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내가 찾아가겠소!
달빛 아래서 엽현은 홀로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영혼 수련을 시작한 이후 엽현은 진혼검의 진정한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영혼을 상대로 하는 진혼검의 살상력은 가히 혀를 내두를 수준이었다.
특히 진혼검으로 일검정혼을 펼친다면 가히 조화경 강자라 해도 순식간에 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상대를 얕잡아보는 일은 금물일 테지만.
수련을 거듭할수록 엽현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영혼과 육신을 분리 결합하면서 매우 신기한 점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가 검을 휘두를 때 갑자기 육신을 떠나면, 영혼체인 상태에서 그 동작을 이어나갈 수 있다. 갑자기 이런 공격을 당한다면 상대는 당황해하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면, 영혼체가 되었을 때, 육신이 남에게 파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가 반격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끝장을 보는 것이었다.
속도!
이것이 바로 핵심인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로부터 이주가 흘렀다. 장천장성에는 이미 미앙성역 전역에서 보낸 무인들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특별한 사람이 섞여 있었다. 바로 독고훤이었다.
독고훤은 수소문 끝에 엽현이 수련하는 장소를 찾았다.
그리고 그를 발견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어머니!”
이때 그녀를 발견한 엽현이 수련을 멈추고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상태였다.
엽현에게 있어서 독고훤은 엽령을 제외하면 유일한 핏줄 아닌가!
그런 사람을 더 이상 상처 입힐 수는 없는 일이다.
엽현이 다가오자 독고원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헤헤, 그다지요.”
“그럼 됐다. 그나저나 령이는…….”
독고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묻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령이는 지금 제 검 안에서 회복 중이니 걱정하실 것 없어요.”
그 말에 독고훤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행이구나. 그럼 계속 수련을 하려무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검을 붙잡았다.
독고훤은 근처에 편편한 돌을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엽현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갔다.
“양(陽)… 보고 있나요? 저 아이가 이렇게나 컸네요…….”
독고훤이 품 안에서 옥패를 하나 꺼내 들었다. 옥패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점점 아련해진다.
“당신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작게 읊조린 그녀가 옥패를 다시 넣었다. 하지만 이때 옥패가 가볍게 떨리는 것은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 * *
장천장성의 어느 성벽. 한 여인이 고고한 자세로 전방을 주시하며 서 있었다.
순간, 가벼운 바람이 그녀를 스치고, 그녀의 긴 치마가 곱게 펄럭였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중년인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백 선생이었다.
“이역의 무인들이 이리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 아이 때문인가?”
여인이 시선을 고정시킨 채 묻자, 백 선생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는 어떻던가?”
“타고난 자질이 나쁘지 않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입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량한 평야 끝을 바라보았다. 그 방향은 바로 마가족이 있는 곳이었다.
“화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녀는 오지 않는다.”
“음… 그와 상관없이 이제 끝을 낼 때가 되었습니다.”
여인이 갑자기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장천장성을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역의 무인입니다. 그 아이를 찾으러 온 것이 분명합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이에 백 선생도 유심히 남자를 바라보고는 마찬가지로 표정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어느덧 성벽 아래 도착한 남자가 위쪽을 향해 웃으며 소리쳤다.
“여기 엽현이 있는가?”
그의 목소리는 결코 크지 않았지만, 마치 마력(魔力)을 담은 것처럼 순식간에 장천장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심지어 산 속에서 수련을 하던 엽현마저 이를 들을 수 있었다.
“상고(上古)의 비술을 익힌 자로군.”
여인이 무표정으로 말하자, 백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놈이 찾아온 듯합니다.”
이때, 성벽 위에 많은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누군가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는 바로 전군이었다. 남자를 살펴보던 전군의 눈에 남자의 하얀 장포 위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이 들어왔다.
남자가 전군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너는 엽현이 아니다. 엽현을 불러오너라.”
“흥! 끊임없이 한 사람만 괴롭히다니,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구나. 오늘은 내가 상대해 주겠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전군이 출수하려는 찰나, 그의 등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내가 처리하겠소!”
전군이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나타난 엽현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조심하시오!”
전군이 자리를 비켜주자 남자와 엽현이 마주하게 되었다.
남자가 웃으며 엽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듣자 하니 네 검이 그렇게 빠르다던데…….”
이때 엽현이 쓸데없는 말 대신 땅을 박찼다.
쉭-!
엽현 몸 전체가 한 줄기 선으로 변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남자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부적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앞에 황금색 방패가 나타났다.
곧바로 엽현의 검이 들이닥쳤다.
쾅-!
방패가 격렬히 흔들림과 동시에 엽현이 뒤로 밀려났다.
남자가 재빨리 기이한 수인을 맺더니, 쭉 내민 손을 양쪽으로 밀어젖혔다.
“개천문(開天門)!”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엽현 바로 앞의 공간이 찢어지더니, 그리로 엄청난 양의 암흑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이 암흑기운은 곧 거대한 검은 동굴을 만들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에 엽현은 재빨리 백 장 뒤로 후퇴했다. 순간, 주위를 둘러본 그는 전방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암흑기운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도망치기를 멈춘 엽현이 지면을 가볍게 디뎠다. 그러자 그의 미간 사이에 공간도칙이 나타났다.
“관(關)!”
그 음성과 함께 찢어져 있던 사방의 공간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를 본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때, 엽현이 남자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수인을 맺었다.
“신행(神行)!”
그 순간, 남자가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남자의 기운을 놓친 엽현이 제자리에 멈췄다. 바로 이때,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나타난 손바닥이 엽현의 가슴팍을 가격했다.
퍽-!
엽현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동안에 한 줄기 섬광이 그의 앞에 번뜩였다.
빠르다!
엽현은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곧바로 육신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남자의 일 장이 다시 한번 엽현의 육신을 가격하는 순간, 영혼체인 엽현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남자의 한쪽 팔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순식간에 백 장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 엽현을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은 매우 창백해져 있었다.
한편, 다시 육신으로 되돌아온 엽현은 입 밖으로 한 움큼의 선혈을 뱉어냈다. 방금전 그는 남자의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상대의 속도가 너무나도 빠른 나머지 팔 하나에 그치고 만 것이다.
이때 성벽 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여인이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그 순간에 영혼을 육신에서 분리하다니, 재미있군.”
“확실히 그렇습니다.”
한편, 엽현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남자가 돌연 주먹을 움켜쥐었다.
“천균(千鈞)!”
말이 떨어지는 순간, 엽현 앞에 나타난 남자가 거칠게 일 권을 뻗어냈다.
쾅-!
주먹이 아직 닿기도 전인데 사방의 공간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대단한 힘이다!’
엽현이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며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발검정생사(拔劍定生死)!
콰르르르륵-!
검과 권이 맞붙은 순간, 엽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바로 이때, 어느 틈에 나타난 남자가 다시 한번 주먹을 뻗어냈다.
순간적으로 엽현 주변의 공간이 거미줄처럼 갈라져 나갔다.
‘피하면 안 돼!’
남자의 속도가 엽현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망쳐봐야 그보다 더 빨리 따라붙을 것이 뻔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선택지는 정면승부뿐이었다.
엽현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검날이 막 남자의 주먹에 닿는 순간, 그는 다시 한번 육체에서 이탈했다. 이를 본 남자가 황급히 주먹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미 엽현의 검은 이미 남자의 미간으로 경로를 바꾼 후였다.
검은 주먹보다 길었다.
만약 남자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의 주먹은 엽현의 육체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미간을 내어주어야 했다.
남자는 결코 이런 식으로 동귀어진할 마음이 없었다. 만약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다면 엽현은 육신을 잃는 대신 그래도 영혼이 남겠지만, 영혼 수련을 하지 않은 자신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자가 황급히 주먹을 회수해 검을 막아냈다.
쾅-!
남자가 엄청난 속도로 뒤로 밀려났다.
이에 성벽 위에 있던 여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끝이군. 상고의 비술이 아깝다.”
곁에 있던 백 선생이 말없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엽현은 이미 육신과 결합해 남자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엽현의 검이 빠르게 떨어지고, 남자가 다시 주먹을 뻗어 검을 막으려 했다.
쿵-!
남자가 또다시 밀려났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엽현이 그를 추격하며 검을 휘둘렀다. 이에 남자가 방어를 준비하려는 순간, 남자의 뒤편에서 한 줄기 검광이 번뜩였다.
푹-!
남자의 미간 사이로 검 한 자루가 삐져나옴과 동시에 시간이 멈췄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남자가 엽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정면의 검은 가짜였군…….”
“멍청하진 않군!”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툭.
남자의 머리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붉은 피를 쏟아냈다.
한편, 엽현이 승리하자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무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엽현은 남자의 시체에서 납계 하나를 획득했다. 그 안에는 두꺼운 고서(古書) 한 권이 있었다. 고서 맨 앞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상고비술(上古秘術)]엽현은 일단 납계를 품 안에 갈무리한 후, 성벽이 아닌 앞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전군이 황급히 그를 막아섰다.
“엽현, 뭐 하려는 것이오!?”
“다른 게 아니라… 매번 기다리기만 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이번엔 내가 찾아가려는 것이오.”
그 말에 잠시 당황한 전군이 엽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엽현이오!”
엽현이 웃으며 전군을 지나쳤다. 그렇게 십여 장을 가던 중, 엽현이 다시 이쪽을 향해 되돌아왔다.
“아니, 엽현. 또 무슨 일이오?”
전군이 의아해하며 묻자 엽현이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가기 전에 치료하는 걸 깜빡했소. 봤으면 말 좀 해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