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20
420화 식사 시간이다!
귀체로 만들면 좋을 텐데…….
엽현을 바라보는 중년인의 눈빛이 뜨거운 탐욕으로 물들었다.
몸을 추스른 엽현이 검을 들고 중년인을 향해 다가갔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성경 강자가 나오는지 원…….”
엽현의 말에 중년인이 코웃음을 쳤다.
“사람들이 아무리 널 두려워해도, 우리 귀문은 그렇지 않다.”
말을 마친 중년인이 붓을 치켜들어 엽현을 향해 점을 찍었다.
순간, 엽현의 앞에 검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흑점은 순식간에 사람 키만큼 불어나더니 이내 엽현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바로 이때, 검은 점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를 보고 있던 중년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공간을 회복시키다니, 이게 무슨…….”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한 줄기 검광이 중년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중년인이 서두르지 않고 붓을 들어 마찬가지로 점 하나를 찍었다. 이 점은 곧장 검광으로 향했다.
쾅-!
검광이 산산이 흩어짐과 함께 엽현이 또다시 뒤로 물러났다.
중년인이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는 듯, 왼손으로 결을 맺는 동시에 오른손에 든 붓으로 일 획을 그었다.
“횡멸(橫滅)!”
한 줄기 묵광(墨光)이 장내를 가르는 순간, 엽현이 황급히 검을 치켜들었다.
퍽-!
묵광은 사라졌지만, 그 충격으로 엽현의 신형이 중년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이때 중년인의 시야에 파르르 떨리는 엽현의 손이 들어왔다.
“흠… 검도의 깊이도 그렇지만, 육신의 강도 역시 대단하구나. 하지만…….”
말을 하던 중년인이 붓을 들고는 다시 횡으로 그었다.
“분(分)!”
그 순간, 엽현을 둘러싼 사방의 공간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엽현은 수천 필의 말이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속으로 깜짝 놀란 엽현이 황급히 공간도칙을 운용했다. 찰나의 순간, 분해되던 공간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하지만 엽현의 안색은 극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이를 본 중년인의 미간 사이의 골도 더욱 깊게 패였다.
“외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틀림없구나!”
바로 이때,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중년인 앞에 나타났다. 엽현의 왼손엔 방금 전까지 없던 검이 들려 있었다.
윙-
날카로운 검명 소리에 남자 주변의 공간이 균열을 일으켰다.
뒤이어 검이 떨어지자, 중년인이 황급히 붓을 세웠다.
퍽-!
중년인의 발밑이 그대로 갈라져 나갔지만, 엽현의 검을 막을 순 있었다.
그러나 엽현은 이 정도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쾅-!
엽현이 재차 검을 휘두르자, 중년인의 신형이 수십 장 밖으로 밀려났다. 중년인이 막 멈춰 섰을 때, 한 자루 검이 돌연 공간을 뚫고 튀어 나왔다.
중년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왼손을 들었다. 그러자 검은 그의 손가락 사이에 갇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중년인이 겨우 한숨 돌리려는 순간, 칠흑의 비검이 번개처럼 그의 가슴께를 통과했다.
음령기검(陰靈氣劍)!
엽현은 음령기검을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두었다. 처음부터 밑천을 드러냈다간 결코 중년인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상대는 매우 강했다,
그만큼 엽현에게 찾아올 기회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가장 확실한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음령기검을 날린 것이다.
음령기검이 중년인의 가슴을 통과한 순간, 엽현은 멈추지 않고 무수히 많은 기검을 생성해 냈다. 이 기검들은 곧 남자의 시야를 뒤덮으며 새까맣게 날아들었다.
바로 이 순간, 중년인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고개를 돌리자 백 장 떨어진 곳에 중년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좌우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두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성경의 강자였다.
이때, 중년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빠르게 부패되어가는 흉부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중년인이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선기(仙器) 급의 검이라니……. 웬 보물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냐!”
중년인이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닌 게 아니라, 실력으로만 놓고 보자면 엽현은 결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비록 엽현의 재능이 대단하긴 하지만, 두 사람의 경지 차이는 절대 재능 따위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 지금쯤 엽현은 싸늘하게 식어있어야 정상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엽현에게는 희귀한 보물들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었다.
처음 사용했던 흑색 검도 가공할만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선기를 꺼내 들다니!
게다가 이게 전부일까?
상대가 엽현인 걸 생각하면 더 강력한 무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중년인은 생각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중년인이 속으로 절규하는 순간, 엽현이 검을 들고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귀문에 성경 강자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보고 싶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엽현의 몸 위로 황급 갑옷 하나가 씌워졌다. 제신황혼의 등장과 함께 엽현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본 중년인이 질렸다는 듯 몸서리를 치기 시작했다.
“또, 선기! 젠장, 또 선기라니!”
중년인 곁에 서 있던 두 노인 또한 표정이 어두워졌다. 성경에 속한 그들이라 할지라도 선계 급의 장비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게다가 엽현이 사용하는 선기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때 한 노인이 말했다.
“여천(余天) 호법, 어서 문주께 연락을 취하시오.”
여천이라 불린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문주는 지금 천역에 없…… 모두 아래를 보십시오!”
그 말에 다른 두 노인이 절벽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제견에게 심각하게 밀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상황으로 보건대 노인이 패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이를 본 한 노인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저대로는 반 시진을 채 버티지 못할 것이오. 만약 진존(秦尊)이 당한 후에 저 요수가 합세하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손 쓸 수가 없게 되오. 어서 문주께 아뢰어야 하오!”
“그 전에 우리 셋이 엽현을 처리하면 안 되겠습니까?”
여천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놈이 걸친 선기급 장비는 결코 단시간에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게다가 여 호법, 그대는 지금 중상을 입은 상태니 제 실력을 발휘할 수도 없소. 게다가 놈이 가진 패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덤볐다간 도리어 곤경에 빠질 수도 있소. 문주를 모셔오던가 아니면 수호진(守護陣)을 펼치던가!”
“…수호진을 가동하겠습니다.”
여천의 말에 노인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왜 끝까지 문주를 부르려 하지 않는 것이오?”
“문주께선 천역을 떠나 장천장성(葬天長城)으로 가셨습니다. 장천장성은 미앙성궁이 쳐 놓은 진때문에 전음이 통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우리의 전음을 미앙성궁 놈들이 엿듣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입니다. 문주께선 결코 자신이 그곳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 하시니까요.”
“할 수 없지. 그럼 수호진을 가동하시오!”
여천이 고개를 끄덕인 후, 뒤편의 산문을 향해 소리쳤다.
“개진(啟陣)!”
바로 그 순간, 귀산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더니, 무수한 줄기의 검은 빛이 산 전체를 뒤덮었다. 검은빛 안에는 무수히 많은 악령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엽현이 발걸음을 멈추고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만귀진(萬鬼陣)이다!”
어둠 속에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만귀진까지 펼쳐야 했단 말인가!”
“아니면? 엽현이 입은 저 갑옷은 성경 강자의 능력으로는 절대 부수지 못할 텐데, 이대로 당하는 것보단 진을 펼치는 게 옳은 선택이지!”
“저 핏덩이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소. 게다가 저렇게 많은 지보들을 지닌 것을 보니 그 배후가 정말 대단한 듯하오!”
“여보게들, 조용히 좀 하게! 입 닥치고 엽현이 만귀진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보란 말일세!”
“…….”
이들 중에는 백효각의 막주 역시 끼어 있었다. 막주는 이들의 대화에는 끼지 않은 채 말없이 엽현을 지켜보기만 했다.
산 아래쪽, 만귀진의 개진과 함께 귀산에 있던 무덤들로부터 수많은 악령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곧 엽현 등이 있는 산 정상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검은 구름이 귀산을 덮은 듯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악령들이 엽현을 주시했다. 이들의 눈 속엔 탐욕이 그윽했다.
엽현은 난생처음 보는 엄청난 수의 악령들에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악령들은 결코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때, 몹시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주인!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할게요!]소혼의 목소리였다.
[제가 저들을 모두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내보내 주세요!]“그, 그래? 그럼 빨리 나와서 다 처리해 버려!”
[주인, 서두르지 마세요. 아직 숨어있는 악령들이 남아 있습니다. 놈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낸 후, 제가 나서서 일망타진하겠습니다!]엽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정면의 여천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흥! 귀문의 대진이라 하는 것이 고작 이 정도인가? 실망스럽군!”
말과 동시에 엽현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른편에 있던 악령 하나가 그대로 소멸됐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여천이 가볍게 발을 굴렀다. 그러자 지면이 갈라짐과 동시에 지금 나와 있는 악령보다 훨씬 더 많은 악령들이 지하로부터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잠시 후, 귀산 전체가 각양각색의 악령들로 인해 새까맣게 물들었다.
이뿐 아니라, 엽현의 발밑에 붉은 원이 생성되었다. 이 원 안으로 무수히 많은 양의 선혈이 몰려들었다.
엽현이 발밑의 모여드는 선혈을 바라보고 있을 때, 소혼이 말했다.
[주인,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는 악령들이 생전에 지니고 있던 피입니다. 주인을 속박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입니다. 허나, 이 선혈들 또한 제가 모두 빨아들일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아하니 조금 있으면 악령들이 모두 나올 것 같으니 잠시만 더 기다리십시오.]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엽현이 아래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견과 노인은 여전히 전투 중이었는데, 이미 승부는 확실하게 제견에게 기운 상태였다. 노인은 방어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엽현은 굳이 제견을 불러들이지 않았다. 귀문이 또 어떤 비장의 수를 숨기고 있는지 모르는 만큼, 그때를 위해 제견을 아껴두어야만 했다.
이때, 엽현이 뭔가 생각 난 듯 여천을 향해 물었다.
“나는 귀문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내 동생을 잡아간 것이냐?”
“흥! 그녀가 네 동생이었는지 알 게 뭐냐! 만약 알았다 하더라도 우리 귀문은 그런 특이한 체질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답을 듣자 엽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령이는 지금 어디 있지?”
여천이 대답하려는 순간, 곁에 있던 노인이 말했다.
“놈은 지금 시간을 끄는 것이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여천이 아래쪽의 상황을 살펴본 후, 엽현을 향해 말했다.
“엽현, 스스로의 무지함을 원망하거라!”
말과 동시에 여천이 양손으로 인을 맺으며 소리쳤다.
“만귀(萬鬼)들은 나의 명을 들어라! 살(殺)!”
여천의 손이 엽현에게로 향하자, 귀산을 가득 채운 악령들이 마치 굶주린 늑대와 같이 혈진(血陣)안에 갇힌 엽현을 향해 돌진했다.
한편, 무심한 얼굴로 다가오는 악령들을 바라보고 있던 엽현이 마침내 한 자루 칼을 꺼내 들며 외쳤다.
“맛있는 식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