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48
448화 그렇게나 굉장하다고?
자폭!?
엽현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자리엔 없었지만, 충분히 상상할 순 있었다. 마가족은 그만큼 애절하고 비장했을 것이다.
마치 그날 창검종 사부들이 종문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희생한 것처럼.
“마가족이 무서운 부분은 바로 이런 신념과 기개라 할 수 있다.”
백 선생이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미앙성역 무인들에겐 찾아볼 수 없는 것이지.”
“저… 선생.”
엽현이 주저하듯 입을 열었다.
“유치한 질문일 수 있으나, 혹시 두 진영이 서로 차분히 대화로 풀어 갈 여지가 없습니까?”
백 선생이 가볍게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절대 유치한 질문이 아니다. 우리 역시 그리 생각해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째서…?”
엽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 해 보거라. 네게 어떤 보물이 있고, 누군가 그 보물을 원한다면 쌍방에게 과연 타협할 여지가 있을까?”
“…….”
“세상일이라는 게 결국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다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
백 선생은 품 안에서 준비해 온 술병을 꺼냈다. 무덤가에 고이 술을 뿌린 그는 곧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엽현 역시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말없이 걷던 중 백 선생이 입을 열었다.
“네가 미앙성에 있을 때, 왜 미앙성의 다른 세력들이 나타나지 않은 줄 아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궁주가 통제했기 때문이다. 너를 이리로 보낸 것도 첫째는 널 보호하기 위해서고 둘째로는 미앙성 안의 내홍을 막기 위함이었다.”
미앙궁주!
“하지만 전 그녀를 모릅니다.”
“후후, 지나가다 널 봤을 수도 있겠지.”
“하하하, 그도 그렇겠군요!”
그렇게 한 참 대화를 나누며 걷던 중, 백 선생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구나.”
백 선생이 백 장 밖에 있는 거목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까지는 백 장 정도 될 것이다. 어디 네 검이 얼마나 빠른지 보여줄 수 있겠느냐?”
엽현이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거목에서 나뭇잎 한 장이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기와 공간을 극한으로 통제할 수 있다니… 너의 검은 같은 경지의 수준에서는 확실히 빠르구나. 하지만 이것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엽현이 백 선생을 향해 두 손을 모으며 외쳤다.
“선생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백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영혼!”
‘영혼?’
“무도를 걷다 보면 신혼경(神魂境)에 이를 때가 있다. 이는 바로 영혼과 정신력의 극한을 추구하는 단계이지. 보아하니… 이 두 힘을 느끼고는 있으나 아직 완전히 깨닫진 못한 것 같구나.”
백 선생의 지적에 엽현이 탄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눈의 자신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의 말대로 엽현은 이제 막 영혼과 정신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백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좌청의 자질은 결코 너보다 우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네가 없는 것이 있었다. 이는 바로 여러 가지 의문을 해소해 줄 고수들이 곁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신혼의 깨달음도 보통 사람이면 최소 삼사 년은 걸리겠지만, 그처럼 지도 해주는 자가 있다면 단 하루면 가능하다.”
이때 백 선생이 엽현의 어깨를 쥐었다가 가볍게 끌어 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엽현의 영혼이 그의 손을 따라 육신으로부터 딸려 나왔다.
순식간에 영혼체로 변한 엽현이 자신의 몸을 보며 몹시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모든 힘이 빠져나간 것처럼 무기력함을 느꼈다.
“보통 인간의 영혼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빠져나오게 되면 즉시 소멸되고 만다. 하지만 너는 특수한 체질을 지니고 있는지라 영혼 또한 비교적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선생, 그러나 지금 저는 아무런 힘도…….”
“후후, 비록 영혼체가 되었지만 너의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못 믿겠다면 한 번 시험 해 보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한 자루 기검이 그의 손안에 응집됐다.
다음 순간, 기검이 사라지더니, 백 장 밖에 있던 고목을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어쩐지 속도가 느렸다.
엽현이 백 선생을 바라보자,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지금 너는 오직 영혼력과 정신력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 육신과 영혼 둘 다 가지고 있을 때보다 위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네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신혼을 육신과 분리하여 단련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육신이 너의 신혼의 발목을 잡을 날이 올 것이다.”
“선생 말대로 따르겠습니다.”
“이곳엔 찾아올 자가 없으니 안심하고 수련하거라.”
말을 마친 백 선생이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엽현은 수련을 시작한다.
한편, 장내에서 멀어진 백 선생 앞에 아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생, 저 아이를 키우실 작정이십니까?”
“그렇다. 주생생이 좌청보다 약하진 않지만 천살과 지살을 맡아야 하니, 좌청에겐 엽현을 붙일 수밖에.”
“그러면 그 막사란 자는…….”
“…그의 실력은 나도 가늠할 수 없다.”
“백의가 그와 붙는다면 얼마나 승산이 있겠습니까?”
“사 할! 어쩌면 그보다 낮을 수도!”
순간 아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그래도…….”
“왜냐하면 그가 데리고 다니는 흑기린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흑기린의 전투력은 조화경 강자와 비교해도 결코 약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성장이 끝난다면……. 그 요수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감이 오질 않는구나.”
백 선생이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아귀는 침묵했다.
이때 백선생의 눈빛이 다소 아련해졌다.
“만약, 그녀가 있었더라면…….”
그녀!
백 선생은 분명 장천장성이 배출한 최고의 무인이었던 그녀를 말하는 것이리라. 심지어 화사마저 탄복해 마지않았던 불세출의 천재!
“어쨌거나 나는 백의를 믿으니 더 이상 고민하진 않겠다.”
백 선생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떠나갔다.
홀로 남겨진 아귀가 문득 수련 중인 엽현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째서 저놈이 더 믿음직스러운 걸까…….”
아귀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라졌다.
* * *
한편, 엽현은 영혼체인 상태로 수련을 이어갔다. 육신에서 분리된 이후, 확실히 모든 것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가장 크게 와 닿는 점은 신식과 정신력이 육체 상태일 때보다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실력이 원래보다 현저히 떨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게다가 육신이 없으니 뭔가 허전하고 찜찜한 느낌이었다.
한 참 수련을 진행하던 중,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른 엽현이 진혼검을 꺼내 들었다.
진혼검을 잡은 그 순간, 엽현은 마치 청명단을 복용한 것처럼 온몸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진혼검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혼력이 순식간에 그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소혼, 이게 뭐지?”
[주인, 이는 제가 그동안 흡수해 놓았던 혼력입니다. 이제 주인은 이 혼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엽현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혔다.
이 말은 바로 진혼검의 바다와 같은 혼력이 자신의 것이라는 말이다!
이 혼력을 제대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그의 영혼은 말도 안 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때, 소혼이 말했다.
[너무 좋아하지 말고 들으십시오. 이 혼력은 정제되지 않은 영혼들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만약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흡수하게 되면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격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인격분열? 그게 무슨 말이야?”
[주인에게 여러 개의 새로운 성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즉, 원래 주인의 성격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는 말입니다.]그 말을 들자, 엽현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그렇다고 또 너무 그렇게 얼어붙을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통제할 수 있을 정도만 흡수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주인의 하찮은 실력으론 영혼 만 개 정도가 최대치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영혼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혼체인 상태로 저를 사용하시면 검의 위력이 배가될 것입니다. 그러나 육신이 없는 상태의 주인은 너무나 약하니 그래봤자 결국 그게 그거인…….]“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엽현이 묻자 소혼이 냉큼 대답했다.
[달리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주인이 영혼을 육신과 같은 정도로 단련하면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주인의 상태로는 조금 어려울 듯합니다.]“흥!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엽현은 곧바로 진혼검으로부터 들어온 영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 영혼들은 대부분 그의 적들이었기에 이렇게 소멸시킨다 해도 크게 죄책감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게 한참 영혼을 흡수하던 엽현은 자신의 영혼이 점점 미세하게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대략 한 사진쯤 흘렀을 때였다. 소혼이 말했다.
[주인, 이 정도면 됐습니다.]그 말에 엽현은 흡수를 멈추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영혼을 빨아들이는 것은 마치 마약을 흡입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었고, 중독성까지 있었다. 이에 그는 영혼을 계속 삼키고자 하는 마음을 억지로 눌러야만 했다.
인간이 망하는 것은 언제나 욕심 때문인 것을 잊어선 안 되었다.
엽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혼검을 잡고 가볍게 횡으로 베었다. 그러자 공간이 마치 종이처럼 날카롭게 잘려나갔다.
순간, 엽현이 공중으로 솟구치며 일검을 내리쳤다.
일검정혼(一劍定魂)!
천녀가 전수해준 일검정혼이 장내에 펼쳐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원래 있었던 위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엽현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소혼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인, 대단합니다!]“소혼, 무슨 소리냐? 또 나를 놀리는 건 아니겠지?”
[주인, 제 말은 사실입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던 것은 이 검기가 오직 영혼을 베기 위해 창안된 탓입니다. 만약 주인 앞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단박에 그의 영혼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검기에 저의 힘이 더해진다면 상대가 철저히 대비하지 않는 한은 조화경 강자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소혼의 설명을 들은 엽현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그렇게나 굉장하다고?”
[젊은 분이 왜 말귀를 못 알아먹습니까! 이 검기를 만든 사람은 분명 소주보다 일억만 배쯤 대단한 것이 틀림없습니다!]“잠깐, 잠깐! 여기 없는 사람 얘기가 왜 나오지? 앞으론 나에게 집중하도록, 알았나!?”
[…….]엽현은 곧장 다시 수련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영혼뿐만 아니라, 육신도 함께였다.
그러자 장내에 기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엽현의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됐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가 하면서,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