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31
431화 다음 차례는 누군가?
남역.
제견은 엽현을 태운 채 빠르게 날고 있었다. 그 뒤로 흑의인들이 여전히 그들을 뒤쫓고 있다.
이때 엽현이 제견의 귀에 입을 바짝 갖다 대며 물었다.
“이봐, 어떻게 하면 너의 예전 실력을 회복할 수 있는 거야?”
제견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묻지도 마!”
“왜?”
“실력을 되찾으려면 파괴된 단전이 다시 생성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러려면 최소 백 년은 필요하다!”
백 년!
“그건 너무 길잖아!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있다!”
“그게 뭔데?”
“바로 같은 요족을 흡수하는 것이지. 네가 가서 진룡(真龍) 몇십 마리만 잡아 온다면 바로 실력을 회복할 수 있다!”
순간 엽현의 표정이 굳었다.
“우리가 진룡을 잡을 수나 있어?”
“하하 잡을 수야 있지! 진룡은 일반적으로 성경 절정에 해당한다. 물론 인족의 성경과 비교해서 전투력이 열 배는 강하지. 심지어 지금의 나보다 더 강할 정도다!”
그 말에 엽현이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이봐, 방금 들은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줘. 차라리 백 년 기다리고 말지.”
“…….”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났다. 엽현과 제견은 넓은 바다 위를 달리고 있었다. 상공에서 바라보니 바다 위에 간간이 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봐, 어떻게 좀 따돌릴 순 없는 거야?”
“안 돼!”
엽현의 물음에 제견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왜 안 돼?”
“아까부터 전방에서도 은밀한 기운이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 포위된 상태다.”
그 말을 듣자 순간 엽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설마 성경 이상의 무인들인가?”
제견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아니라 해도 앞서 이장풍처럼 성경 절정은 될 것이다. 내가 맡을 수 있는 건 고작 하나다.”
“그렇군…….”
순간 제견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렇군이 아니라 뭔가 방법을 좀 생각을 해 내!”
방법!?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을까? 아마도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동귀어진일 것이다.
하지만 엽현은 그것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사람인지라 죽음은 두려웠던 것이다.
물론 목숨을 걸어야 할 상황이 오면 무슨 짓이든 하겠지만 말이다.
상념에 잠겨 있던 엽현에게 제견이 말했다.
“그나저나 저들이 왜 출수하지 않는지 궁금하군.”
그 점은 엽현 역시 궁금하던 것이었다.
만약 저들이 이미 자신을 포위하고 있다면 왜 아직 공격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뭘 더 기다리는 건가?
“이봐, 아니면 네 누님이라도 불러 봐. 이러다 둘 다 죽겠다!”
‘간자재?’
엽현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지금 그녀가 나타나 손짓 한 번만 하면 저들은 그저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녀를 부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 그의 속을 꿰뚫은 듯 제견이 물었다.
“혹시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 건가?”
“…그런 게 아냐. 그저 부르고 싶지 않을 뿐이야.”
“어째서?”
제견이 묻자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자, 한 번 생각 해 봐. 그녀가 왜 떠났을까? 바로 날 강하게 키우기 위해 떠난 것이지! 음… 너도 그렇고. 만약 우리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도움을 구한다면 누님이 어떻게 생각할까? 한심하다고 생각할 거 아냐!”
엽현이 제견의 눈치를 흘끗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우리 둘이 해결해야 한다 이 말씀이야!”
그 말에 제견이 고개를 돌려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건데? 내가 다섯 맡을 동안 나머지는 네가 처리할 테냐?”
“…….”
“에휴… 그녀가 부탁해서 같이 다니긴 하는데, 이건 뭐 만날 줘 터지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네.”
“…….”
“아, 멍청히 있지 말고 머리 좀 굴려 보란 말이다! 평소에는 잘만 굴리더니…….”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불현듯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계옥탑의 힘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한 번 정도는 더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하나뿐인 목숨을 운에 맡길 순…….’
“잠깐 세워봐. 워, 워!”
엽현이 갑작스레 제견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확실해? 세워?”
제견이 내키지 않는 듯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들이 제자리에 멈추고서 채 몇 각도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무인들이 엽현과 제견을 에워쌌다. 그들 중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까 그 노인이었다.
노인이 엽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찌, 더 도망가보지 않고?”
“도망치기 싫다!”
엽현의 말에 흑의 노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아래쪽에서 바닷물이 하늘 그들의 발밑까지 솟구쳐 올랐다.
보아하니 대화 없이 바로 출수하려는 모양이었다.
“이봐, 그래서 생각해낸 수가 뭔데?”
제견이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엽현이 웃으며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없어. 이대로 도망쳐 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뿐이야. 기왕 도망칠 수도 없는 거, 차라리 신명 나게 한판 벌여보는 게 낫지! 자, 공평하게 반씩 나누자고, 어때?”
제견이 그 말을 듣더니 순간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그럼 어디 신나게 놀아 볼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제견이 흑의 노인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이를 본 흑의 노인이 재빨리 일 장을 뿌렸다.
쾅-!
큰 충격과 함께 노인과 제견이 서로 물러났다. 그러나 제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십여 명의 성경 강자들에게 둘러싸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나머지 십여 명의 무인들은 엽현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들은 비록 출수하지 않고 있었지만, 시선은 확실히 엽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한 명 대 열두 명의 싸움.
엽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대 삼이라면 혹시 모를까, 혼자 열 명이 넘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엽현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도 가능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투.
이 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해결책인 것이다.
엽현이 손을 펼치자 그의 손에 한 자루 검이 쥐어졌다. 순간, 그를 에워싸고 있던 무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엽현에 실력은 그들 역시 익히 알고 있던 것이다.
귀문을 멸망시킬 때, 성경 강자들을 가볍게 요리하던 엽현이었다.
그런 자를 상대로 방심은 절대 금물이었다.
한편, 엽현은 검을 뽑아 들고서도 함부로 출수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눈앞의 십여 명의 무인들의 기운이 이미 혼연일체가 된 까닭에 그가 움직이는 순간 한 번에 달려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들 역시 엽현이 먼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출수하는 쪽이 먼저 허점을 드러내리라!
반대쪽에서는 제견이 마찬가지로 성경 강자들을 상대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이 한 번 출수할 때마다 아래쪽에 있던 작은 섬들은 가루로 변하기 일쑤였으며, 물기둥들이 사방에서 튀어 올랐다.
검을 잡은 엽현의 손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만약 적이 하나였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살해할 수 있었을 것을…….
하지만 한 번에 열 명을 상대하게 된 상황에서는 그 역시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대치가 계속되던 어느 순간, 엽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때, 그의 손에 들린 검은 어느 순간 진혼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진혼검이 나타난 바로 그 순간, 오른쪽 십여 장 밖에 있던 성경 강자 하나가 갑자기 고꾸라졌다. 이윽고 참혹한 비명 소리가 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수혼(收魂)!
소혼이 예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 진혼검은 일정 거리 안에 있는 적에 대해서 곧장 그 영혼을 흡수할 수 있다고.
엽현은 결코 이 사실을 잊은 적이 없었다.
갑작스레 동료를 잃은 흑의인들이 당황하는 순간, 엽현은 그대로 가장 가까이 있던 성경 강자를 향해 돌진했다. 이에 상대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황급히 물러났으나, 그대로 힘을 잃고 픽 쓰러지고 말았다.
이때, 무인의 몸에서 한 줄기 흑광이 빠져나오더니 진혼검 안으로 흘러갔다.
순식간에 두 명을 처리한 엽현!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엽현의 안색은 매우 창백해져 있었다.
현재 그의 실력으로 진혼검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하루 두 번뿐이었다. 만약 그 이상 사용하게 된다면 진혼검은 그의 영혼을 흡수할 것이다.
소혼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많아야 한 차례밖에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순간, 엽현은 자신의 몸에서 나사 하나가 빠진 듯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미 그의 영혼에 무리가 간 것이리라.
‘더 이상 사용하면 안 되겠다!’
엽현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겁먹은 상대 무인들은 이미 백 장 밖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그들의 시선은 두려움에 휩싸인 채로 엽현이 들고 있는 검에 집중됐다.
그러자 엽현이 체내에서 느껴지는 부조화를 참아내고는 억지로 씩 웃어 보였다.
“다음 차례가 누군가?”
엽현이 검면을 손바닥에 탁탁 치며 말했다.
이내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엽현을 둘러싸고 있는 무인들중에서 움직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죽어버리는데 누가 감히 출수할 수 있겠는가?
이를 본 엽현이 더욱 기고만장해져서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몰라? 그럼 알려줄 테니까 어디 가서 차분히 대화로 하자고. 내가 누군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 모두 알려줄 테니…….”
엽현이 말을 하는 사이 그의 육신은 아무도 모르게 자원정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놈이 시간을 끌려 한다!”
이때, 누군가 소리쳤다.
그러자 성경 강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엽현을 향해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또 다른 검을 꺼내 들었다.
탑의 검!
검이 나타난 순간, 하늘색이 갑자기 우중충해지는 동시에 강대한 검세가 폭풍처럼 장내에 휘몰아쳤다. 이에 깜짝 놀란 성경강자들이 재빨리 백 장 밖으로 물러났다.
검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귀신을 바라보는 듯했다. 이는 진혼검을 봤을 때보다 더 겁먹은 표정이었다.
“…이게 무슨 검인 줄 아느냐?”
엽현이 무인들을 한 번 쓱 훑어보며 말했다.
“이 검은 본명검(本命劍), 나 엽현으로부터 탄생한 검이지!”
바로 이때, 탑의 검이 갑자기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귀청을 찢을 듯한 검명을 자아내더니 강대한 검세가 오히려 엽현의 몸을 뒤덮었다.
의도치 않은 상황에 다소 당황한 엽현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발 한 번만 내 체면 좀 살려주라……. 응?’
바로 이때, 탑의 검이 갑자기 휙 돌아서더니 엽현의 이마를 겨눴다.
“…….”
엽현의 이마를 향해 둥둥 떠 있는 검.
이를 본 무인들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무슨 짓이지?’
당황한 것은 당사자인 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탑의 검이 이다지도 성격이 포악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양쪽이 서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계옥탑 오 층에서 큰 움직임이 일었다.
이를 느낀 엽현이 안색이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