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꼬우면 한 판 붙던가!
다시 이야기해 보자는 왕천애의 말에 대나무집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이때, 봉경이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 도일학원엔 그 이름을 빛낼 검수 하나가 필요합니다.”
“흠… 하지만 놈의 성격이 보통이 아닌 게 마음에 걸리오.”
막겸의 말에 봉경이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 불같은 성격이 만약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한다면? 그보다 치명적인 검이 있겠소?”
그 말에 막겸이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이에 봉경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나이에 검선에 오른 재능은 선검종(仙劍宗)이라 해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오.”
“허나… 목창을 죽인 일을 이대로 덮을 수는 없지 않소?”
“목창은 우리 학원 학생, 그것도 엄청난 재능을 가진 학생을 죽이려 했소. 이는 오히려 도일학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소!”
봉경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오? 바로 인재 아니겠소? 엽현을 이대로 내치기엔 그의 재능이 너무나 아깝소. 물론 놈의 성격이 다소 포악하긴 하지만, 이는 차차 관리하면 될 일이오.”
“하지만…….”
“봉 형의 말대로 합시다!”
막겸이 뭐라 의견을 내려 할 때, 왕천애가 먼저 끼어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확실히 잘못은 먼저 목창이 한 것이오. 엽현은 단지 자신을 방어했을 뿐이오. 그러나 이번 일을 이렇게 덮을 수도 없으니, 당분간 그를 외사제자(外事弟子)로 두어 백과원(百果園)의 일을 돕도록 합시다.”
외사제자(外事弟子)란 곧 잡부를 의미했다.
봉경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의 예리한 기세를 꺾을 수만 있다면 좋은 생각인 듯합니다. 지금 확실히 잡아놓지 않으면 훗날 속 꽤나 썩일 테니 말입니다.”
막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백과원으로 보내는 것으로 합시다.”
세 사람은 엽현에 대한 처리를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잠시 후, 막겸과 봉경이 자리를 떠난 후, 왕천애는 두루마리 하나를 펼쳐 들었다. 그 안에는 엽현에 대한 자료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쭉 읽어 내려가던 왕천애의 눈이 어느 곳에 이르러 멈췄다.
그곳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성제 현상방(星際懸賞榜)의 보물 보유 중…….]반 시진 후, 엽현은 봉경을 따라 한 정원에 이르렀다. 정원은 매우 크고 구역이 세분화되어 있었다. 각 구역마다 각종 영과나 영초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백과원이라는 곳이다. 네가 앞으로 할 일은 하루 세 번, 북쪽 삼십 리 떨어진 곳에서 영천수(靈泉水)를 길어다가 물을 주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꾀를 부렸다가는 경을 칠 테니, 그리 알거라.”
엽현이 침울한 표정으로 봉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봉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내가 뭐라더냐. 함부로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더냐. 특히 도일학원은 너보다 강하거나, 좋은 배경을 가진 자들이 아주 많은 곳이다. 이번엔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다음번엔 뼈도 못 추리는 수가 있다. 그리고…….”
봉경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너는 재능 있는 아이니만큼 한 달 후면 원래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게다. 그러니 제발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마음을 수양하도록 하거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봉 사부.”
엽현이 고개를 꾸벅이더니, 갑자기 봉경에게 납계 하나를 건넸다.
납계 안에는 자원정 일만 개가 들어있었다.
이를 본 봉경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게 무엇이냐?”
“저를 돌봐주신 것에 대한 작은 성의입니다. 부디 사부께서는 저의 마음을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봉경이 엽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융통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능구렁이가 따로 없구나…….”
봉경이 납계를 품에 넣으며 말했다.
“그럼 괜히 일 만들지 말고 잘 지내고 있거라. 하루 세 번 물주는 거 잊지 말거라!”
엽현은 떠나가는 봉경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봉경이 자신의 뇌물(?)을 받아준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든가? 받았으면 응당 그만큼 돌려줘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였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이 엽현이 가장 강력하게 믿고 있는 한 가지 진실이었다.
엽현은 백과원 안으로 발을 옮겼다. 백과원은 겉에서 본 것 이상으로 컸다. 영초와 영과가 다양한 종류로 있었다. 척 보기에도 보통 물건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열려 있는 황금색 영과들이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것이 다른 영과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대단해 보였다.
바로 이때, 소령이 빼꼼 머리를 내밀더니, 반쯤 눈이 풀린 상태로 황금 영과를 향해 달려가려다가 엽현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소령이 버둥거리며 원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엽현을 올려다보았다.
“왜 그래, 왜!”
“우리 거 아냐.”
“그게 어째서, 우리 거 아니면 먹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엽현이 갑자기 두통이라도 오는지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소령에게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영과가 사라진다면 그 뒷감당은 오롯이 자신이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상공에 보이지 않는 영기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이 백과원의 과실들은 모두 진법의 보호를 받는 듯했다.
이때, 소령이 두 손을 꼭 맞잡고 커다란 눈을 글썽이며 엽현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머, 먹고 싶어… 제발… 아… 현기증…….”
엽현이 품 안에서 원래 가지고 있던 영과를 한 알 꺼내 내밀었지만, 소령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나중에 영과 한 알을 따서 준다는 약속을 하고야 소령을 돌려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평화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듯했다.
엽현이 매일 일어나서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물을 길어다가 나무들에 물을 주는 것이었다.
이 간단한 일이 끝나면 그다음은 수련으로 이어졌다.
아니, 수련이라기보다 흡수라 하는 편이 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의 체내에는 아직 다 흡수하지 못한 강자들의 혼백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틈이 날 때마다 계속해서 그들의 혼백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
현재 그의 목표는 파공경이었다.
그렇게 2주가 흐르자 엽현의 몸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그의 경지가 진 어법경 절정에 달함에 따라 그의 혼백이 더 강성해졌다. 그와 함께 일검정혼의 위력도 더 강력해졌다.
일검정혼. 이 검기의 위력은 시전자의 혼백과 관련이 있다.
이전까지 일검정생사가 그의 가장 강력한 검기였다면, 이제 일검정혼 역시 그에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특히 영혼체(靈魂體)를 상대로 일검정혼은 상극이나 다름없었다.
그 외에도 그는 이곳에 있으면서 귀동냥으로 안란수와 엽령이 도일학원 내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놀랄만한 사실은 엽령이 이미 파공경을 뚫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엽현은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파공경이라니. 엽령은 아직 열네 살짜리 어린아이 아닌가!
열네 살의 파공경 강자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자신의 동생에게 벌어졌다.
게다가 엽령은 도일학원 원장의 진전(真傳) 제자로 발탁되어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엽현의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는 육신 재창조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월기 사부를 살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확실히 도일학원에서 그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내원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육신 재창조를 위해서는 갖가지 영약이며 보물 등 수많은 재료가 필요했다. 게다가, 절정의 강자가 직접 시술을 해야 하는 등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해도 결코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이는 월기 사부의 목숨이 걸린 일 아닌가!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나무에 물을 주고 백화원을 떠나려는 엽현이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손을 펼쳤다. 그러자 한 줄기 기류가 그의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혼돈지기(混沌之氣)!
엽현은 혼돈지기를 살며시 영과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기이한 변화가 일어났다. 영과가 갑자기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원래 크기의 두 배가 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영과에서 매우 달콤한 향내가 나와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엽현이 깜짝 놀라 영과를 바라보았다.
‘혼돈지기에 이런 작용이 숨겨져 있었던 거야?’
엽현은 생각지도 않은 수확을 거둔 느낌이었다.
혼돈지기만 있으면 자신도 엄청난 영과를 길러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종자가 필요했다.
종자!
순간 엽현은 고민에 빠졌다. 눈앞의 영과들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만약 누가 영과를 함부로 건드린다면 그 즉시 진법이 작동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흠, 진법이라…….’
엽현이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공간도칙!
공간도칙은 진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있었다.
엽현이 마치 도둑놈처럼 주위를 한 번 훑어보더니, 공간도칙을 이용해 재빨리 영과 한 알을 따냈다.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린 엽현이 주변을 살폈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진법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에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린 엽현은 곧바로 각종 영과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 영과나 영초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모두 최상의 것들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백과원 안에는 최상급의 영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 엽현은 가장 귀해 보이는 것들로 삼십여 종의 영과와 영초들을 채집해 냈다. 엽현은 이것들을 모두 계옥탑에 던져두었다. 그러고는 소령에게 책임지고 기르도록 시켰다. 소령은 기뻐하며 이 일을 맡았다. 이것들이 자라나면 매일 같이 영과를 실컷 먹을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웬 여인 하나가 백과원을 찾았다. 하얀 치마를 입은 여인은 장발을 휘날리며 매우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그녀 곁에는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풍기는 기운이나 용모가 영웅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팔자 좋게 늘어져 있던 엽현이 두 사람의 기척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과 마주한 엽현.
엽현이 자세히 보니, 두 사람의 가슴에는 작은 영패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영패에는 작게 ‘内(내)’라는 글씨가 박혀 있었다.
그 글자를 보니 엽현은 그들이 내원학원 학생들임을 알 수 있었다.
엽현이 정면의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두 분은 무슨 일로 오셨소?”
이에 여인이 엽현 앞에 부령(符令) 하나를 내밀었다.
“금령과(金靈果) 세 알을 가지러 왔다.”
엽현이 여인으로부터 부령을 받아들고서 금령과가 맺힌 나무로 다가갔다. 그가 부령을 나무에 가까이 대자, 금령과 세 알이 저절로 엽현의 품에 떨어졌다.
다시 돌아온 엽현이 부령과 금령과를 여인에게 내밀었다.
바로 이때였다.
여인이 고의로 자신의 손에 떨어지는 금령과를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엽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주워라.”
엽현이 어안이 벙벙하여 여인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난 이렇게 아무 짓도 안 하고 조용히 살고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시비를 거는 거야? 제발 좀 조용히 좀 살게 내버려 둘 수 없는 거냐!’
엽현이 속으로 외치고 있을 때, 여인이 엽현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주우라고. 안 들려?”
이때, 엽현의 귀에 남자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우면 한 판 붙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