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얼마나 위험한데?
대장로였다.
“대장로,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네가 이겼다. 이쯤에서 그만 두거라.”
“하지만,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 건 남산이었습니다!”
대장로가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엽현을 바라보았다.
“내 체면을 봐서라도 한 번 살려줄 순 없겠느냐?”
“…하지만 놈은 언제고 제게 복수하려 들 것입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남산이 너를 공격하려 한다면 내가 직접 그의 목숨을 거둘 것이라고 약속하마.”
대장로가 엽현의 입을 주시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마침내 엽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장로께서 이리 말씀하신다면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거두지 않는 대가로 남산의 납계를 가져가야겠습니다.”
대장로가 남산과 시선을 맞췄다. 그러자 남산이 잠시 머뭇거리다 손가락에서 납계를 빼어 엽현에게로 던졌다.
이를 본 엽현은 속으로 남산의 인내심을 높이 샀다. 수행이 부족한 자였더라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덤비다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남산의 납계 안에는 자원정 삼십만 개와 천계 급 보물이 아홉 점 등이 들어 있었다.
엽현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납계를 품에 갈무리했다.
“대장로, 그럼 먼저 물러나 보겠습니다.”
이때, 대장로가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납계 하나가 엽현 앞에 날아들었다.
납계 안에는 두 자루의 검이 들어 있었다. 천계 상품의 검이었다.
“이것은……?”
“노부는 검을 쓰지 않으니, 네가 맡아두거라.”
남산을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엽현은 대장로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대장로!”
엽현이 등을 보이며 장내를 떠나가자, 소과 등이 그의 뒤를 쫓았다.
“자! 가서 축하주라도 한잔하자고!”
“하하하!”
그렇게 엽현 일행은 웃음소리만을 남긴 채 장내에서 사라졌다.
남산 뒤편에 서 있는 백령 등의 표정은 매우 암울할 뿐이었다.
엽현이 사라지자 대장로는 말없이 서 있는 남산을 향해 다가갔다.
“결과에 승복하느냐?”
“…….”
“원경에 이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지금 너는 원력(源力)에 대한 이해가 털끝만큼도 없다고 할 수 있지. 게다가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장멸붕을 공격이 아닌 방어를 위해 사용한 것은 네가 얼마나 수세에 몰렸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저는 이 결과에 승복할 수 없습니다!”
대장로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그의 마지막 초식은 결코 너의 장멸봉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심지어 네가 밀려나기까지 하지 않았더냐? 검을 공간의 뒤편으로 보내 상대의 눈앞에서 다시 꺼낸다라… 너는 이 개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느냐? 공간지력의 운용에 한해서는 그놈은 천재라고 할 수 있다.”
“…….”
“게다가… 놈은 최후의 패를 보이지도 않았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그 말에 남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과연 엽현이 전력으로 출수했던 것일까?’
‘아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실력을 완전히 펼쳐 보이지 않았다!’
“남산, 삼 년이다. 삼 년 안에 결코 엽현을 찾아가면 안 된다. 만약 이것을 어긴다면 노부가 직접 네 목숨을 취하겠다. 삼 년이 지나면 네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네가 대단히 강해져서 엽현은 네 관심 밖이 되거나 그와의 격차가 더 벌어져서 더이상 복수를 꿈꿀 수 없거나.”
그렇게 대장로가 자리를 떠났다. 이번에는 원사가 다가왔다.
“후… 원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는 놈과 겨뤄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다. 놈의 몇몇 검기는 심지어 나조차도 쉽게 막아낼 수 없는 것들이니……. 아무튼 복수는 꿈도 꾸지 말거라. 목숨은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무인들은 하나둘 장내를 빠져나갔다.
가루가 돼 버린 생사주 위에 침울하게 서 있는 남산을 남겨둔 채.
* * *
엽현의 방안.
방 한가운데 탁자를 두고 엽현과 소과 등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장로만 아니었으면 완전 끝장낼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소과의 넋두리에 엽현은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아니, 너는 화도 안 나?”
“내가 왜 화를 내?”
“놈은 반드시 복수하러 올 거라고!”
“하하하! 한 번 이긴 상대인데 두 번이라고 못 이길까?”
엽현이라고 왜 죽이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이는 모두의 앞에서 대장로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행위였다. 설령 시도했더라도 대장로에 의해 막혔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반면 남산을 살려두면서 그가 얻는 이익은 매우 컸다.
훗날 남산이 복수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이 문제가 될 순 있었다. 하지만 엽현의 말대로 실력만 있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한참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 엽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자화탑으로 가자!”
“자화탑?”
“그곳엔 왜? 수련이라도 하려고?”
엽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남산의 구역을 뺏으러 간다. 오늘부로 자화탑 내의 그의 구역은 모두 우리 것이다!”
“……!”
그 말에 소과 등의 표정이 환해졌다.
남산은 지금까지 삼 층에서 꽤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만약 그 자리를 빼앗게 된다면 그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수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곧, 엽현 등은 자화탑 입구에 들어섰다. 탑 안에 첫발을 들였을 때, 엽현은 충만한 영력(靈力)을 느낄 수 있었다. 영력은 불같이 뜨거웠고, 패도하기까지 했다.
엽현 등이 삼 층의 남산의 구역에 도착했을 땐 남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백령 등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엽현이 나타나자 백령 등의 표정이 일순간 변했다.
“여러분, 이제 방을 빼셔야 될 것 같습니다만?”
엽현의 말에 백령 등의 눈빛이 어지러워졌지만,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순순히 물러났다.
이를 본 소과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끌어안았다.
“하… 매일 이곳에서 수련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삼 년 안에 원경에 이를 수 있을 거야!”
소과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내원의 무인들은 모두 천재 중의 천재였다. 그들이 알맞은 환경에서 수련에 전념할 수 있다면, 과연 그 성장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까?
순간, 엽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소과, 내원에 알고 지내는 학생이 몇 명쯤 되지?”
“왜, 사람이라도 모으려고?”
“맞아. 가능할까?”
소과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사람이 많으면 학원에서 내어주는 임무를 처리하기도 쉽고, 다른 자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
“우리가 차지한 구역은 결코 작지 않으니 충분히 몇 명 더 받아들일 수 있다. 소과 네가 가서 우리와 함께할 자가 있는지 알아봐 주었으면 해. 물론 품행이 개차반인 놈들은 빼고!”
소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생각 난 듯 엽현을 바라보았다.
“참,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이름을 하나 짓는 게 어때?”
“이름?”
엽현은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좋아! 결정했어! 우리 이름은 수문(秀門)이라고 하자! 천하에서 가장 우수한 무인들로 만든 종문!”
수문(秀門)!
수문을 창건한 일은 엽현에게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도일학원에서 수련하고 있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어디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천재들이었다. 그중에서 지금 그의 곁에 있는 소과와 일행들은 그중에서도 빼어난 잠재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쉽게 말해 머지않은 미래에 엽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천재 중의 천재라는 말이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강한 벗을 사귀어 두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현재 엽현은 내원 사대천왕이라 불리는 남산을 꺾고 그의 구역을 차지했다. 내원 안에서 엽현의 명성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었다.
내원에서 무리를 이끄는 자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실력과 자화탑.
그리고 엽현은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이점을 내세워 소과는 쉽사리 몇몇 무인들을 설득할 수 있었고, 수문의 구성원은 순식간에 아홉 명으로 불어나게 되었다.
모두가 파공경 이상의 강자들이었다.
물론 엽현을 제외하고 말이다.
돌로 된 동굴 안. 엽현이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주변에는 자화(紫火)의 기운이 충만했다. 일반 영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엽현의 몸을 들락날락했다.
엽현은 이내 수많은 무인들이 왜 목숨을 걸고 도일학원에 들어오려는지 알게 되었다.
자화탑에서의 수련은 바깥과 비교했을 때 몇 배는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 엽현은 이곳에서 파공경에 이르기로 마음먹었다.
얼마 전 남산과의 싸움은 엽현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다.
상대는 천계 검도 손쉽게 파괴해 버리는 실력자. 만약 공간지검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패한 쪽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남산의 경지가 안정된 상태에서 싸웠더라면, 공간지검으로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지의 격차는 분명히 존지했다.
이것은 그가 항상 겪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파공경에 이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비단 자화의 기운 만이 아니었다.
‘검, 검이 필요해!’
그가 경지를 올리기 위해선 천계 상품 이상의 검이 필요했다.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는 그조차 알 수 없었다.
현재 엽현은 천계 검 아홉 자루 외에 자원정 백 육십만 개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 천계 상품 검의 가격이 자원정 약 삼십만 개라는 걸 고려할 때, 수십 자루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엽현은 직감적으로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요구되는 검의 질이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엽현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이유였다.
‘나는 왜 이리 가난한 걸까?’
누가 들으면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엽현은 실제로 이렇게 느꼈다.
파공경 이후로도 많은 경지가 남아있었다. 이런 식으로 매번 검을 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돈, 돈이 필요해!’
순간, 엽현이 곁에 있던 소과를 쳐다보았다.
“소과, 지난번에 내게 자화탑 안에 자화정(紫火晶)이란 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자화탑 아래쪽에 자화도라는 통로가 있다. 그 통로를 쭉 따라 들어가면 자화정이 나온다고 하던데, 매우 위험하다고 했어.”
“위험하다고? 어떻게?”
엽현은 더더욱 궁금해졌다.
“자화도 안에는 화독(火毒)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게 보통 무인들은 일 분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해. 게다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독기가 더욱 강해진다고 하니, 웬만한 실력 아니고서야 도전조차 힘들 것이야.”
“그럼 자화정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