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14
514화 승산은 높지 않다, 하지만
빌어먹을 탑!
어쩐지 공감되는 말에 엽현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 탑에 갇히게 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기준이라… 이놈은 강자의 기운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놈이 하는 일은 오유계로 진입할 정도로 강한 자나 그런 잠재력이 있는 자를 가두는 것이지.]“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가 그걸 알겠느냐?]잠시 침묵을 지키던 육 층 존재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 네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탑이 오유계로 통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탑이 없이는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오유계로 넘어갈 수 없다.]“안내자…….”
[지금은 혹시 누군가 오유계로 가는 통로를 발견했을지도 모르나, 내가 바깥세상에 있던 때에는 이 빌어먹을 탑 말고는 그 길을 아는 자가 없었다.]“그렇다면 제가 오유계로 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말이군요?”
그 말을 들은 육 층 존재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확실하지 않다. 왜냐하면 너는 어디까지나 이 탑의 ‘임시 주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밖에 우글거리는 괴물들을 뚫고 무사히 오유계로 갈 수 있을까?]“그렇다면 선생은 어떻습니까? 마찬가지로 탑을 원하십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크게 생각은 없다. 지금 와서 오유계로 가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엽현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의 말을 그대로 믿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설령 믿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경계의 시선은 남겨 두어야만 했다.
게다가 육 층 존재에겐 다소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 탑에 갇혀 있던 자가 이렇게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했다.
냉정하게 말해 자신이 저 상황이었더라면 아마 진즉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거나, 간자재나 이 층 존재처럼 성격이 파탄(?)났을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그가 하는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엽현은 앞으로 경계심을 유지해 나가기로 결심했다.
대화를 마친 엽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종을 나섰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신무성 안에 있는 한 상회였다.
통보상회(通寶商會).
통보상회는 신무성 안에 있는 유일한 상회였다. 그 내력이 자못 신비로워 실체를 아는 이가 없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신무성 안에서 당당히 사업을 벌일 정도라면 이미 평범한 세력일 리가 없었다.
상회 안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인이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공자,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신지요?”
“물건을 좀 팔러 왔소.”
엽현은 몇 개의 물건을 꺼내 보였다. 그가 가져온 물건은 모두 선기급의 보물들이었다.
이를 본 여인이 화들짝 놀라더니 다시 한번 공손히 예를 차렸다.
“공자,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소녀를 따라오시지요.”
엽현은 곧 여인을 따라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막 자리에 앉자마자 미부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겉보기에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여인은 몸매가 풍만한 것이 매우 매혹적으로 보였다.
미부가 웃으며 엽현에게로 다가섰다.
“물건을 팔러 오셨다구요? 경매에 부치실 건지 아니면 상회와 직접 거래하실 건지 결정은 하셨나요?”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르오?”
“경매에 부치면 값은 조금 더 올라가겠지만 대신 시간이 걸립니다. 정 급하시다면 저희에게 현가에 당장 파실 수도 있습니다.”
“선기 한 점에 얼마에 쳐 줄 수 있겠소?”
“선기 한 점이라… 지금 시세라면 자원정 삼천만 개나 선정(仙晶) 삼십만 개를 드릴 수 있습니다.”
“선정?”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미부가 웃으며 설명했다.
“선정이란 자원정이 오랜 시간 영기를 흡수하여 형성되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만 년이 지나면 선정이 된다고 하지요. 선정은 자원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효과를 지니며, 특히 조화경 이상의 강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물건입니다.”
‘선정 삼십만 개라…….’
“그럼 선정으로 하겠소!”
엽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납계 하나가 미부에게로 날아갔다.
납계 안에는 그동안 그가 모아왔던 보물이며 무기들이 들어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최근 조화경 급의 강자들을 죽이고 모은 것들이었다.
그는 이번 거래가 잘 성사되면, 남은 물건들도 팔 생각이었다.
물론 제신황혼과 같은 보물들은 제외해야겠지만.
이때, 납계를 들여다보던 미부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엽현의 행색을 보고 기껏해야 선기 몇 점 일거라 예상한 것과 다르게, 무수히 많은 값진 물건들이 들어있던 것이다.
잠시 멍하니 있던 미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공자,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바로 사람을 시켜 감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부는 뒤에 서 있던 노인에게 납계를 건넸다.
노인이 방을 빠져 나가자 미부가 웃으며 엽현의 앞에 앉았다.
“또 필요하신 건 없으실까요?”
“필요한 거라……. 혹시… 사람을 좀 고용할 수 있겠소? 가능하면 살수로.”
미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엽현을 쳐다보았다.
“아, 다른 건 아니고. 호위를 좀 고용하고 싶어서 말이오.”
“호위가 필요하시다고요?”
미부가 의아해하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 조화경! 도경 급이면 더욱 좋소.”
순간, 미부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공자께서는 검종이나 무원의 무인이신가요?”
“하하, 눈치가 빠르구려. 그렇소, 나는 검종의 사람이오.”
“…….”
“구해줄 수 있겠소?”
“무인이야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겠지만, 값이 좀 나갈 것입니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소.”
엽현의 호방한 태도에 미부가 무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조금 전 나갔던 노인이 방 안으로 들어와 미부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잠시 후, 미부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납계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처분할 경우, 자원정으로는 오억 삼천만 개, 선정으로는 오백만 개의 값어치가 될 것입니다. 거래하시겠습니까?”
“진행해 주시오.”
엽현이 승낙하자 미부가 미소를 보내며 납계 하나를 건넸다.
납계 안에는 틀림없이 선정 오백만 개가 들어 있었다.
엽현은 처음 보는 선정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확실히 선정에서 나오는 기운은 자원정에 비해 훨씬 더 정순했다.
“이제 조금 전 이야기로 돌아가 보시지요. 호위를 찾는다고 하셨죠?”
“그렇소. 가능한 강한 자들로 부탁하오.”
“그렇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저희 통보상회에는 공자의 요구를 맞춰드릴 능력이 있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군.”
“가격만 맞춰주신다면 조화경 강자든, 도경 강자든 모두 붙여드릴 수 있습니다.”
“음, 도경 강자의 몸값은 어느 정도나 되오?”
미부가 속으로 뭔가 계산해 보더니 대답했다.
“공자께는 특별히 두당 선정 백만 개만 받겠습니다.”
선정 백만 개!
엽현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나 비싼 줄은 몰랐다.
“어떻게, 생각이 있으십니까?”
“믿을 수 있는 자들이겠지?”
엽현이 의심스레 묻자 미부가 요염하게 다리를 꼬며 대답했다.
“만약 통보상회에 신용이 없었더라면, 검종과 무원이 버티고 있는 이곳에서 감히 장사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흠…….”
엽현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도경 강자 세 명을 구해 주시오.”
“…공자, 실례지만 도경 급 강자는… 저희에게도 한 명밖에 없습니다.”
“어째서?”
“왜냐하면… 수가 적으니까요.”
엽현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신무성역에서조차 도경 급 강자는 매우 희귀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한 명으로 하겠소. 그리고 조화경 급 강자는 금액이 어느 정도나 되오?”
“두당 삼십 만입니다.”
“좋소. 그럼 열 명을 보내주시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을 요구할 테니 가장 괜찮은 자들로 골라야 할 것이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헌데…….”
미부가 다소 근심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하니 검종 내부에서 반란이라도 일으키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반란이라고?”
그 말에 엽현이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무인을 구하는 것은 무슨 내분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무원에 있는 내 누이를 보호하기 위함이오.”
이때 엽현이 갑자기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 보니 우리 사이에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소. 시간을 줄 테니 나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그래도 거래를 할 것인지 여부를 알려 주시오.”
그 말에 미부가 엽현의 얼굴을 깊이 바라보더니, 뒤에 서 있던 노인을 향해 눈짓했다.
곧바로 방을 나선 노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부의 곁으로 돌아왔다.
노인에게서 무슨 말을 건네받은 미부가 안색이 변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그대는…….”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나와 거래를 할 의향이 있소?”
“…….”
“당연히 해야지!”
바로 이때, 입구에서 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목소리를 들은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상대가 방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아무런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엽현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제야 한 여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략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단정한 하얀 치마 차림이었다.
그녀가 등장하자 미부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췄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엽현 쪽을 바라보았다.
“엽 공자, 거래는 성립됐소. 우리는 그대의 동생을 위해 두 명의 도경 강자를 붙여 주겠소.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비용도 받지 않겠소.”
‘공짜로 사람을 보내준다고?’
“조건은?”
“조건은 없소.”
“그럼 나만 너무 이득이잖소? 낭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오. 내게 잘 보여서 그대가 얻는 게 무엇이오?”
“공자는 자신에 가치에 대해 그리도 믿음이 없소?”
여인의 말에 엽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대가 너무 손해를 입을까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오.”
“고맙지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그대만 좋다면 지금부터 그대의 동생을 보호하도록 하겠소.”
“…….”
엽현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부탁 좀 드리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이후에 또 도움이 필요하거든 우리 통보상회를 찾아 주시오.”
“고맙소. 그럼 나는 다른 볼일이 있으니 다음에 또 보도록 합시다.”
말을 마친 엽현이 여인을 향해 포권을 취한 후,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엽현이 떠난 후, 미부가 여인의 앞에 다가섰다.
“아가씨…….”
“알고 있다. 많은 자들이 그를 노리고 있고, 그중 일부는 우리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굳이 저자를 도우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잘 생각해 보거라. 엽현은 저 강대한 세력들의 추격에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생존해 왔다. 이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
“그가 가지고 있다는 보물……. 우리의 역량으로는 욕심내 봐야 화를 부를 뿐이다. 그럴 것 같으면 아예 엽현을 몰래 도우면서 훗날 콩고물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다 만약 그가 죽기라도 한다면…….”
미부가 걱정스레 말하자, 여인이 미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차피 세상은 도박이다. 이기면 훗날 절정고수의 휘광을 입을 것이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가씨는 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마도… 그리 많진 않을 것이다. 아니, 희박하다고 해야 옳겠지.”
“…….”
“하지만 도박이란 확률이 낮을수록 얻는 게 많아지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