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79
479화 이제 죽여라!
성경기사(聖境騎士)!
일흔두 필의 화마가 불을 뿜으며 하강하니, 아래쪽의 무인들은 마치 천군만마가 동시에 들이닥치는 것만 같은 강렬한 압박을 느꼈다.
“미앙위(未央衛)!”
미앙천이 소리치자, 아귀를 필두로 한 열여섯 명의 미앙위가 그녀의 뒤에 섰다.
이번엔 꼽추 노인의 차례였다.
“마가전장(摩柯戰將)!”
그의 부름에 아홉 명의 마가전장들이 노인의 뒤편에 일사불란하게 정렬했다.
“쳐라!”
미앙천의 외침에 열여섯 명의 미앙위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마가전장들 역시 동시에 화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스물다섯 명 대 일흔두 명의 싸움이었지만, 기세만 놓고 봤을 때, 미앙성역과 마가족 무인들은 상대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공중에 떠 있는 천존은 이를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미앙위와 마가전장이 강하다 하더라도, 일흔두 명의 성경기사를 대적할 수 있을까?
과연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미앙위와 마가전장들은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했다.
미앙위와 마가전장 둘 모두 양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정예 중의 정예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경기사들 역시 약하지 않았고, 수적인 우세까지 안고 있어 쉽사리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천존이 여유 있는 모습으로 미앙천을 바라보았다.
“출수!”
천존의 명령과 함께 한 무리의 무인이 성공으로부터 빠르게 하강했다.
이때 마흔다섯 명의 강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조를 이루어 나타났다.
이들은 바로 성계 용병단이었다!
최소 성경 급으로만 이루어진 극강의 용병단이었다
순식간에 장내는 물 반, 고기 반이라 할 만큼 수많은 성경 강자들로 가득 찼다.
그렇다고 해서 성경 급 강자들은 결코 흔한 것은 아니었다.
각 성역에 따라 대략 열에서 스무 명가량의 성경 강자들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무인들을 한 번에 이만큼 동원했다는 것만 보아도, 성공질서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때 미앙천이 아래쪽의 백 선생을 향해 눈빛을 주었다. 그러자 백 선생이 곧장 이장풍 등과 함께 성계 용병단을 향해 솟구쳤다.
마가족의 족장 역시 무인들을 이끌고 적들을 맞이했다.
한편, 장내를 주시하고 있던 천존은 엽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한번 무인들 속에서 그를 찾던 천존의 표정이 순간 창백해졌다.
“엽현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암습에 대비하라!”
천존이 소리친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서 수백 장 떨어져 있던 용병단 사이로 두 개의 검광이 통과했다.
검광이 번개처럼 번뜩이는 순간, 성경 강자 두 명의 목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미처 놀랄 틈도 없이, 이번에는 십여 장 떨어져 있던 무인 둘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을 잃었다.
엽현을 포착한 천존이 그를 향해 출수하려는 순간, 그의 앞에 미앙천이 나타났다.
쾅-!
거대한 폭음과 동시에 천존이 수백 장 밖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가 막 자리에 멈춰 섰을 땐, 이미 용병단 중 십여 명이 즉사한 상태였다.
그들 중 그 누구도 검을 막거나 피한 자는 없었다.
피해가 계속해서 쌓이는 모습을 보자 천존이 한쪽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출수!”
그 말이 떨어짐과 함께 공중에서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순간, 어둠 속에 숨어서 암습을 준비하던 엽현이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채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막 발을 뗀 그 순간, 그가 서 있던 공간이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엽현이 고개를 돌리니, 한 흑의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짧은 비수가 들려 있었다.
엽현은 상대가 은신 해 있던 자신을 발견한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이때, 흑의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막 출수하려는 순간, 막사가 그의 앞을 가로막더니 정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쾅-!
엽현에게 달려들던 흑의인이 원래 있던 자리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내가 엄호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계속해!”
막사가 말과 동시에 상대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이를 본 흑의인이 비수를 고쳐 쥐었다 그 순간, 그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몇 개의 분신으로 나뉘어 사방에서 막사를 덮쳤다.
이에 막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주저 없이 자신의 바로 앞 공간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쾅-!
막사를 중심으로 반경 백 장 이내의 공간이 크게 흔들림과 동시에, 강대한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쳐 나갔다.
이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튕겨 나갔다.
순식간에 뒤로 밀려난 흑의인이 공간지력을 이용해 멈춰 선 순간, 어느새 그의 뒤로 두 자루의 검이 날아들었다.
푹-!
날카로운 검 끝이 머리를 뚫고 나오자, 흑의인이 그 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막사가 고개를 돌리니 엽현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대신 멀리서 용병단 무인 하나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백 선생 등과 겨루고 있던 용병단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비검들이 너무나 신출귀몰한 탓에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막기는커녕 제대로 피한 이조차 없었다.
이내 용병단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백 선생 등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암습까지 신경 쓰기에는 심력의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몇몇 무인은 이미 퇴각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미앙천과 겨루고 있던 천촌이 공중을 향해 노기 띤 음성으로 소리쳤다.
“계속 보기만 할 거요!?”
미앙성역 상공의 우주.
자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등 뒤에는 셀 수조차 없이 많은 대군이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노인이 손을 까딱였다.
“죽여라.”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대군들이 하강했다.
이들 중에는 인족도, 요족도 있었으며, 심지어 요수들의 수장 격인 대요들도 섞여 있었다.
숫자만 놓고 보았을 때, 미앙성역과 마가족을 합친 것의 몇 배 이상이었다.
그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순간, 하늘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했다.
마치 해일이 머리를 향해 덮치는 듯한 광경에 잠시 넋을 잃고 하늘을 쳐다보는 무인들. 이때, 막사의 날카로운 음성이 그들의 귓가를 후벼 판다.
“마가족 최후의 일인까지 맞서 싸우자!”
막사를 태운 흑기린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흡사 수만 마리의 일벌들 사이로 돌진하는 말벌처럼 흑기린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그 뒤를 마가족 강자들이 용맹하게 뒤따랐다.
“싸우자! 최후까지!”
수많은 강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장천장성 전체가 뒤흔들렸다.
한편, 막 용병단 하나를 처치한 설백의가 하늘을 바라보더니, 창을 높이 치켜세웠다.
“우리도 질 수 없다!”
“가자!”
설백의와 주생생이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미앙성역의 무인들이 재빨리 그 뒤를 쫓았다.
곧 펼쳐질 치열한 전투를 앞두고 그 누구도 주눅 든 이는 없었다.
살아남거나, 죽거나. 어차피 둘 중 하나였다.
미앙성역 성공. 자색 장포의 노인이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엽현에 의해 스러져가는 용병단 무인들에게로 향했다.
노인이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놈을 막을 수 있겠는가?”
순간, 그의 곁에 세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회색장포를 입고, 손에는 검은 법봉을 들고 있었다.
이법사(異法師).
세 사람 중 하나가 아래쪽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자색 장포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삼 인의 이법사가 법봉을 치켜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주위 공간이 점점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세 줄기의 신비한 기운이 미앙성역으로 떨어졌다.
이법사들에게 엽현을 맡긴 자색 장포 노인은 장내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찾으려 하는 사람은 바로 화사였다.
어찌된 일인지 전투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미앙천과 함께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화사의 부재는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화사를 찾지 못한 노인은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
“출수!”
그의 음성과 함께 그의 뒤편으로 여섯 명의 무인이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보통 사람에 비해 훨씬 큰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요주(妖主)!
이들은 모두 조화경, 심지어 조화경 절정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여섯 요주는 곧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장천장성 상공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래쪽, 미앙천이 문득 고개를 들어 공중을 바라보았다. 여섯 요주를 발견한 순간, 그녀가 미간을 크게 찌푸렸다.
이 상황에서 누가 저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바로 이때, 여섯 요주 앞을 웬 여인 하나 가로막았다.
화사였다.
화사를 발견한 요주들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육대 일의 대결이었다.
성공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자색 장포 노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사의 부재란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노인이 문득 세 명의 이법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가장 가운데 서 있는 이법사가 아래쪽을 향해 인을 완성시켰다.
“허공금법(虛空禁法), 현(現)!”
그의 외침과 동시에 아래쪽 공간이 부르르 떨렸다. 이 순간, 어둠 속에서 비검을 날리던 엽현이 깜짝 놀라며 황급히 뒤로 신형을 물렀다.
하지만 그가 위치한 공간이 이내 불꽃을 일으키며 화염에 휩싸였다. 화염은 얼마 가지 않아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하지만 엽현은 자신의 머리 위에 검은색 불꽃이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
엽현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검은 화염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
순간 엽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혼돈지기로 은신해 있던 그였지만, 이렇게 되면 은신의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엽현이 공중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세 명의 이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이때, 이법사 곁에 있던 자색 장포 노인이 명령했다.
“이제 죽여라.”
그러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법사가 품 안에서 검은 거울 하나를 꺼내 들었다.
“천지현법(天地玄法), 건곤재조(乾坤再造) : 금(禁)!”
이법사가 주문을 마친 순간, 엽현 주변의 공간이 순식간에 응고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자색 장포 노인이 안색이 변하여 소리쳤다.
“공간지술은 안 된다!”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엽현 주변의 공간은 이미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이에 삼인의 이법사가 놀란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저놈에게 공간지술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다른 비술을 사용해라!”
그 말에 우두머리 이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롭게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러자 엽현 주위의 공간이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
“천지현법(天地玄法), 사상비술(四象秘术): 분절(焚绝)!”
인법이 완성됨과 동시에 노인의 양손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순간, 엽현 주변의 공간이 순식간에 불길에 사로잡혔다.
이때, 번뜩이는 엽현의 검.
쉭-!
타오르는 공간에 날카로운 검광이 작렬했지만, 이 검광은 이내 불길에 사그라들고 말았다.
이때 엽현은 자신의 전신이 불로 지져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엽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상공을 바라보았다. 이법사들의 수법이 보통이 아님을 깨달은 엽현은 곧바로 마가검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강대한 기운이 폭풍처럼 그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가지력(摩柯之力)!
순간, 엽현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한 줄기 검광이 장내를 비춘 순간, 그의 주변의 모든 것이 잘려나갔다. 심지어 꺼지지 않을 듯 타오르던 불길마저 순식간에 찢겨 나갔다.
화염에서 벗어난 엽현은 이법사들을 향해 출수하지는 않았다. 멀리서 공격이 가능한 이법사들을 상대로 무작정 달려들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의 곁에는 자색 장포 노인이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은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엽현은 먼저 아귀 등이 속한 미앙위를 구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성경 기사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었다.
엽현이 성경 기사들에게로 향하는 모습을 본 자색 장포 노인이 한 발을 내디뎠다. 순간, 공간을 뚫고 엽현 앞에 나타난 노인이 엽현을 향해 일 장을 뻗어냈다.
갑작스레 나타난 강대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자 엽현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찰나의 순간, 엽현이 양손으로 검을 단단히 부여잡고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정면으로 내려쳤다.
선악검의가 깃든 일 검!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