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63
363화 가격이 그거밖에 안 되는 거야?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탑에 잡혀 왔다고? 하지만 그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잖아!”
염가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강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함부로 오유계(五維界)로 넘어가려 했던 것이 죄가 될 수 있다.”
“잠깐, 오유계라는 게 뭐지?”
엽현은 호기심이 동했다. 오유계가 과연 무엇이기에 간자재가 넘어가려 했을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세상은 점, 선, 면, 시간, 그리고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을 모두 합쳐 오유(五维)라고 하지. 그런데 이 세상 어딘가에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이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곳이야말로 신계(神界)… 가장 완벽한 세상… 소위 오유계(五維界)라 일컫는다. 지금은 들어도 모를 것이니, 한 귀로 흘려듣도록 하여라.”
“…….”
염가의 예상대로 엽현은 이게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유계라는 것이 있다’라는 정도만 머릿속에 남겨 놓았다.
염가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오유계를 침범하려던 그들은 재수 없게도 그 세 사람을 만나 탑에 갇혀버리게 된 것이다.”
“세 사람이라면… 혹시 탑에 꽂혀있는 세 자루 검의…….”
염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랬군…. 그들이 정말 그렇게 강한가?”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할 정도로 지능이 낮아 보이진 않는데.”
“…….”
“그들은 마음만 먹었다면 탑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결국 오유계로 넘어가진 않았지.”
“뭐?”
염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엽현이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염가는 말없이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엽현이 재차 질문하려는 순간, 염가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자, 이제 가 보거라. 다음에 다시 만나자꾸나.”
그래도 엽현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질문을 던졌다.
“참, 그런데 혹시 내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을까?”
“무슨 부탁?”
“그것이 내게 사부가 한 분 계신데…….”
엽현은 월기의 육신에 대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말을 마친 그는 월기의 혼백을 꺼내 염가에게 보여주었다.
“음… 육신을 재창조하고 싶단 말이지……. 가능하다. 하지만 몇 가지 물건을 찾아와야 한다.”
“무, 무슨 물건?”
“너는 가서 우선 신혼목(神魂木), 호심련(護心蓮), 소령화(塑靈花), 이 세 가지 물건을 찾아오너라.”
엽현이 희망에 찬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가서 구해 올게!”
“그리고 그녀의 혼백은 내가 돌봐주도록 할 테니, 여기 두고 가거라.”
“알겠어! 그럼 너만 믿을게!”
엽현은 월기의 혼백을 염가에게 넘긴 뒤 쏜살같이 대전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염가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엽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빠르게 자화도를 빠져나가고 있는 엽현. 그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 층 주민, 염가가 왜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줄 알고 있어?”
[그녀는 화독을 이용해서 상처를 치유하는 중이다.]“치유? 언제 부상을 입었던 거야?”
[너도 이제 생각이란 걸 좀 하면 좋을 텐데. 계옥탑이 충격을 받았을 때,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도칙들 역시 손상을 입은 것이지.]바보 취급을 받은 엽현이 살짝 입을 삐죽였다.
“후… 그나저나 저렇게 강한 도칙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리고 그때도 내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그땐 죽는 거지, 다른 거 있겠어?]이 층 존재의 말에 엽현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엽현은 점점 계옥탑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험한 물건인지 알아가고 있었다. 이런 보물을 소유하면서 만약 힘이 없다면? 그럼 이 층 존재의 말처럼 죽는 것 말고는 다른 결말은 없을 것이다.
‘힘! 더 강한 힘이 필요해!’
“엽현?”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엽현도 생각을 멈추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이곳을 지나칠 때 만났던 명곤이었다.
“설마 끝까지 다녀오는 길인가?”
순간 엽현의 눈알이 떼굴떼굴 굴렀다.
“하하, 끝까지 가 보진 못했다. 오늘은 좀 피곤해서 다음에 다시 도전하려고!”
“대단해… 정말 대단해…….”
명곤은 계속해서 탄복하고 있었다.
그러자 엽현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뭐 이 정도 가지고.”
“어쩜… 겸손하기까지.”
“…….”
갑자기 묘해진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엽현이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그나저나, 너는 계속 앞으로 나가 볼 건가?”
명곤의 표정이 다소 시무룩해졌다.
“나는 아무래도 여기까지가 한계인 듯싶다. 안 그래도 슬슬 돌아가려 했어.”
“그렇다면 길동무가 하나 생겼군!”
그렇게 시작된 동행.
명곤의 걸음은 화독을 억제해야 하는 터라 매우 느렸다.
반면 엽현은 막힘이 없었다. 화독이 그의 몸에 다가오기도 전에 혼돈지기에 의해 흩어졌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본 명곤은 재차 숙연해지고 말았다.
“명곤, 혹시 몸을 담은 무리나 단체가 있나?”
살며시 명곤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원래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 터라.”
“음… 그렇다면… 내가 최근에 수문이란 조직을 하나 만들었는데, 혹시 나와 함께할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군? 뭐 거창한 놀음을 하는 것은 아니고, 서로 친목을 도모한다든지 무도에 대해 토론하는 그런 모임이야.”
“…….”
다소 망설이는 듯한 명곤을 향해 엽현이 재차 입을 열었다.
“물론 혼자인 것이 편하긴 하겠지만, 여럿이 함께 토의하다 보면 막혀 있던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지. 나는 네가 한 번 생각 해 봤으면 하는데?”
“…너는 다른 사람과 무도심득을 공유할 수 있나?”
“형제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이라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명곤은 결정을 질질 끌지 않았다.
“좋아! 나도 수문에 가입하겠다!”
그 말에 엽현은 속으로 뛸 듯이 기뻤다. 자신의 힘만으로 자화도 깊은 곳까지 걸어온 명곤이었다. 그의 실력은 결코 남산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명곤과 같은 강자가 많아질수록 그의 수문 역시 막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내 두 사람은 자화도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들이 막 입구에 도착했을 때, 소과 등이 엽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엽현이 무사한 것을 본 소과 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이 명곤에 이르렀을 때, 다시 헛숨을 들이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엽현이 웃으며 명곤을 소개했다.
“이쪽은 자화도에서 알게 된 명곤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같은 수문의 식구니까 잘 해주도록!”
순간 무인들의 표정이 기이해졌다.
“이봐, 정말 명곤이 우리 수문에 들어오기로 한 거야?”
“내가 뭐하러 거짓말을 해?”
“너, 혹시 명곤이 누군지 모르는 거 아니지?”
엽현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몰라.”
“명곤은 바로 내원 사대천왕 중 한 사람이라고!”
‘사대천왕?’
그 말을 듣고도 엽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이때, 명곤이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사대천왕은 무슨… 도일학원에서나 그렇지, 밖에 나가면 우린 아무것도 아닐 텐데……. 물론 엽현 정도 되면 어딜 가든 천재 소리를 듣겠지만 말이야!”
“명곤, 그 말은 바깥세상엔 우리보다 더 천재들이 많다는 뜻이야?”
“많지… 많다마다……. 미영성역은 크게 남역(南域), 북역(北域), 천역(天域)으로 나뉘는 건 너도 알지? 도일학원이 포함된 북역은 천역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봐야지. 심지어 천역보다 한 수 아래인 남역조차 우리보다 더 많은 천재들을 보유하고 있으니…….”
명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천역 도주(道柱)에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하는 자가 어찌 천재라 불릴 수 있겠는가?”
‘도주(道柱)라고?’
모두의 시선이 명곤에게로 향했다.
명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역에 가면 도주라는 것이 있다. 누가 세웠는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 단지 도주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자라야만이 진정한 천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
“지금까지 북역 출신으로는 단 세 명만이 도주에 이름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도일학원의 시조인 목 원장이지.”
목도일!
소과 등도 처음 듣는 소리인 듯했다. 그들도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더구나 목도일은 미앙성역의 전설 아닌가!
명곤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도일학원은 북역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역이나 천역과 비교한다면…….”
그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엽현을 포함한 모든 이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가 잠시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자 엽현이 나섰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 우리보다 강한 자들이 있다는 건, 아직 추구할 목표가 있다는 것이니 꼭 나쁘다고 볼 일은 아니지.”
엽현이 슬쩍 명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도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일리 있는 말이야! 지금부터라도 다시 마음가짐을 바로 해야겠어!”
“하하하! 그럼 열심히 수련하자고! 나는 처리할 일이 있으니 나중에 보자!”
떠나가는 엽현을 바라보며 명곤이 소과에게 물었다.
“엽현이 내원에 들어온 게 언제지?”
“며칠 전에.”
“참, 대단한 친구야……. 실력도, 인품도…….”
“…….”
* * *
도일학원을 나온 엽현은 도일성 안의 한 상점을 찾았다.
태화상회(太和商會).
“어서 오세요, 공자. 찾는 물건이라도 있으신지요?”
엽현이 문을 열자마자 청순하게 생긴 여자 점원이 그를 반겼다.
“혹시 이곳에 신혼목(神魂木), 호심련(護心蓮), 그리고 소령화(塑靈花)가 있소?”
순간 여인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그 물건들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괜찮소. 혹시 내가 그만한 돈이 없을까봐 그러는 것이오?”
“그, 그런 것은 전혀 아닙니다! 단지…….”
“정 곤란하다면 주인장과 이야기하게 해 주시오.”
엽현이 웃으며 말하자, 여인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잠시 후, 엽현의 앞에 웬 노인 하나가 얼굴을 비쳤다.
“귀하께서 저를 찾으신 분입니까?”
“그렇소.”
“그 물건들은 모두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특히 호심련은 자원정 십만 개를 호가할 정도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십만 개라고? 괜히 쫄았군. 반찬값도 안 되잖아?’
“가격은 상관없으니 내게 파시오.”
“귀인을 몰라뵀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디의 누구신지?”
“그저… 이름 없는 무인일 뿐이오. 아무튼 그 물건들을 내게 팔아 주시오.”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순간, 엽현은 분노가 치밀었다. 없다면 없다고 진작 말해야 하지 않는가!
“공자, 진정하시고 들어보십시오. 제 말은 지금 재고가 없으니 시간을 들여 직접 제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음… 그런 것이라면 괜찮소. 그럼 어서 제조해 주시오.”
“먼저 계약금으로 자원정 이십만 개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후일에 변심하더라도 계약금은 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