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87
487화 둘 다 내꺼라고!
엽현이 다가서자 몽지도칙이 그를 경계하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사정거리에 들어왔다고 판단된 순간, 엽현이 돌연 검을 뽑아 들었다.
쉭-!
검광이 공간을 쪼개며 떨어졌다.
빠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엽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몽지도칙은 흠집 하나 없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 엽현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엽현은 그렇게 열 차례나 검을 휘두르고 나서야 손을 멈췄다.
몽경(夢境)!
엽현이 이 층에 발을 디딘 그 순간부터, 그는 이미 몽경에 빠졌던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열 겹이나 되는 몽경에!
엽현은 비록 몽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두려움에 질린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고 있었다.
‘두렵다……. 아니, 경이롭다!’
엽현은 순간 그날의 악몽을 기억해냈다. 당시 그는 몽지도칙의 농락에 거의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 할 뻔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경계를 하곤 있지만, 언제 또 속임수에 넘어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잠시 몽지도칙을 바라보던 엽현이 상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결국 정면승부를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런 자존심이 강한 도칙을 좋은 말로 승복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분명했다.
엽현의 손이 막 닿으려던 순간, 몽지도칙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엽현의 미간으로 쑥 들어왔다.
엽현이 깜짝 놀라 몸부림쳤지만, 잠시 후 그는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뭐지? 무슨 꿍꿍이지?’
엽현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또 몽경에 빠져버린 건가?’
이에 생각이 미친 엽현이 곧바로 검을 둘러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쉭-!
검광이 스치고 지난 곳에 불꽃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장내는 여전히 고요했고, 아무런 수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엽현은 아예 자리에 주저앉아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몸 주위로 검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엽현은 심안이 아닌 검의를 이용해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음이란 때때로 스스로를 속일 때도 있기 때문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 엽현은 주변의 상황이 모두 실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엽현의 의혹은 커져만 갔다.
이 교활한 몽지도칙이 이렇게 쉽게 투항을 한다? 이는 너무나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엽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계옥탑을 나섰다. 엽현이 깨어난 것을 본 엽령이 폴짝폴짝 뛰어오더니, 엽현의 가슴팍에 착 안겼다.
“오빠, 헤헤…….”
“…….”
“오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엽현은 말없이 엽령을 데리고 석실 밖으로 나왔다. 석실 밖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나 그의 본능은 계속해서 거짓이 숨어 있다고 알리고 있었다.
‘만약 이 모든 게 정말 가짜라면 왜 사라지지 않는 거지?’
‘진짜? 아니면 가짜인가?’
엽현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엽령이 헤헤 웃어 보였다. 그녀의 표정을 본 순간, 엽현은 움켜쥐었던 검 손잡이를 스르르 놓았다.
“가짜와 진짜를 섞어 놓다니… 역시 만만한 놈이 아니야…….”
엽현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를 둘러싼 공간에 가볍게 물결이 일더니 곧 사라졌다.
그의 곁에는 여전히 엽령이 있었고, 주변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를 본 엽현은 마음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까지 그는 이 모든 게 환영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엽령의 등장으로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신이 아는 한, 이 세상에 엽령의 미소를 그대로 베껴 낼 환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가짜였고, 엽령만이 진실이었다.
만약 그가 그대로 검을 들어 엽령을 베었다면, 환영이 깨지기는커녕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환영이 깨진 바로 이때였다.
그의 미간 사이에 작게 ‘夢(몽)’이란 글자가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엽현은 몸 안의 몽지도칙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예전에 공간도칙과 대지도칙과 그랬던 것처럼, 몽지도칙과 하나로 연결 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잡았다!’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까다롭기만 하던 몽지도칙을 마침내 얻게 되었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가 엽령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빠는 가서 수련 좀 하고 올게.”
“응!”
“아니면 같이 갈까?”
“움… 조금 있다가 찾으러 갈게!”
“좋아!”
엽현이 그대로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엽령에게서 멀어졌다.
홀로 남은 엽령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쩐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한적한 숲속을 찾은 엽현.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마가검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기왕 몽지도칙을 얻었으니, 한시라도 빨리 그의 검도과 융합시키고 싶었다.
몽지도칙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적의 주위에 환경(幻境)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은밀하게 침입하여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깊은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게다가 이 환경은 중첩하여 설치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환경 하나를 깼을 때, 그 밖에 다른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이 순간에 비검이 날아든다면?
상대는 죽었는지도 모르고 환경 속을 헤맬 것이다.
엽현은 미친 듯이 몽지도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몽지도칙이 그에게 순순히 협력했기에, 이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수련은 밤낮으로 이어졌다. 그는 열흘 동안 그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수련에만 매진했다.
그리고 그가 숲속에 있는 동안, 미앙성역에서도 여러 가지 일이 발생했다.
그중 가장 큰 사건은 바로 미앙성역이 마가족과 화해하고 그들을 미앙성역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 건에 대해 반대하는 미앙성역의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 화사와 미앙천이 추진하는 일에 감히 그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엽현의 수련 장소에 화사와 미앙천이 방문했다. 두 사람을 본 엽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수련 중이었나?”
“그렇소. 귀하신 분들께서 여기까진 어인 일이오?”
엽현이 웃으며 묻자 화사가 대답했다.
“이제 우리는 떠나려 한다.”
“떠나다니, 어디로?”
“아직 미정.”
“이런… 어디로 가는 지라도 알면 좋으련만…….”
“후후, 그건 차차 알게 될 것이니 염려할 것 없다. 그건 그렇고 그때 나와 한 약속을 아직 기억하고 있나?”
“지금 말이오?”
“그래, 지금.”
엽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두 여인을 데리고 계옥탑 안으로 들어갔다.
탑 안에 들어온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말로만 듣던 성계 현상방 일위의 보물을 실제로 접하게 되니, 호기심과 함께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압박감.
탑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이 탑에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내 현실 세계로 돌아온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물건…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다.”
화사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쪼록 몸조심하도록.”
말을 마친 화사가 엽현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한 줄기 백광이 엽현의 미간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이건…?”
“내 신식(神識)을 넣어 두었다. 앞으로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이것을 통해 내게 연락하거라. 내가 바로 달려가마.”
그 말을 들은 엽현이 마음이 울컥하여 화사를 향해 예를 차렸다.
“신경 써 주어서 고맙소! 부디 살아서 봅시다!”
“후후… 그럼 다음에 또 볼 수 있기를.”
말을 마친 화사가 순식간에 성공 중으로 사라졌다.
“명심 하거라. 무엇보다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미앙천 역시 그 한 마디와 함께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갔구나!’
엽현이 그들이 사라진 곳을 향해 힘껏 소리쳤다.
“그대들도 살아남으시오! 죽으면 죽여버릴 거야!”
이때, 언제 도착했는지 연만리와 안란수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작별은 다 끝났소?”
“그럭저럭!”
연만리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엽령이 말하길 무슨 신족 어쩌고 하는 자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하던데?”
“맞소. 왜, 그대도 같이 가고 싶소?”
연만리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먼저 신무성으로 가려 하오. 우리뿐만 아니라 엽령과 그대 모친도 함께.”
“령이가? 그럴 리가… 그 아이는 나와 같이 있으려 할 텐데?”
“이건 엽령이 먼저 우리에게 제안한 것이오.”
엽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연만리가 웃으며 말했다.
“홀로서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군. 이미 다 컸으니 더이상 그대에게 의지할 수 없다면서.”
“령이가 왜 그런 생각을…….”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으니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오? 그 재능 있는 아이가 스스로 독한 마음을 먹는다면, 머지않아 그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오.”
그 말에 엽현이 미소를 보였다.
“그건 그렇지.”
“어쨌든 우리는 지금 떠나려고 하오.”
“아니, 이렇게 갑자기?”
“신무성까지는 먼 길이오. 출발은 빠를수록 좋소.”
“그렇군……. 그럼 가서 령이에게 작별인사라도 해야겠소.”
“그건 안 되오!”
발길을 옮기려던 엽현이 연만리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말하길 그대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으니 보지 않겠다고 했소. 덧붙여 신무성에서 만나자는 말도 전해달라더군.”
“…….”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조만간 신무성에서 봅시다.”
이 말을 끝으로 연만리가 돌아섰다.
그녀가 떠나고 안란수가 엽현의 앞에 바짝 다가섰다.
“몸조심해. 기다리고 있을게.”
그녀가 가녀린 손길로 엽현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때, 엽현이 황급히 안란수의 앞을 막아섰다.
“절대 다치면 안 돼. 절대!”
“안심해. 현문 문주와 화사 사제, 그리고 미앙 궁주가 신무성까지 함께 할 테니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엽현은 크게 안심했다. 그렇다면야 성주의 본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엽령 일행은 안전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 하나하나는 웬만한 성역 하나의 전력과 맞먹는 실력이니까.
“오히려 조심해야 할 건 우리가 아니라 너야. 알지?”
“그래, 알고 있어.”
“그럼 신무성에서 봐.”
안란수가 마지막으로 엽현을 향해 웃어 보인 뒤 멀리 있는 연만리의 뒤를 쫓았다.
이제 홀로 남은 엽현, 그의 곁에 제견이 다가왔다.
“제견, 짐 챙겨. 신족의 땅으로 간다.”
“지금 간다고?”
제견이 묻자, 엽현이 갑자기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제길, 그럼 내 여인들과 동생이 모두 떠났는데, 나만 여기 남아 있으라고? 지금 당장 신족을 처치한 다음 신무종으로 간다!”
“여인들? 여인들이라니?”
“뭘 물어봐? 당연히 두 명 다 내 여인이니까 여인들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