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80
480화 반갑지 않아?
검과 장이 맞붙은 순간, 엽현의 신형이 수백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의외로 자색 장포 노인 역시 십여 장 뒤로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노인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거미줄처럼 찢어져 나간 그의 손엔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진 노인. 그가 진중한 눈빛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노인은 속으로 매우 놀란 상태였다. 약관도 되지 않은 무인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리라곤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방금 전의 일 검은 하마터면 그의 팔을 잘라버릴 수도 있을 정도였다!
‘성경도 되지 않은 놈이 어떻게!’
자색 장포 노인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져 갔다.
동시에 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을 앞둔 호랑이처럼 살의로 가득했다.
상대의 짙은 살기를 느낀 엽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잡고 있는 마가검에 더욱 힘을 주었다. 눈앞의 무인은 자신보다 몇 배는 강한 고수, 한순간의 방심으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다.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쓸어 올린 순간, 노인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전방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양손으로 검을 부여잡고 힘껏 내리쳤다.
쾅-!
검이 떨어진 순간, 엽현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이 전신을 휘감아 옴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거꾸로 날아갔다.
순간 노인이 너덜너덜해진 팔을 돌보는 대신 곧장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곧, 노인의 주먹이 공간을 가르며 엽현에게로 떨어졌다.
피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피곤죽이 될 것 같았다.
노인의 주먹이 엽현의 가슴을 강타하려는 순간, 한 자루 창이 허공을 뚫고 날아들었다.
쾅-!
이에 자색 장포 노인이 십여 장 뒤로 밀려났다.
노인이 고개를 치켜드니, 엽현 앞에 창을 들고 서 있는 여인이 보였다.
그녀는 다름 아닌.
바로 안란수였다
안란수는 창을 꼬나 쥐고 전혀 두려움 없는 기색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때 노인의 분노 섞인 시선이 안란수에게로 향했다.
“너는 또 웬 년이냐!”
안란수는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려 엽현을 살폈다.
엽현이 입가의 피를 쓱 닦아내며 안란수를 바라보았다.
“여긴 어떤 어떻게 온 거야…….”
“반갑지 않은가 보네?”
안란수의 말에 엽현이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걸 말이라고 해?”
바로 이 순간, 노인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 들어왔다.
“네 정체가 무엇이든 여기서 함께 뼈를 묻어라!”
말과 동시에 노인이 왼손을 펼쳐 아래를 향해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상공에서 거대한 손바닥 하나가 나타나 엽현과 안란수를 덮쳤다.
이를 본 안란수가 창을 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상공을 향해 올려 꽂았다.
푹-!
창끝이 손바닥을 뚫었으나, 그녀는 강대한 힘에 밀려 뒷걸음질 쳐야만 했다. 이때, 엽현의 검이 손바닥 위에서 번뜩였다.
쾅-!
그의 일 검에 거대한 손이 그대로 사라졌다.
그러나 좋아할 겨를도 없이, 엽현은 어느새 자신 앞에 나타난 노인을 마주해야 했다. 그가 막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머릿속에 안란수의 음성이 울렸다.
“물러나!”
엽현이 주저 없이 신형을 물렸다. 순간, 엽현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창이 튀어 나왔다.
이에 노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왼손 주먹을 뻗어냈다.
쾅-!
안란수가 창을 든 채 십여 장 밀려난 순간, 두 자루의 비검이 노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노인이 당황하지 않고 한 발 뒤로 물러나 비검을 피해냈다. 그러나 곧바로 검을 들고 달려드는 엽현을 볼 수 있었다.
일검정혼(一劍定魂)!
그의 검은 어느새 진혼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노인과 같은 강자를 상대로 웬만한 기술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엽현은 가까이 붙어 그의 영혼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 하더라도, 영혼까지 무적일 리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 떨어지는 검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노인은 다소 난감한 상태였다. 엽현이 치고 들어오는 시기가 너무 적절하여 도저히 몸을 뺄 수 없었던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노인은 왼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의 필생지력(畢生之力)이 담긴 주먹이 날아가는 순간, 주변의 공간이 그대로 허물었다.
그리고 이때 도달한 엽현의 검.
쾅-!
장내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엽현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일검정혼을 담은 진혼검이 노인의 왼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안색이 극도로 창백해진 노인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육신을 폭파시키고, 영혼체인 상태로 수백 장 뒤로 물러났다.
이어 안란수가 추격해 오자 노인이 황급히 소리쳤다.
“저놈들을 막아라!”
음성이 떨어지자마자, 네 명의 흑의인이 노인의 앞을 막아섰다.
이에 안란수는 더이상 무리하지 않고, 엽현의 곁으로 돌아갔다. 엽현의 입과 가슴엔 이미 선현이 낭자한 상태였다.
그의 피를 조심스레 닦아내는 안란수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이때 엽현이 고개를 들어 멀리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의 영혼은 다소 투명해진 상태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제기랄, 실패하다니!’
노인이 죽지 않은 것을 본 엽현은 속으로 분해하고 있었다.
멀리 자색 장포 노인 역시 엽현을 바라보며 기탄의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방금은 한순간에 영혼이 소멸할 수도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만약 그의 영혼이 조금이라도 더 약했더라면, 그대로 소멸됐으리라.
노인은 잠시 엽현을 뚫어져라 바라본 뒤, 그대로 성공으로 돌아갔다.
더이상 엽현, 그리고 안란수와 싸움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엽현의 검이 영혼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 명확한 지금, 영혼체를 이끌고 싸운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
성공(星空)에 돌아간 노인은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출수, 전원 출수하라!”
그 말과 동시에 어두운 성공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강자들이 미앙성역을 향해 몸을 던졌다.
이 엄청난 수의 무인들이 일제히 하강하니, 상공은 다시 한번 검게 물들었다.
이번에야말로 노인은 마지막으로 남겨 두었던 전력까지 모두 투입한 것이다.
엽현은 하늘을 뒤덮은 무인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그의 곁에서 안란수가 말했다.
“최선을 다 해보는 수밖에.”
그러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놈이라도 더 해치우자!”
그 말과 동시에 엽현이 검을 쥐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안란수가 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엽현은 먼저 성경 기사들에게로 향했다. 이때 아귀가 있는 미앙위는 고립된 상태에서 매우 위태로운 모습이었는데, 당장이라도 도움을 주지 않으면 전멸할 것만 같았다.
엽현과 안란수의 가세로 미앙위는 점차 부담을 덜게 되었다. 특히, 엽현의 비검이 한 번 날 때마다 적들의 목이 하나씩 날아가는 모습에 아귀 등은 점차 기운을 얻었다.
빛처럼 빠르고 궤적을 알 수 없는 비검은 성경급 무인들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대쪽에 안란수의 실력 역시 적이 혀를 내두를 만큼 강했다. 특히, 그녀의 패도 넘치는 창과 엽현의 비도가 동시에 움직일 때는 반드시 한 명 이상의 목이 날아갔다. 이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전세는 미앙위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성공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자색 장포 노인의 시선은 엽현과 안란수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의 눈에선 마치 한 자루 날이 선 검과 같은 살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때, 막 한 명을 베어 넘긴 엽현이 고개를 돌리더니, 자리에서 사라졌다.
서걱-!
한 줄기 검광과 함께 무인 하나의 목이 솟구쳤다.
그 순간, 무인과 싸우고 있던 청년 하나가 지면으로 천천히 추락했다.
이는 바로 전군이었다.
전군은 꽤나 고전을 겪고 있었는지, 온몸이 만신창이 상태였으며, 팔도 한쪽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엽현이 재빨리 달려가 전군을 부축했다. 그는 전군의 기운이 상당히 약해져 있음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전군이 엽현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그의 입에서 많은 양의 선혈이 쏟아져 나왔다.
엽현이 가만히 전군을 땅에 앉히고는 자원정을 꺼내 들었다. 이에 전군이 반쯤 넋이 나간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틀린 것 같소…….”
“조용히 하시오. 상처가 벌어지니까.”
엽현이 전군의 품속에 자원정 한 움큼을 쑤셔 넣으며 말했다.
이에 고개를 젓는 전군.
“나는 이미 전투 불능상태요. 더이상 살아봐야 동료들의 부담만 될 뿐이니 죽게 놔두시오.”
“멍청한 소리!”
엽현이 순간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뭐가 부담이 된다는 건데! 잔말 말고 자원정이나 흡수하시오!”
“그냥 죽게 두시오.”
물론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당한 채 살아 있는 것은 다른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엽현이 빠져나간 자리에서는 다른 동료들이 목숨을 잃고 있지 않던가.
이때 엽현이 한 손으로 전군의 어깨를 단단히 쥐며 소리쳤다.
“잘 들으시오! 살아야 하오! 죽는 한이 있어도 살아남으시오!”
말과 동시에 엽현이 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들을 향해 접근하던 무인 하나가 그대로 허리부터 이등분 되어 쓰러졌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무인들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순간, 엽현이 표정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는 동시에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양손을 펼치는 순간,
윙-
윙-
두 번의 검명과 동시에 정면에 있던 수십 명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목을 잃었다.
하지만 이는 새발의 피였다.
곧바로 그보다 더 많은 무인들이 빈 공간을 채우며 날아들었다.
“엽현…….”
전군이 숨을 헐떡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엽현을 불렀다.
그러자 엽현이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말할 기운 있으면, 닥치고 자원정이나 흡수해!”
말과 동시에 엽현이 검을 휘둘렀다. 한 줄기 굵은 검기가 방출되자, 새카맣게 몰려들던 무인들 중 십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엽현의 활약과는 별개로 점점 늘어나는 적들 탓에 미앙성역과 마가족 무인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전세는 이미 상대에게 완전히 기울어버린 것이다.
한편, 눈앞의 적을 막 날려버린 막사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한 자루 검이 좌청의 가슴을 꿰뚫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이역 무인 하나가 좌청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좌청이 빠르게 날아드는 검을 보자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이미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 혼자 죽인 무인의 수만 해도 최소 수백 명이었다. 하지만 적의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느낌이었다.
좌청은 더이상 싸울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좌청이 위기에 빠진 것을 본 막사가 황망히 그를 구원하려 할 때, 수십 명의 무인이 앞길을 막았다.
이에 막사가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가슴을 향해 손을 댔다. 그 순간, 그의 주변으로 강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