”
그 말을 들은 요수가 침묵했다.
“게다가 저토록 어린 나이에 검선이 된 것을 보면, 그 뒤엔 반드시 막강한 세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자원정 삼만 개에 우리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무의 말에 요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바로 이때, 그들의 정면에 갑작스레 한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목창이었다.
“그를 죽이지 않았더군?”
목창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으며, 정무가 무표정으로 대꾸했다.
“왜 그의 실제 경지를 숨겼지?”
“실제 경지?”
순간, 목창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후… 모르면 됐다.”
정무가 고개를 흔들더니, 그의 앞으로 납계 하나를 날려 보냈다.
“일전에 받은 자원정이다. 돌려주겠다.”
목창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약속을 어기겠다는 건가?”
“약속?”
정무의 차가운 눈빛이 목창의 얼굴에 날아와 박혔다.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이걸 가지고 꺼지는 게 좋을 거다.”
그 말을 들은 목창의 안색이 심각하게 일그러졌으나, 감히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는 여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침묵하던 목창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만이라도 알려줄 순 없나?”
하지만 정무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내가 이대로 그냥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목창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가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그저 메아리만 울릴 뿐이었다.
한편, 정무는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그녀의 손안에는 엽현에게서 받은 납계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만약 그가 다시 대나무를 채집하러 내려오거든 방해하지 말라고 전해라. 무슨 부탁을 하거든 가능하면 도와주는 것도 잊지 말고.”
그녀의 곁을 걷던 요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 * *
절벽을 빠져나가며 엽현은 방금 전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정무와의 만남은 그로서는 다소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자원정 이십만 개를 지출하긴 했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만한 강자를 사귈 수 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지출이었다.
어차피 그에게 재물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베풀다보면 언제나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
사실 방금 상황에서 출수했더라면 손해 보는 쪽은 엽현이었을 것이다. 정무는 자신의 실력만으로 이길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는 다른 요수들도 숨어 있었다. 계옥탑을 사용했어야 할 긴박했던 순간이었다.
목창!
자신을 계속해서 위기로 몰아넣는 목창을 생각하자 엽현은 갑자기 치가 떨려왔다.
이러는 사이, 엽현은 곧 절벽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의 등장과 함께 절벽 가에 모여 있던 무인들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혼비백산하여 뒤로 물러났다.
“주, 죽은 거 아니었어?”
그도 그럴 것이 엽현이 어둠 속에 떨어진 후, 모두 그가 죽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하하! 운이 좋았소! 요수 형님들이 오늘은 채식하겠다고 날 놓아주지 뭐요!”
“……??”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하연선이 엽현에게로 다가왔다.
“역시, 한가닥이 있는 자였구려!”
“하하하! 이 정도로 죽을 수는 없지 않소! 참, 혹시 목창 사부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연선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뭘 하려 그러시오?”
“별일 아니오. 그저 볼 일이 있어서 그렇소.”
하연선이 뭐라 대꾸하려는 찰나, 한쪽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로 십 리쯤 가다 보면 산골짜기가 나오는데, 그 안에 사부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있소. 목창 사부 역시 그곳에서 기거할 것이오.”
엽현이 남자를 향해 포권을 취해 보였다.
“고맙소!”
엽현은 남자가 알려준 방향대로 신형을 날렸다.
이때, 하연선이 그 모습을 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엽현의 뒤를 쫓았다. 몇몇 무인들 역시 엽현과 하연선을 따라나섰다.
엽현은 곧 어느 협곡에 다다랐다. 그곳엔 여러 채의 대나무집이 세워져 있었다. 하나 같이 학생들의 것과 비교해서 대단히 컸다.
엽현이 막 지면에 발을 딛는 순간, 그의 눈앞에 황금색 검 한 자루가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볼 안에 빵빵하게 공기를 채워 넣은 엽현이 대나무집들을 향해 소리쳤다.
“목창 이 개자식아! 당장 튀어나와서 목을 내밀어라!”
순간, 엽현을 따라 막 장내에 도착한 하연선 등이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엽현의 복수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