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54
454화 제법 머리를 굴렸구나!
미앙천은 고함을 치고는 하얀빛으로 변해 장천장성 상공을 뚫고 올라갔다.
잠시 후, 백광은 그대로 공간을 찢고 그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순간, 백 선생과 아귀가 엽현이 있던 자리에 나타났다.
주위를 살피던 백 선생의 표정이 지극히 어두워졌다.
“이역의 소행입니까?”
아귀의 물음에 백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가자!”
백 선생이 양손으로 자신의 앞 공간을 열어젖혔다.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그 어두운 공간 속에 몸을 던졌다.
성벽 위.
방금 전 일어난 소동을 지켜보고 있던 백리선의 눈에 자신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오는 독고훤이 들어왔다. 백리선이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독고훤을 진정시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궁주와 백 선생이 추격했으니, 별일 없을 것입니다.”
“이역의 소행인가요?”
독고훤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묻자, 백리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자 독고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점점 차가워지는 표정엔 살을 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이때, 백리선이 문득 그녀를 향해 물었다.
“항상 궁금하던 것이 있습니다.”
“무슨…….”
독고훤이 백리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엽현의 자료를 모두 훑어보았습니다만… 생후 6개월 이전의 자료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의 부친의 자료는 전무하더군요. 그의 이름 중 ‘양’이란 글자가 들어간다는 것을 제외하면요.”
“…….”
독고훤이 침묵했다.
이에 상관없이 백리선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혹시나 해서 엽가를 가 봤는데, 그들도 그의 부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제 추측인데… 애당초 그는 엽가의 사람이 아니었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거나 어떨 수 없는 이유로 엽현 남매를 엽가에 남겨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엽가에는 많은 수의 직계와 방계가 있으니, 아무개의 사생아 정도로 꾸며서 그들 사이에 집어넣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독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과연 이 미앙성역에서 그대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는 일이 오히려 더 많지요. 바로 그의 부친의 존재처럼 말이지요. 심지어 저의 특수 능력까지 발휘해 보았으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양’이란 글자도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소 긴장된 독고훤의 표정을 보자 백리선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글자 또한 그대가 독고가에 잡혀 들어갔을 때 억지로 말한 것이니까요.”
“…….”
“그의 부친은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겠군요?”
독고훤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음… 그렇다면 그의 내력을 전혀 모른다는 말이군요.”
독고훤이 고개를 돌려 미앙천이 찢어 놓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나는 내 아이들이 아무 일 없이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들이 감히 미앙궁주의 눈앞에서 이런 일을 행한 이상, 그녀의 분노를 피해가진 못할 것입니다.”
독고훤이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리선 역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는 하나, 어떻게 궁주가 어떤 존재인지 잊어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 * *
같은 시각. 정신을 차린 엽현은 자신이 공간 감옥에 갇힌 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엽현이 억지로 감옥을 부수려 할 때, 소혼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 그러면 안 됩니다. 이 감옥을 부수면 주인은 곧바로 죽습니다. 이 속도는 주인의 육체가 견딜 만할 것이 아닙니다!]“그럼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야 한단 말이야? 나는 절대 그렇게는 못 해!”
[음… 정 그렇다면… 그냥 우는 게 어떻습니까? 그럼 마음이라도 좀 편해지지 않겠습니까?]‘이 자식이 틈만 나면…….’
바로 이때, 엽현의 앞쪽에 거대한 차원문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쪽에서 엄청난 기운이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장천장성에서 날 구하러 왔구나!’
엽현이 속으로 기뻐하는 순간, 엽현이 갇힌 공간 감옥이 속도를 내더니 그대로 차원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차원문은 순식간에 닫혀버렸다.
바로 이때, 빛과 함께 날아온 미앙천이 순간적으로 손을 쑥 뻗었다.
쾅-!
그녀는 막 소멸되려고 하는 차원문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이미 닫혀 있던 차원문을 억지로 열어젖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백 선생과 아귀 역시 문 앞에 도착했다.
“궁주가 화가 단단히 났구나.”
백 선생의 말에 아귀가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궁주 앞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저들이 미친 것 아닙니까?”
백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저들은 그에 대한 대비도 해 놓았을지 모른다.”
바로 이때, 백 선생의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아귀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야! 이건 어쩌면 함정이다! 그들의 목표는 어쩌면 엽현이 아니라 궁주일지도 몰라!”
백 선생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원문으로 몸을 날렸다. 차원문이 닫히기 전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궁주는 내가 따라갈 테니, 너는 어서 돌아가서 대진을 발동하도록 해라!”
그 말에 아귀가 서둘러 장천장성으로 복귀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엽현은 자신이 어느 곳에 멈춰선 것을 느끼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때 엽현은 어느 제단 위에 있었다. 그 주위로는 네 개의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 기둥 위에는 이름 모를 흉악한 인상의 요수들이 엽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외에 근처에는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엽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바로 이때, 엽현이 돌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공간이 쭉 찢어지더니 그 속에서 잔뜩 화가 난 모습의 미앙천이 걸어 나왔다.
“궁주…….”
미앙천이 엽현에게 한 번 눈길을 주고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드리웠다.
“발칙한 것들, 이제보니 처음부터 내가 목표였구나!”
이때, 한 기둥 위에 웬 노인의 환영이 나타났다. 미앙천을 발견한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미앙궁주, 우리는 그대와 적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소. 엽현만 순순히 내어준다면 우리는 즉시 이곳을 떠나, 다시는 미앙성역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오.”
미앙천이 차가운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만약 마가족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너희가 날 이곳으로 유인할 수 없었겠지.”
미앙천이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마가족이 언제부터 거북이마냥 몸을 사리게 됐지?”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한쪽에서 중년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년인이 가볍게 웃으며 미앙천을 향해 예를 갖췄다.
“미앙궁주, 오랜만이오.”
“막우(莫尤),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따위 유치한 장난을 치는 것은 여전하구나!”
“하하하! 장난이라니? 적을 상대로 머리를 잘 쓰는 것도 다 실력 아니겠소?”
“실력? 기왕 말이 나왔으니, 그동안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확인해볼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미앙천이 발로 지면을 강하게 밟았다.
쾅-!
제단이 순간 무너질 듯이 흔들리고, 곁에 있던 엽현은 마치 머리가 터져 나갈 듯한 충격을 입었다.
하지만 격렬한 진동이 끝났음에도 제단은 매우 멀쩡했다.
이를 본 미앙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때, 공중에 있던 막우가 웃으며 말했다.
“궁주, 우리가 그대의 실력을 모른다고 생각하시오? 이미 그 정도 대비는…….”
“예나 지금이나 말이 너무 많구나!”
미앙천이 말을 끊으며 막우를 향해 일 권을 날렸다.
쾅-!
그러자 막우가 있던 공간이 타격을 입으면서 막우를 수백 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미앙천이 계속해서 출수하려고 할 때, 기둥 위에 있던 노인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개진!”
그 말과 동시에 네 귀퉁이에 있던 기둥에서 광막을 뿜어내더니, 엽현과 미앙천 주위를 원천 봉쇄했다.
이에 미앙천이 오른손을 치켜들고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강대한 기운이 마치 해일처럼 광막을 뒤덮었다.
쿠루루루-!
제단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리더니, 광막이 눈 깜빡할 새 파괴됐다. 바로 이때, 네 기둥 주위에 있던 요수들이 깨어나서 아래쪽에 있는 미앙천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수천수만 마리의 요수들이 일제히 날아오르자, 순간 하늘이 어두워졌다.
이때 미앙천이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도망쳐!”
‘도망쳐?’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디로 도망친단 말이오?”
그 말에 미앙천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장 엽현의 앞을 막아섰다. 순간, 그녀가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쾅-!
이 순간, 엽현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미앙천의 일장에 공중은 곧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특히, 앞쪽에서 날아오던 요수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었고, 주변에 있던 요수들 역시 힘을 잃고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요수들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이들은 끊임없이 미앙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를 본 미앙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쿵-!
일순간 제단이 흔들리며 무수히 많은 균열이 생겼다.
그러자 뒤편에 있던 엽현이 오히려 그 충격을 받아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이를 본 미앙천은 좋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곧바로 힘을 거둬들여야만 했다.
이때, 기둥 밖에 있던 막우가 웃으며 소리쳤다.
“힘을 거둬들일 정도로 그자를 생각하는가 보군. 궁주에게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것이 있소. 그것은 바로 마가족의 강자들이 장천장성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오. 궁주가 여기에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앙성역의 무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임을 당할 것이오. 장천장성과 미앙성역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엽현을 지킬 것인지는 알아서 판단하시구려.”
“처음부터 장천장성을 노린 게로구나.”
미앙천의 차가운 말에 막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소? 만약 그대가 장천장성에 버티고 있다면 마가족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소. 그래서 이렇게 궁주를 유인해 낸 것이오. 일단 우리가 장성을 뚫게 되면, 마가족의 수만 대군이 미앙성역에 곧장 들이닥칠 것이오!”
설명을 들은 미앙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제법 머리를 굴렸구나.”
“후후, 궁주. 그럼 선택을 하시오. 장천장성을 지킬 것이오, 아니면 끝까지 엽현을 지킬 것이오?”
선택의 기로에 선 미앙천이 주먹을 쥔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엽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침묵할 뿐이었다.
그리고 바깥쪽의 막우는 그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통제 안에 들어온 것이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렇게 제단 위의 분위기는 잠시나마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