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53
453화 감히 누구 앞에서!
장내 무인들은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미앙천이 무슨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렸다.
성지 성주 목수연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매우 태연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 미앙천이 목수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역 무인들의 시선을 돌린다라? 그들이 뭔데? 그들이 뭔데 우리가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인가?”
목수연이 미앙천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궁주, 이번 일은 단순히 미앙궁만의 일이 아니라, 미앙성역 전체의 생사존망이 달린 것이오. 우리가 왜 엽현이란 놈을 위해 저들과 척을 져야 한단 말이오? 물론 그가 가진 보물을 이용해 마가족 놈들을 쳐부술 생각이라면, 우리 성지는 찬성이오만.”
순간, 목수연을 향한 미앙천의 눈빛이 더욱더 강렬해졌다. 바로 이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나타나 목수연의 뒤편을 에워쌌다.
이를 본 무인들이 깜짝 놀랐다. 목수연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하니 미앙천이 자신을 향해 출수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때, 팽팽한 긴장 속에 백리선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궁주, 우리는 모두 미앙성역 사람들 아닙니까? 미앙성의 안위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 말을 들은 미앙천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미앙천은 목수연의 얼굴에 차갑게 박힌 시선을 거두고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너희의 생각을 알고 있다. 내가 저 아이를 감싸고돌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보물을 차지한 후에는? 저 물건은 우리 미앙성역에 떨어져선 안 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나타났고, 그것도 매우 약한 소년에게 돌아갔다.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은 없는 것인가?”
무인들 중 대답하는 자가 없자, 미앙천이 말을 이어갔다.
“그 보물을 빼앗는다는 것은 그것과 관련된 인과 역시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이장풍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궁주의 말뜻은 나도 알겠소.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물건이 마가족이나 이역 무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장풍 곁에 있던 푸른 옷의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 문주의 말에도 일리가 있소. 보물이 저들의 손에 떨어지는 순간, 미앙성역 전체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오.”
미앙천이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들 모두 내가 그에게서 물건을 뺏길 원하는 건가?”
이장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을 위해 그리하는 것이 좋을 듯싶소.”
“하지만 보물은 이미 그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이장풍이 침묵하자 이번에는 목수연이 나섰다.
“그게 어쨌다는 것이오? 천지지보(天地至寶)란 본디 강자를 따르게 되어있소.”
미앙천이 목수연을 흘끔 바라보더니, 마지막으로 백리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각주가 확인해줘야 할 게 있다. 가서 목수연이 마가족이나 이역 무인들과 접촉했는지 알아봐 주었으면 한다.”
“궁주, 지금 그게 무슨 말이오!?”
목수연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하지만 미앙천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때 백리선이 뒤쪽을 향해 손짓하자, 어둠 속에서 누군가 빠져나갔다.
“궁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오? 설마 저 개미 새끼 한 마리 때문에 성지를 모함하겠다는 말이오!?”
목수연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지만, 미앙천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
다른 이들 역시 목수연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소 차가워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미앙천이 보물을 차지해 마가족을 섬멸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목수연의 태도는 다소 성급해 보였다. 게다가 어쩐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아무도 자신을 거들어주는 사람이 없자, 목수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경거망동한다면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미앙천이란 여인의 실력에 대해선 그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대략 일 각여가 지났다. 그림자가 백리선 뒤에 나타났다. 그에게서 몇 마디 말을 전해 들은 백리선이 천천히 미간을 찌푸리며 미앙천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접촉한 흔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가족이나 이역의 무인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미앙천의 시선이 목수연에게로 향했다. 목수연이 돌연 소리쳤다.
“이역의 무인이었소!”
순간 무인들의 시선이 목수연에게로 집중됐다.
숨을 고른 목수연이 표정 없는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그들이 내게 접촉해 온 것은 사실이오. 그들은 우리 미앙성역과 적이 될 마음이 없다고 하였소. 엽현, 그 엽현만 내놓는다면 즉시 떠날 것을 약속한다 했으며, 심지어 우리를 도와 마가족을 처리해 주겠다고까지 했소.”
목수연이 작심한 듯 장내 모든 사람들의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말했다.
“여러분, 우리에겐 엽현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소. 그런 아이를 위해 이역과 적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오.”
바로 이때, 미앙천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가 마가족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단결력이다. 저들은 하나의 족속인 반면, 우리는 각자 세력의 이해타산을 위해 움직인다.”
미앙천이 문득 목수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앙천에게서 살심(殺心)을 읽은 목수연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와 동시에 언제라도 출수할 수 있게끔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푸른 옷을 입은 노인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궁주, 성지의 초대 성주가 전사한 후, 무수히 많은 성지의 전사들이 미앙성역을 위해 희생된 것을 잊지 마시오.”
그 말에 미앙천이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뒤돌아섰다.
“목수연, 너는 성지의 수치다. 오늘부로 너는 성지에 틀어박혀 한 발자국도 나와선 안 된다. 그리고 성지의 다음 성주는 성지의 무인들이 직접 뽑게 될 것이다.”
목수연이 눈에 불을 켜며 소리치려는 순간, 노인이 그를 제지했다.
“그대는 이만 돌아가시오!”
그 말에 목수연이 한동안 미앙천을 노려보더니 말없이 물러갔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 백리선이 입을 열었다.
“저자는 모반을 꾀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그저 생각하는 바가 다를 뿐이오.”
노인의 말에 백리선이 고개를 저었다.
“분명 성지 안에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백 낭자… 성지는 미앙성역을 위해 무수히 많은 희생자를 배출한 집단이오. 옛 정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극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소.”
“저 역시 그들의 희생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성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미앙성역은 어찌 되었을지 모르지요. 하지만 목수연의 이기심이 큰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런 시기에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은 죽어 마땅한 일입니다.”
“…….”
이때, 미앙천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여기서 너무 오래 시시덕거리고 있는 것 같군. 마가족 과의 전쟁이 코앞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그 말을 끝으로 미앙천은 자리를 떠났다.
자리에 남은 백리선이 노인을 향해 말했다.
“저는 결코 성주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를 내버려 두었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가 출수한다면 분명 우리에게 중요한 순간에 할 때니까요.”
백리선 역시 미앙천의 뒤를 이어 나갔다.
자리에 남은 노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장풍을 바라보았다.
“사실 노부 역시 미심쩍은 바가 있소. 궁주가 어찌하여 저 소년을 감싸고도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소.”
“그 아이는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닙니다. 궁주의 말마따나 그를 죽이고 보물을 빼앗게 된다면 필시 우리가 예상치 못한 재앙이 닥치게 될 것입니다.”
이장풍이 백리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백 소저의 말처럼 목수연은 결코 성지 안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후… 그가 성지에서 얌전히 지낸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노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오…….”
이장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이만 갑시다!”
곧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마저 성벽 위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장천장성 근처의 어느 숲속.
엽현은 여전히 비술 연구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때의 엽현은 이미 ‘신행’을 어설프게나마 펼칠 수 있었다. 이 비술은 엽현의 속도를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높여 주었는데, 그 빠르기가 엽현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이 비술을 비검에 접목시켰을 때, 비검의 속도는 종전의 몇 배 이상으로 빨라지는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기검으로는 이러한 속도를 버틸 수 없었기에, 진혼검을 사용해야만 했다.
게다가 이 비술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운용 시에 소모되는 기력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이었다. 현재 그가 최대 펼칠 수 있는 횟수는 단 한 번이었다. 그 이상을 사용하게 되면 영혼뿐 아니라, 육신에도 크나큰 무리가 발생할 수 있었다. 심지어 육신이 속도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도 높았기에, 그는 제신황혼까지 착용해야만 했다.
그는 처음으로 너무 빠른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신행을 습득하고 난 다음은 곧바로 천균이었다.
천균(千鈞)!
엽현은 아직도 비술의 주인과 싸울 당시, 그의 주먹에 단숨에 날아갔던 장면을 잊지 못했다.
만약 자신의 검에 그 힘을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위력을 뿜을 수 있으리라.
이때, 엽현이 소혼을 불러냈다.
“소혼, 혹시 비술의 부작용을 억제하거나 반감시켜줄 방법이 없을까?”
만약 부작용 없이 비술을 쓸 수만 있다면 그 효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소혼이 대답했다.
[있습니다.]“있다고? 그게 뭔데?”
[주인의 육신이 부작용을 견뎌낼 정도로 강해진다면, 혹은 주인의 체질이 이 비술에 대한 면역을 타고났다면 가능합니다.]“흠… 듣자 하니 유일한 방법은 육신을 단련시키는 방법밖에 없겠군.”
[주인이 원하신다면 제게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방법? 무슨 방법?”
엽현이 황급히 묻자 소혼이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영혼을 흡수하여 육신을 독자적인 영혼순체(靈魂盾體)로 만드는 것입니다.]“영혼순체? 그게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먼저 영혼을 흡수한 후, 그 힘을 이용해 육신을 단련시키십시오. 그 효과가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음… 그렇다면 한 번 시도해 보자!”
말을 마친 엽현이 곧바로 진혼검을 꺼내 들고 그 안의 영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곧, 무수히 많은 영혼들이 그의 몸으로 딸려 들어와 엄청난 양의 기운으로 바뀌었다.
[주인,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결코 영혼에 의식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검수인 그는 이런 방면에 있어서 도사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어느덧 숲속에 어둠이 찾아왔다.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엽현의 주위로 검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끊임없이 영혼지력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엽현의 몸에도 점점 변화가 생겨났다.
다시 두 시진이 지났을 때, 엽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가 두 손으로 양옆을 지그시 누르자, 순간 공간이 맹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엽현이 손을 거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몸 전체에 충만한 힘을 느껴졌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문득 뭔가 떠올랐다.
“소혼, 그런데 내가 이렇게 영혼을 흡수해도 너에겐 아무 영향도 없는 건가?”
[상관없습니다.]“어째서?”
[…왜냐면, 주인이 흡수한 영혼은 전부 제가 쓰레기로 분류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그러니까 나한테 쓰레기 처리를 시킨 거라고!?’
순간 엽현의 입가에 가볍게 경련이 일었다.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구!’
바로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엽현 주변의 공간이 갑자기 농축되더니 하나의 감옥으로 변해 엽현을 가둔 것이다!
엽현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찰나, 그의 앞에 하나의 광진(光陣)이 나타나더니, 엽현이 그대로 사라졌다.
이 순간, 날카로운 음성이 장천장성 전역에 울려 퍼졌다.
“감히, 누구 앞이라고!”
이는 다름 아닌 미앙천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