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
5화 이런 개만도 못한 놈들 같으니!
엽현이 몸을 돌려 이번엔 엽고를 향해 단검을 겨눴다.
“이 개만도 못한 자 같으니! 이 모든 것이 너와 대장로가 꾸민 짓이라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너희들 쓰레기들은 어떻게 하면 같은 식구들을 괴롭힐 생각만 하는구나! 그렇게 힘이 남아돌면 왜 장가(章家)나 이가(李家)에겐 말 한마디도 못하는 것이냐! 안에서는 강하고 밖에서는 초상집 개만도 못한 것이 네 놈들 장로들의 특징이냐!”
장가(章家), 이가(李家), 그리고 성주부(城主府). 이렇게 세 세력은 엽가와 함께 청성을 이루는 사대세력이었다. 사대 세력중에는 엽가의 힘이 가장 약했다.
이때 엽고가 지독히도 어두워진 얼굴로 소리쳤다.
“엽현, 네가 무엇인데 이리 방자하게 군단 말이냐! 밝은 대낮에 사람들에게 행패나 부리는 너는 도대체…….”
엽현이 그의 말을 끊었다.
“뭐라고 헛소리하는 것이냐! 말만 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덤벼봐!”
엽고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저 자를 잡아다 무릎 꿇려라!”
그러나 그의 곁에 있던 보위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엽현은 엽가를 위해 수많은 혈전을 벌여왔다. 대부분의 보위들은 그런 엽현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전장에 엽현이 등장하기만 하면 엽가는 장가 등 다른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대부분의 보위들은 이미 엽현과 함께 전쟁을 경험한 자들이었다.
보위들이 움직이지 않자 엽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너…너희들, 감히 내 말을 거역하는 것이냐!”
그러자 보위들 중 앞에 나와 있던 자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형님, 우…우리는….”
엽현이 그 보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목, 너는 나와 적어도 백번 이상을 전장에서 뒹굴었다. 엽부에 대한 나의 태도가 어떠한지는 누구보다도 네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나와 내 가족에게 이렇게 개가 먹는 밥이나 주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너희들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너희 입장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를 향해 칼을 뽑아든다면 더 이상 형제간의 정을 이야기 하진 않을 것이다. 너희는 나를 봐줄 필요 없다. 나 역시도 그럴것이니!”
엽현의 말에 이목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청성 내에선 세력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광산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는 언제나 많은 피를 요구했다.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면 이 전투에는 오직 젊은 무인만이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부족 간의 전면전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엽현은 언제나 그런 엽부의 대표, 다시 말해, 엽부 젊은 세대의 우두머리였다. 이들 보위들은 엽현과 함께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었으므로 자연히 그들 간의 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엽현을 상대로 출수(出手)하는 것은 그들로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보위들은 엽현의 실력과 성격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엽현은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 것이고 모두를 죽이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목이 여전히 머뭇거리자, 엽고가 소리쳤다.
“너희 모두 내 손에 죽고 싶은 게냐!”
이목이 깊이 한숨을 쉬며 대답하려 할 때 엽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자는 너희가 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장로는 오히려 너희가 내 손에 죽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일이 더 커질 수 있으니 말이다.”
엽현이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똑똑히 외쳤다.
“우리 엽가의 장로들은 참 대단하구나. 자기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는 감히 따를 자가 없구나!”
순간 보위들의 안색이 일순간에 어두워졌다. 엽현의 말대로 장로는 자신들을 희생시키려 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엽고가 죽일듯한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엽현! 지금은 옛날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네가 다른 놈들처럼 알아서 머리를 조아렸다면 며칠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을. 형세를 보지 못하고 이다지도 방자하게 군단 말이냐. 너는…….”
“이 늙은 개같으니!”
엽현이 엽고의 말을 잘랐다.
“내 여동생을 저런 쓰레기에게 시집보낸다는 생각은 네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냐?”
엽고가 차갑게 웃었다.
“그렇다면 어쩌겠느냐?”
엽현의 눈빛이 점점 흉악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덫을 놓은 것도 모자라, 겨우 열두 살 난 여자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려 했다니… 내게 용서를 바라지 마라…….”
펑!
엽현이 발을 구르자, 돌로 된 바닥이 갈라지면서 그의 신형이 엽고를 향해 치솟았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엽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출수하다니! 감히 엽부의 장로에게!
엽고가 몸을 웅크려 자세를 낮추고 어깨를 뒤로 젖혔다. 순간, 그의 일권이 전방을 향해 튕겨지듯 쏘아져 나갔다.
권붕(拳崩)!
이 것은 엽부의 하급 무기(武技) 중 하나로 능히 바위를 부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엽현도 마찬가지로 장로의 주먹을 향해 똑같이 권붕을 펼쳤다.
꽝!
두 주먹이 맞부딪치자, 엽고의 주먹이 갈라지며 사방으로 선혈이 튀었다.
엽고가 극한의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사이 엽현이 그의 복부에 일권을 찔러 넣었다.
푸웁!
그와 동시에 엽고의 신형이 선혈을 내뿜으며 날아갔다. 엽고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엽현의 발이 다가와 가슴을 짓이겼다. 이에 엽고가 분노의 찬 시선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강한 것이냐…….”
엽고는 주로 내정을 맡아 보는 자리에 있었고 그 실력 또한 그리 강하진 않았다. 그렇다 해도 기변경의 무인이었다. 그런 자신이 주먹질 한 번에 무너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엽현이 그의 뺨을 냅다 후려쳤다.
“엽부에서 하루 종일 등 따시게 지내니 어린아이보다 힘을 못 쓰는구나. 어디 가서 엽가의 장로라 할 수 있겠나?”
“네가 감히 노부에게 손을 대다니!”
엽현이 손을 들어 다시 한 번 엽고의 뺨을 때렸다.
“그렇다면 어쩔 테냐!”
엽고의 얼굴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으아아아아아악!”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모를 당한 엽고가 광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뭣들 하고 있는 게냐! 어서 이 놈을 죽이지 않고!”
엽고의 명령에 이목 등은 우물쭈물대기만 했다. 혹시 그들이 엽현을 제압할 자신이 있다면 나섰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엽현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건방진!”
이때, 어디선가 일갈(一喝)이 들려왔다.
무인들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대장로가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장로들과 보위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엽령이 황급히 엽현의 뒤로 다가가 그의 옷깃을 붙들며 속삭였다.
“오빠, 도망쳐…빠…빨리….”
“괜찮아, 겁 먹지마.”
엽현이 엽령의 떨리는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에 엽령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다 내 잘못이야… 또 오빠를 곤경에 빠트렸어…미안해…미안해….”
“괜찮아, 걱정하지 마,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내가 널 지켜 줄테니까!”
엽현이 시선을 돌려 대장로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대장로, 이렇게 합시다. 내 잘못을 인정할 테니 이만 화해하고 넘어갑시다. 어떻소?”
대장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뭐라고? 화해하고 넘어가? 엽현, 혹시 지금 꿈꾸고 있는 것이냐? 너…….”
대장로가 말하고 있는 중에, 엽현이 엽고의 목에 슬며시 발을 올렸다.
콰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고, 엽고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내, 목이 부러진 엽고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화해하자고 하지 않았소?”
엽고의 목에서 발을 뗀 엽현이 대장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장내의 모든 이들이 마른 침을 삼키는 가운데 대장로 앞에 멈춰선 엽현이 입을 열었다
“대장로, 한참 후배가 도전한다고 해서… 설마 도망치거나 하진 않겠지?”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도전?
엽현이 대장로에게 도전을 하다니!
순간 장내가 충격에 휩싸였다.
엽가 내에서 가장 강한 자는 폐관중인 족장이고 그 다음은 호족장로(護族長老) 엽겸이다. 현재 엽겸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 대장로가 엽가에서 가장 고수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대장로에게 엽현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일부는 엽현이 주제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생각을 지닌 자들도 있었다.
사실 대장로는 안전한 엽부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무공을 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이에 반해, 엽현은 엽부가 심혈을 기울여 배양해 낸 정예인데다 거의 매일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수많은 실전경험을 쌓아온 무인인 것이다. 그런 엽현은 대장로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강맹함과 기개가 있었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비록 엽현의 경지가 오품 부식경이지만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면 조금의 승산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편, 생각지도 못하게 도전장을 받은 대장로는 엽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받아들여야 하나?’
만약 도전을 피한다면 엽부 내에서의 그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자들이 나올 수도 있다.
‘받아들인다면?’
엽현의 전투력을 생각한다면 조금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자신의 경지가 엽현보다 높긴 하지만 대장로는 오랫동안 목숨을 건 전투를 치러본 적이 없었다. 엽부 내에서도 다른 이들과 간단하게 초식을 교환하기만 할 뿐이었다.
반면 엽현은 매일을 전쟁터에서 목숨을 거는 살인병기가 아닌가!
대장로가 이 차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만약 대장로가 승리한다 해도 사람들은 이를 당연히 여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진다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대장로의 지위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대장로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원래라면 자신이 엽현을 몰아붙여야 하는데 반대로 자신이 궁지에 빠진 셈이었다.
이때, 장내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서가 바뀌지 않았나?”
엽부의 세자, 엽랑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대장로가 그에게 말을 건네려는 순간 그의 두 눈이 갑자기 커졌다. 대장로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엽랑아… 이미 기변경에 이른 것이냐?”
기변경!
그 말을 들은 엽부 사람들의 동공이 확장됐다.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엽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열흘이나 걸렸으니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장내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열흘이나’ 라고?]사품(四品) 겸수경(兼修境).각성 전 엽랑의 경지다.
각성 후 고작 열흘만에 기변경에 이렀다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였다. 엽가 내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대장로의 웃음소리가 엽부를 가득 채웠다.
“하늘이 우리 엽가를 돌보시는구나,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