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49
549화 네가 뭔데?
장내 분위기가 다소 이상하게 흘러가는 순간, 지켜보던 류사백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엽 공자. 당족의 사위가 되려면 조건이 매우 까다로울 텐데, 괜찮겠소?”
“하하, 그런 것은 걱정할 것 없소. 나 정도면 이미 훌륭하지 않소?”
엽현의 능글맞은 대답에 류사백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엽 공자, 그러지 말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기다리던 바요. 헌데 성주의 역할은 무엇이오?”
엽현의 살짝 경계의 의중을 비치자 류사백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엽 공자, 나는 단지 여기 당족 아가씨의 부탁으로 만남을 주선한 것뿐이오. 그대의 물건에는 눈독 들이고 있지 않으니 안심하시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두 분, 내 자리를 비켜 줄 테니 허심탄회하게 대화들 나누시오.”
그렇게 류사백이 자리를 떠난 후, 당족 여인이 엽현에게 한발 다가서며 말을 꺼냈다.
“할 말은 간단해요. 보물을 넘기세요.”
그녀가 바로 무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서 있는 곳이 질서성이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둘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질서맹이 개입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된다면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또다시 엽현이 될 것이었다.
“후후, 당 소저. 그 전에 한 가지 묻겠소. 그대는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소?”
“그럼 뭔지도 모르고 쓸데없이 그대를 쫓아다닌다고 생각했나요?”
“그럼 말해 보시오.”
“오유계의 물건.”
“또?”
“그것 말고 또 뭐가 있나요?”
“…….”
엽현이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놀랠 노자로군!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많은 정력을 쏟고 있단 말이오?”
“…그럼 엽 공자가 더 아는 게 있나 본데 좀 더 설명해 주시지요.”
“그 전에 통성명부터 하는 게 어떻겠소? 나는 여지껏 그대 이름도 모르고 있소.”
“당청(唐青).”
“당청…….”
엽현이 잠시 이름을 음미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름다운 이름이오. 특히 ‘청’자를 들으니 갑자기 구름이 자욱한 밤, 밝은 달 아래 펼쳐진 하늘이 떠오르는 구려. 그 달빛 아래를 그대와 같이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걸을 수만 있다면…….”
“엽 공자. 그대는 정말 검수가 맞나요?”
당청이 그의 말을 끊으며 질문하자,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갑자기 왜 그러시오?”
“왜냐하면 그대는 내가 생각했던 품위 있는 검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서요. 어쩜 그리도 입이 가벼울 수 있는지…….”
“…….”
당청은 자연스레 다과가 차려져 있는 탁자로 걸어가 찻잔을 채웠다.
“궁금하군요. 소녀에게 보여줄 수 있나요? 과연 어떤 모습인지.”
“원한다면 안에 들어 가 볼 수도 있소.”
엽현이 밝은 표정으로 말하자 당청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장내에 침묵이 맴돌았다.
“훗, 접근하는 척 물건을 강탈할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나요?”
“두렵지 않소.”
엽현이 단정적으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대를 믿고 있기 때문이오.”
“…안에 들어간 후 나를 가둬버릴 가능성은?”
“그대는 인간 엽현을 믿지 못하는 거요?”
당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그대를 믿나요?”
“…….”
“엽 공자, 그대는 명석한 사람이니 이미 내 생각을 알고 있을 거예요. 그대 몸에 있는 그 물건, 우리 당족은 결코 포기하지 않아요. 당족이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세력이 그대를 노리고 있죠. 그 물건은 결국 그대를 해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나요?”
“물론 알고 있소.”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알면서도 계속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건 필시 다른 사정이 있을 것 같군요.”
당청의 말에 엽현이 대답 대신 빙그레 미소를 보였다. 순간, 그의 이마에서 작은 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탑을 보자 당청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당 소저, 그대가 원하는 보물이 바로 여기 있소.”
편안한 모습의 엽현.
당청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탑을 응시하며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내 힘을 풀었다.
“엽 공자, 지금 이게 무슨 뜻이죠?”
“당 소저. 잘 들으시오. 그대들이 이 물건을 차지하는 순간, 당족은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오.”
당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당족의 실력을 모르고 하는 말이군요.”
“그대야말로 탑의 무서움을 전혀 모르고 있소.”
잠시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이때 엽현이 계옥탑을 거둬들이며 말했다.
“당 소저, 그대는 미앙성역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소?”
“조금 들은 것이 있습니다.”
“그럼 성주가 왜 직접 미앙성역을 찾아오지 않은 이유도 알고 있겠구려?”
“…….”
당청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 소저, 이 탑을 노렸던 자치고 결말이 좋았던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르오. 허나 지금은 그대에게 물건을 넘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소.”
“어째서?”
당청의 고운 아미가 가볍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엽현은 대답 없이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때 당청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보물이 이미 그대를 주인으로 인정한 것이군요!”
“그렇소!”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엽현.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대를 죽여야 하는 것이고?”
“바로 맞췄소.”
당청이 엽현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째서 내게 그런 말을 해 주는 것인가요?”
“그야… 그대가 보물을 단념하길 바라기 때문이오.”
엽현이 웃으며 대답하자 당청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설령 내가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당족은 또 다른 자를 보내올 겁니다. 게다가 그대 말이 사실일지라도, 우리로서는 그 보물이 질서문이나 요족 같은 다른 세력의 손에 넘어가는 걸 두고 볼 순 없어요.”
“그럼 할 수 없구려. 그럼 이다음은 어떻게 할 작정이오?”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할 거예요.”
구경?
엽현이 의아한 듯 바라보자 당청이 웃으며 말했다.
“엽 공자, 그대 말처럼 보물은 간단한 존재가 아니죠. 게다가 그대의 실력도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계획을 좀 변경했죠. 그대 목에는 지금 세 점의 조화경 신기와 신정 오백만 개가 걸려 있어요. 지금 이 순간 성주부 밖은 이미 무인들로 우글우글할 겁니다.”
그 말을 듣자 엽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혹시 내게 손을 댈 생각을 하고 있다면 빨리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내가 인질로 잡힌다고 하더라도 당족 무인들이 그대를 보내주진 않을 테니까. 게다가 모르긴 몰라도 질서문이나 요족 측에서도 이미 이쪽으로 무인들을 보냈을 테니, 예전처럼 몰래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흠…….”
엽현이 가볍게 신음을 흘리더니 당청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잔머리를 좀 굴리셨소.”
“후후, 그대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아직도 당족과 검종 전체를 속인 일을 생각하면…….”
바로 이때, 엽현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당청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 주변의 공간 역시 투명하게 변해갔다. 그녀는 그대로 공간을 관통해 장내에서 빠져나가려 했던 것이다.
현재의 그녀는 엽현과 싸울 이유가 없었다.
기왕 엽현에게서 보물을 뺏는 것이 쉽지 않다면, 먼저 다른 이들이 달려들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들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달려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당청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와 동시에 희미해져 가던 공간이 예전처럼 정상으로 돌아왔다.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그녀가 황급히 몸을 빼려 했지만, 이땐 이미 날카로운 검 끝이 그녀의 미간을 노리고 있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눈앞의 엽현을 노려보는 당청.
“어떻게 한 건가요?”
엽현은 대답 대신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잡고서 곧바로 계옥탑에 밀어 넣었다.
계옥탑 안.
당청은 갑자기 변한 환경에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직감적으로 자신이 보물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중 눈에 들어온 한 소녀. 그녀는 다름 아닌 영과 나무에 자체적으로 거름을 주고 있던 소령이었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친 순간, 시간이 그대로 멈췄다.
잠시 후, 소령이 갑자기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더니, 눈 깜빡할 사이 당청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손엔 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당청을 향해 무한한 경계심을 보이는 소령.
이에 당청이 눈을 가늘게 뜨며 출수하려는 순간, 갑자기 어떤 신비한 기운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일층에 있던 도칙이 발동한 것이다.
도칙의 힘이 작용함과 동시에 당청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당청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 공간 안에서 그녀는 아무런 능력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당청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그리고 그녀 앞에 선 소령은 검을 단단히 부여잡은 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계옥탑 밖.
당청이 막 사라진 순간, 류사백이 황급히 대전 안으로 들이닥쳤다.
“당 소저는 어디 있소?”
류사백이 다급하게 묻자 엽현이 미소를 띠었다.
“급한 용무가 생겼다고 떠났소.”
“엽 공자! 바른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것이오!”
위협적으로 나오는 류사백을 보자 엽현이 웃으며 한 발 앞으로 나가 섰다.
“류 성주, 이는 그녀와 나의 비밀이니 말해 줄 수 없소.”
류사백이 눈을 들어 엽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내가 꼭 알아야겠다면?”
순간, 엽현의 입이 삐죽거렸다.
“네가 뭔데?”
말이 떨어진 순간, 한 자루 비검이 허공을 갈랐다.
쉭-!
찰나의 순간, 대전 우편의 공간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머리 하나가 툭 떨어졌다.
이 순간, 류사백은 이미 대전 밖으로 몸을 피신한 상태였다. 엽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두려움의 기색이 흘렸다.
엽현은 류사백을 응시한 채, 천천히 대전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엽현, 네 놈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줄 아느냐!?”
대전 밖으로 빠져나온 엽현이 류사백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그걸 굳이 말로 해야 아는가?”
말을 마친 엽현은 순식간에 성주부 밖으로 사라졌다.
이때, 류사백 곁에 노인 하나가 다가왔다.
“성주, 잡아 오면 되겠습니까?”
류사백이 고개를 저었다.
“잡아야 의미도 없고, 잡을 수도 없다.”
“혹시 당족 소저가 이미 저 자에게 목숨을 잃은 건…….”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너는 가서 당족에 이 사실을 알려라. 나머지는 그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를 떠났다.
한편, 성주부를 떠난 엽현은 몸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일을 더 키울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소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무성의 엽령 등은 더 안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세력이 내게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해! ’
엽현은 일부러 인기척을 크게 남기며 성주부를 빠져나왔다. 과연 예상대로 성주부 입구에서부터 사방에 숨어 있는 강자들의 기운이 물씬 풍겨왔다.
이때 엽현이 허리에 손을 얹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쥐새끼들이 많이도 숨어 있구나! 내가 바로 엽현이다! 자신 있는 놈부터 나와서 머리를 내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