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제견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신족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 신족이 엽현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희망했다.
그가 아는 엽현은 돈과 여자를 매우 밝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의리 하나만큼은 지키는 남자였다.
그런 엽현과 관계를 맺는 것은 신족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제견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고민하던 신녀.
그녀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대에게 신족을 맡긴다면… 우리 신족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겠소?”
신족을 맡긴 다라…….
엽현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신녀를 향해 되물었다.
“신족에게… 아직 값나갈 만한 것들이 좀 남아 있소?”
“…….”
제견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얼마나 재물에 탐욕스러운 존재인지 잠시 잊고 있던 것이다.
이때 신녀가 경계의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그것들로 뭘 하려 그러시오?”
엽현이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표정이 왜 그러시오? 설마하니 내가 신족의 물건을 탐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
이번에 신녀는 아예 엽현에게서 한발 물러나며 대놓고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자 엽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휴, 잘 들으시오. 내가 그것을 묻는 이유는 신족의 사정을 세세히 알기 위해서요.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신족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려 했던 것인데 어찌 그리 의심만 하시오?”
“…신족에게 남은 물건은 그리 많지 않소. 현재 우리에겐 조화경 급의 보물 열두 점과 선기(仙器) 백칠십이 점, 성기(聖器) 삼백여 점이 있소. 마지막으로 자원정은 백억 개가량 남아 있을 것이오.”
신녀가 말을 마친 순간, 엽현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조화경 급의 보물이 열두 점이라고?’
현재 엽현이 가지고 있는 조화경급 보물은 모두 네 점이었다. 진혼검, 마가검, 제성함 그리고 한 쌍의 팔 보호대까지.
그리고 이 네 점의 보물은 모두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진혼검은 육신은 남겨두고 영혼을 소멸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보물이었다.
그런데 신족엔 이와 같은 물건이 열두 점이나 있다니!
뿐만 아니라, 선기는 거의 이백 점에 달하고, 자원정이 백억 개!
이때 신녀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들 말고도 신족에게 매우 중요한 보물이 있소. 그것도 도경(道境) 급의 보물이.”
엽현과 제견의 시선이 동시에 신녀의 입으로 향했다.
“그것은 바로 신왕좌(神王座)라는 것이오.”
“정말 도경 급의 보물이오?”
“그렇소. 하지만 신족 중에 이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소.”
“어째서?”
“왜냐하면… 황족의 핏줄을 이은 사람만이 쓸 자격이 있기 때문이오.”
황족의 핏줄.
엽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그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간자재가 유일하다는 것 아닌가?
“흠… 내가 그 물건을 한 번 볼 수 있겠소?”
“그것이…….”
신녀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웬만하면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어째서?”
“그 물건은 너무나도 난폭한 탓에 봉인해 둔 상태요. 우리 신족조차 그곳에 가길 꺼리고 있소.”
“하하, 그런 거라면 상관없으니 안내해 주시오.”
잠시 엽현을 바라보던 신녀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리로…….”
신녀를 따라 신족의 땅 어딘가로 이동하는 엽현과 제견.
아까부터 말이 없던 제견을 이상하게 여긴 엽현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뭐야, 혹시 내가 보물만 탐하고 신족을 돕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 말에 제견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반은 맞았어! 확실히 나는 신족의 보물이 관심이 있어. 하지만 신족을 도와 달라는 너의 부탁을 저버리진 않을 거야.”
“…….”
“왜냐고 묻는 표정이군. 좋아, 첫째는 네가 날 도와준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지. 그리고 둘째는 신족이 강해지면 내게도 언젠가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야.”
동맹.
미앙성역의 일을 통해, 그는 한 사람의 힘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면 실력이 괜찮은 동맹을 많이 만들어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배웠던 것이다.
제견 역시 그 말에 동의하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족과 엽현의 동맹. 이는 결코 나쁘지 않은 그림이었다.
특히 간자재가 엽현의 안위를 보살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동맹은 존재할 가치가 충분했다. 어쩌면 더 나아가 언젠가 간자재가 신족에 돌아올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면 알수록 엽현이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때 보았던 계옥탑과 탑 위의 꽂혀 있는 검들…….
어쨌든 제견에게 있어 엽현은 매우 신비한 존재였고, 그런 엽현과 신족이 이어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신녀는 엽현과 제견을 데리고 어느 밀실에 도착했다. 밀실 입구엔 온갖 종류의 부적이 붙어 있는 것도 모자라 두꺼운 쇠사슬이 입구를 동여매고 있었다.
“바로 이곳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들어서려 했다.
“잠깐, 정말 조심해야 하오.”
신녀의 말에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는 이곳에 얼마나 갇혀있던 것이오?”
신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나도 알지 못하오. 그저 오랫동안 갇혀있었다는 것만 알 뿐이오.”
“고맙소.”
대답과 동시에 엽현은 밀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밀실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정 중앙에 의자 하나만 놓여 있을 뿐이었는데,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었다. 그리고 그 뒤로 한 자루의 검이 지면에 박혀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색 검!
엽현은 천천히 중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곁엔 어느새 따라 들어온 제견도 함께였는데, 이 둘의 눈빛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무려 도경 급의 보물이었다.
이런 경지의 보물을 마주하는 건 엽현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물론 계옥탑이 있긴 하지만, 그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엽현의 시선은 정면의 신왕좌에 머물러 있었다.
“이 의자가 그리 대단한 건가?”
엽현의 물음에 제견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당시 족장이 이 의자의 힘을 빌어 ‘그녀’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엽현은 제견이 말한 그녀가 누구인지 잠시 고민했다.
간자재!
엽현은 신족의 입에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피비린내 났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신녀도 그렇고 제견 역시 그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움찔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런데, 대항이라니? 그럼 너희 족장이 이 물건으로 간자재를 막아냈단 말이야?”
“그래. 단 한 번이긴 했지만…….”
“…….”
눈앞의 신왕좌를 보며 엽현은 간자재의 실력이 결코 제형과 큰 차이가 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더 아래층에 갇혀있던 간자재가 조금 더 약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순 있었지만.
하지만 실력은 차치하고, 지능은 간자재가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제형처럼 무리하게 계옥탑을 탐하다가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으니까.
다시 말해, 간자재는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었다.
분수를 모르는 자는 그저 단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제견이 신왕좌의 뒤를 가리켰다.
“저 검이 보이나?”
“저게 무슨 검이지?”
“신왕검(神王劍). 명족의 진혼검과 함께 신검이라 불린 존재지.”
진혼검에 버금가는 존재!
갑자기 신왕검을 보던 엽현의 눈빛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진혼검에 버금가는 검이라면 소혼과 같은 강력한 능력이 내재 돼 있을 것이 분명하다.
진혼검과 일검정혼의 혼용으로 근접전에서 극악의 전투력을 뽑아내고 있는 엽현으로서는 신왕검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신왕좌가 가볍게 들썩였다. 이에 놀란 엽현과 제견이 황급히 입구까지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잠시 가만히 동정을 살피던 제견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만약 놈을 얻고 싶거든 그 위에 앉아야 한다.”
“앉아봤다가 아닌 것 같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지.”
“…….”
이때, 밀실 안으로 들어온 신녀가 엽현을 보며 말했다.
“그대가 신왕좌를 굴복시킬 수만 있다면, 신족의 모든 이들이 군소리 없이 그대를 따를 것이오. 게다가 그대 역시 도경 급의 보물을 얻게 되는 셈이니 밑질 것은 없을 것이오.”
“말하는 것을 보니 그대는 내가 신왕좌를 차지해도 상관없는 모양이구려.”
“신왕좌가 이곳에 있는 한 우리는 불안함에 떨 수밖에 없소. 우리 중 그 누구도 신왕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오. 그렇기에 차라리 누가 가져간다면 신족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 될 것이오.”
엽현이 고개를 돌려 신왕좌를 바라보았다. 지척 거리에 있는 의자를 바라보며 엽현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비록 보통의 의자처럼 보였지만, 한 번 앉았다가 다시는 내려오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시도해 볼 테냐?”
제견이 엽현에게 말하자 신녀 역시 엽현을 응시했다.
그녀가 엽현을 이곳에 데려온 이유는 그가 정말 신자의 환생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엽현의 진짜 실력이 어떠한지 알아볼 수도 있었다.
만약 엽현이 신왕좌를 얻지 못한다 해도 신족은 손해 볼 것이 없다. 반대로 그가 성공한다면 설령 그가 정말로 신자의 환생이 아니더라도 신족과 교류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게다가 그녀가 방금 말했듯이, 신왕좌는 신족에게 위협이 되는 물건이므로,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았다.
특히 신족의 힘이 쇠락하면서, 더이상 신왕좌의 봉인을 유지할 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일단 봉인이 풀리게 되면, 신족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말 것이었다.
한편, 다시 신왕좌 앞에 다가간 엽현은 한참 동안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앉아? 말아?’
엽현은 마침내 한 번 시도해보기로 결심했다.
애당초 보물을 얻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 정도 위험은 예상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건 바로 계옥탑.
엽현의 머릿속엔 신왕좌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계옥탑만 하겠냐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만약 위급한 순간이 닥치면, 의자를 계옥탑 안에 던져버리면 그만이다.
생각을 마친 엽현이 주저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바로 그 순간 신왕좌가 떨리더니, 엽현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지!?’
방안을 두리번거리던 신녀의 시선이 마지막에 제견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제견 역시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바로 이때, 사람의 형상을 한 자그마한 존재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소령이었다.
눈을 깜빡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소령이 제견과 눈이 마주쳤다.
“어디로 갔어?”
“저 의자가 데려갔어.”
제견이 신왕좌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러자 소령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왜 그래?”
“위험해…….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이때 소령이 갑자기 신왕좌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멍청한 나무 쪼가리! 어서 내 친구를 뱉지 못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