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사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신황의 궁전 안, 고요히 가부좌를 틀고 있는 엽현의 주위로 황금빛 기류가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얼마나 흘렀을까.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기류가 어느 순간 엽현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순간, 엽현의 피부색이 온통 황금빛으로 변했다.
무적금신(無敵金身)!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엽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콰직-!
그러자 거대한 궁전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동시에, 주변의 대지가 거북이 등껍질마냥 사방팔방으로 갈라져 나갔다.
이때 엽현은 마치 무적이 된 것처럼 전신에 흐르는 강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상태라면 거룡과 다시 한번 붙는다고 해도 해 볼 만할 정도였다.
역천(逆天).
무적금신의 위력을 굳이 말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역천이란 단어를 빌려 와야 할 정도였다. 그의 경지는 파공경에 지나지 않았지만, 금신이 되고 난 후의 그는 이미 원경 강자보다 월등히 강해졌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바로 이때, 금색 인장 하나가 홀연히 그의 앞에 나타났다.
사직인.
“간자재, 사직인은 도대체 어떤 물건이지?”
[이 안에는 신황이 모아 놓은 산천하류(山川河流)의 기운과 일월성진(日月星辰)의 기운이 들어 있다. 이 안에는 신황의 법칙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무적금신보다도 대단한 물건이다. 네가 만약 이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성역 하나쯤 멸망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된다.]“그, 그게 정말이야?”
엽현이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외치자, 간자재가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금 네 실력으로 사직인을 작동하고자 한다면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 뻔하고, 그것은 아마 계옥탑의 경우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다.]“왜 그렇지? 설마 사직인이 계옥탑보다 대단한 물건이라는 건가?”
[그것은 아니다. 사직인이 보물 축에 속하는 물건이긴 하지만, 계옥탑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 계옥탑은 비록 잠들어 있는 상태지만, 본능적으로 널 주인으로 인정했고, 그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네게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너는 아직 완전히 사직인을 장악한 것이 아니다. 강제로 그 힘을 끌어 쓰게 되면 그 부작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설명을 들은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이 정도 급이 되는 보물들은 하나같이 다루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간자재의 말처럼 함부로 사용하려다간 결국 스스로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단지 사직인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네 개 두 가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중 하나는 바로 진사(鎮邪) 효과다. 원래 용기(龍氣)는 사물(邪物)과 상극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사직인에는 심지어 신황의 용기가 깃들어 있으니 웬만한 사물들은 감히 네게 접근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그럼 두 번째는?”
엽현이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두 번째는 바로 요수의 사기를 극도로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성역에서 거룡은 요수들 사이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거룡의 기운이 깃든 것이 사직인이다. 그것을 지니고 있는 너는 적어도 이 성역의 요수들 사이에선 무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특별한 몇몇 요수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설명을 들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로서는 이 정도 효과만으로도 충분했다.
바로 이때, 엽현의 표정이 변하면서, 갑자기 격렬히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의 체내에서 황금색 기류가 뿜어져 나가더니, 얼마 못 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힘이 없어…….’
힘없이 바닥에 엎어진 엽현은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게 바로 내가 말한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너의 실력이 너무 변변찮은 탓에 무적금신을 펼친 직후 필연적으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지. 내가 보건데, 너는 지금 반 시진 정도 금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이상이 되면 지금처럼 쓰러지게 되는 것이지.]그 말을 들은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 무적금신은 정말 위급하지 않은 한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했다.
그렇게 한 시진 가량이 지난 후, 엽현은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볼일을 모두 마친 엽현이 다시 원래 세상으로 빠져나온 순간, 소과로부터 전음이 들려왔다.
그의 말을 한참 듣던 엽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해갔다. 잠시 후, 엽현을 태운 성운함은 순식간에 별빛 속으로 사라졌다.
* * *
도일성.
지금의 도일성은 풍전등화였다.
지금까지 도일학원은 자타공인 북역의 강자로 군림하며 평탄한 세월을 보내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독고가!
천역의 거대 세력인 독고가가 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도일성의 사람들은 독고가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독고가가 천역에 위치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 만으로도 도일성의 사람들은 쉽게 동요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 한 번에 성을 빠져나가려는 통에 성문 부근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도일학원 역시 외부에 나가 있던 무인들을 모두 불러들이고 경계를 강화하는 등, 곧 있을 독고가의 도발에 만전을 기했다.
도일성 밖.
성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서 있는 독고유. 그 뒤에는 삼 인의 흑의인들이 서 있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이른 시각이었다. 마침내 독고유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물끄러미 도일성을 바라보던 그가 한 마디를 던졌다.
“시간이 됐다.”
그의 음성이 떨어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스물여섯 명의 무인들이 장내에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검은 갑옷을 착용한 상태였다. 손에는 패도 넘치는 도(刀)를 들고 있었다.
스물여섯의 원경 강자들.
이때, 그들로부터 백 장 밖 거리에 하얀 소복차림의 노인 둘이 나타났다. 그들에겐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이때, 독고유가 성을 향해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도일학원은 엽현을 내놓거라!”
잠시 후, 도일성 성벽 위에 대장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의 그는 여전히 사지가 절단된 매우 처참한 모습이었다. 비록 대장로의 경지라면 잘려나간 팔다리를 재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에 이뤄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흑의인들의 수단이 너무나 기이했던 까닭에 급히 재생하려다간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었다.
성벽 위에 오른 대장로가 독고유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독고가, 엽현은 여기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소?”
그 말에 독고유는 가차 없이 단 한마디를 만을 내뱉었다.
“살(殺)!”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독고유의 뒤에 있던 세 그림자가 앞으로 튀어 나왔다. 바로 이때, 성벽 위에 웬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등장하자 대장로를 포함한 도일학원 무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의 정체는 바로 도일학원 원장인 목청명(牧青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작은 소녀가 서 있었는데, 바로 엽령이었다.
엽령은 이미 원경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목청명을 발견한 독고유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
“보아하니 그대가 도일학원 원장인가 보구려.”
“그렇소. 헌데, 우리 사이에 원한이 있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소만?”
“물론 원한은 없소. 그저 우리 독고가는 엽현과 엽령, 이 두 남매를 본가로 데려가기 위해서 온 것뿐이오. 그들만 보내준다면 우리도 곧장 떠나겠소.”
그 말에 목청명 곁에 있던 엽령이 물끄러미 독고유를 바라보았다.
이때, 목청명이 웃으며 말했다.
“비록 독고가가 천역의 큰 세력이긴 하지만, 우리 도일학원도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만큼 약하진 않소.”
“그렇다면 결론이 나온 셈이군!”
목청명이 뭐라 대꾸하려는 이 순간, 갑자기 백 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두 명의 노인이 순식간에 목청명 앞에 나타났다.
순간 목청명이 깜짝 놀라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상지경(無上之境)!
두 노인은 무상지경의 강자였다.
이에 목청명은 독고가가 결코 농담 따먹기나 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곧바로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에 생각이 미친 목청명의 표정이 단숨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다시 독고유가 입을 열었다.
“목 원장, 우리가 알기론 도일학원엔 비장의 한 수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대들의 조사인 목도일이 남긴 신혼(神魂)이라든지…….”
독고유가 여유만만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혹시 아직도 있다면 꺼내 보시오. 어디 그래도 우리 독고가를 막을 수 있는지 한 번 봅시다.”
이에 목청명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 두 아이가 그대들에게 그렇게 중요하단 말이오?”
“그건 그대가 알 필요 없소. 그대는 그저 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오. 우리와 싸울 것인지, 아니면 사람을 내어 주고 다시 평화롭게 살아가던지.”
목청명이 고개를 돌려 정면의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무상지경이었다. 만약 한 명이었더라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도박과도 같았다.
만약 그 도박에서 패하게 되면 도일학원은 영영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설령 승리를 한다 해도, 도일학원 역시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약해진 도일학원을 노리고 수많은 세력들이 몰려들 것이고, 결국 그들 중 한 세력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결론에 이른 목청명이 참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이때, 엽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부, 저를 보내실 생각이신 거죠?”
“…….”
“괜찮아요. 저는 사부를 원망하지 않아요.”
“…어째서?”
목청명이 괴로운 듯이 묻자 엽령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가 말한 적이 있어오. 사람은 결코 이기적이어선 안 된다고. 도일학원은 저희에게 빚진 것이 없고, 저희 역시 학원에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어요. 엄밀히 말해서 우리 남매의 개인적인 일로 여러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있다는 게 맞는 거겠죠. 그러니 사부는 제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엽령이 고개를 돌려 아래쪽의 독고유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만 약속해줘요. 나를 데려가는 대신 오빠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잠시 엽령을 바라보던 독고유가 소리쳤다.
“붙잡아라!”
그 순간, 어디선가 네 개의 쇠사슬이 나타나 엽령의 팔다리를 포박했다. 이를 본 목청명이 움찔했지만, 정면의 두 노인의 견제에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엽령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입니까?”
곁에 있던 무인의 말에 독고유가 고개를 저었다.
“데려가서 어미 곁에 처넣어라. 오랜만에 자식을 보는 어미의 표정이 볼만할 테니 말이다. 우리 손에 저 아이가 있는 한, 엽현도 곧 나타날 것이다.”
그 순간, 그림자 하나가 엽령을 데리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
엽령이 있던 자리에는 자그마한 나무 인형 하나가 떨어졌다.
그 인형은 엽현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