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10
410화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군
아주 음흉한 꿍꿍이!
비록 엽현과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제견은 눈앞의 사악한 인간의 얼마나 속이 시커먼지 알고 있었다.
눈 뜨고도 코를 베어갈 만한 악당과도 다름없었다.
그 악하다는 인간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사악한 존재가 바로 엽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한편, 엽현은 천천히 노인을 향해 다가갔다. 순간, 노인이 자신도 모르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소문에 의하면 고가의 멸망은 엽현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그 소문을 크게 신뢰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이때, 엽현을 바라보던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 기변경?”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숨김없이 말했다.
“그렇소. 지난번 어느 강자와 겨루면서 신통술을 쓰게 되었는데, 그 부작용으로 경지가 낮아지게 되었소. 무슨 문제라도?”
“…그런데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군.”
“두려워해? 내가?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소?”
“…어쨌든 좋다. 이대로 가도록 하지.”
말을 마친 노인이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엽현에게서 절대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았다.
엽현은 도망치지 않고 노인을 따라나섰다. 그 뒤를 독고훤과 요수가 뒤따랐다.
북무종으로 향하는 동안 엽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독고훤 역시 그 옆에서 묵묵히 동행할 뿐이었다.
앞서가던 노인이 가끔씩 고개를 돌려 엽현의 동태를 확인했다. 어쩐지 엽현의 행동이 석연찮았던 것이다.
이때, 노인과 함께 온 북무종 무인 하나가 현기전음을 보냈다.
[종문으로 돌아가는 대신 여기서 바로 처리하는 것은 어떻습니까?]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마찬가지로 전음으로 대꾸했다.
[만약 죽였는데 물건이 놈의 몸에 없으면 어쩌려는 것이냐? 우리의 임무는 놈을 종문까지 산 채로 데려가는 것이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말거라.] [하지만… 고가는 몰라도, 독고가는 놈의 손에 멸망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됩니다.] [나도 알고 있다. 놈을 장로들에게 데려가면 그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말을 마친 노인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때, 그들의 뒤에선 독고훤과 엽현이 역시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아, 북무종은 천역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세력이다. 실력만 놓고 보자면 고가보다도 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네 경지는…….]독고훤이 말끝을 흐리자 엽현이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도망치는 게 상책은 아닙니다.]그러자 독고훤이 엽현의 손을 감싸 쥐었다. 엽현은 움찔하긴 했지만, 그녀의 손을 뿌리치진 않았다.
[그래,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이 애미는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엽현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잠시 후, 노인과 엽현 일행은 곧 북현산(北玄山)이란 곳에 당도했다.
천역 남쪽에 위치한 북현산은 육안으로 그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산이었다. 북무종은 바로 이 산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북현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엔 조각상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 높이만 거의 천 장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다.
독고훤이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던 엽현에게 말했다.
“진북(陳北), 전설로만 전해지는 무종의 창시자란다.”
“무종? 우리가 가는 곳은 북무종 아닌가요?”
독고훤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북무종과 남무종은 원래 무종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원래 하나였던 무종에서 두 명의 천재가 한 번에 나오는 바람에 둘로 나뉘게 되었지. 만약 분열되지 않았더라면 미앙성궁에 필적할 실력을 갖췄을 게다. 비록 분열되었다 하더라도 두 종문의 실력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단다.”
“음… 그렇군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일행은 어느덧 북무종의 한 대전 앞에 도착했다. 대전의 현판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무전(武殿)’이라 적혀 있었다.
노인이 홀로 전 안으로 들어갔다.
독고훤이 긴장되는 듯 우두커니 서 있는 엽현의 손을 붙잡았다. 작은 요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뒤에 자리했다.
이때 제견에게선 어떤 기운도 흘러나오지 않았기에,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무인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대전 밖으로 나온 노인이 엽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들어오너라.”
말을 마친 노인이 다시 대전 안으로 사라졌다.
엽현 일행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대전 안은 매우 넓었다. 삼십 명이 넘는 무인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경지는 가장 약한 자가 원경이었고, 그 중엔 두 명의 성경 강자도 섞여 있었다.
가장 상석엔 삼십 대로 보이는 미부(美婦)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몸에 꽉 끼는 장포를 입고서 자신의 굴곡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는데, 특히 불룩 솟아오른 가슴과 둔부는 언제라도 옷을 찢고 나올 듯했다.
이 여인이 바로 북무종의 대장로, 진북현(陳北弦)이었다.
엽현을 본 진북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나 싶더니, 순식간에 엽현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순간 그녀의 짙은 체향이 엽현의 코를 자극했다.
진북현이 웃는 얼굴로 먼저 운을 뗐다.
“영웅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자질은 물론이거니와 용모까지 훌륭하구나. 현재 종주가 행방불명된 상태라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만약 북무종에 들어오고자 한다면 곧바로 소종주의 지위를 주마. 생각이 있느냐?”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게는 과분하오.”
“후후, 우리 북무종이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바로 맞췄소.”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이때, 검은 장포를 입은 노인 하나가 소리치며 걸어 나왔다.
“어린놈이 건방이 하늘을…….”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노인의 말을 막았다.
“그대들이 날 부른 것은 소종주 자리 따위를 주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내 보물을 빼앗기 위함이 분명하오. 내 말이 맞소?”
엽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나올 줄 몰랐던 북무종 무인들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이는 그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때, 진북현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참 재밌는 녀석이로구나. 어디, 네가 이리도 당당하게 나오는 데에는 뭔가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는 건데… 네가 갖고 있는 패가 도대체 무엇이더냐?”
“…독고가와 고가는 내 보물을 빼앗으려다 멸망했소. 그대들의 종주 역시 마찬가지요. 그리고 이번엔… 그대들의 차례가 될 것 같군?”
이에 진북현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냐?”
“아마 그런 것 같소.”
진북현의 입가에 기괴한 미소가 흘렀다.
“그럼 네게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지 봐야겠구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대한 기운이 엽현을 향해 불어 닥쳤다. 기운이 지나는 공간은 마치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듯 진동했다.
바로 이때, 자그마한 손바닥이 엽현 앞에 나타나더니 전방으로 가볍게 휘저었다.
쾅-!
엽현에게 다가오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 장내의 모든 시선이 어느 순간 엽현 앞을 막고 서 있는 제견에게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북무종 무인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때, 엽현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한 자루 검이 허공에 떠 올랐다.
탑의 검이었다.
검이 나타나는 순간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돌변했다. 북무종의 무인들은 놀라움과 두려움 섞인 표정으로 허겁지겁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검은 공중에 부유한 상태로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무인들에게 거대한 압력을 선사했다.
“덤비고 싶은 놈은 덤벼라. 언제든 상대해 줄 테니.”
엽현의 말에 한쪽에 있던 흑의 노인이 차갑게 소리쳤다.
“주제를 모르는 놈이로구나! 네가 감히 북무종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냐?”
엽현의 시선이 노인에게로 향했다.
“고가도 멸망시켰는데, 북무종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 북무종이라고 널 두려워하겠느냐? 너 같은 놈은…….”
“자신 있으면 덤벼 보시든가!”
엽현이 한 발 뒤로 빼자 그의 앞에 있던 제견이 맹렬히 앞발을 휘둘렀다.
쾅-!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기운이 제견의 몸에서 방출됨과 동시에 대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북무종 무인들이 황급히 안전한 곳으로 몸을 날렸다.
제견이 다시 출수하려 할 때, 엽현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기다려.”
그 말에 제견이 동작을 멈추자, 사방에서 막 출수하려던 북무종 무인들 또한 손을 멈췄다.
이때 엽현이 자신 앞에 떠 있던 검을 향해 자그맣게 읊조렸다.
“사부, 제자가 무능하여 적들을 물리칠 수가 없습니다. 이번 한 번만 힘을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엽현이 검신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윙-
검명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는 순간, 반경 천 장에 달하는 공간에 순식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대지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에 제견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불신의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엽현은 겉으로는 매우 평온한 듯 보였지만, 사실 그의 몸 안은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출렁이고 있었다. 엽현은 순간적으로 입 밖으로 쏟아져 나가려는 핏물을 몇 번이고 되삼켜야 했다.
검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육신이 붕괴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내가 사용하기엔 과분한 검이야!’
반면, 엽현과 검을 바라보고 있는 북무종 무인들 또한 두려움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중 무공이 약한 자들은 감히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들이 보기에 엽현은 검의 주인이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저 검을 사용하는 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아니 그보다 얼마나 강한 것일까?
이에 생각이 미친 북무종 무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제견 곁에 선 엽현이 진북현 등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은 정말로 내가 혼자인 줄 알았더냐? 만약 내 뒤에 아무도 없는 줄로 알고 있었다면 큰 오산이다.”
제견이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엽현이 하는 소리가 헛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엽현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왠지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진북현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네 놈의 배후가 도대체 누구냐?”
“후후, 너희도 잘 아는 세력이지.”
그 말에 진북현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순간 표정이 급변했다.
“혹시 미앙성궁!?”
미앙성궁이라면 명실상부한 미앙성역 최강의 세력이었다.
그리고 미앙성역 전체에서 고가와 독고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은 미앙성궁과 성지를 제외하곤 없지 않은가!
진북현의 말을 들은 엽현이 다소 놀랍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군.”
순간, 진북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설마 살인멸구라도 할 셈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