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그만하면 됐소
그의 기이한 회복력을 또다시 보게 되자, 엽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정말 불사신이란 말인가?
전군과 일행들도 마치 귀신을 보는 듯한 눈으로 청삼남을 바라보았다.
이때 청삼남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더니, 맨손을 내밀었다. 이내 그의 손에 한 자루 도(刀)가 응집되어 나타났다.
이를 본 천살과 지살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청삼남이 도를 쓰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청삼남이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한 바퀴 돌렸다. 그러자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나더니 공간이 깨져 나갔다.
순간, 청삼남이 공중 높이 솟구쳤다. 그러자 바람, 불, 천둥, 번개, 공간, 대지, 원(源), 혼(魂), 정신, 소리 등등의 힘이 청삼남의 도에 빨려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고요하기만 하던 천지가 마치 찢겨 나갈 듯이 격려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청삼남의 웃음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엽현, 어디 나의 도를 막아낼 수 있겠느냐?”
청삼남이 엽현을 내려다보며 소리치자, 엽현이 가만히 자세를 잡았다. 바로 이때, 그의 귓속에 누군가의 음성이 들어왔다.
[도망쳐라!]도망쳐?
이는 분명 백 선생의 음성이었다.
엽현이 다시 한번 상대의 도를 바라보았다. 직감이 그에게 말했다. 이 공격은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여기서 물러서면 반격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순식간에 고요해진 장내.
이때, 엽현의 음성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울려 퍼졌다.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몰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쪽팔려서라도 물러나지 않는다!”
엽현이 청삼남을 향해 핏대를 세웠다.
“덤벼라!”
엽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장내를 뒤흔들었다.
그 순간, 엽현의 몸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바로 그 순간, 엽현의 몸 안에서 강대한 검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순식간에 화산이 분출하듯 하늘 끝까지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죽음?
물론 두렵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죽기보다 더 싫은 것은 겁먹는 일이다!
남자로 태어나 가난할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혈기와 존엄을 저버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어느 강력한 노괴와 맞붙었더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자는 그처럼 젊은, 동년배의 무인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은 절대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설령 목숨을 건진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심마(心魔)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
‘싸우자! 나 엽현이 언제 남에게 겁을 먹었단 말인가!’
엽현의 충만한 전의를 느낀 순간, 진혼검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엽현의 머릿속에 음성이 들렸다.
[나 소혼, 주인과 함께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이에 엽현이 호탕하게 웃으며 청삼남을 향해 소리쳤다.
“자, 오너라!”
말과 동시에 엽현이 오른발을 강하게 굴렀다.
쿵-!
지면에 커다란 구덩이가 파이는 동시에 엽현의 신형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솟구쳤다.
공중에 떠있던 청삼남 역시 엽현의 충만한 검의를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나는 대신 되려 엽현의 웃음을 맞받아쳤다.
“하하하하! 시원하게 한 판 붙어보겠구나!”
순간, 그의 장도가 머리 위에 걸리더니 그대로 맹렬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치이익-!
패도 넘치는 도 날이 천지를 억지로 잡아 뜯으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이때 도착한 엽현의 검!
이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는 오직 단 하나의 사념뿐.
전(戰)!
엽현은 몰랐다. 그가 오직 전투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그의 발검정생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내는지를!
하늘을 도화지마냥 길게 가른 검 날이 마침내 도의 날과 조우했다.
쿠… 쿠쿠쿠쿵………
하늘이 마치 종말의 날처럼 울부짖으며 갈라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신형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육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느다란 검광이 하늘도 날아갔다.
본능적으로 이를 느낀 청삼남이 괴성을 지르며 억지로 일 장을 뻗어냈다.
쾅-!
하늘이 다시금 진동하고, 엽현은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그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선혈이 꿀렁이며 흘러나왔다.
반대쪽의 청삼남 역시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 상태. 하지만 이내 사방에서 무수한 영기가 그를 향해 흘러들어와 육신을 미친 듯이 회복시켰다.
이를 보자 전군 등의 표정이 일순간 어두워졌다. 그들의 시선은 이내 엽현에게로 향했다.
이때, 엽현이 몸을 일으켰다.
엽현의 몸은 중상이라 하기도 부족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그는 손가락 하나도 까닥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괴물 같은 회복력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엽현은 억지로라도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두 사람 모두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정하게 싸울 수 있도록 말이다.
엽현은 곧 무거운 발을 질질 끌다시피 청삼남을 향해 걸어갔다.
매우 느린 발걸음. 하지만 그의 살의는 이미 상대를 죽이고도 남을 정도였다.
멀리 천살과 지살은 이 장면을 보고만 있을 뿐, 결코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전군 등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격전을 치러오면서, 두 진영은 어떤 음모나 모략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두 진영 모두 이런 행위를 혐오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가족 안에서 두 사람이 싸울 때, 누군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건 이는 씻을 수 없는 수모로 여겨졌다.
천살과 지살이 이 상황에서 끼어들게 된다면 청삼남은 엄청난 굴욕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전군 등이 먼저 개입하지 않는 한은 두 사람이 움직일 일은 결코 없었다.
설령 엽현이 청삼남을 살해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전군 등 역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죽을 수 있지만, 체면은 결코 떨어뜨릴 수 없는 법이니까!
바로 이때, 누워있던 청삼남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엽현을 향해 천천히 다가서는데, 이 순간에도 영기들이 끊임없이 날아와 청삼남의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청삼남이 엽현을 바라본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엽현 앞에 나타났다. 이에 엽현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내어주고 말았다.
퍽-!
청삼남의 손바닥에 적중당한 엽현이 뒤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 순간, 한 줄기 검광이 청삼남의 복부를 뚫고 지나갔다.
이 충격으로 그는 족히 백여 장이나 되는 거리를 뒷걸음질 쳐야 했다.
제자리에 멈춰선 후, 청삼남이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보았다. 커다랗게 구멍이 난 그의 복부에서 붉은 선혈이 강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청삼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엽현을 향해 말했다.
“너의 이 검은 정말 심각하게 빠르구나.”
이때, 쓰러져 있던 엽현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쓰러질 듯 청삼남을 향해 다가갔다.
아직도 싸우려는가?
엽현이 아직 전의가 남아 있는 것을 보자, 전군 등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온몸의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를 쏟고 있는 엽현은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이미 반 시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싸우리라!
진혼검을 손에 들고 청삼남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전(戰).
청성의 세자로 있던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생사를 건 혈투를 거치며, 그는 한 가지 개념을 명확히 했다.
사람은 평소엔 너그러워야 하지만, 독해야 할 때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상대의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독하지 않았을 때 당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될테니까!
엽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청삼남은 평온한 얼굴을 유지했다. 천천히 주먹을 감아쥔 그는 순간, 지면을 강하게 밟았다.
쾅-!
추진력을 얻은 청삼남은 그대로 엽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엄청난 양의 피를 입으로 토해냈다.
그의 상태는 엽현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었지만, 말 그대로 아주 조금 나은 것뿐이었다. 때문에 청삼남은 이번 공격에 반드시 엽현을 죽여야만 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이번 한 번이 그가 보일 수 있는 최후의 일격인 것이다!
이때, 엽현이 제자리에 멈춰 서서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마찬가지로 이번이 그의 마지막 공격이 되리라.
쉭-!
검 끝이 바람을 가르며 전진했다.
마침내 청삼남의 권세를 두른 주먹이 검과 마주쳤다.
그리고,
쾅-!
두 사람이 충돌과 동시에 떨어졌다.
엽현과 청삼남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청삼남은 이 장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몸은 느리게 움직였다.
푹-!
마침내 노란 나비가 청삼남의 미간을 통과하는 순간, 전군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끝이다!
모든 이의 시선 속에서 청삼남의 몸이 순간 투명해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청삼남은 숨을 헐떡이며 바들바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빠… 빠르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청삼남!
이에 전군 등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검에 머리를 관통당하고도 살아 있다니,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때, 전군 등이 일제히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찬가지로 대자로 뻗어 있는 엽현은 숨이 붙어 있었으나, 매우 미약했다.
엽현의 모습은 한마디로 말해 처참했다. 온몸은 누더기처럼 찢겨나갔으며, 그 사이로 흘러나온 선혈이 지면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두 사람이 쓰러진 후, 장내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천살과 지살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청삼남을 지켜보았다.
전군 등 역시 엽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대략 반 각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엽현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순간, 천살과 지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놈은 정녕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란 말인가?
그들의 시선 속에 천천히 일어난 엽현은 청삼남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이때, 장중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하면 됐소.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겠소.”
무인들이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그곳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푸른 장삼과 자주색 바지 차림의 남자는 철로 된 창을 들고 있었고, 길게 기른 머리는 검은색 끈으로 단정하게 묶어 넘긴 모습이었다.
그의 등장에 전군 등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생생!
엽현 곁에 다가온 주생생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눈같이 흰 연꽃 하나가 엽현 앞으로 날아들었다.
“성련(聖蓮), 상처를 회복시켜 줄 것이오.”
엽현은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성련을 꿀꺽 삼켰다.
주생생이 엽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내게 맡기고 몸을 돌보시오.”
말을 마친 주생생은 천살과 지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