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무너진 공간을 되돌린다고?
남산의 도전!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엽현은 놀라지 않았다.
“그보다 지난번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되었지?”
“이미 알아봤다. 안란수와 엽령은 내원에 들어온 직후부터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자화탑 삼 층에서 그들을 본 이는 없다. 내 생각엔 이 층에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학원을 떠났을 수도 있다.”
“자화탑 이 층?”
“이 층은 삼 층에 비해 매우 수련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웬만한 학생은 발도 디딜 수 없지. 설령 사대천왕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매우 특수한 신분의 학생이거나 일정한 공로를 세워야만 한다.”
“특수한 신분이란 게 정확히 뭘 지칭하는 거지?”
엽현은 호기심이 동했다.
“엽령이 바로 좋은 예라 할 수 있지. 열네 살도 채 되기 전에 파공경에 이른 천부적 자질이야. 이 정도라면 도일학원에서 특수한 신분을 얻기 충분하다.”
“그럼 엽령이 다른 사대천왕보다 자질이 더 훌륭하다는 건가?”
“하하,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지. 서로 처한 환경이 다른 것일 뿐……. 어쨌든 엽령과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도일학원에 도착했을 때, 원장이 직접 영접한 것도 모자라, 곧장 자신의 직전 제자로 삼았으니 말이지.”
엽현은 흐뭇한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동생이 미앙성역 최고로 불리는 도일학원에서도 특수한 신분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니!
“그나저나… 남산과의 결투, 자신 있나?”
“뭐, 최선을 다 해 봐야지!”
“남산이 사대천왕 중 하나가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니 최선을 다 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라.”
“충고 고맙군! 꼭 명심하지!”
엽현의 대답에 소과가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물러갔다.
장내에 홀로 남은 엽현. 오랜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 위로 누군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월기.
월기를 위한 육신을 만드는 일. 그가 도일학원에 온 이유 중 하나였다.
엽현은 이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다만 계옥탑에 대한 일이 얽히면서 고위층 인사에 이 주제를 꺼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더이상 질질 끌 수만은 없었다.
생각을 접어 둔 엽현은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와 계옥탑에 진입했다.
그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암창검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 * *
다음 날.
드디어 엽현과 남산의 운명을 가를 날이 밝았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분쟁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리고 어떤 분쟁은 도저히 말로 해결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도일학원은 생사주(生死柱)라는 것을 만들어 무인의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안배해 놓았다.
그러나 생사주에 오르게 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이는 학원 측에서 적극적으로 분쟁을 중재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엽현과 남산의 경우엔 그것이 불가능했다. 만약 중재를 한다고 해도, 어둠 속에서 암투를 벌일 것이 분명했다.
학원 측은 이처럼 제어할 수 없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그들에게 생사주를 허락했던 것이다.
이날 엽현과 남산의 대결을 보기 위해 생사주 주변은 이른 시간부터 학생들로 가득했다.
생사주 위엔 일찌감치 도착한 남산이 눈을 감고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 백령 등이 다소 초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학생들이 볼 수 없는 곳에 마련된 자리엔 몇몇 무인들이 조용히 장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대장로 등, 도일학원 고위층 인사들이었다.
이제 무대는 만들어졌다.
남은 것은 엽현의 등장뿐이었다.
이때, 엽현도 제시간에 무대 위에 도착했다.
엽현의 등장과 함께 남산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싸늘한 눈빛이 비수처럼 날아와 엽현의 얼굴에 꽂혔다.
“호계맹은 어떻게 멸망한 것이냐?”
“글세… 어떻게 망했을까?”
“창계검주가 살아있다는 게 사실이냐?”
“글쎄… 살아 계시려나?”
순간 남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가 이렇게 비열하다는 것은 정보엔 없었는데.”
“흠… 이봐. 호계맹은 이미 사라졌어. 그러니 나와 호계맹 간의 은원 역시 그와 함께……”
“끝났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남산이 갑자기 실소를 터트렸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청창계로 돌아간다면 호계맹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너와 창검종부터 멸망시킬 것이다!”
“음… 좋아, 좋아……. 꿈은 크게 가져야지, 암.”
엽현의 비아냥거림을 참지 못한 남산이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일반 무인의 눈으로는 쫓을 수조차 없는 빠른 움직임이었다.
바로 이때, 생사주 위에서 한 줄기 검광이 번뜩였다.
쾅-!
장내 무인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눈을 깜빡했더니 두 사람이 붙었다가 순식간에 제자리로 튕겨져 돌아갔다는 것만 알 수 있었을 뿐이다.
남산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스쳐갔다.
“역시 검선이라 이건가? 어디, 계속해 보자!”
말과 동시에 남산이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의 사방 공간에 균열이 일면서 그 틈으로 어두운 기운들이 마치 홍수처럼 그의 손바닥으로 흘러들어왔다. 곧, 그가 서 있는 생사주 전체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진동하기 시작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무인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갈 뿐이었다.
“어디, 이것도 받을 수 있나 보자!”
남산이 일 보 전진하며 가볍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빠직-!
순간, 남산 머리 위의 공간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더니 그곳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암흑 기운이 흘러나와 엽현을 향해 날아갔다.
이를 본 대장로가 깜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저런 식으로 파공을 운용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대장로의 눈빛이 엽현에게로 옮겨갔다.
‘엽현은 저놈이 과연 이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엽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정면으로 검을 찔렀다. 그 순간, 그의 검 끝에서 강대한 검광이 휘몰아쳤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생사주를 감싼 공간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양의 검광과 암흑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터져 나갔다.
이 엄청난 충돌에 구경하던 무인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폭발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었다. 귀를 찢을 듯한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누군가의 그림자가 생사주 끄트머리까지 튕겨져 날아갔다.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생사주 구석에 멈춰 선 엽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천계 검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검은 손잡이만 빼고 완전히 부서져 사방에 흩어진 상황이었다.
‘검이 부러졌다……?’
이를 목격한 소과 등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 버렸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과는 달리 엽현은 웃고 있었다.
검은 부러질 수 있어도 검심은 부러지지 않았다.
청창계를 나온 후, 젊은 일대 무인들 사이에서는 무적이던 엽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남산은 그에게 그것이 결코 사실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았다.
생사주 위, 엽현을 바라보는 남산의 표정은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
처음부터 얕보지 않고 공격했음에도 상대의 실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굳은 표정의 남산이 마침내 엽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점점 강해져 갔다. 마침내 그가 엽현에게서 수 장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땐, 그의 기운은 이미 파공경의 그것이 아니었다. 남산이 마지막으로 발을 내딛은 순간, 기운이 폭발했다.
쾅-!
쩌억-
순간적으로 생사주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나갔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 기운으로 인해 생사주 위의 공간은 마치 팔팔 끓는 물처럼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원경(源境)!
모두가 숨 쉬는 것도 잊은 이 순간, 남산의 목소리가 적막한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제 어떻게 나올지 매우 궁금하군!”
장내에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남산이 원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는 드물었다.
모두 알다시피 내원의 사부들 중에도 아직 원경에 머물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외원의 경우 파공경도 간신히 넘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남산은 학생의 신분으로 원경에 이른 것이다.
실로 무시무시한 재능이었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과연 엽현은 어떤 패를 보여줄 수 있을까?
생사주 위, 엽현은 아직 여유 만만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빨리 패를 꺼내 보이다니, 어지간히 불안했나 보군?”
“단지 더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널 죽인 후, 청창계로 돌아가 호계맹을 재건할 것이다. 그 다음은 자연히 창검종의 멸망이 되겠지. 네가 그 장면을 보지 못할 걸 생각하니 애석하군!”
남산이 주먹을 쥐었다.
빠각-!
그의 주먹 안에 들어온 공간이 가볍게 으스러졌다.
순간 남산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엽현의 앞에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남산의 주먹이 맹렬히 엽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두 사람이 서 있던 생사주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엽현 주변의 공간이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틈사이로 썰물처럼 밀려 나온 암흑 기운이 엽현을 집어삼킬 듯 날아들었다.
가공할 만한 위력의 일 권이었다.
한편,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고 있던 엽현이 마침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공간지력이 밀려들며 그의 눈앞에 공간지검을 만들어냈다.
몰려온 공간지력이 벌어진 공간의 틈을 순식간에 메워버렸다. 실로 놀라운 장면이었다.
이를 본 대장로 등의 표정이 일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저, 저것이! 어떻게 무너진 공간을 원래대로 되돌린단 말인가! 이 건 불가능하다!”
원사가 얼굴이 새까매져서 소리쳤다.
대장로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한편, 공간지검이 나타난 순간, 두 개의 검의가 검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엽현의 일 검!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쾅-!
두 개의 강력한 기운이 충돌하자, 이미 무너진 생사주는 아예 가루가 되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미친 듯이 뒤로 밀려났다.
바로 이때, 엽현의 검갑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다섯 자루의 검이 마치 번개처럼 남산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이 모습을 본 남산이 황급히 양손을 뒤로 보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강대한 기운이 흘러나와 밀려나던 그의 신형을 멈춰 세웠다.
검을 마주한 그때! 남산이 문을 열 듯이 양손을 펼쳤다.
“어(御)!”
순간적으로 검고 둥근 기의 방패가 남산의 앞에 생성됐다.
콰콰콰쾅-!
다섯 개의 비검이 모두 튕겨져 나갔지만, 어느새 다가온 엽현의 검이 반원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쾅-!
방패가 깨지면서 남산이 다시 한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채 몇 걸음 물러나기도 전에 남산 주위의 공간에서 난데없이 몇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순공일검(瞬空一劍)!
예상치 못한 공격에 남산이 이를 악물었다.
“장멸붕(丈滅崩)!”
쾅-!
순간 남산 주위의 공간이 붕괴되면서 그 안에 있던 모든 것이 파괴됐다. 이 가운데는 엽현의 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곧, 무너졌던 공간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남산의 안색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이런 기회를 엽현이 놓칠 리가 없었다. 그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두 사람 사이를 웬 노인 하나가 나타나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