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62
462화 이제 슬슬 내려오시게나
한꺼번에 덤벼라!
막사의 말에 장내가 순간 고요해졌다.
그야말로 오만함의 극치였다.
이런 말을 듣고도 참을 수 있는 무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적어도 장천장성의 무인들은 아니었다.
이때, 성벽 위에 있던 한 남자가 홀연히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 순간, 막사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남자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고정된 이때, 막사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빠각-!
목이 부러진 남자가 그대로 축 늘어져 지면에 떨어졌다.
이 장면을 본 장천장성 무인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단 일 합도 겨루지 않고 상대를 제압해 버리다니!
막사가 손을 털며 성벽을 향해 소리쳤다.
“다음!”
그의 말에 전군 등의 시선이 멀리 주생생을 향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역의 천재를 맞아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달리 대안 없어 보이는 이때, 독자가 나설 채비를 했다.
그러자 전군이 그의 앞을 막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가면 안 돼. 개죽음일 뿐이야!”
“저놈에게 모욕을 당하는 것보단 누구라도 나서는 게 나아.”
그대로 전군을 지나친 독자가 성벽 아래로 몸을 날리려 할 때, 먼 하늘에서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는 것이 빛처럼 빠르게 장내로 떨어졌다.
장내에 나타난 것은 한 젊은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미앙성궁 측 진영이 들끓기 시작했다.
대략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백옥같이 하얀 그의 무복에는 먼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고, 손에는 날카로운 빛을 발하는 은빛 창이 들려 있었다.
설백의였다.
설백의의 뒤편에는 그와 함께 도착한 남자가 있었다. 검은 비단옷 차림의 남자는 손에 든 부채를 펄럭이며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막사가 자신 앞에 선 설백의를 향해 먼저 운을 뗐다.
“오랫동안 기다렸소.”
“듣자니 그대가 마가족 젊은 무인 중 최강자라 하던데?”
“훗, 허명일 뿐이오.”
“그건 직접 확인해보면 알겠지!”
말과 동시에 설백의의 창끝이 번뜩였다.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창은 육안으로 쫓기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설백의가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그의 회심의 일격이 막사의 두 손가락에 의해 허무하게 막혀버린 것이다.
이에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막사에게로 집중됐다.
설백의 뒤편에서 여유 있게 지켜보던 남자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씻은 듯 사라졌다.
이때 막사가 말했다.
“고작 이 정도 속도라면, 정말 실망이군.”
순간, 막사가 창끝을 잡고 있던 두 손가락에 힘을 불어넣었다.
쾅-!
순간적으로 창신을 통해 강대한 기운이 설백의를 향해 날아들었다.
설백의 역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잡고 있던 손을 이동시켜 창끝을 손바닥으로 힘껏 때렸다.
쾅-!
두 개의 힘이 창 가운데서 폭발하는 순간, 설백의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막사의 주먹이 허공을 강타했다. 공격을 피해 낸 설백의가 막 반격을 하려는 찰나, 막사의 주먹이 손바닥으로 변해 설백의의 어깨를 내리쳤다.
쾅-!
순간, 반경 수백 장의 공간이 크게 흔들렸다.
공간은 다시 순식간에 잠잠해졌고, 이때 설백의는 이미 백 장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숨죽이며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미앙성역 무인들의 표정이 심히 어두워졌다.
성벽 위에 잠잠히 서 있던 연만리가 막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강하군.”
“그것도 엄청나게.”
연만리가 고개를 돌리자, 언제 왔는지 엽현이 서 있었다.
“치료는 다 마친 것이오?”
“거의!”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연만리 역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성벽 아래쪽의 막사를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내 실력으로는 저자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소.”
“…….”
엽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막사와 손을 섞어본 것은 아닐지라도, 그의 강함을 느끼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막사의 전투 방식은 엽현에게 다소 충격을 안겨 주었다. 상대의 다음 수를 예측한 것처럼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
이는 다름 아닌 아귀의 장기 아닌가.
심지어 그 속도 역시 대단히 빨랐다.
이때, 연만리가 물었다.
“만약 지금 저자와 붙는다면 승산이 얼마나 있겠소?”
“십 할!”
엽현이 자신 있게 말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만약 엽현이 탑의 오 층 존재를 풀어놓으면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 죽을 테니까.
물론 엽현 자신을 포함해서.
성벽 아래쪽에서는 막사가 천천히 설백의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물 위를 걷는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반대편의 설백의 역시 차분한 얼굴로 막사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창을 단단히 쥐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약 십 장가량 남았을 때, 설백의의 창이 먼저 움직였다. 헌데, 놀랄만한 일이 발생했다. 그가 창끝으로 정면을 찌르는 순간, 그와 똑같이 생긴 수백 개의 ‘가짜 설백의’가 나타나 같은 동작을 취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수백 개의 창이 동시에 막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엽현은 속으로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엽현의 눈으로는 어느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순간, 막사가 오히려 두 눈을 감았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막사의 주먹이 환영들 사이로 천천히 날아들었다.
그의 주먹은 매우 느린 것처럼 보였지만, 믿을 수 없게도 이때부터 환영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 개가 넘는 환영이 깨끗하게 소멸되고 말았다.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연만리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재밌군.”
“참, 세상은 넓고 고수는 넘쳐나는 것 같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천장성에 오기 전 엽현은 스스로가 이미 상당히 강해진 상태고, 동 나이대에선 더 이상 적수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보며 그러한 생각은 모두 허상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실제론 그가 강했다기보다는 강한 적수를 아직 만나지 못했던 것이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았다.
한편, 방금 전의 공격을 쉽게 막아낸 막사가 설백의를 향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거 어찌, 조금 실망스럽군. 이런 뻔히 보이는 수를 쓰다니.”
그 말과 동시에 막사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은 자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에 설백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들고 있던 창으로 강하게 정면을 찔렀다.
마치 한 마리 용처럼 뻗어 나간 창은 날카롭게 막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바로 이때, 막사의 주먹이 설백의의 창끝에 맞닿았다.
쾅-!
설백의의 신형이 그대로 뒤로 날아가더니, 백여 장 뒤에 있던 성벽에 부딪고서야 멈췄다.
순간, 장천장성 진영은 조용해졌다.
공중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노인이 미앙천을 향해 말했다.
“미앙궁주의 눈에는 어떻소?”
“훌륭하군.”
“하하하! 무려 미앙궁주의 인정을 받다니, 저 아이에겐 이만한 영광은 없을 것이오.”
“…….”
미앙천은 말없이 두 눈을 감았다.
마가족과 미앙성역의 전쟁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들 간의 전쟁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미앙성역 젊은 세대들은 결코 상대에게 밀리지 않았으나, 막사의 출현으로 이러한 균형이 붕괴돼 버렸던 것이다.
과연 저 괴물 같은 막사를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한편, 아래쪽에서는 설백의가 다시 한번 출수를 감행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창끝이 공중을 가르자, 그 안에 걸리는 모든 것이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이를 본 막사가 오른손을 쭉 뻗고는 빈 공간을 움켜쥐었다.
“곤(困)!”
쾅-!
그의 음성과 동시에 반경 수백 장의 공간이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뒤이어 공간들이 서로 수축하고 겹치면서 두터운 공간벽을 만들어냈다.
설백의의 창이 막사에게서 겨우 몇 촌 거리밖에 남지 않았을 때, 공간의 벽이 완성되고, 그의 창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설백의가 갑자기 노성을 지르며 창을 맹렬히 회전시켰다.
쾅-!
순간 설백의를 막아서고 있던 공간벽이 부서져 나갔다.
막사는 설백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을 뿐, 출수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 순간, 설백의가 공중으로 솟구침과 동시에, 막사의 머리를 향해 창을 내리쳤다.
막사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설백의의 창은 그대로 막사의 머리를 강타했다.
쾅-!
엄청난 충격이 장내를 진동케 했지만, 막사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설백의의 창에 금이 가며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미앙성역 측의 무인들은 경악의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저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설백의 역시 거미줄처럼 금이 간 창을 바라보며 불신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분명 손끝에 묵직함이 있었는데, 어떻게 아무 타격도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순간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성벽 위에 있는 무인들은 모두 침묵할 뿐이었다.
“천지법신(天地法身)!”
공중에서 이를 지켜보던 미앙천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에 그녀의 정면에 있던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미앙궁주, 역시 안목이 있으시구려!”
미앙천은 말없이 아래를 주시하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때, 성벽 위에 서 있던 엽현의 머릿속에 소혼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주인, 천지법신입니다.]“천지법신? 그게 뭔데?”
[소위 천지법신이란 천지의 기운을 빌려 육신을 단련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조화경 강자들이라면 꿈에 그리는 경지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조화경 강자들이 평생토록 이룩하지 못하는 경지를 겨우 성경 강자가 발현해냈다? 이 의미는 저 남자의 무위가 조화경 강자들도 능히 뛰어넘는다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명심하지.”
이때 막사가 설백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설백의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채, 자신의 창을 단단히 쥐었다. 주인의 뜻을 아는 것인지, 그의 창 역시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평온해 보이는 얼굴의 막사. 그가 막 설백의의 사정거리 안에 걸음을 멈췄을 때, 설백의의 창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순간 공간이 일렁일 정도로 엄청난 힘을 담은 일격이었다.
제아무리 조화경 강자라 해도 이만한 위력을 정면으로 막아낼 순 없으리라!
그러나 이때, 막사가 오른손을 치켜들더니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천지간의 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 들어온 양, 사방의 공간이 희미하게 변했다.
그 순간, 막사의 주먹이 정면을 강타했다.
쾅-!
모든 무인들이 보는 앞에서 설백의의 창이 가루로 변함과 동시에, 설백의 역시 튕기듯 날아가 성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쿨럭-!
설백의가 입으로 토해낸 선혈이 눈처럼 하얀 그의 옷을 순식간에 붉게 물들였다.
이때, 성벽 바로 밑까지 다가온 막사. 그는 설백의를 공격하는 대신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내려오시게나.”
그의 말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엽현에게로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