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설령 실패해도 도와줄 수 있다
소과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통상 자화정 한 알이면 자원정 백 개와 바꿀 수 있어. 이는 자화정 안에 녹아 있는 기운이 자원정의 수배에 달하기 때문이지.”
“정보 고맙군. 한 번 다녀와야겠어!”
“설마, 자화정을 구하러 가려는 것인가?”
엽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거든.”
“하지만 그곳은 매우 위험하다. 심지어 대장로 같은 고수들도 감히 접근하지 못한단 말이다!”
“걱정 마. 한 번 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나올 거야.”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가 입구까지 안내해 주지.”
자화도 입구까지 엽현을 안내한 소과는 곧장 왔던 길로 돌아갔다.
자화도 안쪽은 온통 시뻘겋게 달아오른 것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뜨거운 열기 가운데 불쾌한 기운이 섞여 있었는데, 엽현은 곧 이것이 화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독이라…….’
엽현이 결심한 듯 자화도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순간, 그의 체내에서 선념검의가 흘러나오더니 피부 속에 침투하려는 화독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선념검의로 화독까지 막아낼 수 있다니!’
또 한 번의 뜻밖의 발견에 엽현은 활짝 웃었다.
그로부터 반 시진쯤 지나자 엽현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화독이 짙어지는 바람에 검의의 보호를 받음에도 숨이 막혀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계속 나아가던 엽현은 자화정으로 보이는 돌들을 발견했다. 돌은 주먹만 한 크기였는데, 피처럼 붉고 화기가 가득했다. 자화정 안에는 과연 순수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가 발견한 자화정이 고작 십여 개뿐이라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티끌을 모아도 티끌인 상황이었다.
‘너무 적어!’
아쉬운 대로 발견한 자화정이라도 챙긴 엽현은 계속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다시 한 시진쯤 지났을 때 엽현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검의가 더이상 화독을 버티지 못하고 벗겨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돌아가야 하나?’
엽현은 더 앞쪽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왜냐하면 처음 자화정을 발견했을 때부터, 깊이 들어갈수록 더 많은 자화정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그가 획득한 자화정은 천 개 남짓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들어갔다간 화독에 의해 중독될 지도 몰랐다.
이때, 엽현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독?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손으로 무릎을 때린 엽현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이내 그 위로 한줄기 혼돈지기가 모습을 보였다. 혼돈지기의 등장과 함께, 그를 둘러싸고 있던 화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를 본 엽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예상대로 혼돈지기는 독성을 가진 물질과 극성이었던 것이다.
이제 화독도 사라졌으니, 엽현은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엽현은 빠른 속도로 전진하며 자화도 양쪽 벽에 붙어 있는 자화정을 빠르게 채집해나갔다.
‘돈이다, 돈… 히히히…….’
그야말로 땅에 떨어진 돈을 줍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 시진이 더 지났을 때, 엽현의 납계에는 자화정 삼천 개가 들어 있었다. 자원정으로 환산하면 무려 삼십만 개에 이르는 양이었다.
게다가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많은 자원정이 나온다고 했으니 엽현의 입이 찢어졌다.
그렇게 다시 반 시진을 자원정을 채취하던 엽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였다. 순백의 하얀 장포를 입은 남자는 허리에는 기다란 칼집이 걸려 있었다.
남자는 왼손에 자신의 도를 단단히 부여잡고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순간 남자를 관찰하던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망(刀芒)!
남자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도망이 사방에서 침투해 오는 화독을 막아내고 있던 것이다.
엽현은 순간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남자는 이런 식으로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무런 장치 없이 도망만으로 화독을 견디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우, 정말 엄청난 놈이군!’
이때, 백의 남자가 문득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자의 눈에는 기이한 기색이 흘렀다.
“너는?”
“엽현…….”
“처음 듣는 이름이군?”
“당연히… 내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그 질문에 엽현이 대답 대신 손바닥을 펼쳐 검을 꺼내 보였다.
“검수?”
“검수.”
엽현은 더이상 볼 일 없다는 듯, 남자를 지나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 앞 화원에 산책이라도 나가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이를 본 남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엽현을 붙잡았다.
“이, 이봐! 어떻게 그렇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거지? 너는 화독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돌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작 화독 따위에 멈춰서야 쓰나! 그대도 더욱 정진하면 언젠가 나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해… 아니,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 한가…….”
“훗, 이정도 가지고서……. 참, 그대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군?”
“명곤.”
“그럼 명곤, 다음에 또 보자고!”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총총걸음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귀신에 홀린 듯, 명곤은 이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세상엔 넓고 강자는 많구나…….”
정신을 차린 명곤이 아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겼다. 엽현에게서 적지 않은 자극을 받은 것이다. 물론 그 속도가 굼벵이에서 거북이로 바뀐 것이 고작이었지만.
엽현은 빠르게 걸으면서도 쉴 새 없이 손을 놀려 자원정을 훔쳤다. 화독의 농도는 이미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짙어진 상태였다. 만약 혼돈지기가 없었더라면 그의 육신은 이미 한 줌도 남지 않고 사라졌으리라!
설령 원경 강자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화독 한 모금만 들이키면 그대로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잠시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 낸 엽현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더욱 깊이 내려갈수록 자화정의 숫자뿐 아니라, 품질 역시 대단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약 반 시진이 흐른 후, 엽현의 발걸음이 또 한 번 멈춰 섰다. 그의 정면에 기이한 소용돌이가 굽이치고 있었던 것이다. 소용돌이 안에는 시뻘건 용암이 기포를 내뿜으며 흐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 거의 수박만한 크기의 자원정이 이따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층 주민, 어때? 위험해 보여?”
[그야 직접 부딪쳐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순간 엽현의 안색이 용암보다 붉게 물들었다.
직접 부딪쳤다가 순식간에 죽어버리면 과연 누가 책임져 줄까?
엽현은 불안해서 몇 차례 더 물어 보았지만, 이 층 존재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치사한 놈… 내 힘으로 하고 만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소용돌이 안으로 엽현은 발을 집어넣었다.
바로 이때, 소용돌이가 갑자기 덜덜 떨리기 시작하더니, 한 줄기 강대한 힘이 엽현을 뒤덮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소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험해!”
“진작 좀 말해주지…….”
이것이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대화였다.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얼마나 누워있던 거지?’
엽현은 어렴풋이 정신을 들었다. 몸을 일으켜 보려다가 다시 누웠다. 머리에 납덩이라도 든 것처럼 무거웠다.
한참을 낑낑거린 끝에 엽현은 겨우 상반신을 반 틈 일으켜 세웠다. 순간 엽현은 자신이 용암 속에 반쯤 잠긴 상태라는 것을 발견했다. 더불어 신비한 푸른빛이 용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결국 이 층 주민의 도움을 받았구나…….’
[조심해, 이곳은 녹록지 않은 곳이다.]이 층 존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긴 어디지?”
[자화탑의 가장 깊은 곳이다. 근처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있으니 조심해라.]‘미지의 존재라고?’
바로 이때,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갑작스레 진동이 느껴졌다.
[숨어!]그 말에 엽현이 재빨리 혼돈지기를 이용해 기운을 숨겼다.
잠시 후, 엽현의 근처에 두 명의 화인(火人)이 나타났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화인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이내 자취를 감췄다.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화령인(火靈人). 용암이 만들어낸 영물이지. 용암지대에서만 살 수 있는 자들이야.]엽현이 먼 곳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침내 그는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안쪽에 뭐가 있는지 상당히 궁금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했다.
남자가 단명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호기심이 아니던가!
엽현이 발길을 돌리려 할 때, 음성이 들려왔다.
[계속 전진해!]이 목소리는 분명 사 층 존재의 목소리였다.
“왜?”
[…도칙이 느껴진다.]도칙?
탑에 갇힌 존재들이 탈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봉인을 외부 힘에 의해 부서지는 것, 둘째는 도칙을 찾아 봉인을 해제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사 층 존재는 엽현이 죽고 계옥탑이 무너지길 바라고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노선을 변경한 듯 보였다.
이를 눈치 빠른 엽현이 눈치채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안 돼! 위험해!”
[만약 내 말대로 해 준다면 세 번째 도칙으로 검을 만들도록 도와주겠다!]엽현의 반응은 그저 시큰둥하기만 했다.
“필요 없어! 필요하면 이 층 주민에게 부탁하면 돼!”
[물론 그녀 역시 가능하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실력을 회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네 사부의 육신을 재건하는 것도 도와주겠다.]엽현이 반응을 보였다.
‘정말 월기 사부의 육신을 만들어 줄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도칙이 많을수록 네겐 좋은 일이 아니냐?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싫다면 나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반드시 도칙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일단 최선을 다 해 준다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내가 말했던 것들을 도와주겠다.]“좋아! 그렇다면 결정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 엽현이 천천히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보니 경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도칙이 관련돼 있으니 더더욱 주의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도칙이 있는 곳은 모두 굉장히 위험하지 않았던가!
천천히 전진하던 엽현의 발끝에 무언가 걸렸다. 찬찬히 발밑을 확인해 본 엽현은 깜짝 놀랐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용암 속에는 무수히 많은 자화정이 널려 있던 것이다.
이곳의 자화정들은 지금까지 그가 본 어느 자화정보다도 훨씬 크고 많은 기운을 담고 있었다.
엽현이 속으로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주변의 자화정들을 쓸어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납계 안에는 무려 만 개나 되는 자화정이 쌓이게 되었다.
자원정으로 환산한다면 무려 백만 개의 가치였다.
그렇게 전진하던 엽현은 얼마 가지 못해 다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시뻘건 용암 한가운데 자그마한 성이 버티고 서 있던 것이다.
조심히 성 가까이로 접근하니, 현판에 적힌 글자가 보였다.
[천화성(天火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