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67
567화 다 나랑 엄청 친해!
검은 치마의 여인은 점점 갈수록 감정이 격해지더니, 돌연 엽현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니까 닥치고 놈을 내놓으란 말이다! 반 죽여 놓지 않으면 분이 안 풀릴 것 같으니까!”
“하, 하지만 놈은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걸.”
이때 여인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그럼 대신 네가 죽어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인은 엽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를 본 엽현이 깜짝 놀라며 맹렬히 일 검을 휘둘렀다.
쉭-!
한 줄기 검광이 번뜩인 순간,
쾅-!
검광이 산산 조각남과 함께, 엽현의 신형 또한 백 장 밖으로 굴러떨어졌다.
다시 자리에 선 엽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켰다가는 종적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여인이 다시 출수하려는 순간, 엽현이 번뜩 손을 들었다.
“잠깐! 이쯤 하면 됐어!”
“됐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여인이 눈썹을 튕기며 묻자, 엽현이 정색하며 대꾸했다.
“고수인지는 한 수만 겨루어 봐도 알아보는 법! 이만하면 너의 실력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여인은 사고가 정지한 듯 멍하니 엽현을 바라보았다.
엽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과연 너는 지금까지 봐 왔던 도칙 중 가장 강하다고 평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이렇게 대단한 존재는 내 평생에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흥! 멍청한 녀석! 내가 그따위 달콤한 소리에 속아 넘어갈 줄 아느냐? 나를 그리 단순하게 봤다면 순전히 오산이다! 그러나… 약골에 별 볼 일 없긴 하지만, 확실히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구나.”
“…….”
“다른 도칙도 만나 보았느냐?”
여인의 질문에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대지도칙, 공간도칙 그리고 몽지도칙 모두 나와 함께 있다.”
“한 번 보여줘.”
그 말에 엽현이 재빨리 대지도칙을 운용했다. 그러자 곧 그의 미간 사이에 작게 ‘土(토)’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대지도칙(大地道則)!
대지도칙을 확인하자 여인이 엽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른 녀석들은?”
이에 엽현이 공간도칙과 몽지도칙을 각각 운용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아느냐?”
“당연하지!”
대답과 동시에 엽현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사방에서 대지지력이 밀물처럼 밀려들더니, 한 자루 검이 되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엽현이 여인을 향해 손에 든 검을 내밀었다.
“자, 이제 믿겠지?”
“…지금 뭐한 거냐?”
이때 엽현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엔 연민과 동정심이 가득했다.
그녀의 표정을 보자 엽현은 다소 기분이 나빠졌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혹시 다른 사용법이라도 있는 건가?”
“휴… 됐다. 더 말해봐야 무엇하겠느냐?”
엽현은 잠시 못마땅한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다. 내가 도칙의 사용법을 알게 되면 나한테 질까 봐 걱정하는 거구나!”
“뭐라고?”
여인이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게냐? 내 실력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나오느냐?”
“그럼 말 해봐. 뭘 걱정하는 건데?”
엽현의 말에 여인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나를 도발해 봤자 소용없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하지 않으니까.”
“…에휴.”
“갑자기 웬 한숨이냐!”
여인이 다그치자 엽현이 안타까운 듯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염가가 말하길 만약 너와 만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배워 놓으라고 했다. 너의 실력은 탑의 도칙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덧붙이면서.”
그 말에 여인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염가를 만난 적이 있느냐?”
“물론.”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인의 표정이 다소 기이해졌다.
“왜, 문제 있어?”
여인은 엽현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엽현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엽현은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출수하지는 않았다.
여인에게서는 아무런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위험한 느낌이 들었더라면, 진작에 진혼검을 꺼내 들었을 엽현이었다.
여인이 시선을 엽현의 얼굴에 고정한 채 물었다.
“내가 널 왜 죽이지 않는지 알고 있느냐?”
“어… 글쎄, 잘생겼기 때문일까?”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엽현이 그대로 백 장 뒤로 날아갔다.
엽현이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 여인은 이미 그의 앞에 나타나 있었다.
“하나 묻겠다. 네 능력으로 탑을 통제할 수 있느냐?”
엽현은 감히 다시 농담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인이 엽현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도칙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마. 단, 한 가지 도와줄 일이 있다.”
“도와줘? 어떻게?”
“사실 탑에 들어가 예전에 입은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 하지만 탑은 분명 나를 잡아두려고 할 것이다. 그때 네가 나서서 탑이 나를 건들지 못하게 해주면 된다.”
그 말에 엽현은 침묵했다.
처음부터 살의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이 부탁을 하기 위함이었던가?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엽현이 입을 열었다.
“만약 탑 놈이 어거지로 너를 붙잡으려 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을지 몰라.”
엽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탑의 주인이긴 했지만, 탑은 지금까지 엽현을 주인 취급해 준 적이 없던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마. 네가 명백히 내 편에 선다고 하면, 탑 놈도 어쩔 수 없을 테니까!”
“그게…….”
엽현이 잠시 주저하다 다시 말했다.
“정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내가 탑을 불러내 볼 테니까, 우리 셋이서 잠시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해보자. 어쩌면 서로에게 타협할 부분이 있을지 모르잖아?”
엽현은 계옥탑이 몹시도 걱정스러웠다.
만약 자신이 이 여인과 손을 잡게 되면, 탑은 분명 언짢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매일 같이 자신의 몸 안에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 네 맘대로 해.”
여인이 허락하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탑에게 나긋하게 말을 걸었다.
“이봐, 탑 형. 이렇게 계속 질질 끌다간 영원히 아무것도 해결이 안 돼. 그러지 말고 나와서 셋이 토론해 보자. 만약 저 여자가 널 때리려 하면 내가 말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답 없는 계옥탑.
엽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겁을 먹고 나오지 않는 건가?
바로 이때, 소령이 엽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품 안에는 작은 탑, 바로 계옥탑이 얌전히 안겨 있었다.
소령이 엽현을 향해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무섭다고 나한테 같이 가달라고 했어!”
“…….”
마침내 여인과 계옥탑은 마주하게 됐다.
엽현의 눈에 비친 여인의 표정은 다소 복잡해 보였다.
“왜 그래?”
“음, 어쩐지… 그날의 충격으로 영지(靈智)에 까지 손상을 입었었군. 하지만 네게는 잘된 일이다. 만약 놈이 원래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까.”
“아니, 지금 성격도 충분히 더러운데, 도대체 어느 정도였다는 거야?”
“너는 상상할 수도 없을 거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다면, 상대가 살던 성역 전체를 파괴해 버리던 놈이니까.”
“…….”
여인이 계옥탑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지금부터 네 안에 들어가 상처를 좀 돌봐야겠다. 들어간 김에 네 상태도 안정시켜주마. 이건 혹시나 하는 말인데, 나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지금 너는 결코 내 상대가 되지 않으니까. 알겠느냐?”
그녀의 말에 계옥탑이 대답이라도 하듯 가볍게 몸을 떨었다.
곧바로 통역을 해주는 소령.
“실력이 돌아오면 두고 보자고 그러네.”
“…….”
“너무 바보 같아서 사랑스럽기까지 하군.”
가볍게 두어 번 고개를 저은 여인은 곧장 계옥탑 안으로 사라졌다.
탑 안에 들어온 여인은 잠시 탑을 한 번 훑어보더니, 이내 두 자루 검이 꽂혀 있는 꼭대기로 올라갔다.
“이봐, 주인. 이 고철 덩어리들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자리만 차지하고 흉물스러우니까 갖다 버리라고!”
“…….”
이때, 탑으로 돌아온 소령이 여인의 앞에 나타났다.
심각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는 소령.
“여기 탑은 이미 다 내 꺼야.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오층… 다 내꺼고, 앞으로 육층, 칠층, 팔층, 구층도 다 내꺼야. 그러니까 눈독 들이면 안 돼.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뭐?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고?”
여인의 차가운 표정에 소령이 어깨를 움츠리며 대꾸했다.
“폭력은 나쁜 거야! 나는 그저 도리와 도의에 대해 말하는 거지. 우리는 말로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어. 그렇지?”
이때 여인이 탑 주변에 심겨진 영과나무들을 한 번 둘러보더니 소령을 바라보았다.
“탐스럽군. 내가 좀 먹어도 될까?”
“그럼! 마음껏 먹어도 돼! 다만 나무는 먹으면 안 돼. 그러면 영과를 만들 수 없으니까!”
“좋아, 약속하지!”
생각보다 평화롭게 타협이 이루어지자, 소령이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소령이야, 너는 뭐라고 불러?”
“나는… 아월(阿越)이라 부르거라.”
대답을 마친 아월이 시선을 아래쪽에 누워있던 제견에게로 옮겼다. 순간 그녀의 신형이 순식간에 제견 앞으로 이동했다.
이때, 기이한 시선을 느낀 제견이 아월을 발견하고는 경계하기 시작했다.
순간 아월이 제견을 향해 입맛을 다셨다.
“이봐, 여기 이 똥개 안 먹을 거면 나 주면 안 될까?”
그 말을 들은 순간, 엽현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거 먹는 거 아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좋은 혈맥을 지닌 요수를 가만히 놔두는 것은 낭비다. 만약 네가 섭취하면 실력에 엄청난 향상이 있을 텐데.”
“아월, 제발… 제견은 내 친구라고!”
엽현이 참지 못하고 소리치자, 아월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그럼 일단 내버려 두지. 그런데 나중에 둘이 친구가 아니게 되면, 그땐 내가 먹어도 이의 없겠지?”
“…….”
제견이 가만히 아월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향해 입맛을 다시는 아월을 보자 제견은 털이 쭈뼛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아월은 제견을 남겨 두고 사라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제견 앞에 이번에는 소령이 나타나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제견을 바라보았다.
“근데 너… 정말 맛있어? 한 번 맛 좀 보면 안 될까?”
“…….”
이윽고 아월은 오층으로 올라섰다. 오층은 이미 소령이 심어둔 영과 나무로 발 디딜 틈도 찾기 어려웠다.
“오층에 있던 자는 떠난 건가?”
“죽었어.”
아월의 물음에 엽현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설마 너한테 죽은 건 아닐 테고…….”
“탑 꼭대기에 있는 검의 주인에게 죽었지.”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월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설마 아직까지 살아있었나?”
“…….”
잠시 후, 안색이 돌아온 아월이 다시 물었다.
“네가 만나 본 건 누구지?”
“셋 모두!”
“세 명 모두 만나 봤다고? 그럼 그들과 친분이 있나?”
엽현이 잠시 고민 후에 대답했다.
“물론이지. 나와 모두 엄청 친하다.”
순간 아월이 침묵했다.
“왜 말이 없어?”
“상황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은 것 같군… 됐다. 일단 쉬었다가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이때, 엽현이 황급히 물었다.
“이봐, 도칙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잠시 후, 엽현에게 아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