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2
52화 가지고 싶어? 그럼 가져
엽현이 순간 당황했다.
‘내가 모질지 못하다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엽현은 자신은 충분히 잔인한 것 같 같았다.
단지, 눈앞에 이 여자가 너무나도 잔인한 것뿐이었다.
이때, 몇 걸음 걸어가던 공주가 고개를 돌려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멍청하게 뭐 하고 있어! 죽이러 가자고!”
“…….”
그제야, 엽현은 공주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떠나기 직전, 남자의 시신을 뒤져서 상품 영석 여러 개를 획득했다.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것까지 합치면 그는 이제 모두 열다섯 개의 영석을 보유하게 되었다. 게다가 금화도 백 개 가량 발견했다.
엽현에게 있어 결코 적지 않은 수확인 셈이었다.
다소 없어보이긴 해도 엽현에게 지금 영석과 금화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창란학원을 위해서였다. 원장님께 술을 사드려야 했고 젓가락을 빠는 안지와 수련하느라 고생하는 묵운기와 백택을 위해서 음식을 마련해야 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동생 엽령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했다.
한참을 숲속을 거닐던 두 사람은 어느 개울가에서 두 명의 무인을 발견했다.
복장을 보아하니 당국 사람이 틀림없었다.
당국과 강국은 서로 풍속이나 복식 특히, 말투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엽현과 구 공주에게 향해 있던 시선이 문득 구 공주의 손에 들려있던 머리통으로 쏠렸다.
그 순간, 그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바로 그때! 구 공주가 머리통을 그들을 향해 던지고서는 바람처럼 몸을 날렸다.
‘빠르다!’
엽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의 움직임은 자신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엽현 또한 지체 없이 나머지 한 명의 무인을 향해 돌진한 후 권붕을 날렸다.
권세!
풍압만으로도 주변의 돌을 부스러뜨리며 날아오는 주먹 앞에 상대는 양손을 교차하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 했다.
순간, 남자가 서 있던 지면이 갈라짐과 동시에 남자의 양 팔이 불그스름한 황금색으로 변하며, 마치 황금처럼 단단해졌다.
쾅-!
장내에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남자와 엽현의 신형이 서로 수 장씩 후퇴했다.
제자리에 멈춘 엽현은 자신의 주먹이 붉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졌다.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때, 남자가 크게 한 걸음을 도약해 순식간에 엽현의 눈앞에 다가왔다.
그가 양 팔을 엽현에게로 휘두르자 강하게 기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하다!’
엽현은 긴장했다. 천천히 오른 주먹에 전의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가 일 권을 날리려는 순간! 그의 눈앞에선 무언가가 번쩍하고 지나갔다.
순식간이었다. 눈앞에 있던 상대의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멍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엽현 앞에 구 공주가 나타났다.
‘단, 일 초 만에 상대를 죽였다!?’
머릿속이 새하얘져 있는 엽현을 향해 자신의 도를 갈무리 한 구 공주가 다가왔다.
방금 살인을 한 구 공주는 태연하게 물었다.
“왜 전력을 다 하지 않은 거지?”
“…….”
“너는 검수다. 만약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더라면 단번에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어. 왜 실력을 다 쓰지 않는 거야? 네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명심해 둬. 전투를 빨리 끝내지 않는 다면 순식간에 다른 자들에게 당할 수 있어!”
엽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구 공주의 말이 맞았다. 기 원장 또한 이 곳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했었다.
“여긴 네가 수련하러 온 곳이 아니야. 이 곳에선 죽이지 못하면 네가 죽는다.”
구 공주가 엽현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내며 걸음을 옮겼다.
엽현이 쓴 웃음을 지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좀 진지하게 하라고!”
“알겠습니다!”
“대답은 잘 하는군. 따라와!”
이번에도 엽현은 죽은 자들의 시신에서 상품 영석 다섯 개와 금화 오십 개를 챙길 수 있었다.
엽현은 두둑해진 자신의 요대를 툭툭 치며 바보 같이 웃었다. 이를 보고 기뻐할 창란학원 사람들이 생각났다.
‘아차!’
엽현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헐레벌떡 구 공주의 뒤를 따랐다.
‘긴장하자, 엽현!’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산속의 한 동굴이었다. 구 공주는 자리를 잡고 앉아 불을 피우더니 어디선가 요술처럼 한 마리의 닭을 꺼내 불 위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엽현은 당황스러웠다. 분명 공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빈손이었는데 어디서 닭이 나타났단 말인가?
“왜, 신기해?”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그녀가 자신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납계(納誡)라는 것이지. 살아있는 것을 제외하곤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
엽현이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제가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구 공주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엽현에게 툭 던져 주었다. 반지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엽현의 눈엔 신기함이 가득했다.
“이 안에 얼마나 많이 보관할 수 있습니까?”
“음, 거의 작은 방 한 칸 정도의 공간이라고 보면 될 거야.”
엽현이 깜짝 놀라며 계속 질문했다.
“얼마면 살 수 있습니까?”
구 공주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대충 오십만 냥 정도, 아니 뭐 그냥 부르는 게 값이라 보면 된다.”
“오십만!?”
순간 화석처럼 굳은 엽현은, 이내 반지를 돌려주었다.
‘오십만 냥? 농담이지!? 내 몸을 팔아도 못 사잖아!’
구 공주가 납계를 한 번 보더니 엽현에게 말했다.
“가지고 싶어? 그럼 가져.”
그녀의 제안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구 공주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구 공주가 진지한 얼굴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참 나 눈치 한 번 빠르군. 내 밑으로 들어와. 군(軍)에 네 자리를 마련 해줄게.”
엽현이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이미 기 원장에게 창란학원의 학생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그 약속을 지켜야만 합니다.”
구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이미 결심을 굳혔다면 그녀 역시 더 이상 강권할 순 없는 것이었다. 사람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신용과 의리도 중요했다.
엽현이 동굴 밖을 한 번 살핀 후 물었다.
“언제쯤 검주동부에 들어갑니까?”
“내일이다. 내일은 검주동부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니만큼 많은 자들이 몰려올 것이다.”
엽현이 구 공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방금 전 공주님의 실력은 대단하더군요.”
“너는 아직 진정한 천재들을 만나보지 못했다. 강국은 거대한 청주의 작은 소국에 불과하다. 내일이 되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있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그러한 천재들이 노력도 엄청나게 한다는 점이다.”
엽현이 구 공주의 앞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공주와 안 소저 역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구 공주가 잘 익은 닭다리 한 쪽을 찢어서 엽현에게 건네주었다.
“그 아이는 강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그 내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녀와 친구가 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적이 생기게 될 수 있다. 그래도 안란수와 적이 되는 것보다는 낫긴 하겠다.”
“강해지면 다 해결됩니다!”
“넌 두려운게 없는 게냐?”
“저는 강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어차피 죽은 목숨입니다.”
엽현의 자신감 넘치는 한 마디에 구 공주의 입가가 들썩였다.
“그 성격, 아주 마음에 들어.”
말을 마친 그녀가 한편에 자리를 깔고 벌러덩 누웠다.
“다 먹었으면 자. 내일 또 죽이러 가야 하니까!”
“…….”
다음 날 아침, 동굴에서 나온 두 사람은 울창한 숲속으로 진입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던 그들의 앞에 하나의 거대한 산이 나타났다. 산의 허리춤에는 널따란 동굴 입구가 보였고 그 주위엔 검광이 사방팔방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엽현의 묻자, 구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입구를 뚫을 때, 통유경 강자 둘이 죽었다고 한다. 저 안에선 사람뿐 아니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존재도 조심해야 할 것이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그들이 빠른 걸음으로 동굴로 접근할 때 흑의를 입은 남자 하나가 빠른 속도로 그들을 지나쳤다.
엽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의 속도는 묵운기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무인은 갑자기 엽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웃음과 함께 두 사람을 향해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행동을 취했다.
‘뭐지? 저 사람은?’
속도를 높히 올린 남자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뭐라 말을 하려는 찰나!
“으악-!”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웬 머리통 하나가 멀리서부터 그들을 향해 굴러 떨어졌다.
피투성이가 된 머리통을 내려다 본 엽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것은 방금 전, 그들을 지나쳤던 무인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 자도 고수인 듯한데 이렇게 간단히!?’
“보아하니, 초출인 놈이군. 실력이 안되면 그냥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다니거라. 그래야 오래 살 수 있다”
구 공주의 말에 엽현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는 고개 숙이고 다닐 자신 있습니다!”
구 공주가 엽현을 향해 휙 고개를 돌렸다.
“숙이긴 뭘 숙여! 숙일 땐 숙이고, 쳐 들 땐 들란 얘기지! 안 그러면 그냥 병신 취급당하는 거야, 알겠어?”
순간, 구 공주가 허리에서 금도를 뽑아 먼 곳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그녀의 금도에서 도망(刀芒)이 일자 십여 장 앞에 서 있던 거대한 나무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때, 웬 사람의 인영(人影) 하나가 그 충격에 십여 장 밖을 튕겨져 나갔다.
그러자 구 공주가 얼음장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꺼져라!”
그 인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떨며 사라졌다.
구 공주가 주위를 둘러보며 냉랭하게 소리쳤다.
“쓰레기들은 나오지 말고 숨어 있어라. 괜히 내 도기(刀氣)나 낭비하게 하지 말고!”
“…….”
“가자!”
계속해서 산을 오르던 두 사람은 마침내 동굴 입구에 이르렀다. 그들이 막 도착했을 때 동굴의 입구엔 웬 장발의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웬만한 여인보다 더 긴 그의 머리카락은 남자 얼굴의 절반을 덮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는 피보다 더 붉은 한 자루의 도가 들려 있었다. 그의 발밑으로는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머리가 몇 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때, 장발의 남자가 엽현과 구 공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입 안엔 누런 이들이 가득했으며 그 웃음은 오싹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용모는 매우 흉칙했다.
남자가 자신의 도로 땅바닥을 툭툭 치며 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통행료, 상품 영석 백 개!”
구 공주가 장발남을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못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지만 구역질이 나는 건 어쩔 수 없구나.”
그녀가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죽여버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