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39
439화 그렇다고 질 생각은 없다
귀인의 속도는 매우 빨라서, 순식간에 세 사람 앞에 도착했다. 이때, 독자가 그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귀인 역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육중한 일 권을 내리쳤다.
독자의 자와 귀인의 주먹이 마주치는 순간,
쾅-!
거대한 충격과 함께 두 사람이 서로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이때 지켜보고 있던 엽현이 개입하려 하자, 전군이 손을 들었다.
“일단 놈에게 맡겨 둡시다.”
“어째서…?”
“마가족이 우리를 깔보게 할 순 없지 않소.”
“…….”
독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그가 들고 있던 거대한 자가 붉게 달아올랐다. 귀인 역시 공간을 찢어버릴 듯한 엄청난 속도로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두 사람이 다시 한번 가까이 붙는 순간, 독자가 붉은 자를 냅다 후려쳤다. 그러자 그의 자에선 시뻘건 불길이 솟구쳤다.
귀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는 듯 정직하게 주먹을 뻗었다.
이는 어떠한 기운도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육신의 힘이었다.
퍽-!
단숨의 화염을 제거해 버린 귀인의 주먹은 곧장 독자의 자를 향해 날아갔다.
쾅-!
강렬한 진동과 함께 두 무인이 또다시 사이좋게 뒤로 밀려났다.
둘의 격돌을 본 엽현은 그야말로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실력이 그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자가 이곳에서 가장 강한 자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엽현은 이제야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실감이 났다.
장천장성.
이곳은 미앙성역 최고의 천재들이 실력을 다투는 곳이다!
바로 이때, 귀인이 갑자기 양손을 들어 지면을 내리쳤다. 그러자 대지가 요란하게 흔들리더니 독자의 발밑에서 흙으로 된 침이 솟구쳤다.
남자가 황급히 한 발을 피하는 순간, 또 다른 흙침이 솟구쳤다. 이때, 독자가 눈을 번뜩이며 들고 있던 자를 내리쳤다.
쾅-!
흙침이 흩어지는 순간,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귀인이 남자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독자는 손에 든 자로 마찬가지로 귀인의 가슴을 후려쳤다.
퍽-!
두 사람의 신형이 또다시 엄청난 속도로 튕겨져 나갔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지면을 밟았고, 그 순간 그들의 발아래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푹, 주저앉았다.
이때, 흙더미에 깔린 귀인이 몸을 비틀거리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엽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귀인의 전신이 이미 처참할 정도로 갈라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도 아직 싸울 마음이 남아 있단 말인가?
한편, 반대쪽에 쓰러져 있던 독자 역시 부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그를 보는 귀인의 눈 속엔 결코 질 수 없다는 듯, 살의와 전의가 불타올랐다.
귀인이 다시금 몸을 날리려는 이때, 장내에 낯선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만하거라.”
목소리를 들은 귀인이 황급히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때 엽현과 전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특히 엽현은 연신 한쪽 눈썹을 연신 튕겨댔다. 그들은 상대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엽현과 전군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이십 여세로 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긴 청삼을 입은 남자는 한 손을 허리 뒤에 놓은 채, 매우 차분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몸집이 장대한 사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남자는 매우 근육질의 몸매였고, 그에 걸맞게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청삼남 뒤로 또 한 명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여인을 연상케 할 만큼 왜소한 체구를 지녔고, 폼이 넓은 소매 사이로 양손을 숨기고 있었다.
이 세 사람이 등장한 순간, 전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로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아는 자들이오?”
엽현의 물음에 전군이 청삼남 뒤의 두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저 두 사람은 마가족의 천살(天煞)과 지살(地煞)이란 자들이오. 매우 강하고 신출귀몰하기로 유명하오. 그리고…….”
전군이 침을 꿀꺽 삼켰다.
“두 사람 모두 조화경을 이길 실력을 가지고 있었소. 일 년 전에 말이오. 그리고 지금은…….”
조화경 강자를 꺾을 만한 강자들!
엽현이 그제야 심각해진 표정으로 다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또래 같은데, 이미 조화경보다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엽현이 청삼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저자는?”
전군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누군지 모르오.”
바로 이때, 청삼남이 세 사람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엽현에게 시선을 던졌다.
“검수?”
엽현이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겨뤄보기도 전에 자신의 정체를 들킨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던 것이다.
청삼남이 뭔가 더 말을 하려 할 때, 갑자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그러자 천살과 지살 역시 황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이때, 청삼남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잠시 엽현 등을 바라보았다. 순간, 남자가 가볍게 땅을 밟았다.
쾅-!
그러자 놀랍게도 세 사람 주변의 공간이 폭발하더니, 엽현 등을 그대로 백 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백 장 밖에 멈춰선 전군과 독자는 순간적으로 선혈을 토해냈다.
반면 엽현은 아무 타격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에 청삼남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재밌는 녀석이 나타났군.”
그 말을 뱉은 순간 청삼남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자취를 감췄다.
이윽고 청삼남 등이 모두 떠난 뒤, 엽현은 한동안 굳은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전, 엽현은 청삼남이 공간지력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매우 빨랐던 탓에, 엽현이 공간도칙을 이용해 공간을 회복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은 상대가 그토록 쉽게 공간을 파괴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빠르고 또 강하다!
이때, 엽현 곁에 있던 전군이 다소 어두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보아하니 마가족에서 또 하나의 천재를 배출한 모양이군. 게다가 천살과 지살보다도 더 위의 존재인 것 같은데… 혹시 저자가 소문에 떠도는 막사가 아닐까?”
이 말을 들은 독자가 대꾸했다.
“어쨌거나 우선 당(唐) 뚱보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해. 마가족이 이렇게 마찰을 꺼리는 모습은 분명 정상이 아니야.”
독자가 먼저 등을 돌려 떠나갔다.
“우리도 갑시다.”
전군과 엽현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돌아가는 길, 엽현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있었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적이 될 만한 자들은 자신의 또래가 아닌, 기성세대의 무인들이라 여겨왔었다.
하지만 장천장성에 들어온 이후, 젊은 무인들 중에도 강자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방금 전의 청삼남. 엽현은 그자와 붙어서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엽현은 낙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가 더 불타올랐다
엽현은 젊은 무인들 중 최고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붙게 된다면 결코 질 생각은 없었다.
잠시 후 엽현 일행은 장천장성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전군은 또다시 어디론가로 떠났고, 독자와 엽현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온 남자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상처를 돌보기 시작했다.
독자를 지켜보던 엽현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남자가 상처를 치료하면서 자원정이 아닌 일반 영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자원정을 쓰지 않는 것이오?”
남자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없으니까!”
그러자 엽현이 품을 뒤져 남자에게 납계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자원정 십만 개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새로 들어와서 아직 자원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자원정이 필요한지 알게 될 것이오. 그러니 그때를 위해 아껴 두시오.”
“나는 괜찮으니, 쓰도록 하시오. 나중에 다른 말 하지 않겠소.”
“하지만…….”
“이보시오. 만약 내가 그대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 말고 받으시오.”
“…….”
독자가 잠시 엽현을 바라보더니, 결국엔 납계를 받아들었다.
그에게 있어 십만 개의 자원정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백 선생이 그들에게 내려오는 자원정을 끊어 버린 지금은 더더욱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남자가 자원정을 흡수하면서 엽현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곳엔 결코 죄를 지으면 안 되는 두 사람이 있소. 하나는 백 선생,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당반자요. 잠시 후에 나와 함께 그들을 보러 갑시다.”
“고맙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참, 이곳에서도 다툼이 일어나는 편이오?”
“다툼이라… 큰 싸움이 벌어진 적은 아직 없소. 하지만 이곳의 무인들은 대부분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자들이라…….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의 기재들만 모아 놓은 만큼 자존심이 강한 자들이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때, 방문을 열고 전군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자 전군이 말했다.
“당반자가 좀 보자고 하는군!”
그 말에 독자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갑시다.”
잠시 후, 세 사람은 한 석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곳은 전군의 방보다는 몇 배 이상 넓은 곳이었다.
그들이 방에 들어선 순간 진한 고기향이 풍겨왔다.
방 안에는 다섯 남자와 여자 둘, 총 일곱 사람이 있었다. 그중 가장 상석에 몸집이 매우 비대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엽현은 순간 그가 당반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반자는 그들이 들어온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잘 구워진 양다리를 뜯고 있었다. 그의 입가엔 온통 기름투성이인 것이 매우 게걸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다른 자들 역시 각자 음식을 먹고 있었다.
“당 형, 여기 형제 하나가 새로 왔소!”
전군의 말에 당반자라는 자는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음식을 삼키는 데에만 열중했다.
이에 전군이 엽현을 향해 멋쩍게 웃었다.
“조금 기다립시다.”
“…….”
그렇게 세 사람의 시선 속에 당반자는 먹고 있던 양다리를 깨끗하게 해치웠다. 그러나 그는 뒤이어 다른 다리 한쪽을 집어 들었다.
이에 전군과 독자는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아무 말도 하진 않았다.
바로 이때, 엽현이 갑자기 돌발적으로 당반자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군이 다급히 그를 돌려세우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엽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늦었소. 이미 내 개 같은 성격이 폭발해서 말이오.”
그 말과 동시에 엽현의 손에 한 자루 검이 들렸다. 그리고는 냅다 지면을 향해 내리쳤다.
쾅-!
그들이 있던 석실이 뿌연 먼지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