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5
45화 한 일이 없으니 받을 자격도 없소
창란학원의 창란전.
전 안에 있는 탁자에는 기 원장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엽현 남매는 바삐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요리는 비록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 향기를 맡는 순간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기안지가 젓가락을 핥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기 원장, 백택 그리고 묵운기는 살벌한 눈빛으로 기안지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젓가락 신공이 일단 발동되면 흰 접시 밖에 남지 않는 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마침내, 모든 요리가 차려졌다.
열 두 개의 요리!
물론 고기도 있다!
엽령이 모두에게 접시를 나눠 준 후 엽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음식을 앞에 놓고 기 원장이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한 마디를 뱉었다.
“오늘은 너희들이 너무 성급했다.”
“그들이 먼저 우리를 얕잡아 보았습니다.”
엽현이 대답했다.
“참았어야 했어.”
“참았다고 한들, 저들이 우리를 놓아 주었겠습니까?”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결코 우리를 놓아 주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인내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욱 저희를 짓밟으려 했을 것입니다. 예전에 청성에서 어떤 흉악한 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흉악한데다 난폭하기까지 했지요. 그자는 사람들이 그에게 비굴하게 굴면 굴수록 더 난폭하게 대했습니다. 그런 자에게는 반드시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그에게도 고통이 무언지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들이 나를 공경할 것이고 업신여기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 원장은 말이 없었다.
묵운기 역시 침묵했다.
기안지는 말없이 먹기만 했다.
이때, 백택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엽현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제가 망산에 있을 때, 많은 야수를 보았습니다. 야수 앞에서는 결코 등을 보여선 안 됩니다. 도망가기 시작하면 더욱 흉악하고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이지요. 유일한 방법은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때려 주어야, 다시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도망갑니다.”
백택이 밥그릇에 술을 따른 후 머리 위로 들며 소리쳤다.
“엽현, 난 네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엽현 역시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묵운기 역시 술잔을 높이 들었다. 서로의 눈빛을 교환한 세 사람은 동시에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들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공유하는 것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모두 창란학원의 학생이라는 점이었다!
기 원장이 아무 말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마치 걸신이라도 들린 듯 순식간의 요리를 전부 먹어 치웠다.
식사가 끝난 후, 기 원장이 백엽청을 한 모금 삼키고는 모두에게 말했다.
“오늘 밤, 모두 뒷산으로 올라 오거라.”
그 말을 끝으로 기 원장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기안지 역시 탁자에 젓가락을 올려놓더니 엽현에게 말했다.
“밥 좀 더 해올래?”
그러자 엽현이 입을 샐쭉거리며 대답했다.
“식당에 남은 밥이 있으니 가서 먹어.”
“고마워!!”
기안지는 뛸 듯이 기뻐하며 젓가락을 들고 식당으로 사라졌다.
엽령이 접시와 그릇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로의 눈치를 보던 백택과 묵운기는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줄행랑을 쳤다.
설거지는 사나이의 운명이 아닌 것이다!
덩치 큰 두 남자가 부리나케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엽령은 작게 미소 지었다.
엽현이 그릇을 챙기며 말했다.
“가자, 둘이서 씻으면 금방 끝나.”
엽령이 대답하려 할 때 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엽현이 돌아보니 웬 검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바퀴달린 의자를 타고 있었다.
“얘기 좀 할 수 있겠소?”
여인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나 말이오?”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엽령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가봐. 여기는 내가 정리 할게!”
엽현이 귀엽다는 듯이 엽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조심해.”
엽현이 여인에게 다가섰다.
“무슨 일이오?”
여인이 자신의 손을 펼쳤다.그녀의 손바닥 안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원반(圓盘)이 있었다.
그녀에게서 원반을 건네받은 엽현이 의아한 듯 물었다.
“이게 무엇이오?”
“국주의 명으로 지금부터 그대를 국사에 봉(封)하노라.”
‘국사?!’
엽현이 어리둥절해했다.
잠시 후,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원반을 여인에게 내밀었다.
“한 일이 없으니 받을 자격도 없소.”
“양계성에서 홀로 당군을 막아냈지.”
“하하, 고작 그것 때문이오?”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엽현이 옆에 있는 돌계단 위에 앉으며 말했다.
“그 일은 이미 오래 전에 벌어졌던 일인데 지금 이렇게 날 찾아온걸 보면…,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오?”
여인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내가 창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창목학원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지. 그리고 지금 그대가 나를 찾아 왔고…….
내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황제 일가는 창목학원이 더 이상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 그들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황권은 점점 약해질 테니. 그리고 지금 보아하니 창란학원이 창목학원에게 대항할 싹이 보이는 것 같자 창란학원을 키워 두 학원이 서로 세를 견제하도록 만드는…
뭐 그런 그림인 것 같은데, 맞소?”
여인이 다리 위해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그대는 내 생각보다 더 똑똑한 것 같군.”
“나를 이용하려 들지 마시오!”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창란학원에 입학한 순간부터 이미 그대는 창목학원과 철전지 원수가 된 것이오. 우리가 부채질 하지 않더라도 그대는 저들과 피를 흘려야 할 운명이오.
대대로 내려오는 원한은 옳고 그름이 없소. 그저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존재 할 뿐이지. 그대 말처럼, 강국은 누군가 나타나서 창목학원과 힘의 균형을 이뤄주길 바라고 있소. 하지만, 그 것이 그대를 국사로 세우려는 이유는 아니오.”
엽현이 여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이오?”
여인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는 상태였다.
“양계성에서 홀로 수천 기의 당국 기병들을 맞선 것이 이유라면 이율 수 있지.”
그녀의 말에 엽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때, 여인이 갑자기 엽현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황금 원반을 그의 손에 얹었다.
“사실 창란학원이든 창목학원이든 상관없소. 어쨌든 그들은 모두 우리 강국 사람이니까. 안타까운 점은 많은 이들이 그 점을 잊고 살아간다는 것이오.
마음에 조국이 있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며 거기다 조국을 위해 싸울 능력이 있는자! 이런 자가 국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그리고 국사의 자리는 그대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을 것이오. 오히려 그대는 강국 곳곳에서 강국의 도움을 얻을 수 있소.”
그녀가 말을 끝내자, 그녀의 뒤에 한 신비로운 자가 출현했다. 그는 그녀가 탄 바퀴 의자를 밀며 서서히 사라졌다.
산 아래에 이르렀을 때, 그가 바퀴의자를 멈춰 세웠다. 그들의 앞에 한 술주정뱅이 노인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여인이 살짝 몸을 숙이며 예를 올렸다.
“기 원장.”
기 원장이 아무런 대꾸도 없자, 여인이 입을 열었다.
“이용하려는 것은 맞지만 국주께선 어떤 악의도 없으십니다.”
“그가 국사가 되었다는 것은 지금은 아무도 알아선 안 된다.그 놈은 아직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선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기 원장.”
말을 마친 여인이 기 원장에게 예를 한번 더 갖춘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기원장이 고개를 처박고는 코를 골기 시작했다.
밤이 깊은 시각.
엽현은 백택, 묵운기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다. 뒷산엔 하나의 폭포가 있었는데 그 폭은 십여 장이나 되었고 물살 역시 거셌다.
기 원장과 기안지는 이미 도착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헤헤, 영감탱…, 아니 원장님. 혹시 우리에게 어떤 절세 무공이라도 전수 해 주시려고 이리로 부른 것입니까?”
기 원장이 묵운택의 질문을 무시한 채,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잠시 후, 칠흑같이 검은 갈기를 가진 늑대 한 마리가 별안간 숲 속에서 걸어 나왔다.
늑대는 그 크기만 수 장(丈)에 달했고 온몸에 난 털은 칼날처럼 예리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그 눈은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장이 얼어붙게 만들 정도였다!
“마랑(魔狼)!”
백택이 경계하며 외쳤다.
“저 정도면, 능공경쯤 되겠군!”
이때, 기 원장의 손가락이 묵운기를 가리켰다. 묵운기는 당황했다.
“원장 영감님! 무, 무슨 뜻입니까!?”
바로 이때, 마랑이 묵운지를 향해 뛰어 올랐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빠른 나머지 엽현은 겨우 그 잔상만 보았을 뿐이다!
“염병할…, 이 영감탱이가 무슨 병이 도진 거야!”
묵운기가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의 속도 역시 마랑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체력에 있어서만큼은 사람이 야수를 따라 잡을 수 없는 법!
기 원장이 백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백택은 가슴을 꼿꼿이 세우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망산을 누비며 무수한 야수들과 싸워 보았던 그는 눈앞에 늑대가 두렵지 않았다.
백택을 빤히 바라보던 기 원장이 갑자기 백택의 어깨를 붙잡았다. 백택이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떼어 내려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는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엽현이 경악하며 바라보는 사이 백택의 양 발에 굵은 쇠사슬이 채워졌고 기 원장은 그대로 백택을 폭포 속으로 떨어뜨렸다.
이때, 또 다른 마랑이 나타나 폭포의 절벽 쪽에 쇠사슬을 고정 시켰다.
폭포 한 가운데로 떨어진 백택이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안간 힘을 썼다. 강대한 물줄기가 강타할 때 마다 백택의 몸은 붉게 물들었다. 처음엔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되니 백택의 입에선 절로 비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백택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엽현은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엽현의 몸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단단하지만 거센 폭포수를 역행하는 것은 마치 온 몸으로 칼날을 받는 것처럼 무서운 것이었다.
마침내, 기 원장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엽현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무슨 이런 기이한 수련방법이 다 있단 말인가!
기 원장이 엽현을 찬찬히 살펴 본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황성 내에서 너만큼 기초가 튼튼한 사람은 안 국사 외에는 없을 것이…….”
“역시 원장님 보는 눈이 있으십니다.”
기 원장은 엽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실 원장은 조금 난처한 상황이었다. 기초를 단련시키자니 더 단련 할 것도 없을 정도였다. 경지를 끌어 올리자니 억지로 끌어 올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기 원장이 갑자기 물었다.
“전의를 깨우쳤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됐다. 따라 오너라!”
기 원장의 말에 엽현은 어딘 가로 향하는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기안지 역시 그들과 함께 했다.
그들이 곧 도착한 곳은 작은 산 아래였다. 산은 그렇게 크다고 할 순 없었지만 창란전 보다야 최소 열배 이상은 컸다.
“네가 가장 자신 있는 권법이 뭐냐?”
“권붕 입니다! 하급 무기지요!”
기 원장의 손가락이 산을 향했다.
“지금부터 권붕으로 산을 친다. 산이 무너질 때까지 치면 될 것이다.”
그의 말에 엽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훈련이었기 때문이다.
“문제 있느냐?”
기 원장의 물음에 엽현이 마른 침을 삼키며 산을 가리켰다.
“지금 술이 좀 많이 취하신듯 합니다. 내일 다시 이야기 하면 어떻겠습니까?”
기 원장이 엽현의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보더니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당장 네 동생과 함께 떠나거라!”
그렇게 막 떠나려는 기 원장을 향해 엽현이 소리쳤다.
“치, 치겠습니다!”
엽현은 이내 자신의 주먹으로 산을 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두 주먹은 완전히 피투성이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