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조급해하지 않는군. 크게 될 놈이야
엽현은 크게 당황했다.
천녀는 이미 경고했었다. 2층에 있는 자는 결코 우호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이 자는 말로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마주친다면 엽현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천녀님?”
엽현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천녀님, 어디 있습니까?”
천녀는 대답이 없었다.
엽현은 도망칠 준비를 했다.
바로 이때, 계옥탑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갑자기 2층으로 올라가는 문에서 나던 소리가 잠잠해졌다.
엽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천녀님? 방금 천녀님이 출수 하신 겁니까?”
바로 이때, 2층 계단 사이로 종이 한 장이 엽현의 앞으로 날아왔다.
엽현이 머뭇거리며 종이를 집어 들었다.
종이에는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흡사 고양이의 것으로 보이는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
바로 이때, 2층 문틈으로 또 다시 종이 한 장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찡그린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마찬가지로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다음번에 날아온 종이에는 우는 얼굴과 발톱 자국이 있었다.
엽현이 문을 향해 소리쳤다.
“나 보고 풀어 달라는 이야기야?”
그러자 천장으로부터 우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좀 곤란한데….”
다시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쾅-!
계옥탑 1층과 2층이 크게 흔들리면서, 엽현의 신형이 그 충격에 공중을 날았다.
퍽-!
벽에 강하게 부딪친 엽현은 순간 극심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그가 사지를 부여잡고 쓰러져 있는 때 한 줄기 사악한 기운이 일층에서 느껴졌다.
이에 엽현이 얼굴색이 변하여 황급히 탑에서 빠져 나왔다. 그 기이한 기운이 그를 쫒아 탑 밖으로 넘쳐흐르려는 그 순간 탑 꼭대기에 있던 검 한 자루가 진동했다.
쾅-!
큰 소리와 함께 사악한 기운은 사라졌다. 계옥탑은 순식간에 다시 잠잠해졌다.
계옥탑이 다시 평정을 되찾은 모습을 보자, 엽현은 안도의 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다시 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엽현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외쳤다.
“도칙을 찾아야해!”
엽현은 그제야 계옥탑의 진정한 공포를 깨달았다. 2층 3층, 4층……,
도대체 계옥탑에는 얼마나 많은 괴물들이 갇혀 있단 말인가!
‘반드시 도칙을 찾아야만 한다!’
잠시 숨을 고른 엽현은 몸을 깨끗이 씻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이때, 엽현의 눈에 대문 앞 돌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소녀가 보였다.
바로 엽령이었다.
엽령은 항상 그랬다. 엽현이 얼마나 늦어지건 상관없었다. 엽랑은 엽현이 돌아올 때가 되면 항상 대문가에서 엽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서보니 엽령은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잠들어 있었다. 엽현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엽현도 잠결에 엽현의 품에 고개를 파묻으며 그의 목을 감쌌다.
“오빠…….”
엽현이 미소를 지으며 엽령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엽령에게 이불을 덮어준 엽현은 다시 방을 빠져 나왔다.
바로 이때, 기 원장이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따라 오너라!”
엽현은 밖으로 나서는 기 원장을 아무 말 없이 쫓았다.
독한 술로 목구멍을 채우며 걸어가던 기 원장이 말을 꺼냈다.
“창목학원과의 일은 우선은 일단락되었지만 앞으로 산을 내려갈 땐 더욱 조심해야 할 게야. 현재 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지만 창목학원 윗선에 의해 억눌러진 상태다. 물론,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저들은 지금 분절과 북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다.”
“그들은 지금 창목학원에 없습니까?”
“그렇다. 창목학원은 일단 출수하면 가장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만약 그들이 창목학원에 있었더라면 너를 찾아온 것은 삼대기재가 아닌 그들이었을 것이다.”
기 원장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있는 한, 창목학원은 감히 너를 해치려 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의외의 변수는 있는 법이다. 그러니 밖에 나가야 한다면 가능한 저들과 손을 섞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기 원장이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네가 양계산으로 향할 날도 이제 2주일 밖에 남지 않았구나.”
“알고 계셨습니까?”
기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강국에서 동부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자는 겨우 둘, 혹은 셋뿐이다. 안란수가 그 자격을 네게 넘긴 것은 엄청난 호의라고 볼 수 있지 .”
엽현은 말이 없었다.
기 원장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놈아, 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안란수 그 계집애는 더욱 보통 인물이 아니다. 안란수는 창목학원의 입교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그 안하무인인 창목학원이 안란수에게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겠지?”
엽현이 가볍게 웃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내가 하고픈 말은, 네 스스로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장께서는 내가 그녀와 가까이하다가 혹여 다치게 될까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기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가 네게 나쁜 마음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자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는 일이야. 최대한 멀리 하거라. 아니면 너의 실력이 절대적인 경지에 올랐을 때 그녀를 찾거라. 그것이 너희 둘 모두에게 이로운 일일 것이다.”
엽현이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나와 그녀의 관계는 그저 친구일 뿐, 그 이상은 없습니다.”
“어리석은 놈! 설령 네가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다른 사람들 역시 너처럼 생각하겠느냐? 네 생각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치에 맞는 말만 한다고 생각하느냐?”
엽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만약 그녀의 사람들이 나를 멈추려고 하면 저는 그들과 맞서 싸울 것입니다. 감히 나를 멈추지 못하도록!”
“용기는 제법 가상하다만, 거기까지다!”
“그럼 어떡합니까? 지금 안 소저에게로 가서 ‘그대 집안사람들이 무서우니 이제 서로 보지 않는 것이 좋겠소.’ 이렇게 말이라도 하란 말입니까?”
기 원장이 엽현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 놈은 정말 그녀를 친구로밖에 보지 않는 것이냐? 정말 다른 마음은 없는 것이냐?”
엽현이 눈을 끔벅거리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기 원장이 낮게 한 숨을 내쉬며 엽현과 나란히 섰다.
“모든 것은 너의 선택이니, 나는 더 이상 말 하지 않으마. 양계산에 도착하게 되면 세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첫째는 당연 창목학원이다. 창목학원의 두 괴물과 삼대기재 역시 그곳에 출몰할 수도 있다. 만약 그들이 나타난다면 괜히 맞서지 마라.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두 번째, 당국의 무인들이다. 당국과 우리 강국의 관계는 마치 창목학원과 창란학원과 같다.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나 있는 것이다. 자연히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알았느냐?”
기 원장이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다른 나라에서 온 무인들이다. 무인들의 세계에서 죽이고 빼앗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너도 알다시피, 무인들은 다른 무인들의 시체를 밟고 높은 곳을 향한다.
너 역시 무수히 많은 전투를 해온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잔인한 세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니 이를 절대 잊지 말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기 원장이 숨이 찼는지, 술을 한 모금 삼키고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 여동생 몸속에 있는 화령이 존재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네가 가게 될 검주동부(劍主洞府)는 화산지대에 위치해있다. 기회가 있다면 불 속성을 가진 보물들을 찾아 보거라. 화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좋을 것이다.”
엽현이 기 원장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여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 곳은 안전하니.”
자리를 뜨려던 기 원장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떠나기 전에 반드시 권세의 경지를 극한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진정한 권세란 주먹을 뻗기도 전에 기세가 방출 되어야 한다. 전의에 대해선 너무 조급해 할 필요 없다.
네가 무도종사가 되기 위해선 하나의 큰 과정이 남아 있다. 그 과정은 결코 빠른 시일 안에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도란 성급해서 될 일이 아니고 물이 흐르듯 자연히 이뤄지는 것이다.”
엽현이 깊이 머리를 숙이며 예를 차렸다.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그럼, 돌아가서 마저 수련을 하거라. 권세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양계성에서 큰 도움이 될 테니!”
엽현이 포권을 취한 후 몸을 돌려 사라졌다.
엽현의 뒷모습을 보며 기 원장이 중얼거렸다.
“조급해하지 않는군. 크게 될 놈이야…….”
기 원장은 그렇게 남은 술을 털어 넣으며 걸어갔다.
뒷산.
엽현이 돌아 온 산은 다시 그의 주먹질 소리로 뒤덮였다. 신명나는 폭발음이 산 전체에 울러퍼졌다.
백택도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려 여전히 애를 쓰고 있었고 묵운기 역시 울창한 숲속을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의 마랑이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고행!
창목학원 학생들의 습격 이후 삼인방은 더욱 철저히 수련에 임하게 되었다.
그들이 보았던 엄청난 실력의 무인들은 모두 훗날 자신들이 상대해야할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지기가 싫었다. 일전의 대전은 그들에게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러니 미친 듯한 수련뿐이다!
세 사람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수련에만 몰두했다. 특히 지난 번 상대에게 힘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철저하게 밀렸던 백택과 묵운기는 더욱더 이를 악물고 수련에 임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오기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그런 상황이 재현된다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2주 후.
고행의 효과는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다.
묵운기는 두 마리 마랑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비도를 이용해 반격할 수 있었다. 백택 역시 쇠사슬에 의지하지 않고도 폭포를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백택의 육신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역량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엽현.
작은 산 앞에서 엽현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그는 마치 하나의 조각상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눈을 번쩍 뜨는 동시에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쾅-!
그의 체내로부터 강대한 무형의 기운이 치솟았다.
그리고 산 전체를 뒤흔드는 소리.
쿠르릉-!
너비 수 장에 달하는 거대한 암석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이것이 바로 권세!
이때, 엽현의 일 권이 돌연 그의 발밑 지면으로 향했다.
쾅-!
산을 울리는 큰 소리와 함께, 그를 중심으로 반경 십여 장의 지면이 모두 갈라졌다. 사방에서 돌의 파편이 마치 화살처럼 튕겨 나갔다.
엽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 속에는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
“정말 대단한걸!”
이때, 산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탁!
돌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엽현의 신형이 곧장 수 장 밖의 절벽으로 물러났다.
쾅-!
절벽이 흔들리면서 무수히 많은 돌의 파편이 엽현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엽현이 천천히 절벽을 기어 올라왔다.
이때, 엽현의 오른편 뺨에는 전에는 없던 작은 발톱 자국이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