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죽어도 체면을 구길 수는 없다
장내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엽현과 좌청에게로 쏠렸다.
검을 들고 서서히 좌청에게로 걸어가는 엽현.
좌청 역시 어느 틈엔가 한 자루 도를 꺼내들고 있었다.
도의 길이는 사 척 가량. 폭이 넓은 감도(砍刀)였다.
이때, 엽현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좌청이 천천히 숨을 고르는 순간, 두 손으로 도를 감싸 쥐고 빠르게 돌진했다.
쉭-!
도가 지나치는 공간은 마치 두부처럼 으깨져 나갔다.
이때, 엽현의 검이 도달했다.
그야말로 강 대 강의 대결.
쾅-!
거대한 폭음이 장내를 진동케 함과 동시에 두 사람이 각자 떨어져 나갔다.
엽현이 뒤로 물러나는 그 순간, 한 줄기 검광이 은밀하게 번뜩였다.
이에 좌청은 안색이 변하긴 했지만, 반응을 빨리하여 수비 위치에 도를 가져다 놓았다. 이미 비도에 대한 방비가 되어있던 것이다.
쾅-!
비검이 도면을 강하게 때리자, 좌청이 다시 한번 뒤로 밀려났다.
도기가 산산이 흩어지고, 두 사람은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때, 좌청의 복부는 앞서 날아든 비검에 의해 작게 구멍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상처는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빠르게 아물었다.
좌청이 엽현을 향해 감탄의 기색을 보였다.
“네 검은… 정말 미칠 정도로 빠르군. 영혼과 육신의 조합 역시 훌륭해!”
“나 역시 너의 그 괴물 같은 육신이 부럽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좌청은 이미 복부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의 회복력은 정말이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좌청이 웃으며 소리쳤다.
“계속 해볼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청이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날아들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가 있던 자리엔 여전히 잔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파멸(破滅)!”
순식간에 엽현 앞에 도달한 좌청이 커다란 도를 맹렬히 휘둘렀다.
도가 떨어지는 순간, 날 위에 검은 도망(刀芒)이 맺혔다. 이 도망이 스치고 지나가는 공간은 모두 검게 소멸되기 시작했다.
이 순간, 엽현의 발밑이 진동하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대지지력이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엽현의 주변에서 공간지력이 마치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마침내 엽현이 검을 뽑아 드는 순간.
윙-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쾅-!
엄청난 기의 충돌과 함께, 엽현과 좌청이 동시에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엽현의 비검 몇 자루가 좌청을 향해 날아들었다.
빠르고 기이한 각도로 날아든 비검들은 좌청의 급소만을 향해 흩어졌다.
이에 좌청의 도가 빠르게 움직여 종횡무진 비검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엽현의 신형이 좌청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엄청난 수의 비검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막사가 미간을 찌푸린다.
“좌청이 밀리고 있어!”
그의 곁에 있던 아봉이 소리치자, 막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 면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막사는 좌청을 향해 다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바로 이때,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엽현과 좌청 모두 튕기듯 떨어져 나갔다.
좌청이 재정비를 하는 순간, 한 줄기 검광이 그의 얼굴 앞으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좌청이 황급히 도를 휘둘렀다.
쾅-!
아슬아슬하게 비검을 튕겨내긴 했지만, 이내 몇 자루의 비검이 동시에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중 한 자루는 좌청의 미간을 노리고 있었다.
푸푸푸푸푹-!
모든 이들의 시선 속에, 좌청이 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이미 그의 전신엔 수많은 검들에 의해 관통된 상태였다.
이를 본 무인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비검은 너무나 두려운 존재였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봉의 표정 역시 굳어있었다.
빠른데다 관통력까지 갖추고 있는 비검을 완전히 방어해 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바로 이때, 좌청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사이, 그의 몸에 뚫린 구멍들이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천장성 진영의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저자는 정녕 불사신이란 말인가!
엽현의 안색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공격에 성공했건만, 결국엔 아무런 수확을 거두지 못한 까닭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크게 심호흡을 가져간 좌청의 몸은 이미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안색은 어딘지 모르게 많이 창백해 보였다.
자세를 바로잡은 좌청이 엽현을 향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사방의 공간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엽현이 답답한 마음에 소혼을 찾았다.
“소혼, 저게 도대체 무슨 몸뚱이야? 무적체질이라도 되는 건가?”
[주인, 저 체질은 바로… 나도 처음 보는 체질입니다.]“…….”
[불사체질(不死體質)!]‘불사체질?’
이때, 이 층 존재가 문득 외쳤다.
[저건 아마도 전설 속에 등장하는 불사체질일 것이다.]그 말에 엽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럼 정말 못 죽이는 거야?”
[물론 그건 아니다. 내 예상이 맞다면, 눈앞에 저것은 본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그게 무슨 말이야?”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말 그대로다. 네 앞에 서 있는 것은 천지지력을 응집시켜 만들어 낸 분신이다. 너의 검은 상대의 기력을 소모케 할 순 있지만, 결국 죽일 순 없지. 흑시, 백 번 이상 공격에 성공한다면 기력이 쇠잔해 죽을 수도 있겠지만.]“젠장! 결국 못 죽인단 말이잖아! 뭐 이런 괴물 같은 체질이 다 있어!”
[진정해라. 네 놈의 체질은 훨씬 더 괴물 같으니까.]그 말을 들은 엽현이 잠시 멍해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소혼이 그러길 내 체질은 쓰레기라 하던데?”
[…내가 방금 뭐라고 했냐?]“…….”
바로 이 순간, 사방의 공간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거미줄처럼 갈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 틈 사이로 무수한 암흑 기운들이 휘몰아쳐 들어왔다.
이를 멍하니 보고 있던 엽현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황급히 공간도칙을 집중했다. 잠시 후, 갈라지던 공간이 서서히 봉합되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의 시선 속에 엽현이 오른손을 펼쳐 들자 공간은 말끔히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
마가족과 미앙성역의 무인들이 일순 말이 없어졌다.
엽현의 앞에 좌청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공을 들여 펼친 비술이 이렇게 쉽게 사라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검을 들고 좌청을 향해 다가갔다. 이에 좌청이 주먹을 불끈 쥐자 그 안으로 강대한 힘이 응집됐다.
그 순간, 엽현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올라 좌청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쉭-!
그의 검이 날카롭게 공간을 가르며 떨어졌다.
이를 본 좌청이 위쪽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파(破)!”
쾅-!
좌청의 주먹에 공간이 부서지며 엽현이 곧장 뒤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때, 몇 줄기의 검광이 좌청을 향해 날아들었다. 좌청이 급히 신형을 물리는 순간, 엽현이 달려들었다.
순간 장내에 무수히 많은 검광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본격적인 육탄전에 들어가자, 장내에 폭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엽현의 목적은 단순했다. 좌청의 본체를 찾지 못하는 이상, 남은 방법은 그의 진기를 모두 소진시키는 것밖엔 없다!
근접전에선 엽현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영혼과 육신이 동시에 공격하는 동시에 비검까지 날아들자 좌청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싸움의 양상은 좌청이 계속해서 밀리는 형국이었다.
한편, 막사는 표정 없는 얼굴로 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때 아봉이 그에게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진기가 말라 죽겠어!”
“…….”
막사는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는 반면, 아봉은 주먹의 힘을 응집하며 언제든지 뛰쳐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전군 등의 표정은 아까 전보다 한결 밝아져 있었다.
성벽 아래쪽, 좌청은 여전히 엽현의 검기에 갇힌 채, 끊임없이 타격을 입고 있었다. 검광이 한 번 번뜩일 때마다 장내에선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이런 상황이 일 각가량 지속됐을 때,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한 줄기 검광이 번뜩였다. 두 사람이 서로 반대쪽으로 떨어지는 순간, 비검 하나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어 좌청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서걱-!
이번 일격에 좌청의 목이 그대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경악스럽게도 잘려나간 부위에서 다시 목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전군 등은 거의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죽는단 말인가!
엽현은 검을 쥔 채, 좌청을 향해 섰다. 그의 전신에도 마찬가지로 무수히 많은 상처가 나 있었지만, 아직 중상은 입지 않고 있었다.
이때, 좌청이 천천히 두 주먹을 감아쥐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영기가 그를 향해 집중되더니,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는 결코 날 죽이지 못한다!”
좌청이 외침과 동시에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순간, 사방에서 몰려들던 영기가 둑이 터진 것처럼 엽현을 향해 몰려들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엽현의 미간 사이에 공간도칙이 나타났다. 뒤이어 도칙이 발동되자, 주변의 공간이 차례대로 붕괴되며 그를 향해 오던 영기는 물론 주변에 있는 모든 영기를 집어 삼켜갔다.
영기 파괴!
이 순간,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막사의 표정에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이때, 아봉이 출수하려 하자, 막사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공정한 싸움에 네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그럼 이렇게 보고만 있으란 말야!?”
“…죽을 때 죽더라도 결코 체면을 구길 순 없다.”
“그깟 체면이 밥 먹여줘? 죽으면 끝이야, 끝!”
우악스럽게 소리친 아봉이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바로 이때, 아봉이 돌연 제자리에 멈춰서더니, 오른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막사가 눈을 치켜뜬 순간, 아봉을 향해 한 자루 청룡도가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