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34
534화 목표가…?
검종의 출수!
한순간 무원의 모든 무인들의 눈이 번뜩였다.
이때 혈검이 피와 같이 붉은 기운을 뿌리며 무원으로 향하니, 신무성 전역이 마치 붉은 비단 천에 뒤덮인 것만 같았다.
더욱이 검이 점점 무원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 힘을 느낀 무원 무인들의 안색은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바로 이 순간, 무원 상공에 누군가의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조의 무기를 대령하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융-!
갑자기 화염에 휩싸인 한 자루 창이 무원 상공을 뚫고 날아가니, 그 중간에 있는 공간은 여지없이 불길에 휩싸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붉은 검과 창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콰쾅-!
경천동지할 울림과 동시에 하늘 위로 무수한 검광과 화염의 파편들이 마치 유성우와 같이 쏟아져 내렸다. 무원의 반경 만 장의 공간이 그대로 거미줄처럼 쩍 갈라져 나갔다.
바로 이때, 무원 상공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 사이에서 검광들이 빛을 뿜으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원의 하늘은 거의 순식간에 검광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무문은 빽빽이 하늘을 채우며 떨어지는 검광을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으나, 결코 출수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는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유일하게 검종의 검성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혁련천이 떨어지는 검광들을 향해 솟구쳤다.
“출진(出陣)!”
그의 노기 띤 음성이 떨어진 순간, 무원의 무인들이 각자 창을 들고 하늘로 치솟았다. 무수히 많은 수의 창이 일제히 창의(槍意)를 내뿜자, 장내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떨어지는 검, 솟구치는 창.
그리고 그 사이에 마치 정지해 버린 것만 같은 시간.
신무성에서 이를 지켜보던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킨 순간,
콰콰쾅-!
하늘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전쟁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신무성의 백성들이 앞다퉈 우르르 성 밖을 빠져나갔다.
성안의 가장 큰 두 세력의 전쟁이 시작됐으니, 어쩌면 성 전체가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성문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편, 성 밖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악로 등은 상공을 뒤덮는 검광과 창망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만한 규모의 대진(大陣)은 그들 도경 강자가 막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검종의 검진은 과연……. 놀라울 지경입니다.”
야란의 말에 악로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수천 년의 전승을 지켜온 자들인데 이 정도 저력도 없으리라 생각했더냐? 두고 보거라. 이건 시작에 불과한 것이 틀림없다.”
야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출수하면 좋겠습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기다린다.”
악로가 신무성 상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야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려 뒤에 있던 열 명의 도경 강자를 쳐다보았다.
열 명의 도경 강자.
그리고 곧 있으면 그들의 원군도 도착할 것이다.
다시 신무성 쪽으로 고개를 돌린 야란은 갑자기 호기심이 동했다.
검종은 도대체 어떤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정말로 전쟁을 일으켰단 말인가?
자신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렇게나 자신이 있단 말인가?
상공을 바라보는 야란의 표정이 점점 복잡해졌다.
안란수가 위치한 산봉우리, 엽현은 아직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기척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이 있는 이곳엔 아직 검종의 무인들이 나타나지 않은 탓이었다.
엽현은 고개를 들어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난무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검종은 결코 가짜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두 종문 모두 각자의 진정한 실력을 모두 펼쳐 보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아이야, 우리 도움이 필요 하느냐?”
말한 이는 통보상회의 임로였다.
“두 분, 아직은 때가 아니니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마. 아가씨 말로는 검종이 더 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하니 조심하도록 하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란수를 바라보았다. 진혼검을 쥔 그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 누가 됐든 간에,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는 진혼검을 피할 수 없으리라!
콰쾅-!
이때, 무원 상공에서 또다시 굉음이 퍼져 나갔다.
순간 무수히 많은 검광들이 빗발치더니 이내 무원의 전각들이 하나둘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엽현을 비롯한 무원의 강자들은 자리를 지킨 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안란수가 무사히 도경에 이르도록 보호하는 것.
검종의 강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는 그들 중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안란수의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엽현이 막 몸을 날리려는 순간, 육 층 존재가 다급히 말했다.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본인이 아닌 다른 자가 개입하면 천겁은 곧 몇 배로 강해질 수도 있다!]이에 엽현이 주먹을 쥔 채 자리에 멈춰 섰다.
“선생, 도경에 이르려는 자들은 모두 이런 상황을 겪는 것입니까?”
[솔직히 나는 너희 사유계 무인들이 말하는 도경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있던 세상에서도 일정 수준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이런 식의 천겁이 뒤따르곤 했다. 이겨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오, 그렇지 못하면 한 줌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다.]그 말을 들은 엽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안란수를 바라보았다.
현재 그녀가 겪고 있는 천겁은 도경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었다. 이미 도경에 이른 무인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이겨낸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검종이 출현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검종!
불현듯 이들의 존재가 떠오른 엽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검종 무인들의 기운은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바로 이때, 한 줄기 벼락이 안란수의 머리 바로 위로 떨어졌다. 찰나의 순간, 안란수가 불끈 쥔 주먹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콰쾅-!
그녀의 주먹에 강타당한 뇌전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이를 본 엽현은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천겁조차 가볍게 이겨내는 그녀의 무위는 그야말로 역천(逆天)이라 부를 만했다.
이때 검은 구름 사이에서 또다시 전류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엽현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직 끝이 아닌건가?”
[이와 같은 뇌겁(雷劫)은 보통 아홉 차례 이어진다. 그러나 저 계집애의 경우엔 그 횟수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아홉 차례?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6층 존재의 말에 엽현이 안란수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비록 그녀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지만,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뇌전으로 이런 상태에 이르렀는데, 과연 나머지를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까?
바로 이때, 무원 상공에서 쏟아지던 검광들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족히 백 장은 넘어 보이는 길이의 거대한 검이 구름을 뚫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숨이 막힐 듯 거대한 검이 출현하자 하늘을 향해 솟구치던 창들이 순식간에 깨져 나갔고, 이와 동시에 무원을 둘러싸고 있던 산봉우리들이 그대로 주저앉기 시작했다.
순간 장내 모든 무인의 시선이 거대한 검에 집중됐다.
조금씩 지면으로 향하는 검은 강대한 검세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이는 도경급 검수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위력이었다.
검 끝이 향한 곳은 바로 안란수가 서 있는 곳이었다.
이를 본 무문이 곁에 있던 혁련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혁련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 줄기 빛으로 변해 그대로 검신을 들이받았다.
콰쾅-!
하늘이 부르르 떨리는 충격이 일었지만, 혁련천만이 제자리로 튕겨 나왔을 뿐, 검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바로 이때, 거대한 검이 공중에 멈춰서는 듯하더니, 갑자기 안란수의 머리 위를 향해 뚝 하고 떨어졌다.
이를 본 엽현이 막 모습을 드러내려 할 때, 안란수의 위편에 흑의를 입은 노인 하나가 돌연 나타나더니, 떨어지는 검을 향해 창을 뻗어냈다.
쾅-!
거대 검이 창에 의해 잠시 공중에 멈춰 섰을 때, 흑의인이 손목을 돌려 창을 회전 시켰다.
빠직-!
순간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검신에 균열이 일었다.
이때, 흑의 노인이 허공을 박차는 순간, 노인의 신형이 그대로 검을 뚫고 솟구쳤다.
노인의 뒤로 산산조각이 난 검의 파편들이 마치 우박처럼 지면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러나 이 순간, 무원 사방에서 다시 열 자루의 날카로운 검이 나타났다. 그리고 처음 거대한 검이 나타났던 그 자리에, 이번엔 검종에서 출발했던 혈검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혈검이 무원 상공에 멈춰선 순간, 하늘을 쪼개버릴 듯한 강대한 검세가 무원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이 혈검을 쥐고 있는 중년인.
그는 다름 아닌 이현풍이었다.
“네 놈이었군.”
어딘가에서 들린 목소리에 이현풍이 아래를 바라보자 그의 시야에 무문이 들어왔다. 그러자 이현풍이 차가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엽령과 안란수를 내놓으면 이 전쟁을 멈추겠소!”
그 말에 무문이 냉소를 지었다.
“이현풍, 그런 씨알도 안 먹힐 소릴 하다니…….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더니 지능도 절반으로 줄어버린 것 아니냐!”
“결국 끝을 보자는 것이로군. 오늘부로 무원은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말을 마친 순간, 이현풍이 오른손 손바닥을 아래로 쭉 내밀며 입으로 구결을 뱉었다.
“천지건곤(天地乾坤), 검도독존(劍道獨尊), 취(聚)!”
윙-!
순간, 장내에 여러 개의 검명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더니, 무원 사방을 둘러치고 있던 열 자루의 검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하나로 합체했다. 이때, 무원 상공에 떠 있던 혈검이 길게 늘어선 검의 가장 앞쪽으로 날아왔다.
“파(破)!”
이현풍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길게 늘어진 열한 자루의 검이 번개처럼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목표는 다름 아닌 안란수였다.
게다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안란수 머리 위에 있던 먹구름 사이에서 집채만 한 굵은 번개가 떨어졌다.
열한 자루의 검과 뇌전!
순간 혁련천 등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안란수를 향해 떨어지는 이 힘은 아무리 도경 강자라 할지라도 결코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열한 자루의 검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진법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무문이 혁련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혁련천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무석상(武石像)은 어찌 되었느냐!”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안란수의 좌측 지면이 찢어지더니 그 공간으로부터 거대한 석상 하나가 솟구쳐 올라왔다. 조각상의 높이는 거의 수십 장에 달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모습이었다.
석상이 우뚝 선 그 순간, 석상이 오른 주먹을 쥐고 공중을 향해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사방의 공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히 흔들렸다.
이윽고 혈검의 검 끝과 석상의 주먹이 서로 맞부딪쳤다.
콰쾅-!
강렬한 충격에 석상 전체가 크게 요동치더니, 석상의 주먹을 타고 오른팔 전체에 순식간에 균열이 일었다. 하지만 간신히 검을 막아내고는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이현풍이 차갑게 웃더니, 양손을 합장하여 지면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석상이 막고 있던 검이 엄청난 폭발력과 함께 석상의 주먹을 그대로 꿰뚫었다. 검 끝이 그대로 팔 전체를 관통하려 할 때, 거인이 나머지 한 손으로 검신을 부여잡은 채로 그대로 지면에 강하게 내리쳤다.
쾅-!
지면이 크게 울리며 석상의 발아래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바로 이때, 검이 마치 미꾸라지처럼 거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그대로 안란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와 동시에 안란수를 향해 사방에서 날아드는 십여 개의 검광!
그녀를 노린 것은 다름 아닌 검종의 도경 강자들이었다.
이를 본 무원의 강자들이 일제히 검수들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검수들은 목숨을 돌보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안란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결국 십여 명의 검수 중 몇몇 무인들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로 안란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에 무문이 황급히 출수하려는 순간, 갑자기 창백하게 변한 얼굴로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절벽 위에 위치한 어느 동굴이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줄기 검광이 동굴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를 본 무문의 표정이 순간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이런! 처음부터 놈들의 목표는 안란수가 아니라 엽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