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33
433화 항상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마련이다
계옥탑이 나타난 이후, 제견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에게 있어 이 계옥탑은 너무나도 무서운 존재였던 것이다.
중년인 역시 매우 심각해진 표정으로 계옥탑을 향한 경계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엽현이 막 탑을 발동하려 할 때, 탑 오 층에서 요란한 진동이 느껴졌다.
계옥탑 일 층에서 영과에 물을 주고 있던 소령이 물통을 내팽개치고 곧장 탑 꼭대기로 허겁지겁 올라갔다. 그러더니 가운데 검을 붙잡고 벌벌 떨며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이 시각, 엽현은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탑의 힘을 사용하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계옥탑 전체가 맹렬히 흔들리더니 그 충격에 엽현이 오공에서 피를 뿜었다.
이 장면을 중년인이 놓칠 리가 없었다.
“부작용인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출수하려는 중년인.
바로 이때, 한 줄기 검명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중년인이 순간 동작을 멈추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소리의 출처는 바로 엽현의 몸 안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혼미케 하는 검명 소리에 중년인이 잔뜩 경계하기 시작했다.
엽현이 정신을 잃을 듯 비틀거렸다. 바로 이 순간, 엽현은 자신의 몸 안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오 층 녀석이 나오려는가…….’
탑 중앙에 있던 검이 갑자기 격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 층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계옥탑 오 층이 마치 터져버릴 듯이 진동했다.
이때, 탑의 검 한 자루가 오 층 안으로 쑥 들어갔다.
대략 일각이 지났을 때, 검이 탑에서 빠져나오더니 곧바로 엽현 앞에 나타났다.
이를 본 중년인이 안색이 급격히 변하며 황급히 백 장 밖으로 후퇴했다.
검은 중년인에게 관심을 주는 대신 엽현의 머리를 두어 번 톡톡 건드렸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검이 중년인을 향해 검신을 빙글 돌리더니,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쏘아져 날아갔다.
이에 백 장 밖에 있던 중년인이 황급히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의 앞쪽에 공간이 층층이 쌓이더니 순식간에 두꺼운 공간 장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검이 도착한 순간,
쾅-!
두터운 공간 장벽을 마치 종잇장처럼 가르고 나간 검은 곧장 중년인의 미간마저 뚫고 나갔다.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중년인. 그의 흐리멍덩한 눈은 엽현을 향해 있었다.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
이를 본 엽현과 제견 또한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중년인이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중년인을 죽인 검이 엽현에게로 돌아왔다. 엽현의 눈앞에서 잠시 머문 검이 검신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가 싶더니 이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가… 간다고 이대로? 도망치는 건가!?’
이때 엽현이 뭔가 떠오른 듯 급히 소령을 불러냈다.
“소령아, 검이 어디로 간 줄 알아?”
이에 엽현 앞에 모습을 보인 소령이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도와줄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 했어!”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 도대체 누구를?’
이때, 어떤 존재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이에 엽현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녀! 그녀 말고 달리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럼 탑은 누가 지키지?’
이에 생각이 미친 엽현이 황급히 의식을 계옥탑 안으로 흘려보냈다.
탑 안, 특히 오 층은 전과 다를 바 없이 잠잠한 상태였다.
하지만 엽현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방금 전, 하마터면 오 층 존재가 튀어나올 뻔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탑의 검이 상대를 진압하긴 했지만, 이도 오래가진 않을 듯했다.
만약 그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더라면 도움을 구하러 가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군……. 예전보다 훨씬 더…….’
상념에 잠겨 있는 이때, 제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설명 좀 해봐!”
이에 엽현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떻게 되기는……. 망하기 일보 직전이지…….”
현재 엽현은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내부에 아주 엄청난 존재와 맞닥뜨린 상황. 심지어 그 존재는 탑의 검마저 도움을 필요로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다.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엽현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오 층 존재를 걱정하기 이전에 더욱 급한 것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추적자로부터 벗어나는 일이었다.
우선 중년인의 납계를 회수한 엽현은 소령을 품에 앉힌 채, 제견의 몸 위로 올라탔다.
제견이 막 출발하려는 이때, 누군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이 층 존재였다.
이 층 존재가 엽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잠시 후, 엽현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이 층 존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이 층 존재가 계옥탑 안으로 들어가자, 제견이 발을 구르며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내달렸다.
그들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무인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는 자는 보라색 장포를 입은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이 먼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중얼거렸다.
“결국 그를 죽이고 탈출했단 말인가……. 보아하니 우리가 예상치 못한 패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군…….”
이때, 그의 뒤편에 있던 노인이 중년인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놈의 실력이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소.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그래서, 그대들은 이대로 포기 하겠다?”
“이미 우리 황보가의 가주께서 돌아가셨으니…….”
방금 검에 이마를 뚫려 죽은 이는 다름 아닌 황보가의 가주였다.
이때, 보라색 장포를 입은 남자가 옅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렇다면 더욱 원한을 갚아야 하지 않겠소?”
“…….”
남자가 침묵하는 노인을 향해 빙글 돌아섰다. 그의 입가엔 여유로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 아직 황보가 전임 가주께서는 아직 정정하시다고 하던데, 만약 그의 아들이 비명에 횡사했다고 하면 어떻게 나오시려나?”
“…끝까지 우리 황보가를 이용하겠다는 말이오?”
노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자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이 아니외다. 황보가가 빠진다 해도 추격은 계속될 것이오. 그러나… 정말 그대들은 여기서 기꺼이 물러날 수 있소? 네 명의 성경 강자, 심지어 가주까지 잃고서?”
“…….”
“황보현(皇甫賢), 이번 일은 그대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러니 먼저 노(老) 가주에게 보고하는 것이 좋겠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가 떠나갔다.
그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장내에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나타났다. 그를 보자 황보현이 황급히 예를 차렸다.
“가주!”
이 자가 바로 황보가의 전임 가주, 황보소(皇甫嘯)였다.
황보소가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런 진흙탕 속에 우리 황보가는 더 이상 끼어들지 않는다!”
“가주, 우리가 놈을 너무 얕본 것 같습니다.”
황보소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만 되었다. 남은 자들을 끌고 돌아가거라!”
“하지만 그가…….”
“흥! 네가 보기에 그들이 진정으로 우리와 연합하길 원하는 것 같으냐? 노부는 진작 그 시커먼 속내를 알아보았다! 저들은 그저 우리를 이용해 엽현의 패를 확인해 보려 했을 뿐이다. 스스로 하기는 두려우니 우리를 미끼로 삼은 것뿐! 이대로 더 놈에게 협력했다간 다음번엔 무인 몇을 잃는 게 아니라 가문 전체가 멸족할 것이다!”
그 말에 황보현이 깜짝 놀라 황보소를 바라보았다.
“멸족 말입니까? 설마…”
“설마 불가능할 듯싶으냐?”
“…….”
“그자는 정체도 그렇고, 그 실력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강자다. 그런 자가 함부로 치지 못하는 엽현이란 놈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황보소가 먼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번 판은 우리가 비집고 들어가기엔 너무 크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손을 떼야 한다. 가문의 안녕을 위해서.”
이 말을 끝으로 황보소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장내에 남은 황보현이 낮게 한숨을 짓더니 그 뒤를 쫓았다.
* * *
청명한 바다 위의 어느 섬. 자주색 장포를 입은 남자가 멀리 시선을 고정시킨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때, 흑의를 입은 노인 하나가 다가와 그에게 예를 차렸다.
“인군(人君), 황보가는 퇴각했습니다.”
그 말에 남자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황보소… 역시 상황파악이 빠른 늙은이로군.”
“지금이라도 명하시면 곧바로 멸망시킬 수 있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까진 없다. 그들은 우리를 방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을 건드렸다가 미앙궁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그들의 궁주가 얼마나 강한지는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속하가 조사한 바로는 엽현을 비밀리에 돕고 있던 것이 미앙궁이었습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상관없다. 엽현은 이미 미앙성을 떠났으니, 미앙궁은 더 이상 관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흑의 노인이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황보가 가주를 죽인 자의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후후, 어리석은 자. 내가 기다리라고 했음에도 독단적으로 출수한 것은 분명 보물을 독식할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엽현에게 여전히 패가 남아 있을 줄은 몰랐겠지. 사람을 망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욕심인 것을…….”
남자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 일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 요수의 속도를 고려하면 엽현이 장천장성에 도달하기까지 삼 일가량이 남았습니다.”
“결코 그가 도착하게 해선 안 된다. 마가족과 미앙궁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면 더 이상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 것이니.”
이때 남자가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가족 쪽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훗, 이번엔 네가 틀렸구나.”
노인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엔 이미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엽현을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잠잠한 이유는 아직 미앙궁이 출수하지 않았기 때문일 테지.”
“그것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노인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후후, 왜냐하면 이곳은 바로 미앙성이 주인인 미앙성역이기 때문이다. 마가족이 바보가 아닌 이상 불리한 곳에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을 테니 조용히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앙궁이 움직이면 그들 역시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마가족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남자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이때가 바로 우리에겐 기회다……. 엽현아, 엽현아. 또 무슨 패를 숨겨두고 있느냐… 어서 꺼내 보아라, 내가 몹시 궁금하구나…….”
남자가 말을 끝마쳤을 땐, 그의 모습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이때, 텅 빈 하늘에서 음성이 내려왔다.
“삼살(三煞)을 준비시키거라.”
흑의 노인이 먼 하늘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알겠습니다!”
이내 노인의 모습도 사라지고, 잠잠하던 바다에 거친 풍랑이 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