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497
497화 이제 이해가 가느냐?
엽현은 용혼과 진혼검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조화경 강자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화사나 미앙천과 같은 강자에겐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둘을 상대로 얼마든지 좋은 전투를 펼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바로 이때, 엽현의 안색이 변하면서 그의 몸에 있던 용혼이 신왕검 안으로 돌아갔다.
용혼이 사라진 순간, 엽현은 온몸의 힘이 쫙 빠지면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엽현이 신왕을 바라보자, 신왕이 말했다.
“용혼이 네 영혼보다 강하기에 발생한 일이다. 지금 상태로는 최대 일각 정도가 한계인 것으로 보이는구나. 그 시간 안에 너는 용혼과 용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투를 끝내야 한다.”
“용력? 용의 힘을 말하는 것입니까?”
신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신왕검의 검신과 손잡이에는 황금신룡의 힘이 깃들어 있다. 이 힘은 수라지력과 비교해서 절대 약하지 않다. 물론 지금의 네 육신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육신의 강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까?”
“흠… 만약 육신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해야 한다.”
“어떤 곳 말입니까?”
“고마족(古魔族).”
“고마족?”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자, 신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고마족은 신족과 명족에 버금가는 강력한 족속이었다. 특히 그들은 특수한 수련을 통해 매우 강력한 육신을 얻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렇다면… 고마족을 찾아가 봐야겠군요.”
신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들이 이미 멸망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이 우주 어딘가에 그들의 후손이 남아 있다면, 너의 운을 시험해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그 전승을 얻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네게 달렸지만 말이다.”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시도해 보겠습니다!”
“좋다. 이제 그만 가보도록 하거라. 그리고 나와 약속한 것을 결코 잊지 말거라.”
“이 엽현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엽현이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졌다.
자신이 신왕의 도움을 받은 이상 그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족을 부탁한다.”
신왕의 말에 엽현이 포권을 취해 보였다.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엽현이 장포를 휘날리며 멋지게 돌아섰다. 그러나 몇 걸음 채 걷기도 전에 그는 다시 신왕 앞에 돌아왔다.
“저기, 그게… 어떻게 나가야 합니까?”
신왕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을 젓자,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엽현이 사라진 후, 신왕이 뭔가 생각 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 맞다. 신왕좌에 대해 말해 준다는 걸 깜빡했네…….”
다시 현실 세계로 빠져나온 엽현은 곧장 신왕좌를 떠올렸다.
신왕좌의 품계는 진혼검과 신왕검보다 한 단계 위였다.
그렇다면 신왕좌는 어떤 역천의 힘을 가지고 있을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엽현이 장내에 나타나자 신녀가 곧바로 그에게로 다가왔다.
“시험에 통과한 것이오?”
“당연!”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신녀의 안색이 복잡하게 변했다.
물론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인간이 그것을 해내니 어쩐지 서글퍼졌던 것이다.
이때 주변을 둘러보던 엽현이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오? 분명 여기는 방이 있었는데…….”
“후… 말도 마시오. 갑자기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나타나 모두 박살을 냈소.”
‘여자아이?’
잠시 멍청히 있던 엽현은 순간 그녀가 말한 것이 누구인지 알아냈다.
‘소령, 그 녀석이 왜 갑자기 튀어나온 거지?’
이때 제견이 그의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 아이는 네가 붙잡혀 간 줄 알고 구하러 온 거였다. 탑의 검을 들고 두 시진 넘게 신왕좌를 쫓아다녔지. 그리고…….”
제견이 심각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깨우친 것 같다. 앞으로 조심해야 할 거야.”
“…….”
“네가 시험을 통과했다는 걸 노부는 믿을 수 없다!”
이때 그의 뒤에서 마사가 소리쳤다.
그러자 엽현이 마사를 향해 돌아섰다.
“그대는 뉘시오?”
엽현의 물음에 신녀가 대신 답했다.
“저분은 신족의 전공장로 되시오.”
“오호?”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마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정말 믿지 못하겠소?”
“내게 증명 해 보거라!”
“후후, 원한다면야.”
대답과 동시에 엽현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 위로 신왕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왕검의 등장에 장내에 있던 모든 무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사 역시 불신의 눈초리로 신왕검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마, 말도 안 돼. 신왕의 전승이 어찌 일개 인간 따위에게…….”
순간 차갑게 식어가는 엽현의 얼굴.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마사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무심코 한 말이니, 결코 염두에 두지 마시오!”
그 말에 엽현이 시선을 거두고는 신녀를 향해 말했다.
“지금 당장 신족을 이곳으로 불러오시오. 특히 젊은 무인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아 주어야 하오.”
갑작스런 명령에 신녀가 잠시 주춤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신녀가 떠난 후, 엽현은 신왕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망치지도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신왕좌.
엽현이 신왕좌 앞으로 다가갔다.
“만약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떠나도 좋다.”
물론 그는 신왕좌를 몹시 차지하고 싶었다. 무려 도경 급의 보물 아닌가!
그러나 이 정도의 신기는 모두 강한 자아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혹여, 억지로 차지하려 하다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시전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다.
한편 신왕좌는 엽현에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엽현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나를 따르겠다는 의사로 간주하겠다.”
말과 동시에 엽현이 신왕좌를 잡고 그대로 계옥탑 안에 던져 버렸다.
계옥탑 안.
작은 상자를 붙잡고 중얼거리고 있던 소령이 쿵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신왕좌를 발견한 소령이 안색이 변하더니 어딘가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다시 돌아온 그녀의 손엔 탑의 검이 들려 있었다!
“…….”
다시 계옥탑 밖.
얼마 지나지 않아 신녀는 한 무리의 신족들을 이끌고 엽현에게 돌아왔다.
모인 이들은 모두 일만여 명 가까이 되었고, 남녀노소가 골고루 섞여 있었다.
이때 엽현을 향한 신족 사람들의 눈빛은 매우 탐탁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제견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이 거만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력만 있다면야 거만하든 오만하든 누가 감히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실력이 없는데 거만한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특히,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서는 더더욱.
제견이 보기에 신족에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썩어빠진 정신상태를 개조하든지, 아니면 죽어라고 실력을 쌓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때 엽현이 주위를 돌아보며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인간이다.”
그 한 마디에 장내가 들썩였다.
엽현을 보는 수많은 신족들은 경멸의 시선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씩 웃는 엽현.
“그리고 그대들이 멸시하는 내가 이제는 신족의 왕이 되었다.”
“무슨 근거로?”
이때 한 명의 신족 남자가 차가운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인간이 어떻게 신족의 왕이 된단 말이냐?”
이에 엽현이 남자를 향해 말했다.
“너희가 인간을 무시하는 건 알고 있다. 나 역시 괜히 힘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쓸데없이 다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너희들이 머리를 박고 고분고분 내 말을 들었을 때 일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행동한다면 그땐……”
“흥, 그때는 뭐? 네까짓 놈이……”
이때 말하던 남자의 음성이 뚝 끊김과 동시에 그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아직 두 발로 서 있는 그의 몸에선 선혈이 마치 폭포처럼 뿜어져 나왔다.
“…….”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신족들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엽현이 그들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그땐 이렇게 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신녀가 엽현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이때 무리 중에서 한 남자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튀어 나왔다. 그러나 채 한마디를 하기도 전에 목이 잘려나갔다.
“아직 불만 있는 자가 있으면 나오도록. 고통 없이 한 방에 보내 줄 테니 걱정은 하지 말고.”
“…….”
모든 신족이 얼굴을 붉히며 엽현을 노려보았지만, 감히 나서는 이는 없었다.
이에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무리를 향해 한발 다가섰다.
“약해 빠졌어. 너무나 약해 빠졌어! 그런 주제에 자존심은 하늘보다 높아서 인간을 소 돼지 보듯 하다니… 이봐, 너희들이 인간을 무시할 자격이 있는 것 같나? 내가 한 가지 엄청난 사실을 알려줄까? 현실은 말이지… 너희 같은 약골들을 멸망시킬 인간 세력들이 너무 많아 셀 수도 없을 지경이란 것이다!”
엽현이 분노에 차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
“그래, 그 눈빛.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날 죽이고 싶겠지. 하지만 그거 아나? 분노는 그저 힘없는 자들의 수단이라는 걸!”
엽현이 눈을 들어 신족 전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단언컨대, 너희 중에서 교만할 자격이 있는 자는 한 명도 없다. 만약 내 말이 틀리다면, 그렇게 보고만 있는 대신, 직접 앞으로 나와 실력으로 증명하도록 해라!”
이때, 무리 사이로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소녀는 대략 십오 세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신족의 여인들은 대부분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걸음을 멈춘 소녀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인간, 너는 강하다. 우리보다 강하다. 하지만 너는 인간이고 우리는 신족이다. 네가 신족을 찾아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
엽현이 소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자 다른 신족들이 황급히 달려와 소녀의 앞을 막아섰다.
이때 소녀가 다시 그들 사이를 뚫고 다시 나왔다.
“필요 없어요! 나는 저자가 무섭지 않단 말입니다!”
그러고는 엽현을 똑바로 바라보는 소녀. 그녀의 눈엔 그 어떠한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엽현이 다가와 소녀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원한다면, 여기 있는 모두를 단숨에 죽여버릴 수도 있다…….”
그 말에 울컥한 신족 무인 하나가 달려들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한 자루의 검이 그의 미간 앞에 멈춰 섰다.
순간 모든 신족 무인들이 동작을 멈췄다.
엽현이 아직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소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이해가 가느냐?”
이에 말없이 고개를 떨구는 소녀.
“신족이 한때 매우 강한 족속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금 너희는 그때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당시 신족이 강했던 것은 말 그대로 그들이 다른 자들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너희는 그때만큼 강하지도 않으면서 그때의 오만함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너희는 고작 진법 덕에 잘 숨어 살고 있을 뿐인데, 오만과 교만이 웬 말이란 말이냐?”
엽현이 고개를 들어 무리를 바라보았다.
“누가 말해 주겠나? 너희는 뭘 믿고 이토록 오만할 수 있는지? 너희보다 강한 나조차 너희처럼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진 않는다. 그런데 너희는 무슨 근거로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본단 말이냐?”
엽현의 말이 계속될수록 제견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