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33
533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
무원.
작금의 무원은 완전한 전시상황이었다. 모든 강자들이 나서 종문 안과 밖을 둘러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안란수가 무사히 도경에 이르게 지키는 것이었다.
어떠한 세력이든 이전 세대부터 쌓아온 저력과 함께 신진 무인들의 성장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어야만 종문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 안란수가 도경을 돌파하게 된다면 무원 역사상 가장 어린 도경 강자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이미 같은 세대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인 전투력을 지닌 안란수였다.
이런 그녀가 도경에 이르게 된다면 그 윗세대 강자들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괴물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천재를 배출해 온 무원이었지만, 안란수와 같은 재능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무원은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안란수를 지키려 했던 것이다.
반면 검종의 입장에서 보자면 절체절명의 위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검종은 아직 그렇다 할 천재를 배출해 내지 못한 상태였다.
만약 안란수를 처치하지 못한다면 검종의 젊은 제자들은 죽을 때까지 머리를 조아리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아니, 무원에 먹히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으니까!
무원이 경계를 삼엄하게 가져가고 있다면, 검종의 분위기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 * *
엽현은 통보상회를 방문하고 있었다.
어느 밀실 안.
엽현과 백지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검종이 쥐 죽은 듯 조용히 있는 것이 심상치 않소.”
백지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한 번에 몰아치기 위해 기운을 아끼고 있을 것이오.”
“만약 열 명 이상의 도경 강자가 동시에 안 소저를 노린다면……. 제 아무리 무원이라도 막긴 어려울 것이오.”
그 순간 엽현이 안색이 어두워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백지의 말에 돌아서려던 엽현이 고개를 돌렸다. 이때, 어둠 속에서 엽현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두 명의 노인이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은 모두 도경 강자였다.
“임로(林老), 소로(蕭老). 엽 공자를 도와주십시오.”
그 말에 두 노인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럼 너는 누가…….”
임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은 나를 노릴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이에 두 노인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엽현이 난감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백 소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쓸데없는 말 하지 마시오. 지금은 안 소저의 안위가 최우선이지 않소.”
“…고맙소.”
엽현이 백지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두 노인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세 사람의 기척이 모두 사라진 후, 의자 뒤로 몸을 젖힌 백지가 텅 빈 공간을 응시했다.
“검종… 과연 너희가 가진 패가 얼마나 될까?”
무원으로 돌아온 엽현은 곧바로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검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은신한 상태의 엽현일 것이다.
안란수에게서 십여 장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엽현은 가부좌를 틀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시선이 안란수에게 닿은 순간, 엽현의 얼굴이 근심으로 물들었다.
검종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무원이 총력을 다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검종이 설령 그 방어를 뚫고 목적을 성공시킨다고 하더라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바로 이때,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인 엽현이 곧장 계옥탑 안으로 들어갔다.
계옥탑에 막 들어선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주위를 돌아보았다. 잠시 방문하지 않은 사이에 탑의 일 층은 물론 오 층까지 영과 나무로 가득 차 있던 것이다.
계옥탑은 이미 밀림이나 다름없게 되어 있었다.
이때,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소령이 물통을 들고 나무숲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있잖아. 저기 육 층에 있는 사람은 언제 가는 거야? 이제 나무 심을 자리가 부족한데 방 빼라고 하면 안 돼?”
“…….”
[저, 저, 저… 요즘 꼬맹이들은 노인공경이란 말을 안 배우는 것이냐!]엽현이 육 층 존재의 불평을 무시한 채, 소령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소령아, 하나 부탁해도 돼?”
“뭔데?”
소령이 눈을 깜빡이며 묻자 엽현이 탑 위쪽을 가리켰다.
“가서 검 하나 뽑아가지고 와 볼래?”
소령이 두말하지 않고 금세 탑의 검 한 자루를 뽑아서 내려왔다. 그러자 엽현이 그녀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소령이 물러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정말 이길 수 있어?”
“당연하지!”
“정말로?”
“정말!”
“그래도… 좀 무서운데……”
잠시 후, 마음을 추스른 소령이 검을 껴안고 탑 밖을 빠져나갔다.
소령이 떠난 후, 엽현은 한쪽에 있던 목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버려진 검종에서 얻은 목인은 여전히 검을 든 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목인에게 가까이 간 엽현은 그가 원래 쥐고 있던 검 대신, 그 손에 조화경 급 검 한 자루를 쥐여주었다.
잠시 후, 목인도 마찬가지로 계옥탑을 떠나갔다.
다음으로 엽현이 방문한 곳은 이 층이었다. 이 층 존재가 있던 이곳은 이제 제견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알았어!”
엽현과 몇 마디를 나눈 제견 역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다시 계옥탑 밖으로 나온 엽현.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적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무원 역시 손님맞이를 마친 상태였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날이 어두워졌다. 안란수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고, 검종 역시 아무런 동정을 보이지 않았다.
검종 주변에도 무원의 무인들이 감시하고 있으니,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무원 전체가 그 소식을 전해 들을 것이다.
어느덧 이틀이 지났다.
안란수는 여전히 무원의 뒷산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때까지도 검종은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그렇게 다시 삼 일이 지났을 때, 안란수가 돌연 두 손을 펼치더니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와 동시에 그녀의 몸 주위에선 붉은 기운이 옅게 흐르기 시작했다.
혈맥의 기운이었다.
무문은 그녀의 머리 위 상공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안색은 매우 평온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그의 신식은 무원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개미 새끼 한 마리라도 그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엽현은 안란수를 바라보며 다소 긴장된 기색을 띠었다.
그녀가 경지를 돌파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일단 도경이 되면 안란수의 실력은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원은 역사상 가장 젊은 도경 강자를 보유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물론 아무도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 무원의 조사는 제외하고 말이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육 층 존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집의 혈맥이 보통이 아니로구나.]“선생, 도대체 혈맥이란 무엇이고 어떤 작용을 하는 것입니까?”
엽현이 안란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혈맥지력(血脈之力).
여러 차례 들어보긴 했으나, 지금까지 이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혈맥지력이란 혈액에 응축되어 있는 힘을 의미한다. 무인이 일정 경지에 이르게 되면 혈맥이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 변화된 혈맥은 고스란히 후대로 넘어가게 된다. 즉, 날 때부터 다른 이들보다 앞에서 시작한다는 것이지. 거대 세력들이 끊임없이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내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네가 보고 있는 계집 역시 마찬가지로, 태생적으로 우수한 혈맥을 타고 나지 않았다면, 이처럼 빠르게 도경에 도달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흠… 혈맥지력이란 건 참, 치사한 것이로군요.”
엽현이 못마땅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하하!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혈맥지력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 스스로 혈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그 힘은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큰 장애가 될 뿐이다.]엽현이 안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와 그녀 중 누구의 혈맥이 더 강합니까?”
[흠…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저 계집의 혈맥은 정상적인 반면, 네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기 때문이지.]“…….”
바로 이때, 안란수가 두 손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러자 곧 그녀의 전신에서 강대한 기운이 휘몰아침과 동시에, 무원 상공에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들어 뇌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엽현이 고개를 들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뇌전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되고 있는 것입니까?”
[나도 모른다.]이에 엽현이 무문을 향해 현기전음을 날렸다.
[무슨 일인지 알려 주십시오.]엽현의 전음을 받은 무문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는 결국 혼돈지기에 완전히 녹아든 엽현을 발견할 수 없었다. 엽현의 혼돈지기는 얼마 전보다 더욱 발전해 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은신술이 더 강력해 졌구나!’
감탄의 기색을 보인 무문이 이내 엽현에게 대답했다.
[도겁(道劫)이란 것이다. 도경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천지의 굴레를 벗어나야만 하는데, 이때 이 도겁을 견뎌내야만 한다. 지금이 바로 그녀가 가장 위험할 시기인데, 이때 만약 외부의 힘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육신은 물론 신혼(神魂)까지 단숨에 재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신혼의 소멸!
[그렇다면 도겁이 닥치는 이때가 그들이 출수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 아닙니까!?]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아니라면 저들은 영영 출수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지.]말을 마친 무문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고요하기만 한 장내는 오히려 그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지금은 고요한 이 하늘은 검종이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지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무문이 문득 혁련천의 위치를 확인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거라!”
혁련천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조금씩, 안란수 머리 위에 번뜩이는 뇌전들은 점점 강해져 갔다. 하늘색은 칠흑같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바로 이때였다.
콰르르르!
검은 구름 속에서 한 줄기 뇌전이 번뜩이자, 그 압력에 놀란 장내 무인들이 순간 숨을 멈췄다.
무문 역시 표정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안란수가 겪고 있는 도겁은 당시 그가 도경에 이를 때보다 훨씬 더 강렬했던 것이다.
도겁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무인의 잠재력과 실력이 강하다는 의미였다.
물론 안란수가 무원의 무인인 만큼 이는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검종이란 대적을 앞에 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반드시 좋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이렇게 일각 가량이 지났을 때, 하늘이 크게 흔들림과 함께 한 줄기 굵은 벼락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를 본 장내 무인들은 그대로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마치 천지를 두 동강 낼 것만 같은 거대한 힘!
이때, 안란수가 두 눈을 번쩍 떴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
거대한 벼락이 안란수의 머리 꼭대기에 떨어지기 겨우 십여 장 남은 이때, 검종이 위치한 북쪽에서 낭랑한 검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를 머금은 것 같은 붉은 검 한 자루가 무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벼락보다도 더 빠르게 날아가는 혈검(血劍).
혈검이 지나가는 하늘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