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그냥 이렇게 죽이는 거야?
죽었다!
엽현 뒤에 있던 운성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렇게 간단히 죽인다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운 가의 다른 두 무인 역시 너무 놀라 숨을 쉴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신형이 다시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순간 눈동자가 움츠러든 두 무인이 곧바로 출수했다.
이 대 일의 전투였다.
일각도 채 지나지 않았다. 장내는 고요해졌고 엽현의 앞에는 세 구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뒤이어 엽현이 천유계를 들이밀자 세 사람의 역량이 고스란히 엽현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운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한참이 지난 후, 흡수를 마친 엽현이 이번에는 세 사람의 납계를 수거했다. 그 안에는 백만 개가 넘는 자원정과 천계 급 보물 삼십여 점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계 급은 보이지 않았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
갑작스런 물음에 엽현이 웃으며 운성을 돌아보았다.
“운 가에서 절 가만두지 않을 거란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그렇다! 만약 그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그렇기에 셋 다 죽여 버린 것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운 가가 어떻게 제가 한 짓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살인멸구(殺人滅口)!
“…설마, 가서 일러바치실 생각은 아니겠지요?”
“…….”
“하하하! 농담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시렵니까? 저와 도일학원으로 가시겠습니까?”
운성이 고개를 저었다.
“약속대로 여기 남아 네게 제련술을 가르칠 것이다.”
제련술!
그 말을 들은 엽현이 곧바로 두 무릎을 꿇었다.
“사부!”
“에이, 이 빌어먹을 놈. 사부는 얼어 죽을. 어서 일어나거라!”
엽현은 제련술을 익히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 엽현은 매우 열정적인 자세로 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도 그는 많은 검이 필요했다. 제련술을 제대로 익힐 수만 있다면 이 검들을 사기 위한 천문학적인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 돈은 내가 지킨다!
한편, 운성은 엽현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에 적잖이 감동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예상외로 습득 속도 역시 매우 빠른 것이 빨랐다. 물론 이는 엽현이 가진 물질만능주의 때문이기는 했지만. 어찌 됐건 엽현의 열정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는 더욱 훈훈해졌다.
물론 엽현이 단지 돈을 위해 열심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제련은 매우 재밌기도 했다. 특히, 지금까지 누군가를 죽이기만 했던 그가 반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엽현으로서는 매우 뜻깊고 감동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엽현의 망치질은 쉼 없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엽현은 오랜만에 도일학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가 막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소과가 귀신같이 나타나 엽현을 데리고 자화탑으로 들어갔다.
탑 안에는 수문의 무인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수문의 숫자는 총 열셋. 모두 파공경 강자였다. 아니, 확실하진 않지만 명곤은 원경에 이른 듯했다.
엽현이 소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엽현, 이번에 북역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는데 알고 있었나?”
“무슨 사건?”
“하하, 이 친구 어디 산속에 처박혀서 망치질만 했나.”
‘어떻게 알았지?’
엽현은 뜨끔했다.
“들어봐. 여기서 수십만 리 떨어진 곳에 작은 세계 하나가 발견됐다고!”
‘작은 세계?’
“그런데?”
엽현이 의아해하자 이번에는 명곤이 나섰다.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됐다는 것은 아직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곳이란 이야기지. 즉, 그 안에 뭐가 있든지 먼저 줍는 자가 임자라는 것!”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그걸 누가 발견했는데?”
“그건 모른다. 어쨌거나 다른 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차지해야 하지 않겠나?”
“음… 일리가 있는 말이군.”
다시 소과가 끼어들었다.
“여기서 미적거릴 시간 없어! 조금만 있으면 그리로 개떼처럼 몰려들 거다! 어쩔 거야? 같이 갈 텐가?”
“…그래, 가자!”
엽현의 대답에 소과와 수문세력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바로 출발하자! 늦으면 찌꺼기 밖에 못 먹는다!”
“잠깐! 그런데 먼저 대장로에게 보고해야 하지 않나?”
“내가 이미 보고했다. 대장로도 조심하라고 하기만 할 뿐 반대하진 않았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지원을 요청하면 되니 걱정할 건 없다.”
그 말에 엽현은 속으로 안심이 됐다. 동시에 왜 세력에 속해 있는 것이 좋은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반대로 홀로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는 산수무인의 신세는 얼마나 처량한 것일까?
천상천하 유아독존? 소설에나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를 흠모하다간 객사하기 딱 좋은 법이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반 시진 후, 엽현을 위시한 수문의 무인들을 태운 성운함은 곧장 새로 발견되었다는 세계로 출발했다.
객실 안. 엽현은 운성이 전수해 준 제련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제련에 푹 빠진 상태였다.
운성의 말에 의하면 제련의 세계는 끝없이 넓고 깊다고 했다. 절정에 이른 자의 손에서 나온 물건은 세상을 한 줌 재로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성제 현상방에 오른 물건들 중 대부분은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봤을 때, 제련술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계옥탑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일까? 그렇다면 누가, 왜 만든 것일까?
아쉽게도 이 질문엔 이 층이나 사 층 존재들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 역시 이 탑의 내력이 어떠한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어찌 되었건, 제련술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은 틀림없다.
계옥탑으로 들어온 엽현. 탑 안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팔자 좋게 늘어져 잠을 자고있는 소령이었다. 그녀의 품 안에는 한 입 깨물어 먹다 만 영과가 안겨 있었다.
계옥탑 일층은 이미 탑에 들어온 것인지 숲에 들어온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영과 나무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영과 기르기는 소령이 사랑하는 두 가지 취미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계옥탑을 무작정 싸돌아다니기.
이때, 엽현은 소령의 곁을 맴도는 작은 글자를 발견했다.
‘몽(夢)’.
몽지도칙(夢之道則)!
엽현은 몽지도칙을 발견하곤 잠시 침묵에 빠졌다.
몽지검(夢之劍).
엽현은 아직도 몽지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지난번, 몽지도칙에 호되게 당한 후, 엽현은 몽지도칙을 건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이미 파공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다시 한번 해보자!’
하지만 몽지도칙은 의식을 가진 도칙이었다. 엽현이 원한다고 해서 함부로 그 힘을 끌어다 쓸 수는 없다. 반드시 상대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과의 대화가 필수였다.
잠시 고민하던 엽현이 도칙을 향해 실실대며 다가갔다.
“저기요, 잠깐 얘기 좀 할까?”
“…….”
무시. 완벽한 무시였다.
“저기 도칙 씨, 뭐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봐. 내가 웬만하면 다 들어줄게!”
“…….”
개무시. 또다시.
“아니, 왜 사람이 말하면…….”
돌연 이 층 존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이 네 말을 들을 것 같으냐? 지금 너 정도의 실력으로는 몽지도칙은 눈 하나도 깜빡하게 할 수 없다. 심지어 대지도칙과 공간도칙도 의식을 회복한다면 너와 상종하려 하지 않을걸?]“…내가 그렇게 약해?”
[그걸 말이라고 하냐?]“흥! 너 내 나이 때 어땠어? 설마 나보다 강했어?”
[…….]“아니지? 내 또래에서 나 정도면 그래도 준수…….”
이때, 이 층 존재의 한숨 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너만 할 땐 이미 내가 살던 세계에서 적수가 없었다. 그런데, 너는 아직 일 층에 갇혀 있던 그 검수도 넘지 못한 상태 아닌가? 심지어 그는 일말의 검도진체(劍道真諦) 조차 깨닫지 못했으니, 탑에 어떻게 갇히게 되었는지 의문일 정도로 약하다고 봐야겠지.]“검도진체(劍道真諦)?”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검도진체를 깨닫게 되면 검선의 다음 경지로 넘어갈 수 있다.]“그걸 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는데?”
[왜 그걸 나한테 물어? 내가 검수야? 어?]“…….”
바로 이때,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에 엽현은 서둘러 계옥탑을 빠져나왔다.
그를 찾은 것은 소과였다.
“푹 쉬었나? 이제 내릴 때가 됐다.”
“그래, 나가자.”
갑판 위로 올라온 두 사람.
그들의 발아래에는, 자욱한 안개 속에 끊어진 듯 이어지는 광활한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차가운 이슬을 머금고 촉촉이 잠들어 있는 풍광은 한 눈에 봐도 선경(仙境)처럼 느껴졌다.
“매우 고요하군.”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매우 기이한 곳이니 방심해선 안 될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때 그는 오른쪽 수십 장 떨어진 곳에 기이한 형태를 한 산을 발견했다. 산은 마치 사람이 깎아 만든 듯 둥근 궁전 형태를 띠고 있었다.
소과 역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수상한데……. 한 번 가볼까?”
“좋은 생각이야!”
잠시 후, 엽현 등은 성운함에서 내려 곧장 그 기이한 산을 향해 내달렸다. 가까이 다가선 그들은 산이 지면에서 십여 장 떨어진 높이에 홀로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산의 네 귀퉁이에는 돌로 된 기둥들이 세워져 있었다. 기둥 위에는 온갖 신비한 부문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보아하니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 같은데……. 이 산이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것일까?”
엽현의 말에 소과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건 알 수 없다.”
“흠… 확실히 뭔가 냄새가 나는군.”
바로 이때, 그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저길 봐!”
모두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을 따랐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멀리 산 아래 굳게 닫혀 있는 문이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문은 매우 커다랬고, 양쪽 문에는 흉악해 보이는 요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엽현이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렇게 생긴 요수 본 사람 있어?”
“음… 처음 보는 요수로군.”
소과가 명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명곤은 천역에 가본 적이 있으니 혹시 알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결국 명곤 역시 고개를 흔들었다.
“본 적 없어.”
“그럼 어떡할까? 이대로 들어가도 되려나?”
“그럼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기라도 하자는 말이야?”
바로 이때, 엽현이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 대기한다.”
말과 동시에 엽현은 이 층 존재와 교신을 시도했다.
“이 층 주민, 이 안에 뭐가 있는 게 느껴져?”
[…몰라.]“왜 만날 모른다고만 해? 너 정도면 이런 것쯤은 알 수 있잖…….”
[아, 몰라, 모른다고! 네가 알아보면 되잖아, 왜 항상 거저먹으려 하는 거냐!]“…….”
“후… 저기, 소령아. 혹시 안에서 뭐 위험한 거라도 느껴져?”
[음… 아니, 그런 건 없는 것 같아.]“확실해?”
[어… 그러니까…….]“확실하냐고?”
[그러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