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18
518화 그다음은요? 그리고 또 그다음은요?
엽현의 대답을 들은 노인은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미안하게 됐다. 죽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과 동시에 노인의 검집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윙-!
검명 소리가 공간을 울리는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반원을 그리며 엽현에게로 뚝 떨어졌다.
상대의 검은 매우 빠르면서도 천지를 쪼갤 듯한 강력한 검세도 지니고 있었다.
도경!
노인이 출수한 순간 엽현은 그가 도경 강자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엽현을 잡기 위해 검종에선 놀랍게도 도경 급 강자를 보냈던 것이다.
엽현은 방심하지 않은 채, 양손으로 검을 부여잡고 전방으로 휘둘렀다.
쉭-!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 검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단 한 번의 격돌에 엽현의 신형이 무참히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엽현의 비검이 노인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노인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검을 들고 가볍게 그었다. 순간, 엽현이 검의를 집중해 만든 두 개의 비검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이때 노인이 한 발을 내디디며, 멀리 떨어져 있는 엽현을 향해 점지했다.
그러자 수백 장 떨어져 있던 엽현의 앞 공간이 갈라지더니 불쑥 한 줄기 검광이 튀어 나왔다.
이를 본 엽현이 물러섬 없이 검을 뽑아 휘둘렀다.
발검정생사(拔劍定生死)!
엽현이 근접전에서 펼칠 수 있는 최강의 검기였다.
끼악-!
날카로운 검명소리가 울려 퍼지며 엽현의 검과 노인의 검광이 충돌했다.
바로 이때, 엽현은 강대한 힘이 자신의 전신을 훑고 넘어오는 것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엽현은 육신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괴물 같은 힘이로군!’
엽현의 신형이 노인의 검에 점점 밀리고 있을 때, 엽현이 괴성을 지르며 양손에 힘을 주었다.
쾅-!
결국 엽현을 압박하던 검광이 폭발했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엽현은 내팽개치듯이 뒤로 날아갔다.
자리에 겨우 멈춰선 엽현은 오른팔 전체가 떨림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몸 안의 오장육부가 모두 으깨진 것만 같았다.
‘너무나 강하다!’
엽현은 검을 강하게 쥐고서 정면의 노인을 노려보았다.
‘이것이 진정 도경 강자의 위력인가?’
바로 이때, 잠잠히 엽현을 바라보고 있던 노인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들어 엽현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손에 있던 검이 전광석화의 속도로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노인의 검이 공간을 부수며 들어오니, 검이 지나는 길이 온통 무너져 내렸다.
그야말로 일 검으로 하늘을 무너뜨릴 만한 위용이었다.
이 순간, 엽현은 도경 강자의 무서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비록 한 단계 차이이지만, 도경과 조화경은 그야말로 급이 달랐던 것이다.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엽현은 여전히 비장의 패를 꺼낼 생각은 없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엽현이 진혼검을 단단히 쥔 채 정면에 날아드는 검을 응시했다. 이때, 몇 개의 비검이 상대의 검을 막기 위해 날아갔지만, 물소 꼬리 앞에 선 파리처럼 힘없이 튕겨 나갈 뿐이었다.
이윽고 엽현 앞에 도착한 검!
“으아아아아악-!”
엽현이 괴성을 지르며 정면으로 검을 찔렀다.
이 일검엔 엽현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와 힘, 거기에 검의까지 깃들어 있었다.
특히 검종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그의 검의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검의에 의해 생명을 얻은 검의 위력은 원래의 두 배 이상으로 강해져 있던 것이다!
검과 검이 한 점에서 만나는 순간.
쾅-!
엽현 정면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며 엽현 자신도 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가 겨우 제자리에 멈춰 섰을 땐, 주변의 공간과 지면이 모두 파괴된 상태였고, 그의 입가에서도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이때 멀리 있던 노인이 돌연 정면으로 일 검을 내리쳤다. 그러자 부지불식간에 날아든 두 자루 비검이 산산이 부서졌다. 이 순간 어느새 노인의 머리 위에 나타난 엽현이 그대로 아래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발검정생사(拔劍定生死)!
다시 한번 발검정생사가 펼쳐졌다.
쾅-!
엽현의 코앞에서 눈부신 검광이 폭발하더니, 그의 신형이 멀리 튕겨 날아갔다.
엽현의 공격은 이번에도 노인에게 별 타격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노인이 손에서 검을 놓치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수백 장 멀리 떨어진 곳에 멈춰선 엽현.
그는 입가의 흐르는 피를 닦으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흐흐… 오랜만에 너무나 짜릿한걸!”
“흥! 어린 나이치곤 대단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노인이 손을 펼치자, 그의 손안에 한 자루 검이 나타났다. 그가 검을 쥐는 순간, 장내에 하늘을 뒤덮는 검세가 나타났다.
“흐흐흐……. 영감탱이…… 네 실력도 나쁘지 않았어. 다만…….”
엽현이 말을 흐리는 그 순간, 엽현의 체내에서 엄청난 기운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용의 울음소리!
크와와와와와왓-!
용혼(龍魂)그리고 용력(龍力)!
용혼과 용력이 발현함과 동시에 엽현 주변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엽현은 마지막으로 마가지력(摩柯之力)까지 끌어 올리고 있었다.
단숨에 끝장을 본다!
조금 전까지 엽현은 자신의 한계를 확인해 보기 위해 외물의 힘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대로 계속 본신의 힘만 사용하다간 스스로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염라대왕 얼굴까지 확인하게 될 판이었다.
엽현의 기운이 증폭되는 것을 보자, 여태껏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노인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그의 미간이 가볍게 구겨진 이때, 노인의 검이 벼락같이 엽현에게로 떨어졌다.
이에 엽현 역시 검을 들고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쾅-!
노인의 검이 엽현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때 놀라운 것은 엽현이 겨우 일 장밖에 후퇴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미간을 찌푸리던 노인이 황급히 머리 위로 검을 치켜세웠다.
따땅-!
어느새 기척 없이 날아든 두 자루 비검이 검신을 때리고 지나갔다. 노인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자, 이번에는 더 많은 수의 비검이 날아들었다.
“차앗-!”
노인이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두르자, 한 줄기 검광이 마치 화산 터지듯이 터져 나와 비검들을 박살 냈다.
바로 이때, 노인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노인이 신나게 비검들을 상대하는 동안 엽현은 어느새 그들을 가두고 있던 진법을 부수고 있던 것이다.
쾅-!
이때 엽현이 휘두른 검에 그를 둘러싸고 있던 벽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진법이 사라진 순간 엽현은 순식간에 수천 장 밖으로 도망쳤다.
‘됐다! 도망쳐야 해!’
엽현은 처음부터 노인과 싸우려 용혼을 불러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상대를 죽일 자신도 없었을뿐더러, 어찌어찌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기력이 크게 소모된 상황을 맞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정면 대결을 하는 척하고 도망칠 작전을 짰던 것이다.
엽현이 도망가는 것을 본 노인은 추격을 하는 대신 곧바로 자신의 기운을 숨겼다.
그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몰래 엽현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세력들에게 검종의 의도를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제 외부와 차단하는 역할을 하던 진법이 무너졌으니, 더 이상 출수했다가는 다른 강자들에게 들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엽현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다 한들 검종은 다른 세력들의 집중포화를 맞는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엽현이 진법을 부술 때 작지 않은 진동이 있었고, 암중에 많은 무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엽현과 노인이 싸움을 벌이던 그 장소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놈이 방금까지 여기 있었다. 다른 자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추격해라!”
그 말이 끝난 순간, 지면으로부터 무수히 많은 그림자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한편 도망치는 데 성공한 엽현은 어느 깊은 산속에 숨어들었다. 그의 기운은 혼돈지기로 완전히 감싸진 상태였다.
하지만 엽현은 방심할 수 없었다.
“선생, 도대체 어떤 은신비법을 써야 도경 급 강자들에게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까?”
잠시 후, 탑의 육 층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금 네가 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하지만 혼돈지기를 펼치고도 발각된 적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그건 네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탓이다.]“어떻게 해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까?”
[기운을 네 몸 전체에 퍼트리고 그것과 네 몸이 하나가 된다고 생각해라.]육 층 존재의 말에 엽현은 황급히 혼돈지기를 온몸 구석구석에 퍼지도록 했다.
잠시 후.
엽현은 자신의 육신이 존재하는 듯 아닌 듯, 모호한 상태에 이른 것을 발견했다.
“선생, 이것은…….”
[후후, 지금 네가 사용하는 기운은 천지의 혼돈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혼돈의 기운과 일체가 된다는 것은 천지의 일부가 된다는 것. 그러니 이 기운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너를 발견한 이는 극소수일 것이다. 물론 이 상태에서 출수하면 상대는 너를 볼 수 있게 된다.]“그렇다면 혼돈지기는 오직 은신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까?”
[물론 아니다. 혼돈지기의 효용 중 하나는 사람의 몸을 정화하는 것이다. 너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지금도 너의 몸은 끊임없이 맑아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정화가 극에 이르면 혼돈지기의 진정한 힘을 알게 될 것이다.]“정화라……. 더 말해 주십시오. 또 다른 특징은 없습니까? 상대를 단숨에 암살한다거나 하는…….”
육 층 존재가 잠시 말을 멈췄다.
[후……. 너는 나를 무슨 만물 박사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냐? 당연히 내 지식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다음부턴 질문할 때 좀 수준이 있는 질문을 하거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질문에 답을 해 주자니 머리가 빠질 지경이다.]“…….”
엽현은 이에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선생, 지금 저를 쫓는 자들은 선생의 눈에 어떻게 보이십니까? 매우 약한 존재들입니까?”
이에 육 층 존재가 대답 대신 반문했다.
[내 아래층에 갇혀있던 놈의 경지가 봉제(封帝)였던 것 같은데, 맞느냐?]봉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자신을 무슨 제(帝)라고 했던 것은 기억납니다. 그러나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봉제가 되었다 함은 곧 증도(證道)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너는 이 증도의 의미를 아느냐?]“…….”
엽현은 처음 듣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명해 주마. 모든 도(道)의 종착점은 바로 진리를 깨우치는 것이다. 본원, 법칙, 규칙, 원리, 경계 등등이 진리에 속하는 것들이지. 도란 천하 만물 가운데 무수한 형태로 존재한다. 즉, 도(道)라는 한 글자에는 무수한 법칙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소위 증도(證道)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법칙들을 찾아내고 마침내 불변의 진리에 이르는 길에 섰다는 뜻이다. 아래층에 있던 녀석은 이와 같은 과정을 지나쳤기에마침내 봉제(封帝)에 이르게 된 것이다.]엽현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심취했다.
“그럼 ‘증도’라는 것이 도의 최종 단계입니까?”
[물론 아니다. 우리 같은 존재들에게 있어 증도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도는 총 네 가지로 나뉜다. 초식도(初識道), 과거도(過去道), 현재도(現在道), 미래도(未來道)가 바로 그것이지.]“그럼 그다음은?”
[듣기로는 파도(破道)라는 것이 있다.]“파도 다음은?”
엽현의 계속된 질문에 육 층 존재가 잠시 말을 멈췄다.
[아까는 미안했다. 질문 수준을 좀 낮추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