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58
558화 그건 미처 생각 못 했소
한 판 더 하러 가요?
당청의 말을 들은 남자는 그대로 얼굴이 시뻘게져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이때, 곁에 있던 노인이 갑자기 호통을 쳤다.
“진정하지 못할까!”
“이숙(二叔)! 하지만 저 더러운 년이…….”
순간 노인의 눈빛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변했다.
“분노는 패배자의 표현 방식이라고 누누이 말했건만…….”
그 모습에 남자는 더 이상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증오의 눈으로 당청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이번엔 당청을 바라보았다.
“당청 소저, 조카가 감정 조절을 못 하는 상황이니 용서해 주시오.”
“그럼요. 저를 죽이러 오신 분인데 그 정도야 양해해 드려야죠.”
당청의 빈정대는 말투에도 노인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건 당 소저 스스로의 과오이니 우리를 탓할 것은 없소. 당족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서 우리 진가와 약혼까지 한 그대가 어찌하여 엽현의 손에 잡혀 더럽힘을 당했는지…… 애석한 일이긴 하지만 진가와 당족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 자결하길 바라는 바이오.”
‘자결? 당족의 명예?’
“하하하하하하…….”
당청의 웃음소리가 점점 애통함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충성을 다했건만, 고작 명예를 지킨답시고 자신을 제거한단 말인가.
당청을 바라보는 노인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이곳에 오기 전에 당족 장로와 이야기를 나누었소. 당 소저가 죽으면 당족은 곧바로 엽현에 대한 복수를 진행할 것이오. 뿐만 아니라, 그대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제단까지 세워준다 했소.”
“후후… 양지바른 곳이라……. 만약 자결하지 않겠다면 어찌 되나요?”
“그야…….”
노인이 당청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영원히 당족 반역자로 남게 될 것이오.”
“…….”
이때 불현듯 엽현이 물었다.
“저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이오?”
노인이 엽현을 향해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너는 정녕 네 은신술이 천하무적인 줄로 아느냐?”
“하하, 그저 궁금해서 그랬소. 그나저나 나를 찾아오면서 둘만 온 것은 실수가 아니오?”
“그게 무슨 뜻이냐!”
노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호통치자, 엽현이 주변을 웃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 것도 아니요. 하던 대화 계속 나누시오.”
“쯧쯧… 정신 나간 놈.”
노인은 더 이상 엽현을 상관하지 않고 당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 소저. 어찌, 결정했소?”
“혹시 제 동생은…….”
“아, 그건 걱정 마시오. 그대를 제외하고 아무도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오.”
당청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습니다.”
대답을 마친 당청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반대편 산등성이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이 눈에 들어왔다.
“후후…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석양이 이리도 아름다운 줄 몰랐구나…….”
마지막으로 하늘을 응시하던 당청은 그대로 손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내리쳤다.
하지만 이때, 한 자루 검이 날아들어 이를 방해했다.
검의 주인은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당청이 엽현을 쳐다보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 소저, 그대는 정말로 어리석구려.”
“…….”
“명성? 가족의 명예? 그대를 죽이려 하는 자들의 명예를 왜 지켜준단 말이오? 그대의 목숨보다 세간에 떠도는 입소문을 더 신경 쓰는 자들이오. 이런 가족을 위해 죽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이오?”
“엽 공자… 그러면 저는 어찌해야 하나요.”
“그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소.”
엽현이 머리를 긁적이자 당청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엽 공자, 저들의 말처럼 나 하나만 죽으면 모두가 행복할 일이에요. 나 역시 최소한의 명예는 지킬 수 있고요. 아닌가요?”
“절대로 아니오!”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명성이니 명예니 하는 것들은 모두 뜬구름 같은 것들이오. 그저 사람은 받은 만큼 돌려주면 그뿐이오. 가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것은 미친 소리요.”
“그럼 만약 무원이 그대 동생에게 똑같은 명령을 내린다면요?”
“흥! 무원은 그날로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오!”
“…….”
“사문을 위해 전쟁에 나서거나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왜냐하면 한 종문에 속했다는 것은 그만한 책임감이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종문의 명예를 위해 자결을 강요한다?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소.”
당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오빠가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그렇다면 더더욱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꽉 붙잡아야 하오!”
당청이 무언가 더 말하려 할 때, 화난 표정으로 서 있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이봐 언제까지 본 공자를 기다리게 할 셈…….”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비검 한 자루가 빠르게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곁에 있던 노인이 황급히 소매를 휘둘렀다.
쾅-!
폭발과 함께 튕겨 날아가는 비검.
노인이 엽현에게 출수하려는 순간, 그의 귓가에 누군가의 전음이 흘러들어왔다.
[조심, 환경이오!]음성이 들린 순간, 노인이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환경이 풀렸다 싶은 순간, 곁에 있던 남자의 목 위로 한 자루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피를 뿜으며 날아가는 남자의 머리.
그의 표정에는 불신의 기색이 가득했다.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본 노인은 너무 당황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한 줄기 공포가 스며든 상태였다.
이때 엽현이 바닥에 나뒹구는 남자의 머리를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말하는데 누가 끼어들래!”
말을 마친 엽현이 노인을 향해 번뜩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노인이 움찔하며 황급히 수십 장 뒤로 물러났다.
바로 이때, 엽현의 사방으로 여섯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세 명의 시도경(始道境) 강자들과 세 명의 지도경(知道境) 강자들이었다.
“이 중에 당족 무인이 있소?”
엽현이 묻자 당청이 여섯 무인들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그러자 엽현이 웃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내 행방을 알아내고도 당족에게 알리지 않은 걸 보니, 처음부터 나를 죽이고 보물을 독식할 생각인가 보군!”
그 말에 노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혀 그렇지 않다! 너를 죽인 후에 보물을 당족에게 바칠 생각이었다!”
“후후,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개만도 못한 놈들 같으니.”
순간 노인의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였다.
“길게 말할 것 없다! 죽여라!”
그의 명령에 여섯 명의 무인들이 동시에 출수하려는 찰나 엽현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잠깐!”
노인이 눈썹을 꿈틀대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겠소. 보물을 그대들에게 주겠소.”
“그게 무슨 소리냐? 정말 네 손으로 보물을 넘겨주겠다고?”
“그렇소. 진심이오!”
그 말에 잠시 엽현을 바라보던 노인. 그러나 그의 얼굴엔 곧 흉악한 미소가 번졌다.
“너는 노부가 바보인 줄 아느냐?”
진가 강자들을 향해 신호를 보내는 노인.
“동시에 출수한다. 놈에게 절대 빠져나갈 구멍을 주어선 안 된다!”
그 말이 끝남과 함께 칠 인의 무인이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노인은 엽현이 자신을 속이려 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기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를 죽이는 것이었다.
죽은 자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을 테니까!
한편, 눈앞에 달려드는 일곱 고수들을 바라보는 엽현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노인이 이렇게 빠른 판단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칠대 일의 전투.
엽현이 이기는 것은 너무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때 엽현이 황급히 당청을 향해 소리쳤다.
“어서 당족에게 알리시오! 진가가 변심했다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음부 한 장이 당청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당청은 엽현을 한 번 흘깃 바라보고는 주저 없이 전음부를 하늘 위로 날렸다.
“보냈어요. 금방 도착할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진가의 무인들이 돌연 동작을 멈췄다.
하지만 노인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냐? 뭣들 하는가? 당장 죽여 버리지 않고!”
일곱 무인이 다시 엽현을 향해 출수했다.
엽현은 황급히 당청을 계옥탑 안에 집어넣고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 맹렬히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그의 전신에서 용혼과 용력, 마가지력이 불끈 솟구쳤다.
쾅-!
엄청난 충격과 함께, 엽현이 족히 수백 장 멀리 날아갔다.
진가의 무인들은 멈추지 않고 덤벼들었다.
그러자 자세를 잡은 엽현이 진혼검을 정면으로 쭉 뻗으며 소리쳤다.
“분(分)!”
그 순간, 진혼검이 떨리더니 한 줄기 신비한 힘이 공간을 뚫고 날아갔다. 다음 순간, 바로 앞에서 달려들던 진가의 무인 하나가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자 뒤따라 오던 무인들이 황급히 걸음을 멈추고 정지해 있는 무인을 살폈다.
이때 무인의 눈은 이미 생기를 잃은 상태였다.
‘영혼이 증발했다!?’
이 모습을 보자, 진가 무인들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모두 경악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단 일 검에 영혼이 소멸됐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무인들이 다시 엽현을 바라보았다. 엽현은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지만,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그들을 향해 서 있었다.
“놈은 지금 기력이 빠져나간 상태다. 지금 빨리 처리해야…….”
진가 노인이 말하고 있을 때, 엽현이 돌연 검을 들어 노인 바로 옆에 있던 무인을 가리켰다.
“멸(滅)!”
그의 음성을 들은 순간, 진혼검에 지목을 받은 시도경 강자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아직 채 몇 걸음 떼기도 전, 그는 뭔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그의 영혼이었다.
“사, 살려…….”
무인이 소리치려 했지만, 이미 그의 몸은 정지된 상태였다. 두려움에 가득 찬 그의 두 눈은 순식간에 초점을 잃고 있었다.
이를 보자 진가 무인들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다.
‘또 하나의 도경 강자가 죽었다…?’
엽현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시선이 점점 공포로 물들어갔다.
심지어 진가의 노인조차 꺼림칙한 시선으로 엽현의 검을 바라보았다.
“저, 저 검이 뭔가 이상하다!”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엽현의 진혼검으로 향했다.
이에 엽현이 웃는 얼굴로 검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겁먹을 것 없소. 나는 이미 후유증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거든. 자, 마음 놓고 덤비시오!”
그 말을 듣자 진가 노인의 눈가에 가볍게 경련이 일었다. 잠시 엽현을 차갑게 노려보던 노인이 소리쳤다.
“놈의 몸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한 번에 몰아치면 반드시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쳐라!”
말을 마친 노인이 엽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때, 그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자리에 멈춰 선 노인이 노기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것이냐! 놈이 기력을 소진한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란 말이다!”
진가 무인들이 주춤주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멀리서 엽현이 ‘아이고’ 하는 신음을 흘렸다.
모두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을 때, 엽현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거 정말 죽겠네. 정말이지 서 있을 힘도 없어서, 누가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죽을 것 같아. 제발 공격하지 말아야 할 텐데,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