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0
50화 단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좀 아쉽군
엽현은 당황했다.
‘누가 때린 거지?’
엽현이 영소검을 뽑아 들고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엽현은 검 날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비쳐 보았다.
영소검을 통해 본 그의 뺨엔 작은 발톱 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순간 엽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계옥탑 2층을 통해 날아들었던 종이에 있었던 발자국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설마 그 녀석이 나오기라도 한 건가!?’
엽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황급히 계옥탑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고요하기만 했다.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2층 역시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엽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2층으로 가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얼굴에 자국을 낸 존재는 계옥탑 2층의 존재라는 것은 확실했으나 당최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서 한 판 붙을까?’
‘아니야, 그랬다가 도리어 당하기라도 한다면!?’
엽현은 아직도 얼얼한 자신의 오른편 뺨을 어루만지며 계옥탑을 빠져 나왔다.
같은날 정오. 창란전 내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식탁엔 갖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기 원장을 포함한 창란학원 식구 모두 식탁 주위에 빙 둘러 앉았다.
기안지는 주위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젓가락을 열심히 핥고 있었다. 기안지의 그런 모습이 이제는 다들 너무 익숙해져있었다. 아무도 그녀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이때, 기 원장이 입을 열었다.
“식사를 마친 후 떠나자.”
‘떠난다고?’
“이들도 양계산으로 갑니까?”
엽현의 물음에 기 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저 둘은 나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서 수련을 할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엽현이 묵운기와 백택을 향해 말했다.
“몸조심해라!”
“너도.”
“다음에 보면 다시 한 번 붙어 보자고!”
묵운기의 말에 엽현이 웃고만 있었다. 옆에 있던 엽령이 핀잔을 주었다.
“흥, 우리 오빠는 절대 못이길 걸요!”
“그래, 그래! 너희 오빠는 못 이기지!”
사실 지금 창란학원에서 가장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자는 엽령이었다.
허드렛일은 모두 엽령의 몫이었다. 식사를 도맡아하고 기 원장과 기안지에게 술과 야참을 챙겨 주는 것은 물론, 빨래도 도와주고 있었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백택은 특히 엽령을 굉장히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엽령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엽현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이들도 목숨을 걸고 싸울 태세였다.
창락학원의 실질적인 권력자 엽령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살코기 한 점을 엽현의 밥그릇에 올려 주었다.
“오빠, 먹어!”
엽현은 그런 엽령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쓰다듬어 주었다.
“에효, 여동생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묵운기의 탄식에 장내가 한바탕 뒤집어졌다.
반 시진 후, 기 원장은 묵운기와 백택을 데리고 산을 내려갔다.
묵운기가 배웅 나온 엽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만나면 제대로 한 번 붙어 보자구!”
“하하, 그거 좋지!”
백택 역시 엽현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나눴다.
“몸조심해라!”
말을 마친 백택이 앞서가는 기 원장과 묵운기를 쫓았다.
그들이 모두 떠난 후, 엽현이 기안지를 향해 물었다.
“내 동생, 잘 지켜줄 수 있지?”
기안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기안지는 무심하게 엽현을 쳐다보기만 했다.
갑자기 그녀의 손에서 얇은 도 한 자루가 나왔다. 순식간에 몸을 날려 십 장 밖으로 날라간 그녀는 땅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이내 마른 땅이 ‘쩌억’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갈라진 땅은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그 사이로 어떤 신비한 도의 기운이 여전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한 수는 엽령은 안심해도 된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엽현은 깜짝 놀라 눈동자가 오그라들었다.
‘도의(刀意)! 저 먹보의 실력이 이다지도 강했던가!?’
엽현은 갑자기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우연찮게 기안지의 알몸을 보게 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목에 저 도가 들어왔었다!
엽현이 서늘함을 느끼며 자신의 목을 더듬고 있을 때 엽령이 다가와 보따리 하나를 건네주었다.
“오빠, 여기 내가 짠 신발 하고 건량(乾糧)을 좀 넣었어. 밖에서 너무 싸우지 말고 제발 다치지 마. 나는 잘 지내고 있을 테니, 내 걱정은 하지 말구!”
엽현이 엽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다려, 곧 돌아올게!”
엽현은 보따리를 등에 메고서 그대로 길을 떠났다.
비록 여동생이 걱정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사내로서, 할 일이 있다면 꾸물거리지 말고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엽령은 점점 작아져 가는 엽현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엽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 까지도 결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엽령은 마침내 기안지의 손을 잡아 끌었다.
“언니, 이제 가요!”
“걱정 되니?”
“오빠가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꼭 돌아 올 거예요! 지금까지 오빠는 저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거든요!”
기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선이 멀리 엽현이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괜찮은 놈이야…. 단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좀 아쉽군…….”
* * *
산을 내려온 엽현은 곧바로 취선루의 운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양계산으로 가려면 운선을 이용해야만 했다.
엽현이 막 성을 나설 때, 성 안에서 한 무리의 무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로 창목학원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지난 번, 엽현의 일행에게 손에 창목학원 학생들이 죽은 뒤부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단지, 감히 창란학원으로 쳐들어 갈 자신이 없어 그동안 조용히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아예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창란학원 근처에 사람을 배치 해 놓았고 엽현이 하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몰려 온 것이었다!
엽현이 걸음을 멈추자 창목학원의 학생들도 제자리에 멈췄다.
엽현이 그들을 매섭게 쳐다봤다.
“일대 일로 할래?”
일대 일?
엽현이 직접적으로 도전해 오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창목학원의 학생들이었다.
이때, 그들 중에 한 무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무서운 기세를 품으며 엽현을 향해 말했다.
“엽현, 너는 우리 창목학원 학생들을 죽이고…….”
퍽-!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십 장 밖으로 날아갔다.
이에, 창목학원의 학생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하게 나오는 군!’
그들이 서로의 눈빛을 교환한 후 막 함께 달려드려했다.
엽현이 외쳤다.
“그래 그냥 한꺼번에 다 덤벼라! 어차피 너희 창목학원은 체면이고 뭐고 없으니 말이야. 덤벼, 몽땅!”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원래 그러지 않아도 같이 덤비려 했었다.
그런데 엽현이 저 말을 하는 순간, 오히려 덤빌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이 백주대낮에 여럿이서 한 명을 공격하게 된다면 설령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창목학원 학생들이 주저하는 모습을 본 엽현이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외쳤다.
“애송이들!”
엽현이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창목학원의 학생들은 그런 엽현의 뒷모습을 증오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누구 하나 감히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 중에, 방금 전의 엽현의 일격을 막을 자신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어이 싸움을 계속한다면 못 볼꼴을 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제 그들은 엽현을 대적하기 위해서는 내원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엽현은 그렇게 창목학원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 천천히 사라졌다.
* * *
반 시진 후, 엽현은 운선에 올라탔다. 취선루의 귀빈명패가 있는 그는 무료로 특등실을 배정 받았다. 엽현으로서는 이러한 우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운선이 출항을 개시한 이후, 엽현은 갑판으로 올라왔다.
“너!”
이때, 그의 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붉은 치마를 입은 절세미인이 서있었다.
특히나, 그 호리호리한 몸매는 사내라면 한 번 품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
그 여인은 바로 말수청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한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화려한 비단 옷에 금관옥대를 한 그는 하얀 피부와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남자는 말수청 옆에서 조용히 엽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엽현은 말수청과 말을 오래 섞고 싶지 않았다. 가볍게 말수청을 쳐다본 후 그대로 몸을 돌려 배 앞쪽으로 향했다.
운선이 올라가고 점점 작아만 지는 풍경을 보며 그는 마음속으로 전설상의 검선(剑仙)을 떠올렸다.
어검천지(禦剑天地)!
검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모든 검수들의 꿈이라 할 수 있었다.
한편, 엽현이 자신을 무시하자 말수청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언제, 어디서나 늘 주목을 받아왔던 말수청이었다.
그런 그녀가 언제 이런 무시를 당해 보았겠는가?
말수청이 엽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엽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녀는 아름다웠다. 세상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홀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엽현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멸했다.
그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말수청과 같은 여인은 딱 질색이었던 것이다.
‘안란수가 백 배, 천 배 낫지!!’
천사같은 안란수를 생각하자 엽현의 눈빛이 풀어졌다. 또 다시 바보 같은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엽현!”
이때, 그의 환상을 깨부수는 날카로운 목소리.
“어쩌면 나를 이다지도 푸대접 할 수가 있지!?”
말수청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같은 길이 아니면 말도 섞지 말란 말이 있소.”
말수청이 엽현을 째려봤다.
“듣자하니, 창란학원에 들어갔다더군!”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해!”
말수청이 햇살보다도 더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엽현은 그녀가 꼴보기 싫었다. 그녀의 외모에 엽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엽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말수청은 포기하지 않았다.
“일 년이 좀 지나면 창목학원과 창란학원의 비무가 있을 거야. 알고 있겠지?”
엽현이 대답하지 않았다. 말수청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때 나도 반드시 참관할 거야!”
엽현은 이번에도 말수청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말수청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이때, 그녀가 옆에 있던 남자를 향해 휙 고개를 돌리며,
“목(木) 형, 이것 좀 봐! 저 사람이 날 완전 무시하고 있잖아!”
목 형이라 불린 자는 엽현과 말수청을 번갈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말수청이 자신을 이용해 상대와 싸우게 하려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때, 엽현이 말수청을 향해 몸을 돌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봐, 아직도 모르겠어? 난 정말 네가 싫어서 이러는 거야. 그러니 제발 와서 귀찮게 좀 하지 마! 만약에 한 번만 더 말 걸면 뺨을 후려 버릴지도 몰라. 알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