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18
418화 어떻게 이런 괴물이
순식간에 방안은 악념으로 뒤덮였다.
막주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엽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도대체 무슨 검의란 말인가?
바로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사악한 악념이 순식간에 스며들어 그의 심신(心神)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엽현을 바라보는 막주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자신이 얼마나 엽현을 낮게 평가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귀문이 어디 붙어 있습니까!”
엽현의 악에 받친 음성에 막주가 순간 정신을 찾았다.
“엽 공자, 동생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귀문은 결코 감정적으로 상대해선 안 될 세력이오.”
엽현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거칠게 외쳤다.
“그저 그곳이 어딘지만 알려 주면 됩니다!”
이에 막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귀문은 북쪽으로 삼천리쯤 떨어진 귀산(鬼山)이란 곳에 있소.”
“고맙습니다!”
막주가 자리를 박차고 떠나려는 엽현을 향해 외쳤다.
“우선 서둘지 말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
그러자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씀하십시오.”
“…귀문은 고가나 독고가만큼 명성을 떨치는 곳은 아니오. 하지만 이는 그들이 세인의 눈을 피해 있는 까닭이지 결코 그 실력이 약해서가 아니오. 생각해 보시오. 고가에서 소리소문없이 엽 공자의 여동생을 빼낸 자들인데 평범할 리가 있겠소?”
“…하고자 하시는 말이 있으면 새겨듣겠습니다.”
사실 막주가 듣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다.
“엽 공자, 미앙궁과 성지 등은 양지에서 활약하는 세력들이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미앙궁이란 것은 그대도 잘 알 것이오. 그 외에도 음지에 존재하는 세력들도 적지 않소. 그중에 귀문은 백의종(白衣宗)에 필적할 만한 세력이라 알려져 있소. 비교를 하자면 성지 정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오. 물론 그들의 진짜 실력은 아무도 알지 못하오.”
막주가 엽현의 얼굴을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주된 사업은 바로 ‘죽은 자’와 관련된 것이오. 많은 세력들이 이 사업과 연관돼 있소. 미앙궁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백효각 또한 그들과 종종 거래를 하고 있소.”
‘사업?’
“무슨 사업 말입니까?”
“그것이… 영혼 매매, 혼백 창조, 시체나 귀체 제련 등등… 그들은 이러한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소.”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하면 됐습니다. 충분히 도움이 됐군요.”
엽현이 독고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같이 가기는 위험하니 이곳에 남아 계세요.”
독고훤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이 다시 막주를 바라보았다.
“폐 좀 끼치겠습니다.”
“걱정 마시오. 백효각에서 그녀를 보살피도록 하겠소.”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엽현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막주가 깊은 생각에 빠졌다.
* * *
엽현이 미앙성을 막 빠져나왔을 때, 제견이 물었다.
“걱정되지 않느냐? 백효각이 그녀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지?”
“내가 살아있는 한 감히 그러지 못할 거다.”
“그도 그렇군. 그나저나 사방에서 우리를 쫓고 있다.”
“그럴 테지. 비단 백효각뿐 아니라, 탑을 노리는 자들은 내가 무슨 패를 가지고 있는지 몹시도 궁금할 테니까.”
그 말에 제견의 시선이 엽현의 얼굴로 향했다.
“도대체 네가 가진 패가 뭐야? 나도 좀 알고 있으면 안 될까?”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혹시 겁나서 그런 거야?”
“당연하지! 너랑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느냐? 네 목을 노리는 자가 도대체 몇이나 되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이는 제견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처음에는 고작 삼 년을 따라 다니는 것이 무슨 대수일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엽현을 따라 다닌 후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싸워야 했다. 적은 점점 많아지고 더욱 강해졌다. 심지어 이 빌어먹을 녀석은 가는 곳마다 수집이라도 하듯 적을 만들어 내는 데 혈안이 되어있으니, 이러다가 삼 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횡사할 판인 것이다!
엽현이 제견의 속도 모른 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마. 아직 날 도와줄 자가 있으니까.”
“그녀도 널 떠나고 없는데 누가 널 도와준다는 게냐?”
“……너.”
순간 제견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포효했다.
“이 미련한 녀석아! 지금 농담이나 하고 있을 땐 줄 아느냐! 지금 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자들이 숨어 있는 줄 아느냐! 성경 강자만 자그마치 삼십 명이다 삼십 명!”
“…….”
“후… 아니면 그녀를 다시 불러오는 건 어떻겠느냐?”
제견이 여기서 말한 ‘그녀’는 다름 아닌 간자재였다.
엽현 역시 가능하기만 하다면 당장이라도 간자재를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 가서 그녀를 찾는단 말인가?
엽현이 속마음을 숨긴 채 대답했다.
“그건 안 돼. 이런 작은 일에 누님을 부르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게다가… 너 역시 분명 혼나게 될 거야.”
“…….”
그렇게 아옹다옹하는 사이 엽현과 제견은 귀산에 당도했다.
음산하고 황량했다.
이것이 귀산을 마주한 엽현의 감상이었다.
귀산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뼈가 시릴 정도로 으스스했다. 특히 발 디딜 틈 없이 산 전체에 빼곡히 들어선 무덤들은 보는 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할 정도였다.
게다가 산봉우리에 걸린 먹구름은 이 모든 것을 더욱 음산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삭풍이 불어오니 귀신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귀산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곳이군.”
제견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귀산 정상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들으시오! 나는 엽현이라 하오! 사람을 하나 찾으러 왔소!”
적막감이 감돌았다. 산 정상으로부터 누군가의 음성이 메아리쳤다.
“꺼져라!”
엽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제견을 향해 말했다.
“부숴.”
그러자 제견이 앞발로 지면을 후려쳤다.
쾅-!
순간 제견의 발밑으로부터 땅이 갈라지더니, 점점 귀산을 향해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견의 힘이 산기슭 턱밑에 도달했을 때, 그 앞에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나 가볍게 발을 굴렀다.
쾅-!
지면이 다시 한번 요동치는 동시에 제견의 힘이 순식간에 소멸됐다.
그림자는 양손을 등 뒤로 한 채 엽현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엽현, 귀문은 너와 아무런 원한이 없거늘 왜 여기서 발작하는 것이냐?”
“한 가지 묻겠소. 내 동생이 이곳에 있소?”
“음? 동생?”
그림자가 어리둥절해 하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귀문과 아무런 원한을 만들고 싶지 않소. 다만 그대들이 데려간 동생을 풀어준다면 은혜는 잊지 않겠소.”
“…그 아이가 네 동생이란 말이냐?”
그 말을 들은 엽현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과연 엽령은 귀문에 있던 것이다.
“그렇소. 인정을 생각하여 속히 동생을 돌려보내 주시오.”
“조금 늦었구나. 그 아이는 우리가 이미 귀체로 만들었으니 그렇게 알고 가 보거라.”
‘귀체(鬼體)라고?’
“…….”
“어찌, 믿지 못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네 눈으로 직접 보거라!”
그림자가 팔을 휘두르자, 어느새 그 앞에 소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는 다름 아닌 엽령이었다.
엽령의 몸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안색은 새파랬다. 굳게 닫힌 두 눈에선 아무런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의 눈에서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순간 제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곧 큰일이 나겠구나!’
바로 이때,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두 줄기 검광이 빛처럼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이를 보고 있던 그림자가 검광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쾅-!
검광이 소멸되는 순간, 어느새 그림자의 머리 위에 나타난 엽현이 상대의 머리를 향해 맹렬히 일 검을 내리쳤다.
깜짝 놀란 그림자가 재빨리 손바닥을 뻗었다. 그러자 한 줄기 흑광(黑光)이 날아가 엽현의 검을 가로막았다.
이때, 엽현이 괴성을 지르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쾅-!
흑광이 산산이 부서지며 그림자 역시 미친 듯이 뒷걸음질 쳤다.
이틈을 타 엽현은 재빨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엽령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 순간, ‘엽령’이었던 것이 신기루처럼 허무하게 사라졌다.
‘가짜!?’
속임수라는 것을 눈치챈 엽현이 거칠게 고개를 들며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
“내 동생 내놔-!”
그 말과 동시에 엽현이 빠르게 그림자를 향해 튀어 나갔다.
쉭-!
순간, 엽현이 지나간 공간이 마치 백지장처럼 갈라져 나갔다.
이를 본 그림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런 괴물이…….”
순간 그림자는 두근거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성경 절정인 자신을 일 검에 날려버린 것도 모자라 이렇게 간단히 공간을 찢어버리다니, 이는 무상지경이나 돼야 겨우 가능한 것들이 아닌가!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기변경에 불과한 엽현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니!
한편,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제견 역시 경악에 찬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금 엽현이 보여 주고 있는 것은 그의 경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그림자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가 엽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뒤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 일 검에 그림자가 잘려나가는 순간, 사방에서 수없이 많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이를 보고 있던 제견이 개입하려는 순간, 엽현 주위로 셀 수 없이 많은 기검(氣劍)들이 떠올랐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무수한 검광들이 서로 교차되며 장내를 밝게 만들었다.
쉬쉬쉬쉭-!
그리고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지는 무언가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 빛의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그림자 하나가 돌연 백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뒤이어 장내에 울려 퍼지는 불신의 목소리.
“기검… 기의 운용을 이토록 자유자재로 펼치다니… 도대체 네 놈은 어떻게 되먹은 것이냐!”
엽현은 일언반구도 없이 들고 있던 검을 이마에 가져갔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실제 검이라고 해도 믿을 세 자루의 기검이 나타났다.
한편, 멀리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정체 모를 존재들이 앞다투어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기변경 주제에 이렇게 능숙하게 기를 다루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그 말이 맞소! 저런 괴물을 길러낸 자들은 도대체 누구일지 궁금하구려!”
“아서라. 고가와 독고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모르느냐? 네 놈 따위가 괜히 기웃거리다간 목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
“자자, 계속 지켜봅시다. 아무리 엽현이라도 더 이상 보여 줄 것이 없다면 이 자리에서 꼼짝없이 죽게 될 테니까!”
바로 이때, 엽현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세 자루 기검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림자 정면에 나타났다.
이에 그림자가 당황하지 않고 정면으로 일 장을 뻗었다. 그러자 한 줄기 검광이 맹렬하게 쏟아져 나왔다. 바로 이때, 세 자루 검이 사라지더니, 그림자의 양옆과 후방에서 나타났다.
이에 깜짝 놀란 그림자가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백 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후… 널 얕본 것은 인정하마. 그러나 고작 그 정도 기검으로 성경인 나를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쥔 엽현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자 그림자가 차가운 웃음과 함께 일 권을 뻗어냈다.
그의 주먹이 검과 막 부딪치려는 순간, 그림자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엽현의 검이 바뀌어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