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21
421화 왜 진작에 알려주지 않았소?
엽현이 외침과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진혼검이 엄청난 진동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진혼검은 마치 회오리처럼 사방에 득실거리던 악령들을 모두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귀산 꼭대기엔 한동안 악령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이를 보고 있는 여천과 노인들은 머리가 멍해졌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간신히 정신을 찾았을 때는 이미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악령들은 모두 진혼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난 뒤였다.
엽현은 진혼검을 통해 악령들의 원망과 절규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진혼검에서 매우 흥분한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주인! 굉장합니다! 악령들의 기운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들 중 쓸 만한 몇몇은 음혼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흡수할 겁니다. 아무쪼록 나중에 살아서 뵙겠습니다!]“…….”
이를 마지막으로 진혼검의 음성이 사라졌다.
이때, 여천이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엽현,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엽현의 시선이 여천에게로 향했다.
“도대체 왜 하나같이 그런 멍청한 질문들을 하는 건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엽현의 신형이 사라졌다.
깜짝 놀란 여천이 뒷걸음질 치자, 곁에 있던 두 노인이 정면으로 뛰쳐나갔다.
퍼퍽-!
두 번의 폭음과 함께 두 노인이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 밀려났다.
이를 본 여천이 이를 악물고 출수하려는 순간, 복부에서 극심한 통증이 올라왔다. 여천이 고개를 숙이니 그의 복부는 이미 부패 정도가 심해 커다란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여천이 황급히 동작을 멈췄다.
만약 섣불리 움직였다간 복부의 상처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이러는 동안, 엽현이 다시 두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대 일의 상황!
두 노인은 비록 성경의 고수들이었지만, 제신황혼을 착용한 엽현에게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음령기검 역시 두 사람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바로 이때였다.
산 아래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리더니, 제견과 싸우고 있던 진존이 절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쾅-!
절벽이 와르르 무너지고 제견이 다시 출수하려는 순간, 진존이 곧장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그는 눈 깜빡할 사이에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러나야 하오!”
이 말과 함께 진존이 곧장 뒤편의 귀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에 잠시 머뭇거리던 여천 역시 귀문을 향해 도망쳤다.
나머지 두 성경 강자들 또한 그 뒤를 따르려 하였으나, 엽현은 결코 그들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을 때, 그 어떤 괴물보다도 두려운 제견이 모습을 드러냈다.
끄아아악-!
두 성경 강자는 처절한 비명만을 남긴 채 제견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들의 영혼은 고스란히 진혼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침내 고요해진 장내.
어둠 속에서 엽현을 바라보고 있던 백효각의 막주는 심박수가 빨라진 상태였다.
그는 이제야 왜 엽현이 자신 앞에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한 수가 있는 놈이었어!’
만약 그날 백효각이 엽현을 치려 했다면, 설령 승리하더라도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다음은 두말할 것 없이 다른 세력에게 흡수당하는 신세로 전락했을 게 뻔하다.
이에 생각이 미친 막주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장 가서 독고 소저를 백효각에 모시거라.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녀를 수호해야 한다!”
“옛!”
어둠 속에서 누군가 대답한 뒤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한편, 엽현은 제견과 함께 굳게 닫힌 귀문 앞에 섰다.
콰쾅-!
엽현이 휘두른 검에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지만, 귀문은 아무 이상 없이 멀쩡했다.
엽현에 제견을 바라보자, 제견이 앞발을 들어 올렸다.
쾅-!
귀문이 심하게 흔들리긴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봐, 이거 보통 문이 아니야!”
곰곰이 생각하던 엽현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손에 있던 영선검이 순식간에 음령기검으로 바뀌었다.
쾅-!
귀문이 다시 한번 흔들리긴 했지만, 이번엔 오히려 엽현이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순간 엽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선기라 불리는 음령기검마저도 소용없단 말인가.
이때 제견이 말했다.
“혹시 너의 진혼검이라면 부술 수 있지 않을까?”
“…소혼, 네 힘으로 이 문을 파괴할 수 있나?”
잠시 후, 소혼의 음성이 들려왔다.
[불가능합니다.]엽현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네 힘으로도 불가능하단 말이냐?”
[그보다는 주인의 실력이 너무 형편없는 관계로 검의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워할 것 없습니다. 나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고 하더라도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흠… 그럼 전혀 들어갈 방법이 없단 말인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엽현에게 다시 소혼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저들이 스스로 문을 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탑 위의 검을 사용 해보는 것입니다.]엽현이 생각도 해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두 가지 모두 그로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현재 그의 실력으로 탑의 검을 휘두르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공간도칙!
엽현은 재빨리 공간도칙을 운용했다. 그러자 귀문 주위의 구조와 그 너머로 있는 공간이 느껴졌다.
잠시 후, 엽현이 제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가자!”
그 말과 동시에 엽현과 제견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귀문 근처에서 여러 개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저놈이 정말 귀문을 멸할 수 있을까?”
“독고가와 고가를 무너뜨린 놈이오.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오.”
“하지만 귀문은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지 않소?”
“우리끼리 떠들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어떻게 되나 지켜보기나 합시다.”
“…….”
한편에 있던 막주는 말없이 귀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만약 엽현이 정말 귀문을 해치운다면 앞으로 그를 귀찮게 하는 자들이 매우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패하거나 도망친다면, 이곳에 숨어있는 자들은 곧바로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엽현이 지니고 있는 보물, 그것이 주는 유혹은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었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백효각 또한 언제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엽현이 얼마나 많은 패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만약 제견이 그가 가진 패의 전부라면, 이곳에 있는 자들은 두말할 것 없이 달려들 것이다.
이제 막주를 포함한 무인들의 관심은 과연 엽현이 살아서 귀문을 빠져나오느냐에 쏠리게 되었다.
* * *
엽현은 공간도칙을 이용해 곧장 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결코 평범한 문은 아니었지만, 공간도칙의 범주를 벗어난 것은 아닌 듯했다.
엽현과 제견 앞에는 위쪽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놓여 있었다. 가파른 산을 따라 이어져 있는 돌계단 끝엔 검은 대전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꼭대기엔 붉은 부적이 붙어 있었다.
“여기가 그들의 진정한 본거지인 모양이군.”
제견이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엔 짙은 운무가 깔려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제견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은 속으로 귀문이 어쩌면 고가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고가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저 간자재라는 괴물을 맞닥뜨린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만약 간자재가 없었더라면 엽현의 실력으로 고가를 해치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설령 계옥탑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엽현은 스스로의 실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비록 제견이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엽현은 검을 세운 자세로 돌계단을 올랐다. 바로 이때, 기이한 검은 그림자가 엽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엽현, 대체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엽현이 이에 대답하는 대신 대뜸 소리쳤다.
“죽여!”
그러자 제견이 살짝 당황해하며 물었다.
“대화도 안 해보고 그냥 죽여?”
“같은 남자끼리 무슨 대화를 해 징그럽게!”
그 말에 제견이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눈을 반짝였다.
“네 말이 백번 옳구나!”
말이 떨어짐과 솟구쳐 오르는 제견!
이에 그림자는 다급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놈!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
쾅-!
제견이 그림자를 강타한 순간, 그림자가 그대로 흩어졌다.
순간 제견이 눈살을 찌푸렸다.
“본체가 아니었어.”
엽현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돌계단이 끝나는 곳엔 진존과 여천이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엽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견이 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지면을 향한 검은 엽현이 걸을 때마다 돌계단에 깊은 자국을 만들어냈다.
“엽현, 지금 물러난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여천의 말에 엽현이 제견을 돌아보았다.
“들었겠지? 시간 끌려는 수작이다. 바로 죽여!”
그 말과 동시에 엽현이 날듯이 돌계단 위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자신들의 앞에 도달한 엽현을 보자 진존이 황급히 일 장을 날렸다. 그의 장력이 방출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크게 출렁였다.
바로 이때, 엽현의 뒤에서 튀어나온 제견이 진존의 손바닥을 맹렬히 후려쳤다.
쾅-!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며 진존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순간, 엽현이 돌연 진존의 머리 위에 나타나 검을 내리쳤다.
날아오는 검을 보며 안색이 크게 변한 진존이 노기 띤 괴성과 함께 검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주먹이 방출되는 순간, 한 줄기 강대한 영혼지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갔다.
이때,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엽현!
이를 본 여천이 경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혼력을 쓰면 안 돼! 빨리…….”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혼력이 산산이 흩어짐과 동시에 엽현의 검이 그대로 진존의 미간에 박혔다.
그러나 진존은 마지막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 엽현의 복부에 일 장을 꽂아 넣었다.
퍽-!
엽현의 신형이 마치 실이 끊어진 연처럼 힘없이 날아갔고, 진존 역시 뒤편으로 튕겨 나갔다. 진존이 멈춰 섰을 땐, 이미 그의 영혼이 육신과 분리된 상태였다.
잠시 후, 진존의 영혼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속도로 희미해져 갔다.
사라져가는 자신의 영혼을 바라보며 한숨짓던 진존이 다소 원망 섞인 눈으로 여천을 바라보았다.
“왜 진작에 알려주지 않았소?”
여천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대답했다.
“깜빡…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