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66
466화 조금 늦었습니다
대존이라 불린 자가 미앙천과 노인을 번갈아 보더니 즐거운 듯 미소를 보였다.
“예상대로 양측이 목숨을 걸고 싸워 주어서 다행이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계획에 차질이 있을 뻔했소.”
순간 미앙천이 주먹에 힘을 쥐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이 모습을 본 대존이 웃음을 터트렸다.
“미앙 궁주, 괜히 헛심 빼지 마시오. 그대들은 이미 이역의 법천(法泉)을 매개로 만든 진법 안에 들어와 있소. 저들 여섯 신법사들을 모두 죽이지 않는 한, 무한에 가까운 우주사선들이 순식간에 그대들의 몸을 녹여버릴 것이오.”
“…….”
이때 대존의 시선이 아래쪽의 엽현에게로 향했다.
“호오… 저게 바로 그 보물의 주인인 엽현인가?”
그의 말에 한 신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왔다.
“그렇소. 우리 이역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그에겐 뒤를 봐주고 있는 신비한 강자가 있다고 하오.”
“후후… 그런 엄청난 보물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그 정도는 당연하지 않겠소?. 좋소, 긴말할 것 없이 당장 저 막사와 엽현부터 죽여야겠소. 저 둘 만큼은 절대 살려둬선 안 되니 말이오.”
대존의 말이 끝나자, 그의 뒤편에서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하나는 엽현에게로, 다른 하나는 막사에게로!
엽현과 막사를 향해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쏜살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를 보자 미앙천과 노인의 표정이 동시에 어둡게 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날리려는 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우주사선들이 번뜩이더니, 마치 하나의 거미줄처럼 두 사람 주위를 에워쌌다.
검은 그림자가 막 지면에 당도하려 할 때, 마가족과 미앙성역의 무인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싸움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백 선생과 마가족 족장 막천척이 몸을 날려 두 그림자의 앞을 막아섰다.
콰쾅-!
두 번의 폭음과 함께 두 개의 그림자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나 갑자기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흑의인들이 나타나더니, 엽현과 막사를 향해 내달렸다.
이를 본 전군 등이 주저 없이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좌청과 지살 역시 몰려드는 흑의인들로부터 막사를 지켜내기 위해 출수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격렬한 전투로 소모가 컸던 나머지, 흑의인들에 의해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했다.
한편, 엽현의 앞에서 청룡도를 들고 동장군처럼 지키고 서 있는 연만리.
그녀의 도가 순간 날카롭게 번뜩였다.
쾅-!
공간이 찢겨져 나가며, 검은 그림자 하나가 뒤로 밀려났다.
연만리의 차가운 눈빛이 그림자의 얼굴을 향했다.
“여길 지나가려거든 본 왕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연만리가 그림자를 향해 계속해서 출수하려는 순간,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엽현에게로 돌아왔다.
이때, 정면에 있던 그림자가 모습이 사라졌다.
쾅-!
청룡도가 번뜩이자, 엽현을 노리던 그림자가 다시 한번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나 연만리 주변에 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나타나 그녀를 에워쌌다.
순간 연만리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본 왕과 정당하게 대결할 배짱은 없는가!”
그림자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사이, 십여 명의 흑의인이 그녀를 향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할 수 없군. 부디 잘 버티고 있으시오!”
연만리가 엽현을 흘끗 바라보더니 청룡도를 맹렬히 휘둘렀다.
쾅-!
흑의인 하나가 멀리 튕겨 나가는 순간, 한 자루 검이 그녀의 뒷덜미를 노리고 들어왔다.
하지만 연만리의 반응도 빨랐다. 그녀는 몸을 비스듬히 눕혀 검을 피하는 동시에 청룡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쾅-!
패도 넘치는 그녀의 공격에 세 명의 흑의인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나머지 흑의인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순식간에 채웠다.
이때, 조용히 엽현의 등 뒤로 접근한 흑의인 하나가 조심스레 검을 들어 올렸다. 찰나의 순간, 검날은 빛이 되어 엽현의 정수리로 떨어졌다.
벼락을 연상케 하는 쾌검!
잡았다!
흑의인이 확신에 찬 얼굴로 미소를 짓는 순간, 그의 표정이 확 변했다. 그가 황급히 몸을 빼려고 할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비검 한 자루가 그의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양손에 검을 쥔 채로 그대로 굳어버린 흑의인.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엽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흑의인에게 얼굴을 바짝 가져갔다.
“널 위해 특별히 준비했어, 놀랐지?”
그대로 몸이 굳어 쓰러진 흑의인. 그는 죽는 순간에도 자신이 어떤 수법에 당했는지 알지 못했다.
간단히 흑의인을 죽인 엽현이 손을 펼쳐 기검 한 자루를 생성해 냈다. 기검이 사라진 순간, 연만리를 뒤에서 공격하려던 흑의인의 목이 댕강 잘려나갔다.
갑작스런 암습에 당황한 흑의인들이 즉시 뒤로 물러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때 고개를 돌려 엽현을 살피는 연만리.
“좀 괜찮소?”
“덕분에.”
엽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견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견과 싸우던 흑기린은 갑자기 변한 장내 분위기 때문에 막사 곁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하지만 흑기린은 제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시뻘건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때 제견이 엽현을 향해 다가왔다.
“저 녀석, 아주 강하다. 순수한 혈맥을 이어받은 것이 틀림없어!”
“혈맥이라… 누구의 혈맥이 더 강하지?”
엽현의 질문에 제견이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둘 다 비슷비슷해. 저놈과 싸우면서 혈맥의 차이가 주는 압박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것보다…….”
제견이 말하는 와중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새로운 적이 나타난 것 같은데?”
‘새로운 적?’
엽현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온통 붉은 광선에 뒤덮인 채, 꼼짝도 못 하고 있는 미앙천과 꼽추 노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엽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 괴물 같은 여자를 가둬 놓을 수 있는 자는 대체 누구지!?
한편, 공중에 있던 대존은 엽현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군. 특히 저 비검의 위력은 또래 무인들 사이에선 적수가 없을 정도야.”
엽현에게서 시선을 뗀 대존이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오너라. 미앙성역의 천재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느껴보고 오너라.”
그 순간,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남자와 여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남자는 검은 장포를 걸치고 있었고, 그의 허리춤에는 기다란 도 한 자루가 걸쳐져 있었다. 그의 곁에 있는 여인은 보라색 긴 치마 차림과 그에 어울리는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갖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이 아래쪽의 엽현과 막사에게로 향했다.
“네가 먼저 골라.”
남자의 말에 여인이 엽현을 가리켰다.
“저자로 하겠다.”
그 말과 함께 여인이 엽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보라색 치마를 펄럭이며 지면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한 송이의 꽃을 연상케 했다.
엽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곁에 있던 제견이 말했다.
“괜찮겠어? 같이 칠까?”
“좀 힘들 것 같은데… 네가 처리해주면 안 될까?”
바로 이때, 연만리가 한 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본 왕이 가겠소.”
“하지만…….”
엽현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연만리가 한쪽 눈을 깜빡였다.
“걱정 마시오. 나는 남자보다 여자를 패는 걸 즐기는 사람이오.”
그렇게 연만리는 청룡도를 휘두르며 여인을 향해 다가갔다.
잠시 연만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엽현은 황급히 자리에 앉아 자원정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연만리가 시간을 벌어준 이상, 한시라도 빨리 기운을 회복해야만 했다. 게다가 새로 나타난 적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미앙천의 발을 묶어 놓은 것을 보면 결코 만만한 자들은 아니었다.
그런 만큼 엽현의 마음은 매우 다급한 상태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
엽현이 치료를 시작하자 제견이 엽현의 곁에서 호법을 섰다. 아직 흑의인들이 그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이상, 결코 안전하고 할 수 없었다.
한편, 반대쪽에서는 마찬가지로 좌청이 회복에 전념하고 있는 막사를 대신해 검은 장포의 남자와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엽현과 막사의 상태가 회복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한편, 상황을 지켜보던 대존이 미앙천과 꼽추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붉은 우주사선이 미앙천을 향해 끊임없이 쏘아지는 가운데, 그녀의 옥대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광선을 튕겨내고 있었다.
하지만 옥대는 이미 곳곳이 심하게 부식되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한편, 꼽추 노인의 암금색 방패 역시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매우 희미해져 있었다.
이때 대존이 한쪽에 있던 신법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더 빨리, 속력을 올려야 하오!”
신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구결 외우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그러자 장천장성 상공이 요란하게 흔들리더니, 뒤이어 공간이 조금씩 깨져 나갔다. 그리고 이 깨진 공간 사이로 더욱 많은 우주사선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를 본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
만약 저 우주사선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내린다면, 장천장성은 물론 장내에 있는 모든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미앙천과 몇몇 강자들을 제외하면 누가 저 광선들을 막을 수 있으랴!
자원정을 흡수하던 엽현 역시 하늘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거… 막을 수 있겠어?”
“…잘하면 도망은 칠 수 있을걸?”
“…….”
“도망칠까?”
제견이 말한 순간, 엽현의 시야에 악전고투중인 전군과 독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빨리 선택해! 시간이 없어!”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
“…….”
제견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미앙성역과 마가족 무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엽현을 노리고 온 것이 분명했다. 그런 만큼 다른 자들은 몰라도 엽현은 우주 끝까지 추적해 올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부상 중인 몸으로 도망친다 해도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숨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때, 엽현이 무언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다 비켜!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다!
어느새 하늘을 가득 메운 붉은 광선들. 엽현은 우주사선을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내가 죽나 네가 죽나 해보자!’
엽현이 입술을 깨물며 계옥탑의 힘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푸른 옷을 입고 허리춤에 작은 가방을 멘 여자가 앞에 나타났다.
화사!
화사를 본 순간, 엽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녀는 당시 미앙성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던 여인 아닌가!
‘저 여자가 여기엔 어쩐 일이지?’
엽현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화사가 작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검은 벼루였다. 화사가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벼루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그 순간, 하늘 전체가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흰 도화지에 먹물이 스며들 듯 순식간에 검게 물든 하늘.
검게 물들어가는 하늘은 이내 공간을 뚫고 시뻘겋게 새어 나오던 우주사선들 또한 집어삼켰다.
이 모습을 본 대존이 황급히 화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문을 외우던 여섯 신법사들 역시 화사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이때, 화사가 고개를 들어 우주사선 속에 갇혀 있던 미앙천에게 미소를 보냈다.
“조금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