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70
470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마가검!
마가검을 바라보던 엽현의 표정에서 의아함이 묻어났다.
이에 막사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당연한 거다.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 말에 막사 뒤편에 서 있던 좌청 등 마가족 무인들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엽현 주변의 미앙성역 무인들 여기 마찬가지였다.
동맹!
마가족이든 미앙성역 무인들이든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이 상황에서 손을 잡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 것.
만약 힘을 합친다면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이 조금은 열린다는 것.
오랜 세월을 원수로 살아온 양측이었지만, 생존 앞에서는 그 어떤 문제도 제쳐두는 것이 옳았다.
엽현이 눈앞에 있는 마가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가 검을 잡는 순간, 기묘한 힘이 엽현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엽현의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텅 비어 있어야 할 그의 두 눈엔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박혀 있었다.
깜짝 놀란 엽현이 그대로 검을 놓고 막사를 바라보았다.
막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마가검… 마가족 최초의 선조가 남긴 물건이다. 마가지력(摩柯之力)과 살육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그 분이 세상을 떠난 후, 마가족에서 그 검을 다룰 수 있는 자는 나타나지 않았지. 모두 내가 그 검을 사용하길 바랐지만, 나는 검에 흥미가 없었다. 그러니……”
막사가 엽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게 잠시 빌려주마.”
“…….”
엽현은 방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검을 잡았을 때, 강대한 기운이 순식간에 그의 몸을 장악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몸이 마치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힘이 자신의 육신을 지배하고자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일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살심이 들끓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평범한 살기와는 달리, 눈앞에 있는 자들을 모두 토막 내 그 피를 마시고 싶다는 기괴한 욕망이었다.
“왜, 망설여지나?”
“망설인다고? 이제 다 죽을 판인데 더 따질 게 있을까!”
엽현이 대답과 동시에 손을 뻗어 마가검을 쥐었다.
쾅-!
순식간에 세찬 물줄기와 같은 강대한 힘이 엽현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엽현이 눈을 뜨고, 앞서와 마찬가지로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엽현이 갑자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더니,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엽현, 괜찮소?”
전군이 걱정스레 묻자, 엽현이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죽이고 싶어… 마구마구 죽이고 싶어…….”
“…….”
이때, 막사가 손을 들어 공중에 떠있는 신법사들을 가리켰다.
“그럼 죽여!”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막사가 먼저 지면을 박차고 솟구쳤다.
지살 등 마가족의 무인들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다만 좌청은 자리에 남았다.
엽현 쪽에서도 독자 등이 질 수 없다는 듯 공중으로 신형을 날렸다.
엽현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직 마가검의 힘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정신상의 혼란스러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이때, 좌청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죽이면 된다. 죽이면 죽일수록 혼란스러운 힘이 저절로 방출될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엽현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공중에서는 언생과 신법사들이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막사 등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이때, 그들의 등 뒤에서 무수한 강자들이 아래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가장 앞 열에 서 있던 막사가 공간 깊숙이 손을 집어넣더니, 그대로 공간을 잡아 뜯었다.
쾅-!
갑작스레 생긴 커다란 구멍에서 암흑 기운이 쏟아져 나와 이역과 천하성역의 무인들을 덮쳤다. 순간 장내는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언생이 막사를 향해 출수하려는 순간, 백 선생과 마가족의 막천척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결코 언생을 보내줄 수 없었다. 막사 등의 실력으로 언생을 막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백 선생과 막천척이 서로의 시선을 교환함과 동시에 언생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언생이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제진(祭陣)!”
그와 동시에 막사가 양손으로 허공을 열어젖히자, 붉은 깃발 하나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뒤에 있던 세 명의 신법사들 앞에도 각각 하나씩의 깃발이 나타났다.
바로 다음 순간, 네 개의 붉은 깃발이 투명해짐과 동시에 사방의 공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이 불길은 곧 화염의 파도로 변해 백 선생과 막천척의 공간으로 흘러들었다.
이때, 언생이 신법사들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는 가서 엽현을 처리해라!”
신법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한 줄기 화염의 파도가 엽현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지면에 있던 엽현이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신형 전체가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솟구쳤다.
하늘과 지면의 중간 지점. 화염의 파도와 검광이 가장 난폭한 방식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쾅-!
빛의 조각들과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며 하늘을 뒤흔드는 가운데, 엽현이 그대로 지면으로 튕겨져 나갔다.
쾅-!
엽현이 땅속에 파묻히면서 지면이 크게 흔들렸다. 이때, 그의 몸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고,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기운이 곧 그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마가지력(摩柯之力)!
이 기괴한 힘은 순식간에 엽현의 몸을 회복시켜 놓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의 의식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만약 그의 의지가 강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육신을 빼앗기고 말았을 것이다.
한편, 엽현을 바라보는 신법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엽현이 자신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간의 엄청난 경지차이를 고려하면 이미 한 줌의 재로 변했어야 정상 아닌가.
‘괴물이군!’
신법사가 문득 고개를 돌려 공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또 다른 괴물인 막사가 미친 듯이 무인들을 살육하고 있었다. 젊은 세대 중에서 그를 한 번이라도 멈춰 세울 수 있는 자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 외에도 흑기린과 제견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이역과 천하성역의 수많은 요수들은 이 두 존재들에게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상황이 이대로 지속되고, 전투 중인 천존과 대존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어떤 처지가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바로 이때, 회복을 끝마친 엽현이 다시 한번 공중으로 솟구쳤다.
신법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검광으로 변한 엽현이 공간을 깨부수며 그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에 신법사가 황급히 양손으로 인을 맺었다. 순간, 그의 앞 공간이 마치 물이 끓듯 일렁이기 시작했다. 엽현이 막 그의 앞에 도달한 순간, 신법사의 법인도 완성되었다.
“금공지술(禁空之術), 정(定)!”
그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두 사람 주위 만 장의 공간이 순식간에 수축되더니, 그대로 엽현을 공간 안에 가둬버렸다.
“넌 아직 애송이에 불과…….”
신법사가 승리를 확신한 순간, 공간의 감옥이 박살 나면서 엽현의 검이 그대로 신법사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신법사의 안색이 순식간에 거뭇거뭇해졌다. 자신의 비술이 이렇게 쉽게 풀려버릴 줄 몰랐던 것이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하지만 놀라고 있을 틈이 없었다. 신법사가 황급히 양손을 펼치자, 그의 앞에 투명한 방패 하나가 놓였다.
이때, 엽현의 검이 당도했다.
콰직-!
검 끝이 방패를 뚫고 나오자, 방패 전체에 균열이 일었다.
그 순간, 엽현이 맹렬하게 손목을 돌렸다.
쾅-!
산산조각 난 방패 사이로 마가검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때 신법사는 이미 백 장 밖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이와 동시에 갑작스레 하늘이 붉어지더니, 엄청난 수의 불화살들이 엽현을 향해 폭우처럼 쏟아졌다.
으아아악-!
엽현이 괴성을 지르며 머리 위로 검을 맹렬히 휘두르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수십, 수백 갈래의 검광이 검 끝에서 쏘아져 나갔다.
콰콰콰쾅……
불꽃과 검광이 서로 엉키면서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 냈다.
이를 본 신법사가 다시 양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다시 이전보다 많은 수의 불화살들이 공중에 나타났다.
신법사가 불바다 속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엽현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만화분천(萬火焚天)!”
순간, 엄청난 양의 불화살들이 공간을 불사르며 일제히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이때, 엽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한 줄기 검광이 방출됐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검광의 색이 잿빛처럼 어둡다는 것이었다.
잿빛 검광이 장내를 쓸고 나가는 순간, 신법사의 불화살들이 하루살이처럼 순식간에 소멸됐다.
신법사가 이를 악물며 다시 인을 맺으려는 순간, 엽현이 공중을 박차고 날았다.
쉭-!
눈 깜빡할 사이에 한 줄기 검광이 창공을 가르고 날아들었다.
이때, 수인을 완성한 신법사의 몸 주변에서 옅은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엽현은 이미 등 뒤에 서 있었다.
검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한 줄기 선혈.
엽현과 등을 맞대고 선 신법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그의 양손은 여전히 수인을 유지한 상태였고, 전신엔 강대한 기운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가려는 듯 꿈틀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죽은 줄 알고 있었다.
방금 전, 엽현과 그의 거리가 채 십 장도 남지 않았을 때, 엽현의 속도가 돌연 다섯 배 이상 빨라졌다. 엽현의 이와 같은 속도 변화에 신법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만약 엽현의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렸더라면,
그의 수인이 더욱 빨리 맺혔더라면,
어쩌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부란 결국 미세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법.
그렇게 신법사의 눈에선 점점 생기가 빠져나갔다.
한 자루 검이 엽현의 몸에서 빠져나와 신법사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진혼검.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 소혼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인, 이 자의 영혼은 대단히 정순합니다! 만약 이런 영혼을 앞으로 두 개만 더 흡수할 수만 있다면,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음은 물론, 봉인됐던 힘도 펼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엽현은 마가검을 쥔 채, 조용히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아직 조금의 의식이 남아 있었기에 소혼의 말을 이해할 순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마가지력과 살육에 대한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였다.
죽이자!
엽현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인에 대한 욕구만이 들끓고 있었다.
바로 이때, 진혼검이 엽현의 몸 안으로 돌아왔다.
[주인, 정신 차리십쇼! 절대 검에 지배되어선 안 됩니다. 의식을 잃게 되는 순간, 주인은 검의 노예가 될 것입니다!]‘검의 노예?’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엽현이 황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인간이 검을 지배하듯, 검 역시 인간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검이 주인을 지배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주인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죽이려 들 것입니다. 그들과 주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잘라내어야만 주인을 더욱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잠시 멍해져 있는 엽현의 머릿속에 소혼의 음성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주인의 친구나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안 돼!”
순간 엽현이 불같이 소리를 쳤다.
“감히? 내 동생을 죽인다고!?”
갑자기 엽현이 손에 든 마가검을 향해 마치 한 마리 맹수처럼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너… 조심해라…….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