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맞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시각.
엽현은 이미 독고가 내부의 한 대전 안에 있었다. 그의 앞에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는 독고련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복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날카로운 검 한 자루.
“여, 엽현… 네 이놈…….”
독고련의 얼굴이 퍽이나 마음에 드는 듯, 엽현이 만족스런 미소를 보였다.
“숙부, 조카가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부디 안녕히 가시기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엽현의 검이 번뜩였다.
쉭-!
독고련의 영혼체가 그대로 사라졌다.
바로 이 순간, 엽현의 표정이 돌변했다.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남자의 모습을 한 영혼체 하나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독고련이었다.
함정이었다.
순간, 엽현은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았다.
엽현이 막 자리를 뜨려 할 때, 사방에서 십여 명의 무인들이 들이닥쳤다.
모두 무상지경의 강자들이었다.
보아하니 독고가에서 작정하고 끌어모은 무인들인 듯했다.
이때, 무인들 사이를 뚫고 독고봉이 나타났다.
“설마 했는데, 정말 네 놈일 줄은 몰랐구나.”
“훗, 놀라기라도 했나 보지?”
“흥! 겁도 없이 적진 한복판에 쳐들어올 정도로 멍청한지는 몰랐다는 말이다!”
엽현이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설마 이곳에 오면서 나 혼자 온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음!? 다른 자와 함께 왔단 말이냐?”
“하하하, 그건 비밀이다.”
독고봉이 뭔가 더 캐내고자 할 때, 한쪽에 있던 독고련이 흉악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더 이상 말을 섞어봐야 무엇하겠습니까. 여봐라, 잡아 죽여라!”
바로 그 순간, 엽현이 오른발을 강하게 굴렀다. 그러자 그의 전신에서 강대한 기운이 폭발하듯 흘러나오면서 대전 전체를 순식간에 붕괴시켰다.
무적금신과 제신황혼!
수많은 강자들 앞에서, 엽현은 처음부터 가장 강한 패를 꺼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엽현의 몸에 황금 갑옷이 둘러진 것을 본 독고련이 다급히 소리쳤다.
“조심해!”
그 한 마디를 신호탄으로, 금색 검광이 번뜩임과 함께 무인 하나의 머리가 날아갔다.
순간, 장내의 무인들이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단 일 검에 무상지경 강자를 살해한다고?
이게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이때, 엽현의 고개가 독고봉에게로 향했다. 화들짝 놀란 독고봉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순간, 그를 향해 한 줄기 검광이 날아갔다.
일검정혼(一劍定魂)!
나아오는 검광을 바라보며, 독고봉은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검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던 것이다.
만약 육신이 있는 상태라면 큰 무리 없이 막을 수 있었겠지만, 영혼체인 상태에선 그의 실력 또한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일검정혼은 영혼체를 상대로 특화된 기술이 아닌가!
독고봉이 급히 도망쳐 보려 했지만, 엽현의 검이 더욱 빨랐다.
푹-!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검 끝이 독고봉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의 영혼은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독고봉의 표정은 허무함 그 자체였다.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한편, 마찬가지로 영혼체 상태인 독고련이 황망히 다른 무인들 사이로 숨어 들어갔다.
그에게 있어 엽현은 그야말로 사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일 검에 독고봉을 죽이고 난 엽현이 기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독고가의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이때, 독고련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서 가서 조부님을 모셔 오너라! 어서!”
바로 이때, 장내에 다시 한번 금색 검광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쉭-!
독고련 앞에 서 있던 무인의 목이 피를 튀기며 날아올랐다.
무적금신과 제신황혼을 발현한 후, 엽현의 힘은 극한까지 치솟아 올랐다.
특히 제신황혼이 유지되는 동안 그는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상대가 그의 몸에 생체기를 내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살육의 현장이었다.
이내 장내는 끊임없이 피가 튀는 도살장으로 변했다.
인간 백정인 엽현의 칼춤 앞에 남는 것은 오직 끈적끈적한 선혈과 시체뿐이었다.
뒤편에서 이를 바라보는 독고련의 시선에 죽음의 기운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정상적인 몸 상태였더라면 혹시 몰랐겠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는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치솟는 선혈이 얼굴을 가리는 상황에서도 엽현은 결코 독고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당시 그가 엽령에게 했던 짓은 여전히 그의 뇌리 속에 똑똑히 박혀 있었다.
독고련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덫을 깔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엽현이 착용한 신비한 갑옷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미리 알지 못한 것은 그의 패착이었다.
그리고 매복의 실패는 곧 죽음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독고련은 대전을 빠져나와, 곧장 사당이 있는 곳을 향해 내달렸다.
막 한 명의 무인을 베어 넘긴 엽현이 이를 보고는 곧장 독고련의 뒤를 쫓았다. 독고련이 사당과 수 장 거리까지 가까워졌을 때, 그의 등 뒤로 한 줄기 검광이 날아들었다.
바로 그 순간, 어떤 신비한 기운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쾅-!
엽현의 검광이 그대로 소멸됐다. 독고련이 죽을힘을 다해 사당으로 내달렸다.
이때, 멀리서 사당 쪽을 바라보고 있던 엽현이 순식간에 장내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사라진 그때, 사당 안으로부터 흐릿한 백영(白影) 하나가 흘러나왔다. 백영의 출현과 동시에 독고가의 사방팔방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백영을 본 독고련이 황급히 무릎을 꿇고 예를 차렸다.
“조부님을 뵙습니다.”
독고련이 엽현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엽현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도망쳤다!
엽현이 도망쳤다는 것을 알아차린 독고련이 똥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한편, 성을 빠져나온 엽현은 곧장 어느 산속으로 내달렸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동굴을 발견한 엽현은 그대로 동굴 안에 몸을 뉘었다. 그 순간, 그의 팔과 다리가 기이한 방향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다시 또 찾아온 부작용!
이는 부족한 경지로 무적금신과 제혼황혼을 사용하는 엽현에겐 필연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이 물건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독고가에 대항할 수 있겠는가?
결국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한 엽현은 그대로 혼절하고야 말았다.
꼬박 하루 밤과 낮이 지나서야 엽현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이때 그의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을 정도로 무력한 상태였다.
엽현이 다급히 자화정 하나를 꺼내들고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도망친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조금만 더 머물러 있었더라면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간자재의 음성이 머릿속에 들려왔다.
“제혼황혼의 힘으로도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인가?”
[후후, 무적금신과 제혼황혼이라고 절대 무적은 아니다. 게다가 네 경지가 낮은 탓에 제혼황후의 위력 또한 완전히 발휘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사당 안에 있던 존재는 제혼황혼을 파괴할 순 없지만, 충분히 널 죽일 순 있었다.]설명을 들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얼마 후, 몸을 추스른 엽현은 곧 동굴을 나와 다시 한번 독고가로 향했다.
독고가에 도착한 엽현은 곧 자신의 기운을 숨긴 채 담을 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독고가에는 다시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쓰러져갔다.
독고가의 한 대전 안, 상석에 앉은 독고련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장내에는 독고가의 거의 모든 무인들이 모인 듯했다.
이때, 독고련의 시선이 숙부인 독고명을 향했다.
“명 숙부, 숙부께서는 우리 독고가에서 가장 지혜로우신 분이니 뭔가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독고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놈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거나 아니면…”
“아니면?”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순간 독고련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고가나 언가에 도움을 청하자는 말씀입니까?”
“우리와 활동 반경이 겹치는 언가는 오히려 우리 독고가가 망하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남은 것은 고가인데, 그들에게 개입을 요청하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대가!
그 말에 장내 분위기가 일순간 술렁거렸다.
독고명이 쓴웃음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언가의 놈들이나 고가의 불한당들이나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독고가의 고혈을 짜내려 달려들 것이 뻔하다. 도움을 받아 엽현을 제거한다고 한 들 보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힘들 것이고.”
독고명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다. 엽현과 화해를 하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고 놈을 죽여 버리거나!”
“화해?”
독고련이 웃음을 터트렸다.
“숙부,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놈의 손에 수많은 무인들이 죽은 것도 모자라, 저의 부친마저 살해당했습니다. 그런데 화해라니요?”
“그렇다면 남은 길은 맞서 싸우는 것뿐이겠구나.”
“거기에 고가에 구원을 요청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독고련이 차가운 눈으로 독고명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독고가는 망할 것이 뻔합니다.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확실히 놈을 처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고련의 단호한 어조에 독고명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 직접 고가에 가보도록 하마.”
“그래 주시면 저로서는 안심입니다, 숙부.”
독고명이 서둘러 대전을 빠져나갔다. 독고련은 두 눈을 감은 채 상념에 빠졌다.
이러는 와중에도 독고가의 무인들은 계속 죽어나고 있었다. 무공의 고하를 떠나,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독고가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많은 이들이 이미 독고가를 빠져나갔다. 특히 무공이 약한 자나 하인들은 거의 대부분 도망친 상태였다.
천역 삼 대 세가라는 독고가였지만, 어둠 속의 살수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대전 안의 독고련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독고봉만 살아있었더라면 한 사람에게 이리 무너질 독고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무간연옥에서 요수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독고봉의 죽음과 함께 독고가엔 더 이상 엽현을 상대할 자가 남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엽현을 사당으로 끌어들여 조부의 혼백과 싸우게 하려는 그의 시도조차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 독고련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없었다. 독고명이 한시라도 빨리 고가의 원군을 이끌고 오는 것 말이다.
바로 이때, 독고련이 불현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순간, 피범벅이 된 머리통 하나가 창문을 통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독고련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순간, 또다시 선혈이 철철 흐르는 머리 하나가 날아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