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56
556화 너는 도대체 누구냐?
여인은 말없이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남자에게 알몸을 내비친 것에 대한 그 어떤 두려움이나 분노도 담고 있지 않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엽현이 황급히 포권을 취했다.
“낭자, 정말로 실수였소. 나는 아무것도 본 것이 없으니 빚진 것도 없는 셈이오. 그럼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엽현이 황급히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바로 이때, 여인이 엽현의 등 뒤를 향해 일 권을 뻗어냈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던 사람치곤 매우 빠른 일격이었다.
한편, 등 뒤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낀 엽현은 곧바로 돌아서서 양팔을 교차했다.
퍽-!
엽현의 신형이 그대로 수십 장 멀리 숲속에 떨어졌다.
자리에 멈춰선 엽현.
그의 표정은 이미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의 양팔은 군데군데 갈라져 피를 내뿜고 있었고, 오장육부는 갈가리 찢겨진 듯 극심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대, 대단한 공력이다!’
엽현은 곧바로 눈을 들어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녀는 어느새 옷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
다소 꽉 끼는 하얀 치마에 허리를 자색 비단 끈으로 동여맨 그녀의 자태는 부드럽고도 화끈한 인상을 주었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일반적인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눈썹은 날카로웠고, 허리는 곧았으며, 화사함 속에 영기를 띠고 있었다.
이때 그녀가 천천히 엽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엽현이 두근대는 가슴을 다스리며 소리쳤다.
“낭자, 미안하오! 오해라 하지 않았소!”
아무 말 없이 주먹을 단단히 쥐는 여인.
그 순간, 엽현은 어떤 무형의 기운에 압도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하다!
엽현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눈앞의 여인에게서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기세(氣勢)!
엽현을 압박하고 있던 것은 여인의 기세였던 것이다.
엽현이 황급히 검 자루에 손을 뻗었다.
바로 이때, 계옥탑 안에 있던 당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에게 물어봐요. 혹시 조목(趙牧)이 아닌지.”
“어… 그러니까, 그대는 조목이란 이름을 쓰지 않소?”
엽현이 그 말을 한순간, 여인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눈을 치켜떴다. 비록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 중에 당황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맞을 거예요. 그렇다면 빨리 도망치는 게 좋아요!”
“내가 왜?”
“도방(道榜), 들어본 적 없어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
엽현이 영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당청이 빠르게 설명했다.
“소위 도방이란 신국을 제외하고 혼돈우주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무인들의 명단이에요. 십 인으로 구성된 명단은 매년 갱신되는데, 여기에 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하나는 최소 도경 강자일 것. 둘째는 반드시 이십오 세 이하일 것. 그대 눈앞에 있는 조목은 도방 삼위에 있는 무인이에요. 즉, 최소 도경 이상의 경지이고, 자신보다 상위 무인들과도 능히 겨룰 수 있는 천재라는 거지요.”
엽현의 표정이 처음보다 다소 어두워졌다.
“내가 못 이길 것 같소?”
“그대같이 강한 사람이 질 리야 있겠어요? 다만 지금 상황에선 싸워봐야 득이 없다는 거죠. 게다가 그녀 뒤에는 거대세력이 버티고 있을 텐데… 혹시 온 세상에 적을 만들 생각은 아니겠죠?”
“하하! 그냥 해본 말이오. 나는 원래부터 싸울 생각이 없었다고!”
엽현은 곧장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조목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가볍게 지면을 디뎠다. 그 순간, 그녀의 신형이 마치 화살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한참 도망가던 엽현이 조목의 추격을 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저 여자는 날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소!”
“그러게 누가 여자 알몸이나 훔쳐보래요?”
“불가항력이었다고!”
“흥! 그럼 내가 그대의 머리를 베고서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면 되는군요?”
“…….”
말을 하는 사이 조목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있었다.
이를 보자 엽현도 속력을 올렸다.
그녀와 싸우는 것은 별로 두렵진 않았다. 다만 엽현은 소동이 벌어지게 되면 당족과 질서성 무인들이 달려올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잠시 후, 엽현은 어느 해변에 도달했다. 조목은 여전히 그의 뒤를 쫓는 상황이었다.
바로 이때, 조목이 걸음을 멈추고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찰나의 순간, 그녀가 지면을 강하게 박찼다.
쉭-!
무언가 찢겨 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엽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목!
순간 엽현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빠를 수가 있단 말인가?
엽현 앞에 나타난 조목은 말 대신 주먹부터 건넸다.
쉭-!
엽현 정면의 공간이 칼에 베인 것처럼 날카롭게 잘려나갔다.
이를 본 엽현은 어쩔 수 없이 검을 꺼내 들어야만 했다.
쾅-!
검광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가운데 엽현의 신형이 빠르게 튕겨 나갔다.
수백 장을 날아가고서야 겨우 멈춘 엽현.
그가 있던 자리는 이미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엽현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조목의 실력은 과연 그의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조목이 오른 주먹을 위로 뻗었다. 찰나의 순간, 그녀의 머리 위에 돌연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뇌전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르-!
우렁찬 벼락소리와 함께 그녀의 주먹 위로 뇌전이 떨어졌다.
번개를 머금은 주먹이었다.
이를 보자 엽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먹에 뇌전이 깃들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조목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음과 동시에 엄청난 양의 전류가 엽현을 향해 쏟아졌다.
‘피하는 건 불가능해!’
순간 엽현이 쥐고 있던 검 가운데 신비한 힘이 불끈 솟아올랐다.
용력(龍力)!
이와 동시에 떨어지는 한 줄기 강대한 검광!
콰쾅-!
천지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엽현이 다시 한번 뒤로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조목이 재차 공격을 가하려 할 때, 어느새 두 자루의 비검이 날아들었다.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양팔을 들어 올리는 조목.
퍼퍽-!
양팔에 막힌 비검은 힘없이 튕겨 나갔다. 반면 조목은 고작 몇 걸음 밀려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그녀의 옷엔 흠집 하나 없었다.
이를 본 엽현의 표정이 더없이 심각해졌다.
“이게 가능하다고? 말이 되는가?”
엽현은 고개를 숙여 아직도 저릿저릿한 몸을 바라보았다. 만약 검이 뇌전의 힘을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잿더미로 변했을 것이다.
이때 당청이 말했다.
“혹시 젊은 무인 중에서 그대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죠?”
“지금 이런 상황에서…….”
엽현이 뭐라 말하던 찰나, 그의 시선에서 조목이 사라졌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그의 가슴께를 스쳐 지나가는 뇌전. 뇌전을 흘려보낸 엽현은 그대로 상대의 복부를 향해 검을 그었다.
하지만 검은 결코 조목의 육신을 베지 못했다. 엽현은 검에서 전달된 감각을 통해 상대가 도경급 이상의 신철(神鐵)을 두르고 있음을 파악했다.
바로 이때, 조목의 무릎이 그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황급히 검을 세워 막아보는 엽현!
퍽-!
엽현은 순식간에 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막 자리에 멈춘 엽현은 이번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순간적으로 검이 보기 좋게 휘어져 버린 것이다.
‘휘었다고? 조화경 급의 검이 휘어 버렸다고!?’
엽현이 다소 얼이 빠진 표정으로 눈을 들었다. 그러자 조목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들어왔다.
“자, 잠깐! 멈춰 보시오!”
시간을 벌어보려 했지만, 어느새 조목은 다시 엽현의 앞에 도달했다.
이와 동시에, 그녀의 다리가 엽현의 머리를 향해 힘차게 날아들었다.
공간을 무너뜨리며 날아드는 발차기를 보자, 엽현은 감히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재빨리 백 장 밖으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의 신형이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잔상 하나가 공간을 무너뜨리며 빠르게 거리를 좁혀 왔다.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달은 엽현이 검을 치켜들었다. 순간, 무수히 많은 검광이 하늘을 덮으며 조목을 향해 떨어졌다.
적막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쾅-!
검광들이 눈 부신 빛을 흩날리며 붕괴되는 가운데, 이 사이를 한 자루 비검이 뚫고 날아들었다.
조목은 피하는 대신 팔을 교차해 앞을 가로막았다.
퍽-!
십여 장 뒤로 밀려난 조목.
이때 그녀가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사이 또 다른 비검이 날아들었다. 이렇게 몇 번이고 반복한 끝에 조목은 결국 이백 장 넘게 날아가고 말았다.
사방에 비검들이 종횡무진하고, 공격의 간격이 매우 촘촘하니 조목이 반격할 기회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들 비검도 조목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매 한 가지였다.
바로 이때, 막 비검 한 자루를 튕겨낸 조목이 손바닥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쾅-!
순간 강대한 기류가 손바닥을 통해 용솟음치더니, 그녀 주위의 공간이 사정없이 갈라져 나갔다.
그리고 엽현의 비검은 순식간에 이 벌어진 공간으로 사라져 갔다.
잠시 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공간.
엽현과 조목 두 사람은 백 장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잠시 숨을 고른 조목이 재차 출수하려 하자, 엽현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잠깐! 멈추시오! 그대는 정녕 내가 누군지 모르시오?”
“……”
“나는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한다는 질서문의 무인이오. 질서문, 그대 역시 들어 보았겠…….”
엽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그의 앞에 조목이 날선 표정으로 달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치잇-!”
순간 엽현이 만들어 낸 비검이 또다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퍼퍼퍽…….
순식간에 비검들을 처리한 조목.
헌데 방금까지 앞에 있었던 엽현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조목이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사방을 훑어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신식이 사방을 뒤덮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때 조목이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의 정면을 후려쳤다.
콰쾅-!
순간 그녀의 앞 공간에 금이 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반경 천 장의 공간이 갈라져 나갔다.
그리고 이 공간이 천지법칙에 의해 다시 회복될 즈음, 조목은 이미 질서성 앞에 도착해 있었다.
질서성(秩序城).
성문 위에 붙은 이 현판을 보자, 조목이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쾅-!
그녀의 일격에 성문을 포함한 성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질서성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조목은 귀신을 보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곧장 성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막 성주부에 도착했을 때, 놀란 류사백이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너는 대체 누구이기에…….”
말이 아직 덜 끝났건만, 조목의 주먹은 이미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뇌전의 폭우가 성주부를 강타했다.
콰쾅-!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잿더미로 변해 성주부는 폭삭 주저앉아버렸다.
이를 본 류사백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조목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실력은 도저히 그가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흑의를 입은 노인이 조목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는 누구인데 감히 질서문의 영역에서 행패를 부린단 말이냐!”
조목은 가만히 눈을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대화는 없었다. 그저 눈앞의 노인을 향해 돌진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