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82
482화 이건 내꺼다!
이 층 존재!
그녀가 나타날 줄은 엽현 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유야 어쨌건, 그가 나타난 건 다행인 일이었다. 그 순간 만약 이 층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화를 당하는 쪽은 오히려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면에 서 있는 중년인의 기운은 척 봐도 자신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중년인은 엽현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 이 층 존재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존재는 다름 아닌 이 층 존재였던 것이다.
한편, 이 층 존재는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주위엔 언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세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엽현이 이 층 존재의 곁에 선 순간, 중년인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대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소?”
이때 이 층 존재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중년인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퍽-!
순식간에 중년인이 천 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달려드는 세 명의 노인.
이 층 존재가 그들을 보더니 주저 없이 일장을 뻗어냈다.
쾅-!
순식간에 세 노인을 둘러싸고 있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공간이 다시 회복됐을 땐, 세 사람은 더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이 장면을 본 엽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층 존재가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단번에 상대를 ‘삭제’ 시킬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엽현이었다.
게다가 저들의 경지는 최소 조화경이었다!
조화경 강자를 이리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존재라니!
엽현은 그동안 이 층 존재에게 대들었던 장면을 떠올리자 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편, 멀리서 이를 지켜본 중년인의 표정 역시 완전히 굳어 있었다. 이 층 존재의 실력이 그의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이때 이 층 존재가 천천히 중년인을 향해 다가갔다.
“너 같이 약한 자가 감히 그 물건을 넘보다니, 정신이 있는 게냐?”
순간, 이 층 존재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뒤이어 중년인의 바로 앞 공간이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에 중년인이 이를 악물고 정면을 향해 돌진했다.
콰쾅-!
성공 사방이 격렬히 흔들림과 동시에 중년인의 신형이 튕겨져 나갔다.
천 장 밖으로 밀려난 중년인. 이때 그는 이미 한 팔을 잃은 상태였다.
중년인이 고개를 들어 이 층 존재를 바라보는 순간, 이 층 존재가 재차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는 중년인이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이 층 존재의 앞발이 그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엽현이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우주 깊은 곳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그대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오!?”
그 말이 들린 순간, 한 노인이 이 층 존재 바로 앞에 나타났다.
자수가 새겨진 금색 장포를 입고 긴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뜨린 노인이었다.
노인의 시선이 잠시 엽현에게로 향했다가, 다시 이 층 존재에게로 떨어졌다.
“이쪽 성역의 강자들이라면 내가 모두 알고 있소만, 그대에 대한 기억은 내 머릿속에 없소.”
그 순간, 이 층 존재가 아무 대답도 없이 그대로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노인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쾅-!
공간이 흔들리며 이 층 존재가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내 다시 허공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 순간, 무언가 쫙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노인이 수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어느새 노인 앞에 나타난 이 층 존재가 다시 앞발을 후려쳤다.
그러자 공간이 마치 종잇장처럼 뜯겨져 나갔다.
이때 노인이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퇴(退)!”
그의 음성과 동시에 신비한 검은 기운이 나타나 회오리처럼 휘몰아쳤다.
쾅-!
이번에는 이 층 존재가 수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가 아직 멈춰 서기도 전에 노인이 일 보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자 강대한 압력이 이 층 존재를 향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허나 이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느새 노인 앞에 나타난 이 층 존재가 앞발을 휘둘렀다.
콰쾅-!
폭음과 함께 노인이 수백 장 뒤로 물러났다. 바로 이 순간, 그의 눈앞에 날아든 두 자루 비검. 이 비검들은 속도가 빛처럼 빨랐을 뿐만 아니라, 노인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맞춰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때, 노인의 코앞에 있던 비검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이를 본 엽현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젊은이가 괜찮은 한 수가 있군.”
엽현을 향해 말한 노인이 이번에는 이 층 존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대의 실력 또한 노부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소. 하지만 미앙성역과 마가족을 지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소.”
말을 마친 노인이 오른손을 앞쪽으로 가볍게 털어냈다.
그러자 이 층 존재 주변의 공간이 마치 물결처럼 출렁였다.
이 층 존재가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물러서!”
엽현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천 장 밖으로 물러났다.
이 순간, 이 층 존재 주변의 공간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기운이 그를 향해 밀려들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고개를 돌렸다.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한 여인.
미앙천이었다.
그녀는 한 손에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머리를 들고 있었다. 머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천존이었다.
‘이겼구나!’
엽현은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앙천이 엽현 곁으로 다가오더니 노인과 싸우고 있는 이 층 존재를 향해 눈길을 주었다.
“네 친구인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친구가 있으면 진작 부를 것이지. 더 없어?”
“…….”
이때 미앙천이 어두운 우주 어딘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점점 그녀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아직 남아 있는 자가 있소?”
미앙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왜 공격하지 않고 있는 것이오? 또 누구를 기다리는 건가?”
“그게 무엇이 됐건 간에 시간을 줄 필요는 없다.”
미앙천이 곧장 자리를 떠나려다가 걸음을 멈추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는 네가 미앙성역의 주인이다.”
그 말을 뱉자마자 미앙천은 이미 어두운 성공 어딘가를 향해 사라졌다.
엽현은 그녀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무인들을 찾아 나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엽현은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장천장성 상공으로 떨어졌다. 이내 장내에는 두 자루 비검이 쉴 새 없이 공간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일검즉사!
비검의 빠른 속도는 설령 성경 급의 강자라 할지라도 막기 어려운 것이었다.
엽현과 막사 그리고 안란수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세 사람이 마치 토끼 굴에 들어온 사자처럼 휘몰아치니, 국면은 점점 그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변해갔다.
특히, 엽현은 강자만을 골라 비검을 날렸는데, 귀신처럼 날아드는 비검에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엽현 등 세 사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미앙천과 이 층 존재 등이 다른 강자들을 막고 있는 이때가 바로 상대 무인들의 숫자를 줄이기에 둘도 없는 기회라는 것을.
이렇게 상황은 점점 엽현 등 쪽에게 유리해 지는 듯했다. 그들의 기세에 당황한 용병단과 성경 기사들은 이미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면으로 승부하는 막사나 안란수는 크게 두렵지 않았지만, 엽현의 비검엔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의 수가 훨씬 많은 터라, 방심하기엔 이른 감이 있었다.
바로 이 순간.
성공 저편에서 갑작스레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엽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성공 중에 누군가의 신형이 튕겨 날아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장천장성 상공까지 날아든 무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미앙천이었다.
이를 목격한 엽현 등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이때, 까마득한 성공 가운데, 사람의 형상을 한 거대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이 아래쪽을 바라보는 순간, 강대한 기운이 아래쪽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콰쾅-!
장천장성 주변의 상공이 마치 무너지기라도 하려는 양 크게 흔들렸다.
이를 막으려던 화사와 마가족의 꼽추 노인 역시 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때, 이역과 천하성역의 강자들이 손을 멈추더니, 일순간 성공으로 한 번에 물러났다.
성공 위에 달처럼 떠있는 거대한 사람의 얼굴.
얼굴의 시선이 이 층 존재에게로 향했다.
“분신!”
‘분신?’
그 말을 듣자 장내 모든 이들의 이목이 이 층 존재에게로 집중됐다. 그를 바라보는 무인들의 표정엔 놀라움이 깃들어 있었다.
황당하기는 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강한 것이 그저 이 층 존재의 분신에 불과했다니!
이에 이 층 존재가 거대한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문제 있나?”
이때 거대한 얼굴이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웬 중년인의 환영이 나타났다. 중년인이 나타난 순간, 이역과 천하성역 등의 무인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예를 올렸다.
성주(星主).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무수히 많은 성역의 주인이자 성공질서자들의 우두머리인 성주였다.
아래쪽을 바라보던 성주가 문득 이 층 존재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더니, 손가락을 들어 그를 가리켰다.
바람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용한 순간, 이 층 존재의 육신이 천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이 층 존재가 고개를 들어 성주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이 층 존재의 육신이 장내에서 완전히 소멸됐다.
이때, 성주의 시선은 곧 미앙천과 화사 등에게로 향했다. 미앙천은 절대 강자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너희 몇몇은 꽤나 괜찮은 아이들이로구나. 나를 따르겠느냐?”
그 순간 미앙천이 참지 못하고 실소를 흘렸다.
“너를 따라?”
“그렇다. 나를 따르게 된다면 너희는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누구를 따르는 일에 익숙지 않은 몸이라서.”
“그럼 할 수 없지.”
성주가 고개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쪽을 향해 손바닥을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강대한 압력이 미앙천 등을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장내에서 이 압력을 받는 사람은 미앙천을 포함한 단 세 사람이었다.
상대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순간, 미앙천의 표정에도 변화가 일었다.
괴물 같은 힘이었다.
곧 세 사람은 압력에 의해 무릎이 꺾여갔고, 그와 동시에 그들의 발밑이 요동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때, 성주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그가 마찬가지로 엽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눌렀다. 그 순간, 엽현은 마치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이와 동시에 그의 이마 사이에 작고 희미한 탑이 나타났다.
엽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상대는 억지로 탑을 꺼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엽현은 신혼이 점점 소멸되면서 의식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그 순간, 엽현의 체내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미안하지만, 탑은 내 것이다!”
음성이 떨어진 순간,
쾅-!
엽현의 미간에서 빠져나오려던 탑이 도로 체내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계옥탑 오 층에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