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71
471화 매운맛을 보여주지!
엽현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감히 누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엽령에게 손을 댄단 말인가.
이는 그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엽현은 곧장 자신의 몸과 마음에 스며든 힘을 억지로 짓눌렀다. 그러자 점점 그의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가검의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완전히 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엽현이 문득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의 몸 전체가 하나의 회색빛으로 변해 공중으로 솟구쳤다.
살육!
엽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가능한 많은 살인을 저질러서 검의 기운을 방출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그의 정신은 또다시 마가검에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가족과 미앙성역의 동맹이 극적으로 타결된 후, 장내 상황엔 변화가 있었다.
미친 듯이 날뛰는 엽현과 막사를 막을 이는 아무도 없었고, 그에 영향을 받은 듯 두 마리 요수 또한 점점 상대 요수들을 향해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점차 미앙성역과 마가족 쪽으로 형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상공 한 쪽을 차지하던 백광(白光)이 사라지고 화사와 대존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대존의 모습은 창백했고, 매우 지쳐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얕봤던 것 같군.”
확실히 싸우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화사와 적어도 대등한 싸움을 펼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화사의 실력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화사가 대존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대가 얕본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미앙성역과 마가족의 저력이었습니다.”
대존이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 보았다. 미앙성역과 마가족이 형세를 뒤집은 상황에서 천하성역과 이역은 점점 기세에서 밀리고 있었다.
특히 막사와 엽현이 있는 곳엔 무인들이 감히 다가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화사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강대한 힘이 순식간에 대존을 뒤덮었다.
그러자 대존이 여유 있는 모습으로 화사를 향해 웃어 보였다.
“설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화사가 눈썹을 치켜세우자, 대존이 말을 이어갔다.
“너희는 다음에 올 존재가 누구인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화사가 냉랭한 표정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콰득-!
그녀의 가벼운 손짓에 대존이 조용히 소멸되었다.
대존을 소멸시킨 화사가 문득 아래쪽을 바라보더니, 돌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붓 한 자루가 쏜살같이 떨어지더니 장내에 참혹한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물러나거라!”
이때, 천둥 같은 음성이 울려 퍼지면서, 이역과 천하성역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구름 너머로 후퇴했다.
약 일각쯤 시간이 흐른 뒤.
천존과 미앙천이 다시금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손으로 뒷짐 진 채 나타난 미앙천은 어쩐지 창백해 보였다. 반면 천존의 모습은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깨끗한 것이 겉보기엔 아무런 상처도 없어 보였다.
이때, 화사가 미앙천 곁에 나란히 서더니 천존을 향해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포기하세요, 모두 끝났습니다.”
미앙천에게 가 있던 천존의 시선이 천천히 화사에게로 옮겨갔다. 순간, 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흘렀다.
“끝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이제 시작인 것을…….”
“확실합니까?”
“후후, 너희는 모른다. 그 보물의 유혹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를. 설마 이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했느냐?”
천존이 문득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역할은 다 한 것 같은데… 계속 보고만 있을 거요?”
천존의 말에 미앙천과 화사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천존에게 집중된 이때, 갑자기 하늘의 한쪽 공간이 열리면서 자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네모난 관모(官帽)를 머리에 쓴 노인은 손에는 긴 영패를 들고 있었으며, 그의 왼쪽 가슴 부근에는 선명한 글씨로 ‘질서(秩序)’라는 글자가 수 놓여 있었다.
노인을 보자 화사의 동공이 순간 크게 확장됐다.
성공수호자(星空守護者)!
거대한 우주, 무한에 가까운 공간. 그 안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성역이 있다. 그리고 이 성역 사이에는 성공을 수호하고 질서를 확립하려는 자들 또한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들을 일컬어 성공수호자라고 불렀다.
우주에서 가장 신비하고 강하다고 알려진 한 무리의 집단.
노인을 본 순간 화사와 미앙천은 모든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애당초 이역과 천하성역은 하나의 장기 말에 불과했을 뿐이었다는 것을.
진짜 배후는 바로 이 성공수호자였던 것이다.
자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화사와 미앙천을 굽어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엽현은 우리가 데리고 가겠다.”
이때, 화사가 다소 일그러진 표정으로 노인에게 말했다.
“그대들의 목적이 정말 엽현뿐이었나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가 목적이었더라면 무슨 이유로 미앙성역을 공격한 것인가요?”
“흥, 그 이유를 아직 모르는 것이냐? 네 잘난 궁주에게 물어보거라.”
이유?
화사가 고개를 돌려 미앙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앙천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일전에 저들이 내게 접촉해 온 적이 있었다. 오 년을 주기로 자신들에게 진상을 하라는 요구였지. 물론 나는 일언지하에 그 말을 거절했다.”
“우리 마가족 역시 그 제안을 거부했었소.”
이때 마가족의 꼽추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어쩐지, 그리된 것이었군…….”
화사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자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화사 등 삼 인을 향해 말했다.
“항복 혹은 죽음. 선택해라.”
항복?
순간, 미앙천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웃음을 터트렸다.
“항복이라니, 네가 뭐라고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하하하, 투항이라. 우리 마가족은 생겨난 이래로 남에게 무릎을 꿇어 본 역사가 없소이다!”
미앙천과 꼽추 노인이 불복하자, 자색 장포 노인의 입꼬리가 살짝 실룩거렸다.
“그럼 죽어야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인이 손에 들고 있던 영패를 가볍게 두들겼다. 순간, 그의 앞에 돌로 된 거대한 제단 하나가 나타났다.
잠시 후, 그 위로 족히 백 개는 돼 보이는 전송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백여 개에 달하는 전송진이 동시에 떨리기 시작했다. 만약 모든 전송진에서 무언가가 나타난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재앙이 되리라!
공중, 미앙천 등을 바라보던 자색 장포 노인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이때의 엽현은 두 눈을 감춘 채,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체내에 있는 마가지력과 살념을 억누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 중이었다.
문득 강렬한 시선을 느낀 엽현이 고개를 들어 자색 장포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엽현의 미간 사이에 작은 탑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 탑이 나타난 순간, 장내에 있던 모든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
보물!
엽현이 탑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향해 흉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
“…….”
노인이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엽현을 응시했다.
“그런데 어쩌지? 안 줄 건데?”
“…….”
엽현에게 놀림 받았다고 생각한 노인의 표정이 급격히 냉랭해졌다.
“걱정할 필요 없다. 내 손으로 직접 가져갈 테니!”
바로 이때, 엽현이 돌연 검을 들고서 노인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엽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화사였다.
“…정말 이길 수 있나요?”
“글쎄, 잘 모르는데.”
“그런데도 해볼 생각인가요?”
“다시 생각해 보니까 그만두는 게…….”
“…….”
이때, 자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천존 등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물이니, 나머지는 천하성역과 이역이 알아서 나누면 될 것이오.”
천존이 불만 섞인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것은 단순한 보물이 아니오. 설령 그대 손에 들어간다 한들 지킬 수 없을 것이오.”
“도대체 저게 어떤 물건이기에…….”
“궁금해하지도 말거라. 궁금해하면 궁금해할수록 네 수명은 줄어들 것이니.”
그 말에 천존이 입을 닫고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저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오?”
엽현의 말에 장내 무인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먼저 들어가서 쓸어버립시다!”
엽현이 포효하듯 외치자 곁에 있던 독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옳소!”
이때, 화사와 눈이 마주친 미앙천이 소리쳤다.
“죽여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미앙천과 화사가 동시에 상대진영으로 달려들었다.
꼽추 노인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러자 그들의 뒤편에 서 있던 마가족과 미앙성역의 강자들이 동시에 적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언생과 대존에게 소리쳤다.
“막으시오!”
그의 명령에 대존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순간 미앙천을 향해 솟구쳤다.
언생을 포함해 살아남은 신법사들은 화사를 향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마가족의 꼽추 노인.
그를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방금 전 그와 손을 섞었던 그림자였다.
“먼저 진을 부숴야 해!”
엽현이 소리침과 동시에, 돌 제단을 향해 한 자루 비검을 날렸다. 그러나 비검이 막 제단 앞에 도착한 순간, 쭈글쭈글한 손 하나가 나타나 검을 가볍게 낚아챘다.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자색 장포의 노인이었다.
이때, 노인이 검을 쥔 손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
쾅-!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흩어진 비검!
그 순간, 자색 장포의 노인이 엽현을 흘끗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엽현 앞에 나타났다. 뒤이어 어떤 사전 동작도 없이 엽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엽현은 마치 다리가 고정된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하얀 그림자 하나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백 선생이었다.
그가 주저 없이 주먹을 뻗자, 곧장 자색 장포 노인의 손바닥과 부딪쳤다.
쾅-!
거대한 기운이 둘 사이에서 폭발하며, 뒤에 있던 엽현이 그 충격에 튕겨져 날아갔다.
바로 이때, 한 자루 비검이 소리 없이 노인의 목을 노렸다.
이를 본 노인이 미간을 찌푸린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졌고, 비검은 허공을 갈랐다.
노인이 다시 나타난 곳은 백 선생의 등 뒤였다.
그는 백 선생을 공격하는 대신, 엽현을 향해 다시 재차 손을 뻗었다.
반응할 수조차 없는 빠른 손놀림이었다.
피하기는 늦었다고 판단한 엽현은 양손으로 마가검을 단단히 쥐고 세차게 휘둘렀다.
쉭-!
그 순간, 회색 검광이 공간을 가르고 날아들었다.
쾅-!
검광은 허무하게 사라졌지만, 노인을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이에 노인이 잠시 자신의 손바닥을 보더니, 엽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 검… 뭔가 사연이 있는 검이로구나.”
그 순간,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돌아 주먹을 날렸다. 아주 가볍고 간결한 주먹질이었지만, 뒤에 있던 백 선생을 백 장 밖으로 튕겨내기에 충분했다.
“엽현, 널 조금 과소평가한 모양이구나. 하지만 지금은 놀아줄 시간이 없다!”
말을 마친 노인이 엽현을 향해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엽현 앞에 나타났다.
그러자 엽현이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이 공중으로 솟구치며, 노인의 머리를 향해 통렬한 일 검을 내리쳤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노인의 손에 의해 가볍게 막혔다.
노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뻗으려고 할 때,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가 노인의 머리를 노리고 주먹을 날렸다.
노인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퍽-!
노인이 몇 발 뒤로 물러난 순간, 몇 자루 비검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퍼퍼퍽-!
노인이 또다시 뒤로 밀려났다.
이때, 엽현의 곁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그는 다름 아닌 막사였다.
막사가 노인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엽현에게 말했다.
“내가 접근하면, 네가 비검을 날린다. 문제 있나?”
“노망난 영감탱이, 매운맛 좀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